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54화 (154/281)

154. 전시관 III

전호 전시관 관장 손은경이 물었다.

“그런데 권한은 가지고 교환 전시를 제안하는 건가요?”

“잠시만요.”

길성 전시관 직원이 옆으로 이동해 짧게 통화한 후에 돌아왔다.

“위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시겠대요. 돌아가서 보고를 제대로 해야 하지만요.”

“그럼 결과가 나온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그들은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전시관을 나왔다.

박서윤이 길성 전시관 직원에게 말했다.

“저는 따로 이동할게요.”

“네? 왜….”

“이분과 협의할 게 남아서요.”

“아. 그러시구나.”

직원이 선우현에게도 인사한 후에 먼저 떠났다.

셋만 남은 후에 박서윤이 선우현을 보며 물었다.

“혹시 또 누군가 위험에 빠진 건가요?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일인 거죠?”

“아마도?”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도움이 됐나요?”

선우현이 슬쩍 웃었다.

“물론이죠.”

박서윤은 방긋 웃었다.

“다행이다.”

“저녁때 토마토 스파게티 만들 건데 먹으러 옥상으로 올라올래요?”

“좋아요! 요리는 제가 할게요.”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실력으로 요리하는 건 좀 그렇죠. 박서윤이 그걸 알고 선수를 치네요.

“내가 요리해도 맛있어.”

- 그건 활력 토마토가 맛있는 거고요. 요리 좀 하는 사람이 하면 더 맛있을 겁니다.

“너는 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단정하냐?”

- 신나리가 감탄하고 비교하는 걸 봤으니까요.

“나리는 원래 오버가 심해.”

옆에서 강선정이 물었다.

“혹시 저도 한 입….”

“공무원이 그 귀한걸?”

“집에서 만드는 거라면서요. 파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면서요. 젓가락만 얹을게요.”

***

오늘은 신나리가 집에 없었다. 그래서 세 사람만 옥상에서 저녁을 먹었다.

박서윤이 옥상에서 활력 토마토를 사용해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1구 전기 인덕션이 유용하게 사용됐다.

강선정은 토마토 스파게티가 나오기도 전부터 침을 꼴깍 삼켰다.

“그 귀한 활력 토마토로 스파게티를 만드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기업 사장들도 이런 사치는 못 부릴 거야.”

박서윤이 물었다.

“양이 얼마나 되세요?”

“많이요! 배가 찢어질 때까지 먹고 싶어요.”

박서윤이 접시에 스파게티를 듬뿍 담았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강선정은 접시를 받은 후에 감탄했다.

“와…. 많이 담았는데도 진짜 예쁘게 담았다.”

그녀가 포크로 소스를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곧바로 눈이 동그래졌다.

“맛있어요! 대박! 나 이제 다른 스파게티는 못 먹을 것 같아요!”

선우현은 젓가락으로 스파게티를 먹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전호 전시관은 겉보기엔 멀쩡하더군요.”

강선정이 물었다.

“오늘 뭔가 알아내신 거 아녔어요?”

“겉보기엔 딱히.”

“이상하다. 촉이 왔는데….”

“전시관은 그런데, 거기 관장 말입니다.”

“손은경 관장이요?”

“웃는 게 어색하더군요.”

“네?”

“대여 유물의 교환 전시를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동의하는 느낌?”

“자기가 소유주인 관장인데 왜 그랬을까요?”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길성에서 전시품을 재대여하는 건 언제입니까?”

박서윤이 대답했다.

“실제 대여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협의는 회장님 결재가 떨어지는 즉시 시작해야죠.”

“박 회장님이 전시 물품도 결정합니까?”

“네. 길성 전시관의 작품들은 박 회장님 허락이 있어야 반출돼요.”

***

전호 전시관 관장 손은경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일정에 문제가 생겼어.”

외근을 나갔다 돌아온 박 실장이 물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들었습니다만?”

“오늘 길성 전시관에서 사람이 찾아왔어. 우리 전시품을 재대여하겠대.”

박 실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당연히 거절하셨지요?”

“못 했어. 그냥 진행하라고 했어.”

“아니,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손은경이 짜증을 냈다.

“대여해준 영국에 연락해서 재대여를 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막아? 명분이 없잖아.”

“그까짓 명분은….”

“명분 없이 거절하면, 전호 그룹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끄응. 전호에서는 빈틈 하나만 보여도 의심하고 조사하려고 들겠죠.”

“맞아. 그러면 뒷감당이 안 돼. 그래서 그때는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렇다고 지금…. 시간이 얼마나 있습니까?”

“몰라. 내일 당장 전문가가 실사를 나올지, 아니면 나중에 협약을 맺고 나서 확인할지.”

“내일 당장이라니…. 이미 가품으로 교체한 물건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돌려놓기 어려워?”

“가품으로 바꿔치기한 몇 개는 오늘 나가서 이미 넘겼습니다. 그걸 언제 어떻게 돌려받고 다시 제자리에 놓습니까?”

