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66화 (166/281)

166. 엠투

국회의원 박재곤의 차가 먼저 출발했다. 그 후에 정 부장의 차가 그곳을 떠났다.

선우현은 두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며 말했다.

“정 부장이라는 놈. 어떻게 봐도 일반 회사 부장은 아니지?”

- 권총을 난사한 이 부장이 또 있을 리가 있습니까? 저놈들이 말한 이 부장은 체포된 덕구파 이 부장이 확실합니다.

“그럼 저 정 부장도 덕구파겠네. 덕구파의 뒤에 있다는 박 의원은 역시 박재곤이고.”

- 확실합니다.

“그런데 방금 박재곤이 덕구파 청탁을 거절했잖아. 그러면 이 정도로는 박재곤을 못 잡겠는데?”

- 같이 술 먹고 밥 먹었다는 발언이 있잖습니까?

“원래 청렴한 국회의원이라면 그 정도로도 큰 타격을 입겠지만, 박재곤에게는 흠집이나 하나 추가되는 정도일 거다.”

- 원래 많이 해먹은 놈은 더 해먹어도 넘어가 주는 거군요.

“사람들이 참 관대하지?”

- 두 놈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 중인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박재곤은 집이나 지역구 사무실이 어디인지 아니까, 정 부장 쪽으로 가자.”

◈          ◈          ◈

정 부장은 한강 근처로 이동했다.

그곳은 차가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제대로 정비된 공원은 아니었다.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 외에는 산책하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부하가 있었다.

정 부장이 물었다.

“이 부장은?”

그곳에서 대기하던 부하가 대답했다.

“아직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 부장이 입을 열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찰의 손에서 빼내는 건….”

정 부장이 신경질적으로 뒤통수를 만졌다.

“실패다. 다시 부탁해 봤는데 거절당했어.”

“그럼 이 부장님은….”

정부장이 인상을 썼다.

“제껴야지. 어쩔 수 없다. 이젠 내가 못 막아.”

부하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그 일을 누가….”

“이 부장이 구치소에 있을 때 조직에서 제거하겠지. 젠장. 입맛이 쓰다.”

정 부장은 입맛이 많이 썼다. 이 부장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그는 이 부장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이가 나쁜 경쟁자였다.

이 부장은 칼을 잘 써서 현장 일을 많이 했다. 이번 일도 본인이 타깃이 아니었으면 킬러로 나설 수 있었다.

반면에 정 부장은 명문대를 나오고 머리가 잘 굴러가는 기획 타입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박재곤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칼 쓰는 이 부장보다 명문대 학벌을 가진 정 부장이 나서는 게 나았다.

그래서 덕구파 두목은 정 부장에게 박재곤 같은 고위층을 상대하는 일을 맡겼다.

이 부장은 그게 불만이었다. 그는 정 부장을 안전한 곳에서 펜대나 굴리면서 노른자만 쏙쏙 빼먹는 족제비 같은 놈이라고 욕하며 싫어했다.

정 부장도 이 부장을 머리가 나빠서 칼이나 쓰는 사람 백정이라고 욕했다.

그러던 정 부장이 이 부장을 살리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건 동정심 때문도 아니고 의리 때문도 아니었다.

이 부장의 현재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부장은 직접 뛴 일이 많은 만큼 아는 게 많아. 그래서 제거되는 거야.’

정 부장은 속이 탔다.

‘아는 건 내가 더 많아.’

그는 그래서 이 부장을 살리고 싶었다.

이 부장이 아는 게 많다는 이유로 죽으면, 더 많은 걸 아는 정 부장도 같은 상황에 빠지면 제거될 게 뻔하다.

반면에 이 부장이 살면, 정 부장도 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부장을 살릴 수가 없었다.

‘나도 이 부장처럼 대형 사건으로 잡히면 죽겠네. 그때는 나와 내 측근 몇 명을 제거하는 쪽이 조직에 이익일 테니까.’

그렇다고 덕구파에서 발을 빼기엔 너무 늦었다.

‘이 부장을 죽일 정도니까, 내가 발을 빼도 내 입을 막으려고 죽이겠지.’

운전을 맡았던 부하가 대포폰을 들고 다가왔다.

“형님. 전화 좀….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정 부장이 대포폰을 받았다.

“또 무슨 일이냐. 응? 누구? 전호 호텔 사장?”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정 부장이 화를 벌컥 냈다.

“이 새끼들이! 그런 거물을 납치하면 뒷감당이 되겠냐!”

- 죄송합니다. 저희도 그 여자의 정체를 나중에 알아서….

“지금 어디 있어? 탈 안 나게 잘 모셔!”

- 이미 전 회장 쪽으로 넘겼습니다.

