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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36화 (136/281)

136. 임파서블 미션 III

“그나저나.”

한국 정보기관 과장이 턱을 긁으면서 고민했다.

“그 새끼들은 왜 갑자기 단체로 움직이는 거지?”

“목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회식하러 가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도 있….”

“강선정이 장님이냐? 회식하는 분위기가 아니니까 보고했겠지. 다시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요원이 강선정에게 질문했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확인했습니다. 놀러 가는 분위기는 절대로 아니라고 합니다.”

“근거는?”

“감이 왔답니다.”

“근거가 없다는 거네?”

다른 요원이 물었다.

“과장님. 어떻게 할까요? 강선정 요원에게 현장을 계속 맡길까요.”

“안되지. 지금 징계 중인데.”

“그럼 철수시킬까요?”

“음….”

과장이 머리를 긁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곧 현장 요원을 지원 보낼 테니까 그때까지만 조심해서 관찰하라고 해.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빠지고.”

“알겠습니다.”

“근데 걔는 내근직이면서 왜 자꾸 현장을 기웃거려? 괜히 깝치다가 또 사고 치면 잘라버린다고 확실히 전달해.”

***

외국 정보국의 위장회사 사장에게 2팀장이 보고했다.

“꼬리가 붙었습니다.”

사장의 표정은 이미 좋지 않았다.

“확실해?”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의심이 갑니다.”

“우리가 노출됐을까?”

“알 수 없습니다.”

사장이 룸미러를 슬쩍 본 후에 말했다.

“잡아서 정체를 확인해.”

2팀장이 반대했다.

“만약 저 꼬리가 한국 요원이라면, 붙잡는 순간 우리 정체를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러면 위장 거점이 날아갑니다. 뒷감당 못 합니다.”

사장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이미 1팀이 체포됐다. 지금 한국 요원이 붙었다면 이미 우리까지 노출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때는 1팀은 포기하고 한국에서 즉시 철수한다. 그러니까 잡아서 확인해.”

“알겠습니다.”

***

김수선이 보고했다.

- 선장님. 차량 세 대 중에서 선두 차량이 대열에서 이탈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동시 추적은 어렵겠지?”

- 계속 번갈아 관측하면 가능은 한데, 그러면 관측 카메라의 구동계에 안 좋습니다. 그럴 가치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탈한 차량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너는 본대가 어디로 옮기는지 계속 확인해.”

- 알겠습니다.

***

위장회사의 차는 세 대였다. 강선정은 제일 뒤에서 움직이는 차를 계속 미행했다.

그녀가 쫓아가던 차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미행을 눈치채겠네.”

강선정은 차의 속도를 늦추며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확인했다. 갈림길이 하나 있었다.

“여기서 빠져서 출구 쪽으로 직행해야겠다.”

그녀가 갈림길에서 미행하던 차와 다른 길로 빠져나가며 말했다.

“저 새끼들이 사고 치러 가는 거면, 너네 잡고 난 징계 철회다. 잘하면 나도 현장에서 뛸 수 있….”

갑자기 그녀의 소형 승용차를 대형 SUV가 옆에서 들이받았다. 조금 전에 대열에서 이탈한 선두 차량이었다.

“꺅!”

그녀의 차가 옆으로 휙 돌아가 벽에 처박혔다. 에어백이 터져 얼굴을 때렸다.

“코 아파….”

충돌 충격으로 시동이 꺼졌다. 보닛에서는 수증기가 나왔다.

갑자기 나타나 들이받고 지나간 SUV가 가까운 거리에 섰다. 그 차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그들이 강선정의 차로 걸어왔다.

강선정이 시동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저 새끼들은 골목에서 왜 차를 저따위로 몰아?”

강선정이 일단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충격을 받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뒤늦게 의심이 들었다.

‘사고 충격이 내가 인지하는 것보다 컸나? 나 지금 판단은 제대로 하고 있나? 충격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닌가?’

차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다가오던 두 명 중 하나가 손도끼를 꺼냈다. 그녀가 그 도끼를 보며 상황을 깨달았다.

“어머. 씨발. 사고가 아니구나.”

내근직에 징계 중인 그녀가 권총을 가지고 다닐 리 없다.

그녀가 힘이 빠진 손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팔걸이를 열었다. 다른 물건 사이에 드라이버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녀가 드라이버를 잡았다. 조금도 든든하지 않았다.

“이걸로 도끼 든 놈을 어떻게 상대….”

손도끼를 들고 다가오던 놈이 갑자기 옆으로 휙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케에엑!”

“어?”