“방법이 정말 없어?”

“관장님.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그럴 시간 없어. 오늘 처리하자.”

“그러면 유물을 많이 남겨둬야 합니다.”

“할 수 없잖아. 남은 건 포기해.”

***

새벽 1시에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전호 전시관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선우현은 자려고 누웠다가 도로 일어났다.

“생각보다 일찍 움직였구나.”

- 오늘 움직일 줄은 모르셨습니까? 그런데도 저한테 살펴보라고 하셨네요?

“어? 응? 어…. 수선아. 아니야. 가끔 한 번은 들여다봐야 했어. 네 덕분에 놈들의 움직임을 안 놓친 거야. 그래서 뭐가 나왔어?

- 이 시간에 전시관에 차가 있습니다. 승합차입니다. 두 시간 전에 봤을 때는 없었습니다.

“새벽 1시에….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오늘 슬쩍 건드렸는데 바로 이러면 수상하지?”

- 얼른 이불 밖으로 나오셔서 이제부터는 선장님이 일하시죠?

“일어나고 있었어. 진짜야.”

***

선우현이 전호 전시관 근처에서 정보기관 내근직 요원 강선정을 만났다.

강선정은 집에서 자다가 불려 나왔다. 그런데도 검은색 특수전용 침투복을 입고 있었다. 야시경 같은 침투 장비도 챙겼다.

선우현이 물었다.

“그 옷과 장비는 소속 기관에서 쓰는 겁니까?”

“아뇨. 인터넷에서 샀어요. 제가 내근직이라.”

“아. 인터넷….”

그녀는 흥분한 상태였다.

“드디어 저도 현장을 뛰는군요.”

“내근직이라 현장 뛰면 징계라더니.”

“괜찮아요. 이미 징계받는 중이에요.”

“그러다 잘리면?”

“작전을 대성공하면, 그리고 언론에 제 신분을 안 들키면 안 잘려요. 그 정도 융통성은 있어요.”

“대성공?”

“그래서 꼭 대성공해야 해요. 성과 조금 난 거로는 혹시 모르니까요.”

선우현이 전시관을 보았다. 조명은 꺼져 있었다.

“그럼 들어갑시다.”

“네? CCTV는 어쩌고요?”

“자기들이 하려는 짓이 있는데 그걸 왜 켜놓습니까? 다 꺼놨을 겁니다.”

“만약 켜놨으면요?”

“녹화된 파일 지울 줄 알지요?”

“네? 아! 그럼요! 디지털 증거 없애는 거 잘해요.”

***

손은경 관장은 당황했다.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박 실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 두 명이 전시관에 숨어 있었을 줄은….”

“CCTV는?”

“일부러 꺼놨잖습니까? 그래서 침입하는 모습이 안 찍혔습니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

“앞에 잡아놨습니다.”

손은경이 장갑을 낀 채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젊은 남녀 두 명이 묶여 있었다.

“환장하겠네. 여기서 뭐 하고 있었대?”

“여기 문을 닫고 나면 휴게실에서 기념으로 하룻밤 보내려고 숨어 있었답니다.”

“자고 싶으면 호텔을 가!”

“어떻게 할까요?”

손은경이 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진짜 환장하겠네. 쟤들 우리가 하는 거 봤어?”

“아마 보긴 했을 겁니다. 뭘 하는지는 몰랐겠지만….”

“쟤들은 모를 수 있는데, 경찰에 넘기면 형사는 눈치챌 수 있잖아.”

“그렇죠.”

“그렇다고 그냥 풀어주면….”

“나중에 저것들이 신고하면 우리가 교도소에 갈 겁니다.”

“이런 상황은 계획에 없었는데….”

손은경이 망설이다가 물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포기는 불가능합니다. 선금을 받았으니까요. 물건 받아갈 사람들도 왔고요. 결정적으로, 이미 넘긴 몇 개는 어쩌시게요?”

손은경이 붙잡힌 두 사람을 보다가 말했다.

“박 실장. 우리 선택지가 뭐야?”

“하나밖에 없습니다. 쟤들에게 덮어씌워야죠.”

“역시 그 방법밖에 없구나.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몰래 숨어든 쟤들 잘못이야.”

“물론이죠.”

***

선우현과 강선정이 전호 전시관에 접근했다.

강선정이 물었다.

“내부 CCTV는 꺼놨어도, 외부는 켜놨을지도 모르잖아요.”

“없는 곳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곳이 어디인데요?”

선우현이 벽이 직각으로 꺾인 곳을 가리켰다. 높이가 5m는 되는 담장이었다.

“네? CCTV가 있는데요?”

담장 위에 CCTV가 한 대 설치되어 있었다.

“지금 CCTV는 저쪽을 보고 있으니까.”

