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47화 (147/281)

147. 투자자

최지석 감독은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이동하는 중간에 차를 한 번 갈아탔다.

새로운 장소에서 얼굴에 뒤집어씌운 봉투가 벗겨졌다. 이번에는 산자락 외진 곳에 있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었다.

우두머리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어이. 최지석이. 이 건물은 몇 년 전에 연수원인가 뭔가를 짓다가 버려진 곳이야. 그래서 여기는 아무도 안 와.”

최지석은 계속 끌려다니면서 겁에 질렸다.

“저,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궁금해? 그럼 알려줘야지.”

“어? 어? 아, 아닙니다. 안 궁금합니다!”

남자가 담배 연기를 뿜었다.

“네가 돌려준 투자금. 그 돈에 문제가 있다는 걸 누가 너한테 알려줬는지만 말해. 그러면 너는 오늘 산다.”

“그건….”

“알려준 놈이 네 마누라라도 되냐? 왜 남의 일에 목숨을 걸어? 아니면 실감이 안 나서 말이 안 나오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내 방식으로 하는 수밖에.”

우두머리가 지시했다.

“약 가져와.”

부하가 만년필 케이스를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주사기가 하나 들어 있었다. 주사기에는 약이 채워져 있었다.

“이게 뭔지 알아? 아주 효과가 빠른 마약이지.”

“그, 그걸 왜….”

“이걸 맞으면 말이 많아지거든. 거짓말도 많이 하고 지어낸 말도 많이 해. 그렇게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진짜가 섞인단 말이야.”

우두머리가 주사기를 꺼내며 말했다.

“우리 애들이 네가 말한 모든 이름을 다 조사할 거야. 그중에 한 놈이 내가 찾는 놈일 테니까. 물론 그러는 동안 너는 뇌가 맛이 간 마약중독자가 되겠지.”

“히익!”

“어차피 누군지 찾아낼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이름을 말하면 이 주사는 놓지 않아. 그게 너한테 이익….”

선우현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야. 거기까지 해라.”

사람들이 뒤를 휙 돌아보았다. 선우현이 공사장에 걸어들어왔다.

김수선이 물었다.

- 일단 두고 보신다더니요?

“몇 대 때리는 정도일 줄 알고 구경했는데, 마약 주사기는 선 넘었지.”

- 그런 그렇습니다. 제 노래 뮤비를 앞으로도 찍으려면 최 감독은 몸도 머리도 멀쩡해야죠.

“엠투 CF가 아니고?”

- 덤으로 엠투 CF도 찍고요.

우두머리가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누구냐?”

선우현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건 납치한 패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너부터 정체를 까든가.”

“최지석에게 사람이 붙어 있었나?”

“최 감독에게는 시킬 일이 있어서.”

“혹시 네놈이냐? 그 돈의 출처를 아는 놈이?”

“어. 나야.”

선우현은 오늘 처음 투자금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가 어디인지는 당연히 모른다.

우두머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확인해보면 알겠지.”

그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끌고 와서 꿇려라.”

그의 부하는 다섯 명이 있었다. 그들이 선우현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다. 바닥에는 쓰레기와 함께 폐자재가 굴러다녔다.

선우현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각목 하나를 발로 툭 찼다. 각목이 위로 솟아올랐다. 그 각목을 손으로 잡았다.

“패기 딱 좋은 크기네.”

그가 각목을 든 걸 보고 부하들은 칼을 꺼냈다. 셋은 잭나이프인데 둘은 회칼이었다.

“회칼을 횟집 밖에서 쓰는 거 보면, 조폭인가?

- 양아치일 수는 있어도 일반인은 아니겠지요.

우두머리가 선우현에게 말했다.

“반항하면 죽인다. 그냥 잡혀라.”

“아. 반항이라는 게 그러니까.”

선우현이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회칼을 든 놈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는 손에 든 각목을 앞으로 쭉 뻗었다.

상대는 정면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각목이 적의 목을 푹 찔렀다.

“켁!”

적이 칼을 놓치며 고꾸라졌다.

선우현이 앞으로 내민 각목을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푹 찔렀다. 두 번째 놈이 당황한 얼굴로 칼을 들었지만 각목이 더 빨랐다.

그놈도 목을 맞고 고꾸라졌다.

선우현이 말했다.

“반항은 너희들이 해야지.”

우두머리는 당황했다.

“어?”

칼잡이 둘이 순식간에 당했다.

“어떻게….”

선우현이 남은 세 놈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세 놈이 황급히 잭나이프를 휘둘렀다.

닿지 않았다. 각목이 더 길었다.