그녀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선우현이 내질렀던 다리를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놈은 선우현이 언제 나타났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동료가 옆으로 날아간 뒤에야 선우현을 발견했다.

그놈이 생각했다.

‘순간이동?’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선우현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놈이 급히 손을 허리 뒤로 넣었다.

무기를 뽑는 속도보다 선우현의 발이 더 빨랐다.

발차기가 적의 배에 푹 꽂혔다.

“케에엑!”

걷어차인 놈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강선정의 차 엔진룸 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미 벽에 충돌할 때 찌그러진 보닛이 한 번 더 찌그러졌다.

선우현이 그녀의 차로 다가가 물었다.

“괜찮습니까?”

“네?”

강선정이 눈을 깜빡였다. 선우현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어두운 데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적의 적은 말만 잘하면 아군!’

“네! 저는 괜찮아요! 문 좀 열어주세요. 안에서는 안 열려서요.”

“내가 바빠서.”

“네?”

“문은 119에 연락해요.”

선우현이 두 놈을 쓱 보았다. 둘 다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빨리 불러야겠네.”

선우현은 강선정이 멀쩡한지만 확인한 후에 사라졌다.

강선정은 당황했다.

“뭐, 뭐야. 우리 쪽 사람은 아닌가 본데, 설마 지나가던 사람이야?”

그녀가 스마트폰을 찾았다.

“내 폰은 또 어디 갔어?”

스마트폰은 차 안쪽 어딘가로 날아가서 보이지도 않았다. 차는 시동이 꺼져서 핸즈프리 기능도 쓸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 기절한 두 놈이 보였다. 지금은 기절한 상태이지만 언제 깨어날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 전에 아군이 도착해야 한다.

그녀가 운전석에 갇힌 채로 불평했다.

“지원 보내준다며! 언제 오는데!”

***

동죽파는 사채업으로 시작해 돈의 힘으로 규모를 키운 조직이다.

두목 박동죽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그 회사는 건설사 간판은 걸었지만 실제로 건물을 짓지는 않았다. 대신에 다른 회사의 건축이나 재개발 관련 이권에 개입해 돈을 벌었다.

동죽파가 운영하는 술집도 있었다. 평범한 술집이 아니라 노래방 기계를 갖다놓고 여자들이 손님을 접대하는 술집이었다.

회사와 술집은 다른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박동죽은 사채 사무실에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채로 말했다.

“재개발 경기가 살아나야 내가 돈을 벌 텐데, 정부는 뭐하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이 새끼가. 회장님이라니까.”

“죄송합니다. 입에 붙어서 그렇습니다. 회장님.”

박동죽이 이를 쑤시며 물었다.

“돈 안 갚는 년들 있지?”

“안 갚는 손님이 많이 있어야 우리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중에서 반반한 애들 사진 좀 가져와 봐. 하나 골라서 이자나 좀 탕감해주면서 데리고 놀….”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박동죽이 책상에서 다리를 내리며 인상을 썼다.

“뭐야?”

“제가 확인하겠….”

박동죽의 방은 사채 사무실의 안쪽에 있다. 그 문이 벌컥 열렸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다섯 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 첩보조직 2팀이었다.

박동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습격이냐? 밖에 있던 놈들은?”

“혀, 형님. 애들이 다 당한 것 같습니다.”

“이 새끼야. 회장님이라니까.”

박동죽이 의자에 앉은 채로 2팀을 향해 화를 냈다.

“이 새끼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감히!”

위장회사 사장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알지. 박동죽. 사채업자. 오래전부터 너를 보고 있었다.”

“알면서 감히 이런 짓을 해? 누가 보냈냐? 덕구파냐?”

“그런 건 알 거 없다.”

“아니야? 그런데도 무사할 줄 알아? 나 박동죽이야! 내 밑에 애들이 몇 명인지 알아?”

“네가 죽으면 모래알처럼 흩어질 양아치 놈들 말이냐?”

“이 새끼가. 내가 이건 안 꺼내려고 했는데.”

박동죽은 이미 조금 전부터 서랍의 비밀번호 방식 잠금장치를 손가락으로 몰래 누르고 있었다.

잠금장치가 소리 없이 풀렸다.

‘됐다!’

박동죽이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6연발 리볼버 권총이 들어 있었다.

박동죽이 고개를 숙여 권총을 잡은 후에 그걸 꺼내며 일어섰다.

“너희 여섯 새끼들. 한 새끼당 한 발씩 대가리에 총알을….”

이미 2팀 다섯 명이 권총을 뽑아 박동죽을 겨누고 있었다. 모두 반자동 권총에 소음기까지 끼워진 상태였다.

