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37화 (137/281)

137. 클리어

선우현은 권총이 하나뿐인데 적은 둘이다. 반자동 권총은 방아쇠를 한 번 당기면 총알도 한 발만 나간다.

세 명이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선우현의 손가락이 제일 빨랐다. 이렇게 거리가 짧으면 총탄이 발사되자마자 목적지에 도달한다.

왼쪽 놈도 방아쇠를 당겼지만, 공이가 약실 속 탄약을 치기 직전에 선우현의 9mm 총탄이 먼저 적의 권총을 때렸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권총이 손에서 튕겨 나갔다. 그 권총도 발사는 됐지만 총탄은 위로 날아가 천장의 형광등을 관통했다.

형광등이 터지며 유리 파편이 바닥에 쏟아졌다.

오른쪽 놈도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선우현은 왼쪽 놈을 제자리에 서서 쏜 게 아니다. 쏘면서 옆으로 움직였다. 적의 총탄이 방패 대신 앞에 세워놓은 놈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선우현이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적도 방아쇠를 다시 당겼지만 선우현의 손가락이 훨씬 더 빨랐다.

두 번째 총탄도 적의 손에서 권총을 정확히 날려버렸다.

“악!”

박동죽을 겨누던 두 놈도 선우현을 쏘기 위해 몸을 뒤로 돌렸다.

선우현이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 슬라이드가 자동권총처럼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고 탄피가 연달아 튀어나갔다.

두 놈이 제대로 조준하기도 전에 총탄이 손에 쥔 권총을 날려버렸다. 둘 다 손이 부러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끄악!”

적이 모두 무장해제됐다. 넷 다 오른손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몸을 조금씩 움츠렸다.

선우현이 방패 대신 세워놓은 기절한 놈을 앞으로 밀었다. 기절한 놈이 바닥에 엎어졌다.

선우현이 총구를 위로 세우고 바람을 훅 불어 연기를 날렸다.

“후우. 역시 난 칼보다 총을 더 잘 쏜다니까.”

- 선장님? 다 죽인 건 아니죠?

“경찰에 넘겨야 하니까 안 죽였어. 권총만 정확히 쏴서 튕겨 냈다.”

- 잘하셨습니다.

경찰에 넘겨야 하는 사건은 적을 잡을 때 선을 지켜야 한다. 총으로 적의 몸에 구멍을 숭숭 내놓으면 최종훈이 변호사와 출동해도 상황을 수습하기 어렵다.

총격전은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사채업자 박동죽은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겁을 집어먹고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 선우현이 이기는 걸 보고 마음을 탁 놓았다. 어깨도 쭉 폈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적의 적이니까 나랑 한통속이 될 수 있겠지!’

박동죽이 얼른 책상 위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내가 저 새끼들에게 권총을 겨누면서 두들겨 패면….’

소음기를 통과하면서 좀 작아진 총소리가 났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6연발 권총이 총탄에 맞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옆으로 튕겨 날아갔다.

박동죽은 손을 책상을 향한 뻗은 채로 딱딱하게 굳었다.

“헉!”

그가 조심스럽게 선우현을 돌아보았다. 선우현이 물었다.

“너 뭐 하냐?”

“아니, 저기….”

“그 총으로 나 쏘려고 했지?”

“아닙니다! 도와드리려고 했습니다!”

“닥치고 원위치.”

“예!”

박동죽은 조금 전보다 더 긴장했다.

‘복면 쓴 새끼들은 그래도 다짜고짜 총을 쏘진 않았는데, 마스크 쓴 저 새끼는 막 쏴 갈기네? 그럼 저 새끼가 더 위험하잖아!’

위장회사 사장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당할 줄이야.”

그는 1 대 4의 권총 전투에서 2팀이 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 결과는 2팀의 전멸이었다.

사장이 물었다.

“원하는 게 뭐냐?”

선우현이 앞으로 걸어가 사장을 발로 걷어찼다. 사장이 뒤로 날아가 책상에 처박혔다.

“컥!”

“넌 질문하지 마라니까.”

사장이 처박힐 때 나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책상에서 쇳소리가 났다.

“방탄 책상이냐?”

2팀 요원 네 명은 권총이 손에서 튕겨 나갔을 뿐 총에 직접 맞은 건 아니다. 선우현이 사장 쪽으로 걸어가자 저절로 2팀장이 선우현이 등 뒤쪽에 위치하게 됐다.

2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른손은 총에 맞은 충격으로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왼손은 아직 멀쩡했다.

2팀장이 왼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 손에 2연발 소형 권총의 손잡이가 잡혔다.

그가 그 권총을 천천히 뽑았다.

‘등을 쏘면 죽일 수 있….’

갑자기 선우현의 옆구리에서 빛이 번뜩였다. 뒤로 쏜 총탄이 2팀장의 어깨를 뚫었다.

“으아악!”

소형 권총도 바닥에 떨어졌다.

선우현이 돌아서며 말했다.

