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65화 (165/281)

165. 추적 II

김수선이 위성궤도에서 지상의 차량을 추적하며 물었다.

- 선장님. 덕구파나 스래곤과의 관계를 조사하려면 박재곤을 추적하는 건 당연합니다만.

스래곤은 항공우주기업이다. 덕구파는 이름을 듣거나 조직원을 잡은 일이 몇 번 있다.

- 전준형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상미 사장이 의뢰했잖아.”

- 전상미의 일이지 우리 일은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추적을 더 잘하는 너한테 박재곤을 맡긴 거야. 나는 노느니 전준형이라도 따라가겠다는 거고.”

- 선장님이 노느니 뭐라도 하겠다는 거군요. 매우 긍정적인 태도 변화입니다. 박재곤이 지금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제가 잘 보겠습니다.

선우현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준형 부회장을 미행했다.

거리를 바짝 붙인 건 아니다. 보일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미행하다가, 가끔 김수선을 불렀다.

“거리가 너무 벌어졌다. 수선아. 다음 교차로에서 전준형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해.”

- 확인했습니다. 좌회전하십시오.

“오케이.”

그런 식으로 미행하면 상대가 눈치채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김수선은 지원위성에서 관측 카메라로 박재곤 의원의 차를 보다가, 선우현이 부를 때만 전준형 부회장 쪽을 확인했다.

전준형의 차가 교차로를 지나갔다. 거리를 두고 미행하던 선우현의 오토바이는 신호등에 걸렸다.

선우현이 교차로 건너편 길을 보며 말했다.

“저기서는 직진 아니면 우회전하겠네.”

그의 오토바이 바로 옆에 스포츠카가 정차했다.

선우현이 옆을 보았다. 운전자도 선우현을 보았다.

그런데 운전자가 가수 천호성이었다.

천호성이 놀란 얼굴로 창문을 내리고 왼손을 뻗었다.

“어? 너!”

선우현이 혀를 찼다.

“쯧. 이걸 여기서 마주치네.”

- 누구 말입니까?

“천호성이 옆 차선에 있다.”

- 재수 없네요.

“하필 여기서 만나나.”

- 박재곤과 전준형이 있던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걸 봤습니다. 거기서 나왔나 봅니다.

“왜 벌써 나오지?”

- 선장님이 도착하기 전에 들어갔으니 실컷 먹었을 겁니다.

“좋겠다. 난 라면도 엠투한테 주고 왔는데.”

천호성이 선우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따지듯이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넌 도로에서 오토바이 타는 사람 처음 보냐?”

천호성이 짜증을 냈다.

“에이. 오늘 재수가 왜 이렇게 없어?”

“야. 내려. 누가 더 재수 없나 따져보자.”

천호성이 얼른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싫다!”

선우현은 조금 전에 전준형 부회장과 박재곤 의원을 감시했다. 그들은 술을 곁들여 식사했다.

선우현이 물었다.

“너 혹시 술 마셨냐?”

천호성이 펄쩍 뛰었다.

“내가 미쳤냐! 내가 지금 위치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한 방에 무너질 일 있어?”

“안 마셨나 보네.”

“야! 그러는 너는!”

천호성이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코를 킁킁댔다.

“젠장. 술 냄새는 안 나네. 나면 확 신고하려고 했는데.”

신호가 바뀌었다. 천호성이 창밖으로 선우현을 돌아보며 외쳤다. 그러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난 스포츠카 타고 간다! 넌 오토바이나 타고 내 꽁무니나…. 으아악!”

천호성이 고개를 뒤로 돌린 시간은 잠깐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문제가 생겼다. 고개가 돌아가면서 몸도 돌아가고, 핸들도 자기도 모르게 돌아갔다.

게다가 그가 탄 차는 고출력의 스포츠카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차가 옆으로 빙글 돌았다.

“아아아악!”

선우현이 그걸 보며 말했다.

“저놈 운전 실력은 저 차를 몰기엔 많이 부족하네.”

문제는 또 생겼다. 한 바퀴 돌던 스포츠카가 옆 차선에서 출발하던 차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천호성의 차가 옆 차의 범퍼를 날려버렸다.

“아, 안돼!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앞쪽 범퍼가 날아간 차에서 젊은 여자가 내리며 뒷목을 잡았다.

“야! 운전 똑바로 해!”

천호성도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렸다. 그가 당황한 얼굴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죄송하면 인생이….”

천호성이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오빠아!”

“제가 다 물어드릴….”

여자가 급히 두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범퍼는 원래 부딪히면서 타는 거죠!”

“병원….”