박동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 어….”

서로 총을 겨누는 상태였어도 한 발 쏘면 다섯 발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상대편 총구 다섯 개는 이미 조준까지 마쳤다. 이러면 쏴볼 기회조차 없다.

박동죽이 권총을 살그머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권총에 소음기라니…. 혹시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신지?”

위장회사 사장이 턱짓을 했다.

박동죽이 권총은 책상 위에 놔두고 얼른 옆으로 움직였다.

2팀 다섯 명 중 하나는 문밖으로 나가 바깥을 감시했다. 나머지 넷은 권총을 아래로 내렸다.

사장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박동죽. 네가 가진 건설사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을 빼내는 거 잘한다며?”

창백하던 박동죽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를 죽이러 온 건 아닌가 보다!’

“예! 저희가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까 애들이 잡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변호사를 잘 쓰고 기름칠도 잘하면 빼낼 수 있습니다.”

“사람 몇 명 빼줘야겠다. 오늘 체포됐다.”

박동죽이 2팀의 권총을 보며 말했다.

“혹시 살인이라면 저희도 쉽지는 않….”

“넷이서 건물에 강도질하러 들어갔다가 붙잡혔다.”

“혹시 총을….”

“칼만 들었지.”

박동죽이 손을 비볐다.

“그 정도면 제가 확실히 빼내겠습니다. 그런 거 많이 해봐서 잘합니다.”

위장회사 사장은 1팀을 빼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1팀은 박동죽의 조직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빼내야 해. 그래야 우리가 노출되지 않아. 아. 뇌물을 쓰면 합법은 아닌가?’

그는 어차피 한국 법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장이 경고했다.

“박동죽. 배신하면 너랑 저놈은 총 맞아 죽는다.”

“아이고. 그럴 리가요.”

“대신에 일만 잘하면 수수료는 충분히 내지.”

“감사합니다요. 저기, 그런데….”

박동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느 기관에서 오셨는지….”

선우현이 뒤에서 말했다.

“나도 궁금하다. 너희들 어디서 왔냐?”

2팀 네 명 중 두 명이 뒤로 휙 돌아섰다. 그들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문을 겨누었다.

나머지 두 명은 박동죽과 그의 부하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박동죽은 기겁하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문밖을 지키던 놈은 기절한 채로 선우현에게 붙잡혀 있었다. 선우현은 그놈을 방패처럼 앞에 세웠다.

선우현의 위치는 언제든지 문 너머 벽 뒤로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장이 소파에서 일어나 돌아서며 물었다.

“너 누구냐?”

“빚 갚으러 왔다.”

“사채업자한테?”

“아니. 너희들한테.”

사장의 표정이 굳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당연히 미행이지. 뻔한 걸 왜 묻냐?”

사장은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이곳으로 올 때 꼬리가 붙었다.

“미행은 알고 있었다. 잡아서 확인하라고 했더니, 그 녀석들이 거꾸로 당했나 보군.”

“내가 좀 치거든.”

- 선장님. 제가 옥탑방 건물을 감시하던 놈을 미행해서 여기까지 추적했는데요?

“이놈들한테 진짜 상황을 알려줄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말이야.”

선우현이 여기 모인 놈들의 손과 박동죽의 책상을 보며 작게 말했다.

“수선아. 이놈들도 다 총이 있다. 나만 총이 없어.”

- 이젠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십쇼.

“아니네. 이제 나도 총이 있네. 방금 잡은 놈 총이 내 손에 있거든.”

그는 문앞을 지키던 놈을 잡을 때 권총도 빼앗았다. 그 권총에도 소음기가 달려 있었다.

- 선장님? 쏘시게요?

사장이 물었다.

“혼자 왔나?”

“역시 너도 그거 물어보는구나. 이런 놈들은 어떻게 국적을 가리지 않고 물어보는 게 다 똑같냐?”

사장의 표정이 굳었다. ‘국적’이라는 말이 걸렸다.

“어디까지 알고 있지?”

“넌 질문하지 마라.”

선우현은 이들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걸 억양을 듣고 눈치챘다.

그런데 외국 정보국의 스파이인 사장은 그의 말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미 부하 몇 명이 당했기 때문에 대충 넘겨들을 수가 없었다.

사장이 2팀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제압해. 피해는 무시한다.”

피해를 무시하라는 건, 선우현에게 붙잡혀 있는 놈이 총에 맞는 상황을 감수하라는 뜻이다.

선우현이 말했다.

“야. 이번엔 나도 총 있다.”

“쏴!”

외국 정보국 2팀 요원 두 명과 선우현이 상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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