선우현이 걸어가며 각목으로 상대의 목을 푹푹 찔렀다. 때리지 않고 찌른 건, 각목이 폐자재라 옆으로 치면 부러질 것 같아서였다.

세 놈도 목을 얻어맞고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이제 우두머리만 남았다.

선우현이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야. 반항은 언제 할 거냐?”

우두머리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이런 건 계산에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나도 어쩔 수 없다. 끝을 보는 수밖에.”

“궁금하네. 네 끝이 뭔지.”

우두머리가 갑자기 마약 주사기를 자기 팔에 푹 꽂았다.

선우현은 조금 당황했다.

“뭐지? 미친놈인가?”

우두머리가 주사를 놓으며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크.”

“바보가 되는 약인가 보다.”

우두머리가 갑자기 허리 뒤에서 권총을 뽑았다.

“이건 다 너 때문이다.”

선우현이 그걸 보고 불평했다.

“또 나만 총이 없어.”

- 그냥 그러려니 하십쇼.

우두머리가 선우현을 권총으로 겨누며 말했다.

“나는 이제 뒤가 없다.”

“그래 보인다.”

“살고 싶으면 말해! 그 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아는지가 아니라, 누구 돈인지를 아는지가 궁금하겠지. 그걸 알아내려고 최 감독을 잡아다가 괴롭혔으니까.”

우두머리가 권총을 겨눈 채로 요구했다.

“그것도 말해라. 그러면 너는 오늘 산다.”

선우현이 대답했다.

“회장님.”

“뭐?”

“아니구나. 그럼 의원님인가?”

“이 새끼….”

“어? 너 지금 움찔했다. 정답이네.”

“너 뭘 알고 있는 거냐?”

“음….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데? 약을 맞아서 입이 싸졌나? 그럼 사장님은 어때?”

우두머리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

“너, 죽어야겠다.”

“지사님이나 시장님, 도박장, 기타 등등까지는 안 해도 되겠다. 사장님과 의원님의 반응이 이렇게 좋잖아.”

우두머리가 손가락을 방아쇠에 건 상태로 말했다.

“이 새끼. 몸에 총알이 박힌 후에도 그렇게 잘 떠드나 보자.”

선우현이 우두머리의 뒤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야. 너 뒤에 조심해.”

“내가 그런 말에 속….”

갑자기 최지석 감독이 뒤에서 우두머리를 덮쳐 오른팔을 붙잡고 위로 확 올렸다. 권총이 발사됐다. 총탄은 하늘로 날아갔다.

선우현이 우두머리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뒤 조심하라고 했잖아. 최 감독이 뒤에 있는데 앞에 있는 나만 신경 쓰면 되겠냐?”

“일부러 내 시선을 끌었구나!”

우두머리가 최지석을 뿌리쳤다. 하지만 총을 다시 내리기도 전에 선우현이 우두머리의 오른팔을 잡았다.

“그건 아니고.”

그가 총을 쥔 쪽 손목을 뚝 부러뜨렸다.

“끄아악!”

오른손에 쥐고 있던 권총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선우현이 권총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 회전 약실을 옆으로 젖혔다. 탄피 하나와 총알 다섯 발이 아래로 투두둑 떨어졌다.

선우현이 권총을 옆으로 툭 던진 후에 우두머리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사장이랑 의원 이름만 말하면 되겠네?”

최지석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는 권총이 바닥에 떨어지고 적의 팔이 부러진 채로 제압된 걸 보고 환성을 질렀다.

“살았다!”

선우현이 우두머리의 멱살을 흔들며 물었다.

“야. 이름.”

최지석이 뒤에서 외쳤다.

“그래! 이름! 나도 어떤 놈이 시켰는지 이름 좀 들어보자!”

우두머리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약을 써서 하나도 안 아프다!”

“그렇긴 하겠네.”

“나를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내가 당하면 넌 죽는다! 이쯤에서 물러나야 넘어가 줄 수 있….”

“내가 안 넘어갈 거라서.”

선우현이 우두머리를 옆으로 집어 던졌다. 우두머리가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케엑!”

우두머리는 꿈틀거리다 기절했다.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누가 시켰는지 알아보려면, 기절시키지 않고 팼어야 했을 텐데요?

“그건 알 만한 사람이 있으니까 만나서 물어보면 돼.”

최지석은 당황했다.

“어? 어? 이름을 들어야 하는데, 왜 안 듣고 그냥….”

“저놈은 이름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비밀을 지켜야 뒤를 봐주는 놈이 구해줄 테니까요.”

“뒤라면….”