“앗! 같이 가주시는 건가요?”

“그럼요!”

선우현이 그걸 보며 말했다.

“여자 쪽이 누나 같은데….”

선우현이 쩔쩔매는 천호성을 보고 오토바이를 출발시키려 했다.

문제가 생겼다.

천호성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직진 방향은 심각한 정체가 발생해 지나가기 어려워졌다.

그 정체가 해결되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다.

다른 방향에서 교차로를 가로지르려는 차들이 접촉사고 상황을 피하려고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새 교차로에 차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어? 천호성이다!”

“꺄악! 오빠!”

“도와드릴까요?”

운전자들이 천호성을 발견하면서 교차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아예 차에서 내리는 운전자도 있었다.

이제 천호성 때문에 교차로가 완전히 막혔다. 오토바이 한 대조차 지나갈 수 없었다.

선우현이 불평했다.

“역시 저놈은 도움이 안 돼. 아니, 방해만 돼.”

이미 전준형 부회장의 차는 사라졌다. 교차로 상황이 수습된 후에 미행하면 늦는다.

“수선아. 그쪽에 여유가 있으면 이쪽 좀 확인해야겠다. 전준형의 차를 찾아. 이 앞쪽 교차로에서 우회전했을 수도 있다.”

- 알겠습니다.

선우현이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천호성에게 걸어가 말했다.

“야. 차 빼. 너 때문에 교차로가 아예 막혔잖아.”

접촉사고를 당한 여자가 항의했다.

“이봐요. 누군데 우리 오빠한테 빼라 마라 하는 거죠?”

“어떻게 봐도 오빠는 아닐 텐데.”

천호성이 옆에서 응원했다.

“잘한다! 우리 편!”

“네?”

천호성이 그녀를 부추겼다.

“더 하세요. 더.”

그녀는 오히려 당황했다.

“혹시…. 아는 사이세요?”

천호성이 머뭇거렸다.

“예? 어, 그렇긴 한데….”

여자가 선우현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배우는 아닌 것 같은데, 가수인가요?”

선우현이 물었다.

“왜 내가 배우가 아니라고 단정 짓습니까?”

“어머. 배우예요?”

“아닙니다.”

“그럼 가수….”

“아니요.”

“뭐지? 이 사람?”

선우현이 천호성에게 말했다.

“차 빼라고. 너 때문에 교차로가 완전히 막힌 거 안 보이냐?”

“빼려고 했다!”

차가 워낙 많아서 차를 이동시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나가던 몇 사람이 들어와 수신호를 하며 도와주자 뺄 수는 있었다.

그런 후에야 교차로 정체가 풀렸다.

선우현이 오토바이에 타며 말했다.

“역시 저놈은 민폐야. 수선아. 전준형의 차는 어디로 갔냐?”

이미 전준형의 차가 선우현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 꽤 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원위성에 김수선이 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 전준형의 차가 사라졌습니다.

“응?”

- 그 차가 지나갈 만한 도로를 다 확인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수선아? 설마 놓쳤다는 거야?”

- 네.

“장하다. 김수선.”

- 더 일찍 저를 부르셨어야죠.

“천호성이 사고를 내서 좀 늦게 불렀어. 천호성 때문이야.”

- 외곽부터 도로를 확인하며 안쪽으로 들어왔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이 앞쪽 어딘가에 전준형의 목적지가 있다는 거네.”

- 그다음 교차로를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의 반원형 공간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그 지역 지상 주차장은?”

- 모두 훑어봤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겠지. 아니면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든가.”

- 어떻게 할까요?

“범위가 너무 넓어. 계속 미행하는 건 무리다. 어차피 전준형은 우리 메인 타깃도 아니었어. 넌 박재곤을 계속 추적해. 나도 그쪽으로 갈 테니까.”

원래 우선순위는 박재곤 의원이 더 높았다. 전준형 부회장은 덤이었다.

“박재곤이 누굴 만나는지라도 확인하자.”

- 알겠습니다. 그럼 전준형은 어떻게 할까요?

“도로에 차가 꽤 있으니까 건물에서 나와 그 구역을 빠져가는 데 몇 분은 걸리겠지. 틈날 때마다 훑어봐.”

- 알겠습니다.

이제 교차로는 뚫렸지만 바로 출발할 필요는 없어졌다.

선우현이 오토바이를 옆으로 움직여 천호성의 차 옆으로 이동했다.

“야. 너 때문에 내 일에 문제가 좀 생겼다.”

천호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래? 아싸아! 꼴 좋다!”

“꼴은 네가 더 좋지.”

