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67화 (167/281)

167. 먹개 II

엠투가 전호 호텔 전상미 사장과 비서들 앞을 지키며 복면을 쓴 놈들을 향해 포효했다.

“크와아앙!”

그 소리가 너무 강렬해서 검은 복면들은 움찔했다.

“이, 이거 개소리가 아닌데?”

파란 복면을 쓴 놈이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너무 크잖아! 빨리 조용히 시켜!”

검은 복면 넷은 엠투를 잡으려고 실내 구석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그만큼 전상미 쪽에서 멀어졌다.

“혹시 우리를 구석으로 유인한 건가?”

“설마 개가 그렇게까지 똑똑하려고.”

“그래 봐야 바뀌는 건 없어.”

그들이 다시 전상미 사장과 엠투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네 방향에서 포위하며 접근했다.

선두에 선 놈이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손바닥에 탁탁 치며 말했다.

“야. 개새끼. 어디 또 피해 봐라. 이번에도 피하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이 맞…. 꾸에엑!”

선우현이 깨진 창문에서 점프해 선두에 선 놈에게 공중 발차기를 꽂았다. 그놈은 허리가 옆으로 꺾이며 날아가 캐비닛에 처박혔다.

“케켁!”

선우현이 한 놈을 발로 쳐내고 그 자리에 착지한 후에 엠투에게 말했다.

“야. 신호부터 하고 진입해야지, 보고도 없이 먼저 들어가면 나보고 어떻게 찾아오라는 거냐?”

“꾸앙?”

“그래. 네가 그렇게 짖는 소리를 듣고 찾기는 했지.”

- 베히모스의 소리를 흉내 냈으니까, 적을 잠깐 멈칫하게 하는 효과는 있었을 겁니다.

“쪼끄만 엠투가 흉내 내봤자 그 힘이 느껴질 리가 있냐. 그리고 그게 뭔지 여기 사람들은 모르잖아.”

전상미 사장이 엠투를 위해 급히 설명했다.

“우리가 진짜 위험해서, 우리 이 비서가 칼에 맞을 것 같으니까 흰둥이가 뛰어든 거예요! 너무 급하니까요!”

“아. 그러면 저 녀석이 혼자 뛰어든 게 이해가 되네요. 뭐 어쨌든, 다친 사람은 없….”

선우현이 세 사람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어이구. 다들 너무 많이 맞으셨네.”

“괜찮….”

“괜찮으시구나.”

그녀가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뇨! 하나도 안 괜찮아요. 살려주세요.”

“그러려고 왔습니다. 엠투. 풀어드려.”

“네? 흰둥이가 어떻게 밧줄을….”

엠투가 전상미의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을 뒤에서 물어뜯었다.

엠투는 맥주를 캔째로 씹어먹고 금괴도 잘 먹는다. 입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전자제품도 뜯어서 먹을 수 있다.

엠투의 이빨에 걸린 밧줄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전상미는 몸을 묶고 있던 줄의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진 걸 느꼈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끊어진 밧줄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어머?”

엠투가 이 비서와 운전기사인 김 비서의 밧줄도 물어서 끊어주었다. 운전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의자를 무기 대신 들려고 했다.

그런데 하도 많이 맞아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자를 들 수는 있지만 싸우는 건 무리였다.

선우현이 지시했다.

“엠투. 이것들 정리하는 동안 세 사람 경호해.”

엠투가 세 사람의 앞에 서서 고개를 치켜세우고 대답했다.

“멍!”

선우현이 복면을 쓴 놈들을 보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동료가 날아가는 걸 보고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후에는 무기를 잡고 천천히 그들을 포위했다.

선우현이 말했다.

“파랑 하나, 검정 셋. 야. 너희들 덕구파냐?”

파란 놈이 인상을 썼다.

“역시 그놈들 쪽에서 정보가 샜군. 허술한 놈들.”

