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29화 (129/281)

129. 2차 생산

기획사 사장 박대석이 은하소녀의 대기실로 돌아왔다.

“흐흐흐.”

그가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보고 오민하가 물었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박대석이 자랑했다.

“너튜브에 공개된 김수선 씨의 고대 민요 다섯 곡. 우리 회사에서 정식으로 내기로 했다.”

“어머! 잘됐다. 외삼촌이 그거 많이 탐냈잖아요.”

“그게 다가 아니야. 요즘 스타일의 신곡도 디지털 싱글로 내기로 했어.”

“와아. 잘됐…. 어? 누구 곡으로요? 설마 외삼촌은 아니죠?”

“선우현 씨.”

그 이름을 듣자마자 은하소녀 멤버가 전부 다가왔다. 다들 구하니의 신곡 작곡가가 선우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오민하가 대표로 물었다.

“혹시 그 오빠가 우리한테도 곡 주신대요?”

“그건 아직 안 물어봤….”

“그걸 물어봤어야죠!”

“그런 건 독촉하는 느낌 주면 안 돼. 기다려봐. 이번 노래까지 잘 되면 내가 부탁해볼…. 응? 잠깐만. 너희는 내가 확실히 챙긴다니까?”

“에이. 외삼촌은 회사 경영이 바쁘시니까 조금 쉬어도 괜찮잖아요.”

“아니야. 난 지금도 괜찮….”

“외삼촌의 곡보다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열심히 해볼게요. 그러니까 이번엔 한 타임 쉬세요. 꼭 쉬세요.”

***

선우현이 경기도에 있는 인적이 드문 산에 도착했다.

어제 김수선이 레드 포션과 식물용 급속성장촉진제를 강하 캡슐에 담아 지원위성에서 지상으로 투하했다.

그 캡슐은 지구 여러 국가의 감시 시스템에 걸리지 않으려고 하루 동안 천천히 하강해 지상에 내려왔다.

“수선아. 강하 캡슐의 낙하 오차가 너무 큰 거 아니냐?”

- 강하 캡슐의 착륙 정밀도를 높이려면 자원을 많이 소모해야 합니다만? 그냥 선장님이 지상에 넘쳐나는 자원을 써서 이동하십쇼.

“그래. 넌 아껴 써야지. 나는 펑펑 써야겠다.”

강하 캡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김수선이 알려주는 대로 산을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됐다.

- 어? 선장님. 거기! 산….

“산삼!”

- 아니네요. 잘못 봤습니다.

“수선아. 솔직히 말해봐. 착각한 거 아니지? 나 놀린 거지?”

- 선빵은 선장님이 치셨습니다.

“이젠 아니라고도 안 하는구나.”

선우현은 김수선이 알려주는 위치로 이동했다.

“여기 있었네.”

강하 캡슐은 24시간 동안 천천히 대기권을 낙하해 떨어졌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지도 않았고 산불의 위험도 없었다.

선우현이 캡슐을 열었다. 식물 급속성장촉진제 원액과 레드 포션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포션 주입기는 선우현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걸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포션 본체만 넣으면 강하 캡슐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둘 다 안 깨지고 잘 도착했다.”

선우현이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사장님이 가져가신 R 크림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 하나도 없습니다. 영업용이나 직원 사기 진작용으로 썼는데, 달라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요. 선우현 씨에게 남은 게 있으면 좀 얻어볼까 했는데요.

“남은 게 있긴 한데요.”

- 아! 제가 지금 옥탑방 옥상으로 갈까요?

“어차피 2차 생산을 할 예정이라.”

- 헉! 그럼 혹시 레드 포션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공장부터 확보하고 R 크림을 생산해야겠습니다.”

- 지난번 그 공장에 당장 연락해 생산 스케줄을 잡겠습니다.

R 크림은 그 공장에서 만들면 되지만, 크림 용기와 패키지는 외부에서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1차 생산 때 그 일을 담당한 사람은 디자이너 채연서였다.

선우현이 이번에는 채연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연서가 전화를 받자마자 우는소리를 했다.

- 선우현 씨. R 크림이 똑 떨어졌어요. 나 한 개만 더 주면 안 돼요?

“여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요?”

- 애들한테 다 빼앗겼어요. 하나만 더 줘요. 네?

“그럽시다. 어차피 곧 2차 생산을 할 거니까.”

- 앗! 진짜요?

“R 크림 포장 패키지를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이야기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 제가 지금 갈게요! 어디 계세요?

“굳이 올 필요는 없는데.”

- 패키지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줬거든요? 보여드려야죠!

“지금은 밖인데 곧 돌아갈 겁니다. 옥상에서 봅시다.”

***

선우현이 레드 포션과 급속성장촉진제를 가지고 옥탑방 옥상으로 돌아왔다.

엠투는 옥상에 엎드려 있었다.