당황한 정 부장이 욕을 내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왜 벌써 전 회장에게 넘겨!”

- 죄송합니다. 그 여자가 누군지 몰라서 그만….

“전 회장이 어디로 데려갔어?”

-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아야지 왜 몰라! 야 이 새끼들아! 그러다 나랑 너희들까지 다 뒈져!”

◈          ◈          ◈

선우현은 정 부장의 통화를 거기까지 듣고 출발했다. 더 듣고 있어도 시간만 낭비할 뿐 정보를 얻을 확률은 낮았다.

“수선아. 전준형의 차가 아까 사라진 구역에 다시 나타났냐?”

- 2분에서 3분 간격으로 확인하는 중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아직 거기에 있겠네. 지금부터 그 지역을 계속 감시해.”

- 전준형의 차를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          ◈          ◈

전호 호텔 전상미 사장은 두 가지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일단 전호 전시관에 침입한 남녀에게 누가 CCTV나 경보기 같은 보안 정보를 넘겼는지를 조사했다. 그 남녀에게 괜찮은 정보를 내놓으면 변호사를 붙여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면서 손은경 관장이 전상미의 둘째 오빠를 살해했다는 증거나, 유력한 근거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다 단서를 찾았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비서와 운전기사를 데리고 움직였다. 운전기사는 경호원 임무도 같이 수행했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간 곳에는 덕구파 조직원들이 있었다.

운전기사는 경호원을 겸하고 있어서 조직원 한두 명 정도는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조직원 다섯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전상미와 여자 비서는 전투력이 거의 없었다. 그들도 싸우긴 했지만 결국 셋 다 두들겨 맞고 기절했다.

전상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을 뜨며 소리를 냈다.

“하악!”

아까 얻어맞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은 의자에 밧줄로 묶여 있었다.

그녀가 옆을 보았다. 여자 비서와 남자 운전기사는 기절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다. 둘 다 두들겨 맞아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가 왜 깨어났는지 깨달았다. 몸이 물에 젖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물통이 보였다.

앞에는 복면을 쓴 놈 다섯 명이 서 있었다.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급히 제안했다.

“한 명당 일억 원. 우리 셋이 아니라 당신들 한 명당 일억이야. 우린 얼굴도 못 봤어. 나도 비공개로 활동했으니까 신고는 안 할게. 풀어줘.”

아까는 갑자기 싸움이 벌어져 이런 제안을 할 틈도 없었다.

다섯 명 중에 넷은 검은색 복면을, 한 명은 파란색 복면을 쓰고 있었다.

파란 복면이 말했다.

“전상미 사장.”

그녀는 깜짝 놀랐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묶어 놨어?’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신들 누구야!”

“쯧쯧. 그러게 왜 그렇게 깊게 팠나. 어디까지 알아낸 거지?”

그녀가 파란 복면을 노려보았다.

“내가 말할 줄 알아?”

파란 복면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당신 직원들부터 죽어. 비서와 운전기사 중에 골라. 누굴 먼저 죽여줄까?”

◈          ◈          ◈

선우현은 오토바이를 과속으로 몰아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전상미를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어디쯤 있는지만 알지, 정확히 어느 건물에 있는지는 모르잖아. 반경 1km면 수색할 건물이 너무 많아.”

- 대안이 있으십니까?

“탐색 전문가를 써야지.”

그가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엠투가 옥상에 늘어져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엠투! 탐색 임무다!”

선우현이 그렇게만 말하고 도로 계단을 내려갔다. 엠투가 즉시 일어나 선우현을 따라갔다.

박서윤이 건물로 들어오다가 선우현과 마주쳤다.

“아. 치킨 사왔….”

“나중에!”

“멍!”

오토바이에 개가 타면 너무 눈에 뜨인다.

선우현은 옆에 세워둔 차의 문을 열었다. 엠투가 즉시 운전석으로 들어가 조수석으로 넘어갔다.

선우현이 차를 몰고 아까 전준형 회장을 놓친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엠투에게 말했다.

“엠투. 전상미 사장 알지? 전호 호텔에서 너 쓰다듬어준 여자.”

“멍!”

“이 교차로 앞쪽으로 반경 1km 이내의 반원형 지역에 있다. 찾아.”

“멍?”

“관측 모듈을 먹어치웠으면 먹은 값을 해라.”

엠투가 즉시 조수석에서 뛰어내려 콧구멍을 열고 공기 중의 냄새 입자를 확인했다.

몇 개의 입자가 후보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류 확률이 너무 높았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엠투가 더 많은 냄새 입자를 획득하기 위해 골목 사이로 사라졌다.

선우현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저게 밥값을 해야 할 텐데.”

- 엠투의 주 임무는 장거리 정찰입니다만, 탐사대 실종자 수색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상미가 이곳에 있으면 찾아낼 겁니다.