“깡패랑 같이 취급되니까 기분 나쁘나 보다? 그럼 너희는 소속이 따로 있겠네. 근데 뭐, 하는 짓은 똑같잖아. 그럼 깡패지.”

“이 새끼가….”

전상미 사장이 말했다.

“우리를 처음 납치한 놈들과 저놈들은 키나 체중, 옷이 달라요. 저놈들이 우리를 넘겨받았을 거예요.”

“많이 맞아서 기절했었나 보네요.”

“네. 저놈들이 저부터 깨웠어요. 물을 뿌려서요.”

“뭐, 소속이 어디인지는 잡아놓고 물어봅시다.”

파란 놈이 말했다.

“저 경호원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데 너 혼자서? 우리는 다섯, 아니, 넷이다.”

원래는 다섯이었는데 한 놈은 캐비닛에 처박혀 있다.

“다른 놈들도 너처럼 그런 소리를 많이 하더라.”

파란 놈이 말했다.

“차라리 잘됐다. 개는 죽이고, 너는 같이 잡아놓고 정보를 캐….”

선우현이 앞으로 툭 튀어나갔다. 제일 앞에 있던 놈이 급히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앞으로 내질렀다.

아무렇게나 지른 게 아니었다. 그 공격에 검도의 찌르기 기술이 들어 있었다.

그런 기술은 상대의 반응 속도가 그 기술보다 빠르면 통하지 않는다.

선우현이 몸을 슬쩍 기울여 피하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이 적의 가슴을 짚었다.

적의 갈비뼈 네 대가 한 방에 부러졌다.

“케엑!”

맞은 놈은 가슴이 움푹 꺼지며 뒤로 날아갔다.

좌우에 있던 두 놈은 단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조금 전에 엠투를 공격할 때 쓴 단검이다.

그들이 황급히 선우현을 칼로 찔렀다. 양쪽에서 동시에 칼이 들어왔다.

선우현이 왼쪽에서 들어오는 팔을 왼손으로 잡아 꺾었다. 단번에 적의 공격이 무력화됐다.

그러면서 몸은 뒤로 슬쩍 기울였다.

오른쪽에서 들어온 칼날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 반대편 놈의 얼굴로 향했다. 왼쪽 놈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선우현이 오른쪽 놈의 턱을 주먹으로 올려쳤다.

“켁!”

그놈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왼쪽 놈을 향하던 칼도 위로 휙 들렸다가 손에서 빠져나갔다. 칼날이 왼쪽 놈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왼쪽 놈이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헉. 죽을 뻔…. 히익!”

선우현이 왼쪽 놈을 번쩍 들어서 엎어진 오른쪽 놈 위에 패대기쳤다.

“케에엑!”

처음에 발차기에 당한 놈은 캐비닛에 처박혀 기절했다. 가슴을 맞은 놈은 갈비뼈가 나간 채로 벽에 처박혀 기절했다.

턱을 맞은 놈과 패대기쳐진 놈도 정신을 잃었다.

이제 파란 놈 하나만 남았다.

선우현이 말했다.

“야. 이제 우리가 넷이네? 넌 혼자다?”

파란 놈이 손을 등 뒤로 넣었다.

선우현은 최근에 그러는 놈들을 많이 상대해 봤다.

선우현이 즉시 점프했다. 상대가 급히 오른손을 들었다. 손에는 6연발 리볼버가 있었다.

선우현이 그 손을 걷어차고, 공중에서 옆으로 반 바퀴 빙글 돌며 파란 놈의 어깨를 찍어 밟았다.

“으아악!”

파란 놈이 바닥에 찌그러지듯이 처박혔다.

선우현이 반동을 이용해 공중에서 조금 이동한 후에 가볍게 착지했다. 바로 앞에 리볼버가 떨어졌다. 그가 그 권총을 주워 확인했다.

“뭐야. 진짜 총인 줄 알았더니 가스총이네.”