“나? 내가 왜? 접촉사고를 당한 분께는 잘 말씀드렸는데.”

“우리 뒤에 차가 여러 대 서 있던 건 알지?”

“그거야 교차로 신호에 걸렸으니까 당연하지.”

“너는 무식해서 잘 모르겠지만 요즘 차는 블랙박스란 게 있거든?”

“어?”

“오늘 너 사고 내는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 너 아주 생쇼를 하다가 사고 냈잖아.”

“어? 어? 아, 안돼!”

천호성이 도로를 보았다. 뒤에 있던 차들은 이미 모두 그곳을 떠났다.

천호성이 항의했다.

“그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아싸아. 꼴 좋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네가 말한 그대로잖아.”

천호성이 부들부들 떨다가 급히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문제가 좀 생겼는데, 우리 회사에서 인터넷 영상 좀 막을 수 있나? 너튜브 같은 거.”

- 되겠냐? 무슨 사고를 쳤는데!

선우현이 전화하는 천호성을 그곳에 남겨두고 출발했다. 백미러에 천호성이 선우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게 보였다.

“내가 보기엔 저건 사람 되긴 글렀다.”

- 쑥과 마늘을 백일쯤 먹이면 혹시 모릅니다.

“박재곤의 위치까지 거리는?”

- 약 8km 떨어진 곳에서 이동 중입니다. 우회전하십시오.

◈          ◈          ◈

박재곤이 비서를 만나 화를 냈다.

“내가 전에 정 부장에게 그렇게 확실히 말을 했는데도 계속 청탁을 넣는단 말이야?”

“예. 저한테 자꾸 의원님께 말해보라고 압박합니다.”

“젠장. 덕구파 이 새끼들. 내가 좀 잘해주니까 기어오르네? 이래서 깡패 새끼들하고는 겸상을 하면 안 되는 건데.”

“어떻게 할까요? 정 부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룸?”

“예. VIP 룸으로 준비했다고….”

“내가 지금 거길 왜 가! 공원으로 오라고 해!”

◈          ◈          ◈

김수선이 보고했다.

- 선장님. 박재곤이 건물에서 나와 이동 중입니다.

선우현은 전준형을 추적하다 박재곤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는 중이다. 아직 그 건물에는 도착하지 못했다.

“계속 추적하면서 위치 안내해.”

- 알겠습니다.

◈          ◈          ◈

덕구파 정 부장이 한적한 공원에 먼저 도착해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박재곤 의원이 그곳에 나타났다. 그가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며 말했다.

“정 부장. 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이 부장을 안 빼줄 거라고.”

“예. 그건 알지만….”

“아는 사람이 왜 자꾸 말을 꺼내? 권총을 사람한테 난사하다 체포된 놈을 어떻게 빼주나!”

“하지만 이 부장이 아는 게 워낙 많아서….”

박재곤이 정 부장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이 새끼가!”

“큭!”

“내가 같이 술 먹고 밥 먹으니까 만만해졌냐? 전화 몇 통만 돌리면 너희 사업장 다 털어버릴 수 있어! 전부 길바닥에 나앉게 해줘?”

정 부장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죄송합니다.”

박재곤이 정 부장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말했다.

“죄송할 짓은 처음부터 하지 마! 그리고 이 부장 입은 확실히 다물게 해!”

박재곤이 정 부장의 뒤통수를 몇 대 때린 후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곳을 떠났다.

뒤에 남은 정 부장이 허리를 펴며 욕을 했다.

“저 개새끼가 받아 처먹기만 하고 정작 필요할 땐….”

그가 욕을 하다가 대기하고 있는 차에 탔다.

차가 출발한 후에 운전하는 부하가 말했다.

“형님. 박 의원이 너무 나대는데요? 혹시 장부를 가지고 계시면, 그걸 까서 박 의원을 확 보내버리시죠.”

정 부장이 짜증을 냈다.

“이 새끼가! 박 의원을 보내버리면, 저 새끼랑 얽혀 있는 다른 높은 놈들이 우리를 가만 놔둘 것 같아?”

“그래도 부장님 가오가 있는데….”

“국가 권력이 우리를 탈탈 털면 가오 따위로 막을 수 있겠냐?”

문제는 수사기관만이 아니다.

“그리고 조직이 탈탈 털리면 그동안 당한 놈들이 그 기회를 놓칠 것 같아? 틈이 보이면 쳐들어오겠지. 그럼 다 뒈지는 거야. 나도 뒈지고 너도 뒈져! 이 새끼야!”

부하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럼 이 부장님은….”

“시발. 제껴야 하나 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