“유리 장식장에 비친 것만 보고 쐈더니 좀 빗나갔네. 야. 내가 네 총만 쏘려고 했던 거 알지?”

“끄으으….”

“아는구나.”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사람을 총으로 쏜 사건을 현지 협력자 최종훈이 수습할 수 있을까요?

“그치? 이것까지는 안 되겠지?”

선우현이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그냥 이놈들을 다 쏴버리면 내가 했다는 건 아무도 모를 텐데.”

- 불까지 지르면 더 확실하게 증거를 없앨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세 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박동죽은 아예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아닙니다! 저도 저놈들한테 당했습니다!”

“너는 뭐 그냥 흔한 사채업자겠지만, 다 봤잖아.”

“저는 눈뜬장님입니다!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아니야. 넌 다 봤…. 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흘리는 신음이었다.

선우현이 오른쪽을 보았다. 문이 하나 있었다.

그가 문을 열었다.

안에는 온몸이 묶이고 멍이 잔뜩 든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 사람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왜 여기에 사람이 갇혀 있는지는 뻔했다.

“사채로 부족해서 납치 폭행까지?”

- 현장에 민간인이 있군요.

그가 박동죽을 향해 돌아섰다.

“역시 너는 산소가 아깝다.”

“히익!”

2팀 세 놈 중 하나가 갑자기 문을 향해 뛰었다.

선우현이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던졌다. 의자가 문을 빠져나가려던 놈의 뒤통수를 때렸다.

“케엑!”

선우현이 다른 두 놈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한 놈이 단검을 뽑았다.

늦었다. 그 단검을 휘둘러보기도 전에 선우현의 주먹이 적의 턱을 돌려버렸다.

마지막 한 놈은 싸울 의지를 잃었다. 그가 손을 들었다.

“나는 항복….”

선우현이 그놈을 걷어찼다.

“케엑!”

맞은 놈이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이미 잡혀 있는 놈이 항복을 어떻게 해? 그러면 체포된 후에 자수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사장은 책상에 처박힐 때 기절했다. 이제 사채업자 사무실에 침입한 놈 중에 깨어있는 건 2팀장밖에 없다.

“야. 너희들 어디서 왔냐?”

“말할 수 없다.”

“기대도 안 했다.

선우현이 2팀장의 머리를 권총 손잡이로 후려쳤다. 2팀장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며 뒤로 자빠졌다.

선우현이 박동죽을 돌아보았다.

“저 방에 갇혀 있던 사람은 뭐냐?”

사채업자 박동죽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차, 착하게 살 테니까 살려….”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선우현이 박동죽을 걷어찼다.

“케엑!”

박동죽이 바닥에 자빠졌다.

“너는 좀 더 맞자.”

“아악!”

“아이쿠! 발이 미끄러졌네!”

사타구니를 밟힌 박동죽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선우현이 박동죽을 제대로 걷어찼다.

사채업자 박동죽이 뒤로 날아가 위장회사 사장 옆에 처박혔다.

이제 남은 건 박동죽의 부하밖에 없다. 부하가 창백한 얼굴로 다급히 외쳤다.

“협조하겠습니다! 장부! 장부가 있습니다!”

“어디에?”

“서랍에 있습니다! 전에 술을 마시다가 권총이랑 장부가 같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저 책상은 금고처럼 튼튼한 데다가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열리는 서랍이 있습니다!”

“어쩐지 책상에서 쇳소리가 나더라니.”

박동죽은 이미 그 서랍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래서 서랍은 열려 있었다.

“무슨 장부인데?”

“저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당연히 뇌물 장부….”

“나한테 필요 없는 거네.”

“예?”

“다른 건 뭐 있냐?”

- 역시 현금이 최고죠.

“없…”

선우현이 사채 부하의 턱을 돌렸다.

“켁!”

“하다못해 금괴라도 있어야지 말이야.”

이제 사채 사무실에는 서 있는 놈이 없었다. 바깥 사무실에 있던 세 놈은 2팀이 전멸시켰다. 2팀은 선우현이 날려버렸다.

선우현이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도 이제 총이 생겼는데.”

이걸 가져가면 뒤처리가 어려워진다.

선우현이 그 권총을 박동죽의 손에 쥐여준 후에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이러면 깔끔하네.”

- 어디가 깔끔한데요? 총 한 자루 쥐여줬다고 해서 선장님이 다 저질렀다는 걸 경찰이 모를 리 있습니까?

“바깥쪽 사무실에 있던 놈들은 내가 한 거 아니야. 저놈들이 했어.”

- 안쪽은요?

“나 마스크 썼다. 장갑도 꼈어. 비니 써서 머리카락도 안 흘렸다고.”

- 그거로 되겠습니까?

“좀 부족하지?”

- 현지 협력자 최종훈이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최 사장님은 우리 건물 쪽 사건만 맡기고, 여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지.”

- 현지 협력자는 한 명입니다만?