그건 진짜처럼 6연발 회전 약실이 있는 가스총이었다.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났다.

“가스총인 줄 알았으면 좀 살살 찰 걸 그랬나?”

- 죽였습니까?

“안 죽었을걸?”

선우현은 지금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그는 리볼버를 기절한 파란 놈의 오른손 앞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런 후에 전상미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구급차가 필요할 만큼 다친 사람 있습니까?”

“네? 그야 거기 다섯 놈이….”

“당연히 세 분 이야기죠.”

“그럼 저놈들은….”

“저 정도로는 안 죽습니다. 저놈들한테 구급차가 필요하면 경찰이 부르겠지요.”

“아….”

의자를 붙들고 서 있던 여자 비서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 살았다.”

전상미가 갑자기 바로 앞에 있는 엠투를 두 팔로 껴안았다.

“살았어! 흰둥아! 고마워! 진짜 고마워!”

여자 비서도 옆에서 엠투를 같이 껴안았다.

“흰둥아!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선우현이 한마디 했다.

“구해준 건 난데. 그리고 은인이 아니라 은견이겠지.”

- 뭘 그런 걸 따지십니까?

“안 따졌어. 하나도 안 서운해. 혼잣말한 거야.”

전상미가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아! 내 스마트폰! 신고해야 돼!”

선우현이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자 가방은 안 보이는데….”

“그건 처음에 우리를 납치한 놈들이 가지고 있나 봐요.”

“저기 기절한 놈들을 뒤져보면 휴대폰이 있을 겁니다. 신고는 그거로 해요.”

경호원 겸 운전기사인 김 비서가 캐비닛에 처박힌 놈의 몸을 뒤졌다. 그런데 휴대폰이 부서져 있었다.

“맞을 때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안 죽었다니까요.”

“네, 넵!”

그는 다른 놈들의 몸도 뒤졌다. 세 번째로 뒤진 놈의 몸에서 부서지지 않은 게 나왔다.

“구형 휴대폰을 찾았습니다!”

“대포폰일 텐데 전화는 잘 될 겁니다.”

운전기사가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갑자기 엠투가 한쪽을 향해 낮게 으르렁댔다.

“크르르.”

전상미가 물었다.

“흰둥아? 왜 그래?”

선우현이 말했다.

“근처에 진짜 두목이 숨어 있을 겁니다. 아까는 무선으로 지시를 내렸겠죠.”

“아. 그래서 저 파란 놈이 자꾸 귀에 손을 댔군요.”

“그놈이 지금 튀었나 봅니다. 엠투가 그 소리를 듣고 저러는 겁니다.”

전상미가 다급히 말했다.

“네? 그러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죠!”

“왜 막습니까?”

“네?”

“일부러 도망치라고 놔둔 건데.”

“아니, 왜….”

“이놈들은 잡았고, 경찰에 신고도 하는 중입니다. 그럼 두목은 이제 뭘 하러 가겠습니까?”

“멀리 도망치러….”

“증거를 없애러 간 겁니다. 그러니까 저놈을 쫓아가면, 거기에 증거가 있습니다.”

“아!”

선우현이 말했다.

“난 지금부터 저놈을 따라갈 테니까, 여기나 잘 수습해요.”

전상미가 엠투를 껴안고 있던 팔을 풀며 벌떡 일어났다.

“같이 가요! 저도 확인해야겠어요!”

“응? 그럼 여기는?”

“우리 비서들이 잘 처리할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던 김 비서가 깜짝 놀라 말렸다.

“사장님. 위험합니다!”

“선우현 씨랑 같이 가니까 안 위험해. 방금 봤잖아.”

“아…. 그렇긴 합니다.”

“흰둥이도 같이 갈 거야. 그치?”

“멍!”

◈          ◈          ◈

전준형 부회장은 조금 전에 전상미 사장이 붙잡혀 있던 곳 근처에서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는 전에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건, 오늘 복면을 쓴 다섯 명 중에 네 명은 전준형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누군지 아는 부하는 파란 복면 하나뿐이다.