“경찰 수사에 손을 쓸 수 있다고 했으니까, 빽이 좋은 놈이겠죠.”

“그래도 패다 보면….”

“마약 때문에 적당히 패는 거로는 안 통할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패면 경찰이 왔을 때 내가 곤란해져서.”

“아! 그렇겠군요.”

최지석이 정신을 차리고 선우현을 향해 머리를 꾸벅 숙였다.

“고맙습니다. 이 신세는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우면 엠투 CF 하나만 찍어주죠?”

“당연히 그래야…. 예? 엠투요? 엠투를 어떻게 아시고….”

선우현이 마스크를 슬쩍 내렸다.

“최 감독님. 나 누군지 몰라본 겁니까?”

“헉! 선우현 씨? 아니, 여기는 어떻게….”

“아까 남미연 씨가 전화를 걸었을 때 살려달라고 했잖습니까? 그때 남미연 씨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아. 그러면 그 누님이랑 그런 사이가….”

“괜히 구해줬나?”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아시고 오셨습니까?”

“전화 받자마자 움직였다가 흔적을 찾았습니다. 운이 좋았죠.”

최지석은 추적 방법까지 물어볼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그냥 감탄만 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추적 능력도 대단하신데, 방금 싸우실 때도…. 혹시 검도로 메달이라도 따셨습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난 이제 갈 테니까, 경찰에 신고부터 해요. 경찰이 오면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구해줬다고 하고요.”

“예? 아니, 왜 비밀로 하십니까? 잘못하신 게 없는데요?”

선우현이 적들을 가리켰다. 여섯 명이 쓰러져 있었다. 특히 우두머리는 손목이 부러져 있었다.

“이거 다 처리하려면 귀찮습니다. 그냥 알아서 적당히 넘어가게 그렇게 합시다.”

최지석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이 비밀은 절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남미연 씨는 알아도 됩니다. 이제 만나러 갈 거니까.”

“역시 그 누님이랑 선우현 씨가….”

“진짜 괜히 구해줬나?”

“아닙니다!”

***

선우현이 그곳을 나온 후에 오토바이에 타며 물었다.

“수선아. 남미연 씨 현재 위치는?”

- 최지석의 집 근처 카페에 있습니다.

“위치 계속 확인해.”

***

남미연은 카페에서 다리를 떨었다.

“변호사한테 연락해야 하나? 누구한테 부탁해야 최 감독을 빨리 찾지?”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얼른 번호를 확인했다. 발신자 이름이 ‘최지석 감독’이었다. 그의 휴대폰은 납치범들이 가지고 있었다.

남미연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 누님.

최지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남미연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걱정했잖아!”

카페에 손님들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지금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상태다. 그래도 사람들이 시선이 집중되면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그녀가 얼른 목소리를 줄였다.

“왜 그렇게 전화를 끊어? 놀랐잖아.”

- 고맙습니다.

“다시 이런 장난 치면 뒈진다? 너 때문에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

- 장난 아닙니다.

“어?”

- 저 납치됐었습니다.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살아는 있어?”

- 그러니까 전화했죠.

“그럼 몸값을 요구하는 거야? 최 감독 돈 없잖아. 아! 나한테 돈 빌리려는 거구나? 얼마 부르는데? 요구하는 걸 다 줄 순 없어. 협상을….”

- 누님. 저 지금은 구출됐습니다. 지금 경찰분들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휴우. 다행이다. 그거 다 내 덕분인 줄 알아. 내가 신고를 빨리해서 경찰이 찾아간 거야.”

- 신고는 제가 했는데요. 여기로 와 달라고.

“으응? 방금 나한테 고맙다며?”

- 그거야 납치된 저를 선우현 씨가 구해줬으니까 그러죠. 같이 있으셨다면서요.

“잠깐만. 거기 어디인데?”

- 경기도에 있는 산입니다.

“어? 나랑 있던 사람이 어떻게 거기에 있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카페 손님 중 한 명이 다가왔다.

“저기, 혹시 남미연 씨?”

“네?”

“맞죠? 지금 무슨 상황인 거예요? 몸값은 뭐고 살아있냐는 말은 또 뭔데요?”

남미연은 당황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버벅댔다.

“그, 그게….”

선우현이 사이에 쓱 끼어들었다.

“지금 촬영 중인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우리 배우님이 대본에 적힌 그대로 카페에서 전화 받는 장면을 연습하는 중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누구….”

“매니저입니다.”

선우현이 남미연에게 말했다.

“배우님. 연습 끝나셨으면 가시죠.”

남미연은 당황했다.

“지금 경기도에 있어야….”

“가시죠.”

“으, 응.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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