선우현이 담장 밑으로 이동한 후에, 위로 점프하며 벽을 밟았다. 그런 후에 벽을 밀어 차며 다시 위로 뛰었다. 벽이 직각으로 꺾인 곳이라 반대편도 밟을 수 있었다. 선우현이 반대편 벽을 밟고 다시 점프했다.

그렇게 몇 번 가볍게 뛰어오르자 어느새 담장 꼭대기에 손이 닿았다.

선우현이 담장 위를 잡고 가볍게 몸을 올렸다. 그는 담장 위에서 CCTV에 접근해 동작 상태를 확인했다.

선우현이 아래쪽으로 보며 말했다.

“이것도 꺼져 있습니다. 올라와요.”

“네?”

“올라오라고요.”

“어떻게요?”

“시범 보여줬는데?”

강선정이 눈을 깜빡였다. 방금 선우현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기는 했다.

“그게 사람이 할 수 있는 동작이었어요?”

“정보기관에서 훈련 대충시키나?”

“그건 정보기관이 아니라 태릉에서나 시킬 훈련이잖아요.”

“씁. 어쩔 수 없지.”

선우현이 담장 위에서 줄을 늘어뜨렸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예비용 밧줄이었다. 줄은 가늘었지만 사람 한 명이 매달리는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담장 위에는 그 밧줄을 묶을 곳이 없었다.

선우현이 밧줄 한쪽을 잡은 후에 말했다.

“잡고 올라와요.”

강선정이 밧줄을 잡고 발을 벽에 댔다.

그런데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리는 힘을 주면 올라가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다리만 위로 올라가다가 몸이 뒤집힐 지경이 됐다.

“큰일 났어요. 뭔가 잘못됐어요.”

“사람이 잘못됐습니다.”

선우현이 한숨을 푹 쉰 후에 줄을 당겼다. 뒤집히려던 그녀의 몸이 다시 똑바로 섰다. 그녀가 다리를 움직여 몇 걸음 더 올라왔다. 몸이 다시 뒤집혔다.

“아. 이러면 되는구나.”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중입니다.”

선우현이 또 줄을 당겨 주었다. 그렇게 몇 번 했더니 강선정의 팔에 손이 닿았다.

선우현의 강선정의 팔을 잡고 위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조금 더 올라오다가 담장 위에 몸을 걸쳤다.

“휴우. 올라왔다.”

선우현이 말했다.

“정보기관에서는 정말 아무나 뽑나?”

“저 내근직이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밧줄까지 있는데 이거 하나 못 올라오나.”

“그래도 올라왔잖아요. 휴우. 힘들었다.”

“말은 바로 합시다. 내가 끌어 올려준 거지.”

한밤중이고 CCTV도 꺼져 있지만, 계속 담장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선우현이 담장에서 뛰어내리려다 멈칫했다.

“뛰어내릴 수 있겠습니까?”

“네? 이렇게 높은데요? 그러면 죽는 거 아녜요?”

“줄 잡아줄 테니까 잡고 내려가요.”

강선정이 다시 줄을 잡고 내려갔다. 선우현은 위에서 줄을 천천히 풀었다.

강선정이 내려간 후에, 선우현이 담장을 손으로 잡고 몸을 아래로 내렸다. 발끝과 바닥의 거리가 3m로 줄어들었다.

선우현이 손을 놓고 툭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할 때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강선정이 말했다.

“고양이인 줄.”

선우현이 밧줄을 둘둘 감았다.

강선정이 옆에서 말했다.

“그래도 제가 내려오는 건 잘했죠? 어머. 왜 눈으로 욕을 하고 그래요?”

“강선정 씨는 내려간 게 아니라 줄에 매달려 있었던 겁니다. 내가 내려 보내준 거지.”

“등산은 취미가 아니라서….”

“이건 운동신경 문제인데.”

강선정이 얼른 말을 돌렸다.

“이제 어디로 잠입하면 돼요?”

김수선이 보고했다.

- 전시관 반대쪽에서 움직임이 있습니다. 승합차도 그쪽에 있습니다.

“일부러 놈들이 없는 쪽으로 들어왔으니까, 중앙을 관통해서 반대쪽으로 이동합시다.”

“경보장치는요?”

“설마 CCTV만 껐을까. 경보장치도 다 꺼놨다는 데 한 표 던지죠.”

- 저는 백만스물두 표라도 던질 수 있습니다.

강선정이 궁금해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꼭 필요한 장치만 끄고 나머지는 켜놨을 수도 있잖아요.”

“그걸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보안 담당자가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가능하겠죠.”

“그것 봐요.”

“그런데 그랬으면 이쪽 담장의 외부 CCTV까지 꺼놨을 리가 없습니다.”

“아….”

“결정적으로.”

선우현이 전시관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보안장치는 도둑놈을 막으려고 켜놓는 건데.”

두 사람이 전시관에 들어가도 보안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안장치가 완전히 해제됐다는 건.”

선우현이 전시관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장과 그 일당이 바로 도둑놈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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