“탐색 기능이 다 수리됐다면 찾을 수 있겠지.”

- 그게 문제군요. 탐색 모듈 흡수로 몇 퍼센트나 성능을 회복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          ◈

전상미가 상대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해준 후에, 앞에 있는 다섯 명을 보며 상황을 분석했다.

‘아까 우리를 때려눕힌 놈들이 아니야.’

눈앞의 다섯은 아까 싸운 놈들과 체형도 다르고 옷도 달랐다.

이미 비서와 운전기사도 깨어났다. 운전기사가 사과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겼어야 했는데….”

“상대는 다섯이었어요. 혼자서 다섯을 이길 순 없어요. 둘을 쓰러뜨린 것도 잘한 거예요.”

다섯 놈 중에 하나만 복면이 파란색이었다.

파란 복면이 손가락을 귀에 댔다가 뗀 후에 말했다.

“전 사장님. 이야기한 걸 확인했더니 또 거짓말이군.”

전상미는 이미 가짜 정보를 몇 번이나 제공했다.

파란 복면이 말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을 끌려나 본데, 방법을 바꾸지. 진실을 들으려면 아무래도 피를 봐야겠어.”

그가 부하에게 지시했다.

“저 여자부터 처리해.”

부하가 여자 비서의 목에 나이프를 들이댔다.

비서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사장님! 살려주세요!”

전상미도 당황했다. 조금 전까지는 두들겨 패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칼이 비서의 목에 닿았다. 잘못하면 비서가 죽게 생겼다.

비서가 죽으면 그다음은 운전기사다.

‘그다음엔 나겠지.’

그녀가 급히 말했다.

“말할게! 이번엔 진짜로 말할 테니까 칼 치워!”

부하가 파란 복면을 돌아보았다.

파란 놈이 말했다.

“또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돌리겠지. 그래. 일단 비서의 손가락부터 하나 잘라. 그렇게 했는데도 전상미 사장이 거짓 정보를 내놓으면, 다음에는 비서를 죽여.”

“알겠습니다.”

부하가 칼날을 비서의 손으로 옮겼다.

전상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비서는 비명을 질렀다. 운전기사가 줄을 끊으려고 버둥댔지만 소용없었다.

전상미는 후회했다.

‘너무 안일했어. 시간만 끌면 호텔에서 우리를 찾아낼 줄 알았….’

갑자기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깨진 창문으로 엠투가 뛰어들었다.

복면을 쓴 놈들이 깜짝 놀라 창문을 돌아보았다. 비서의 손가락에 댔던 칼날도 창문 쪽으로 향했다.

파란 놈이 외쳤다.

“뭐야! 습격이냐!”

“아닙니다! 지나가던 개입니다!”

파란 놈이 엠투의 모습을 확인하고 화를 냈다.

“개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진짜 깜짝 놀랐잖아. 야. 저거 죽여!”

다른 복면인이 단검을 들고 엠투에게 다가갔다. 엠투가 이를 드러냈다.

“크르르.”

“왜 개새끼한테서 호랑이 소리가 나냐.”

“시끄럽잖아! 그냥 죽여!”

복면인이 엠투를 향해 단검을 크게 휘둘렀다.

엠투가 뒤로 툭 뛰어 칼날을 피했다.

“어? 이 개새끼가 빠른데요?”

“뭐해? 같이 잡아!”

다른 복면인도 엠투를 향해 칼을 뻗었다.

하지만 엠투가 피하는 속도가 적의 칼보다 빨랐다.

복면인 둘이 연속으로 칼을 휘둘러 엠투를 구석으로 몰았다. 엠투가 계속 뒤로 피하다가 한쪽 구석에 몰렸다.

뒤에 있던 두 명이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들고 다가왔다.

“구석으로 잘 몰았어! 이제 다 잡았어!”

앞에 있는 놈이 엠투를 향해 알루미늄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내가 때려잡….”

엠투가 갑자기 위로 펄쩍 뛰었다. 알루미늄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위로 점프한 엠투가 벽을 밟고 옆으로 달렸다.

“헉!”

뒤에 서 있던 다른 놈이 황급히 벽을 향해 알루미늄 배트를 휘둘렀다. 소용없었다. 엠투가 너무 빨라 닿지 않았다.

엠투는 벽을 타고 달리다가 점프해 전상미의 앞에 착지했다.

전상미 사장은 엠투를 알아보았다. 호텔 CF 촬영 때 쓰다듬었던 바로 그 개였다.

‘멍배우 흰둥이?’

엠투가 그녀의 앞에서 복면인들을 향해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했다.

엠투의 발성 기관은 개소리만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크와아앙!”

“아니, 개가 왜 킹콩 소리를 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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