선우현이 그곳을 벗어나 좀 이동한 후에 광수대 형사 안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삼겹살 얻어먹은 값을 하시죠?”

안성준이 반박했다.

- 그때 삼겹살은 제가 샀습니다만?

“아. 그렇지. 그럼 삼겹살 먹은 값으로 신고 하나 할 테니까 실적이나 챙기시죠.”

- 무슨 상황입니까?

“주소 알려줄 테니까, 가보면 압니다. 서랍에 있는 장부 잘 확인하시고요. 나는 안 열어봤습니다.”

- 장부요? 혹시 이름이 많이 적혀 있는 그런 장부입니까?

“안 열어봤다니까요. 아. 그리고 난 그냥 익명의 정보원인 겁니다. 그러려고 112가 아니라 안 형사팀한테 전화한 거니까요.”

- 일단 알겠습니다. 선우현 씨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제 선에서 수습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선우현은 박동죽의 사채 사무실의 주소를 불러주었다.

- 지금 가겠습니다.

“주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거기도 시간 나면 들러보시죠. 거기엔 지금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고요.”

그는 외국 첩보국의 위장회사 위치도 알려주었다. 그런 후에 전화를 끊었다.

김수선이 걱정했다.

- 안성준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놔두면 어차피 내가 의심받잖아. 최종훈 사장님은 이거 절대로 수습 못 할 테고.”

- 그야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도움이 되는지라도 확인해야지. 그 장부가 언론에 공개되면 경찰도 좋을 게 없으니 알아서 잘 수습하겠지.”

***

선우현이 집에 가는 길에 최종훈을 만났다. 최종훈은 옥탑방 건물에 침입한 놈들을 경찰에 넘기고 상황도 어느 정도 수습한 후에 찾아왔다.

선우현이 오늘 사건이 왜 일어난 건지 설명했다.

최종훈은 환호했다.

“그러면 옥상의 활토와 R 크림을 노린 놈들을 싹 다 잡으신 거군요! 어? 그게 다가 아닌가? 혹시 그놈들이 소형 금속 부품 제조 기술도….”

“그거야 특허를 낸 데다가 어려운 기술도 아니니까 아닐 겁니다. 활토나 R 크림을 노렸겠죠. 둘 중에 뭘 노린 건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어차피 경찰에 넘어갔으니까 제가 인맥을 움직여서 잘 알아보겠습니다. 선우현 씨는 건물이 침입당한 피해자…. 음…. 어쨌든 피해자 물어볼 명분이 있잖습니까?”

***

선우현이 최종훈과 헤어져 옥탑방 건물로 돌아가며 말했다.

“수선아. 봐라. 깔끔하게 정리됐지?”

- 어디가 깔끔하다는 겁니까? 총은 쏘지 말았어야죠.

“그놈들이 다 총을 들고 있었다니까? 조금 위험했어.”

- 만약 안성준이 수습하지 못해서 다른 형사들이 선장님을 찾아오면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너무 위험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십시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하려고.”

***

형사 안성준은 선우현이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대부업 사무실인가?”

겉으로는 특이한 점은 없었다.

그는 2층 사무실에 들어간 후에 표정이 굳었다.

그곳에 세 명이 쓰러져 있었다.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일하던 박동죽의 부하들이었다.

문제는 그 안쪽이었다. 안쪽에 사무실이 하나 더 있었다.

“지원을 불러야 하나….”

여기는 선우현이 알려준 장소다.

“설마 날 함정에 빠뜨리려는 건 아니겠지.”

안성준이 일단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다.

“헉!”

그곳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일곱 놈이 쓰러져 있었다. 벽에 처박힌 놈도 있고 책상에 처박힌 놈도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은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바닥에는 여기저기에 권총이 흩어져 있었다.

“총상?”

그가 고개를 위로 들었다.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박살이 나 있었다. 그 사이로 총알구멍이 보였다.

“여기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안성준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두목의 사무실에는 작은 방이 하나 딸려 있는데, 그곳에는 밧줄로 몸이 묶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납치 폭행 피해자까지….”

안성준이 다시 사무실 바닥을 보았다.

총이 많았다. 소음기까지 달린 반자동 권총이 다섯 정, 2연발 소형 권총이 하나, 6연발 리볼버가 하나였다.

“권총은 글록에 소음기까지 달렸는데….”

리볼버는 외국 선원을 통해 밀수로 구했을 법한 싸구려 권총이었다.

“권총의 수준 차이가 이렇게 나면, 리볼버는 사채업자 쪽의 무기일 텐데.”

사채업자 박동죽의 손에는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서로 쏜 건가?”

그가 박동죽의 책상 서랍을 확인했다. 열려 있는 서랍에 장부가 있었다.

“세상에 공짜 뇌물이 어디 있다고…. 여기 적힌 이름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다.”

안성준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걸 나 혼자 어떻게 수습하냐고. 최소한 우리 팀은 나서야 한다고.”

그는 저번에 선우현을 굳이 찾아가 만났다.

“그날 삼겹살 사주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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