그건 덕구파 정 부장 쪽도 마찬가지였다. 정 부장은 일부러 정보를 통제했다.

처음 전상미 사장을 붙잡은 정 부장의 부하 다섯 명 중에서, 전준형과 커넥션이 있다는 걸 아는 놈은 조장 한 명뿐이다. 그놈이 정 부장이 공원에 있을 때 전화로 보고했다.

전준형 부회장은 오늘 이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운전기사를 집으로 보내고 직접 운전해 여기로 왔다.

그렇게 조심해서 일을 진행했는데, 일이 틀어졌다.

전준형은 부하들이 전멸하자마자 차를 타고 그곳에서 도망쳤다. 그가 차를 거칠게 몰며 화를 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개새끼는 뭔데?”

개 한 마리 침입했을 때는 동네 개가 지나가다가 실수로 들어온 줄 알았다. 부하들이 개를 쉽게 잡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개가 벽을 타고 뛰어다녔다.

“그거 개 맞아?”

그때만 해도 놀라기는 했어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부하는 다섯 명이고 모두 무기를 가지고 있다. 개가 아무리 빨라도 결국 잡을 줄 알았다.

그러다 선우현이 나타났다. 격투기나 검도 등을 익힌 다섯 명의 부하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그놈들은 뭐지? 상미가 데리고 있는 비밀 경호원과 경비견인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것들을 구했지?”

전준형의 부하 다섯 명도 태권도나 유도, 검도 단증 정도는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젠장. 그 새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디서 종합격투기 세계챔피언이라도 구한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가 백미러를 확인했다.

“미행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불안했다.

“여긴 차가 너무 많아. 차가 없는 도로를 지나갈 때 다시 확인해야겠어.”

◈          ◈          ◈

선우현이 차에 탔다. 엠투가 조수석으로 타려다가, 슬그머니 뒷자리로 넘어갔다.

전상미 사장이 조수석에 탔다.

선우현이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전상미가 옆에서 걱정했다.

“미행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안 늦었습니다.”

“두목의 차는 이미 보이지도 않잖아요.”

김수선이 말했다.

- 그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십시오.

선우현이 우회전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갔을 겁니다.”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전상미 씨가 붙잡혀 있던 곳은 내가 어떻게 알았을 것 같습니까?”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아까는 놀라서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네? 그건…. 진짜 어떻게 알았어요?”

“나한테 의뢰한 거 있잖습니까?”

전호 전시관 사건 때 외부에서 침입한 남녀 도둑놈이 붙잡혔다. 그런데 그들이 전시관에 숨어 있을 수 있었던 건, 보안시설에 관한 정보를 누군가 넘겨줬기 때문이다.

전상미는 그 도둑놈들의 배후에 두 오빠 중 한 명이 있다고 의심했다. 그 조사를 선우현에게 부탁했다.

선우현이 설명했다.

“상미 씨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전준형 부회장을 조사하다가, 상미 씨가 납치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네? 그럼 설마 이번 일이 큰오빠…. 하지만 이번엔 제가 먼저 움직이다가 잡힌 건데요?”

“덕구파라는 조폭이 있습니다. 처음에 그놈들에게 잡혔다가, 전준형 부회장 쪽으로 넘어간 겁니다. 그것도 전준형이 덕구파에게 상미 씨의 정체를 숨기고 판 함정 같긴 합니다만.”

선우현이 뒤쪽을 가리켰다.

“어쨌든 조사해 둔 게 있어서 납치된 장소가 대충 저 근처라는 건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엠투를 시켜 찾게 했습니다.”

“흰둥이는 어떻게 저를 찾아낸 거예요?”

“저번에 호텔에서 CF를 찍을 때 쓰다듬어줬잖습니까? 그때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세상에. 진짜 명견이네요.”

“먹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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