“너 일 안 하냐? 나는 일하고 왔는데 너는 왜 노냐?”

“멍?”

“개소리 발생장치 상태가 좋아졌네. 멍 소리를 내도 입에서 스파크도 안 튀고.”

김수선이 말했다.

- 단순 개소리 정도는 자가 수리기능으로 개선이 가능한 상태였나 봅니다. 아마 손상된 부분을 그동안 먹인 금으로 대체했을 겁니다.

“엠투의 내부 상태 진단은 어렵겠지?”

- 여기 있는 진단장치를 보내주면 저는 선체 장비 진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동계 정도는 진단 안 해도 알아서 수리되겠지.”

잠시 후에 채연서가 도착했다. 그녀가 박스를 들고 옥상에 들어왔다.

“휴우. 힘들다.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제일 문제라니까.”

그녀가 상자를 평상 위에 올려다 놓고 의자에 앉으려다가 엠투를 발견했다.

“어머! 멍멍이다! 갑자기 개가 어디서 생겼어요? 얻었어요?”

“옛날에 키우던 녀석을 데려온 겁니다.”

“그렇구나. 쓰다듬어도 돼요?”

“사람을 물지는 않으니까 그러든지요.”

채연서가 엠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는 진짜 그림이랑 똑같이 생겼네.”

“똑같다니요?”

“르네상스나 그 이후 시대의 유럽 작품에 얘하고 똑같이 생긴 개가 그려진 경우가 가끔 있거든요.”

“그렇군요.”

“물론 각자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그린 그림이니까, 생긴 것만 똑같은 다른 개지만요.”

김수선이 말했다.

- 그런 그림에 나오는 개는 거의 다 엠투일 겁니다. 엠투의 지상 활동 기간은 꽤 기니까요.

채연서가 엠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되게 흔하게 생긴 개구나?”

“멍?”

“너 이름이 뭐니?”

선우현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엠투.”

“이름이 특이하네요?”

“일이나 합시다. 뭘 보여준다고요?”

채연서가 상자에서 디자인 샘플을 꺼내 평상 위에 올려놓았다.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줘봤어요. 용기를 만들 때 쓰는 금형은 그대로 두고, 색과 무늬만 살짝 바꿨죠.”

옥상 문의 벨이 울렸다. 밖에서 배우 남미연의 목소리도 들렸다.

“나예요. 선우현 씨. 안에 있으면 문 좀 열어주죠?”

선우현이 리모컨으로 옥상 문의 도어락 잠금을 해제했다.

남미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여기 비번 좀 알려주면 안 돼요?”

“당연히 안됩니다. 그런데 진짜로 찾아왔네요?”

“우리 흰둥이 보러 오겠다고 했잖아요.”

채연서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남미연 씨! 팬이에요!”

“고마워요. 그런데 누구? 혹시….”

남미연이 선우현과 채연서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선우현 씨 여친?”

“디자이너 채연서예요. 선우현 씨하고 일 하나 같이 하고 있어요.”

“어머어. 그러시구나.”

“멍!”

남미연이 활작 웃으며 두 팔을 쫙 벌렸다.

“흰둥아!”

엠투가 남미연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손상된 구동계가 좀 수리돼서 이제 걷는 것 정도는 잘했다.

남미연이 바닥에 앉아 두 손으로 엠투를 꼭 껴안았다.

“나 보고 싶었지?”

“헥헥!”

“너 많이 건강해진 거 같아서 진짜 다행이다.”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그동안 저 녀석이 골드바를 몇 개를 먹었는데, 당연히 상태가 좋아져야지.”

- 엠투는 이제 헥헥거리는 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개소리 기능은 거의 다 수리된 것 같습니다.

“저놈은 그것부터 수리했나 보더라. 짖고 싶었나 봐.”

남미연이 엠투를 쓰다듬으며 선우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우현 씨. 우리 흰둥이한테 잘해준 거 맞죠? 병원도 데려가고, 맛있는 것도 주고, 운동도….”

그녀의 눈에 평상 위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머?”

평상 위에는 채연서가 가져온 디자인 샘플들이 놓여 있었다.

“R 크림?”

그런데 그녀가 받은 R 크림과는 패키지 디자인이 약간 달랐다.

남미연이 일어났다.

“뭐죠? 혹시 짝퉁 써요?”

채연서가 정색하고 설명했다.

“어머. 짝퉁이라니요. R 크림의 디자인을 살짝 손보는 거 의논하던 중이에요.”

남미연은 채연서가 방금 디자이너라고 자기를 소개한 게 생각났다.

“아! 혹시 R 크림 패키지를 디자인한 분?”

“네. 그게 바로 저랍니다.”

“그런데 그걸 왜 여기서 공개….”

방금 들은 말이 하나 더 생각났다.

“일 하나 같이 하고 있다는 게 혹시 R 크림 이야기였어요?”

“그렇죠.”

“아니, 그걸 왜 선우현 씨하고….”

그녀의 눈에 옥상 화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토마토들이 보였다.

그녀는 활토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활토가 왜 화분에 막 열려 있어요? 활토는 저렇게 막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던데….”

남미연은 혼란스러웠다. 이곳에 R 크림도 있고 활토도 있다.

“뭐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동굴 같은 이 옥상은?”

그녀는 활토와 R 크림이 같은 곳에서 개발됐다는 말을 예전에 들었다. 선우현이 R 크림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설마, 선우현 씨가 개발자 본인이라서 R 크림이 넉넉하게 있는 거…는 아니죠?”

“어머. 모르셨어요?”

채연서가 선우현을 돌아보았다.

“옥상 문을 그냥 열어주길래 상황을 아는 분인 줄 알았는데.”

“엠투를 만나러 오다 보면 결국 알게 될 일이라서.”

남미연이 다급히 물었다.

“그럼 진짜예요?”

선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답으로 충분했다.

남미연이 따졌다.

“왜 그렇다고 말을 안 해줬는데요!”

“안 물어봤으니까?”

그녀가 화분을 가리켰다.

“그럼 혹시 활력 토마토도 개발한 거예요?”

“그냥 조금 키우는 겁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남미연이 우아한 동작으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손님이 왔는데 토마토 주스 한 잔만 줘요. 캠핑장에서 수현이한테 줬던 그거요.”

“맡겨놓은 듯이 말하네.”

“어머어. 나 지금 부탁하는 거예요.”

선우현이 피식 웃으며 토마토를 하나 따서 믹서기로 갈아 컵에 담아주었다.

그녀가 컵을 두 손으로 받아 홀짝 마셨다. 마시기 전까지는 약간의 의심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맛을 보고 나니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

“꺄아. 진짜야. 짝퉁 활토가 아니야.”

그녀가 토마토 주스를 홀짝이다가 엠투를 보았다. 엠투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개밥그릇이 보였다.

그녀가 그곳에 활토를 조금 따라주었다.

“흰둥아. 너도 먹어봐. 이거 맛있어. 몸에도 좋아.”

엠투가 다가와 활토가 담긴 그릇이 할짝댔다.

김수선이 말했다.

- 엠투가 활력 토마토 주스를 먹어도 될까요?

“엠투는 금도 씹어먹는데 상관없겠지.”

- 엠투에 내장된 소형 에너지 전환장치가 추가 효과가 생긴 활토를 처리할 수 있을까요? 고장 난다든지….

“아!”

남미연이 물었다.

“왜 그래요?”

“배탈 날 수도 있으니까 그만 먹여요. 개가 먹어도 되는 건지는 확인 안 해 봤으니까.”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데요?”

“초콜릿이나 양파 같은 건 사람은 괜찮은데 개한테 안 좋잖아요.”

“아. 맞다. 조심해야겠다.”

남미연이 다시 의자에 앉아 토마토 주스를 홀짝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디자인은 왜 변경하려는 거예요?”

채연서가 대답했다.

“R 크림을 곧 다시 만든다는데, 저도 뭔가 하는 게 있어야 새로 나온 거 살 때 미안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디자인을 조금 개선했어요.”

남미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R 크림이 새로 나와요? 선우현 씨. 진짜예요?”

선우현이 대답했다.

“재료가 오늘 준비돼서요.”

“그거 내가 다 살게요! 나한테 다 팔아요!”

“거절합니다.”

“아. 하긴. 그건 무리죠. 그럼 백 개만?”

“은하 백화점 통해서 사요. 거기서 한 명에게 백 개나 팔아줄 것 같지는 않지만.”

“선우현 씨도 나랑 직거래하면 더 남잖아요.”

“은하에서 따로 떼는 건 비용 조금 외에는 없어서, 직거래해도 딱히 차이가 나는 느낌은 아닙니다.”

“아…. 하긴. 은하에서 R 크림을 다른 상품처럼 수익을 나누지는 못하겠네요. 다들 이거 구하려고 얼마나 난리인데. 선우현 씨가 웃돈 안 받은 게 이상할 정도네요.”

“가격은 고정가라서.”

남미연이 툴툴댔다.

“하지만 난 은하에서는 한 개밖에 못 사잖아요.”

“음…. 그럼 내가 몇 개 챙겨줄게요.”

“고마워요!”

“그런데 남미연 씨가 오늘 여기서 본 걸 소문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지요?”

“유명해지나요? 연예인들이 연락 많이 오나요? 그럼 좋잖아요!”

“난 귀찮아지는 게 싫습니다. 다른 연예인들이 나를 귀찮게 하면 앞으로 R 크림도 없고, 엠투도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아요.”

남미연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입 다물게요. 이런 비밀 정보를 공유하면 내가 쓸 것도 모자라지는데 왜 떠들고 다니겠어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입술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흰둥아. 너도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마.”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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