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19화 (119/281)

119. 구출

산업스파이 조직 보스가 당황한 얼굴로 선우현을 보며 말했다.

“한국 경찰?”

“이놈들 외국에서 왔나 본데?”

러시아에도 동양인이 산다. 보스가 러시아어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경찰은 아니다. 셋은 포위하고, 너는 인질들을 잡아.”

세 놈이 선우현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였다. 다른 하나는 그 틈에 채연서에게 가려고 했다.

선우현도 러시아어로 말했다.

“다 들린다. 이놈들아.”

“어? 한국인이 러시아어를 할 줄 알아?”

보스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누가 보냈냐?”

“내가 할 질문을 왜 네가 하지?”

“젠장. 쳐라!”

인질을 향해 가려던 놈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 칼을 꺼냈다. 이번에도 잭나이프가 아니라 전투용 단검이었다.

선우현이 전진했다. 한 놈이 그의 앞을 막으며 칼을 휘둘렀다.

선우현이 그 팔을 붙잡아 그대로 꺾어버렸다.

“으아악!”

다른 놈이 갑자기 인질을 향해 뛰었다.

선우현이 방금 팔을 꺾은 놈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아 그놈을 향해 날렸다.

단검이 화살처럼 날아가 뛰던 놈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으아악!”

그놈이 앞으로 엎어졌다. 손에 쥔 칼이 바닥에 떨어져 채연서 쪽으로 굴러갔다.

선우현이 잡고 있던 놈의 턱을 후려친 후에 옆으로 버리며 채연서에게 말했다.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니까 눈 감아요.”

“이, 이미 다 봤는데요?”

“아. 미리 경고해줄걸. 나 부드러운 남자인데 오해하겠네.”

“오해 안 해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요.”

그녀가 의자에 묶인 채로 앞쪽을 향해 눈짓했다. 그쪽에는 허벅지에 칼을 맞고 엎어진 놈이 있었다.

“저렇게 칼에 맞는 건 처음 봤지만요.”

보스가 짧게 명령했다.

“나를 커버해!”

한 놈은 기절했고 다른 놈은 다리에 칼을 맞아 바닥에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남은 두 놈이 보스의 옆으로 후퇴했다. 둘 다 칼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보스가 허리에서 단검을 뽑았다. 세 놈이 동시에 자세를 낮추고 칼을 앞으로 내민 채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셋 다 자세가 똑같았다.

보스가 러시아어로 말했다.

“한국 경찰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왔냐?”

“네가 그동안 쌓은 원한을 생각해봐.”

보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의심 가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 어려웠다.

선우현은 칼을 맞고 엎어져 있는 놈에게 걸어갔다. 그놈이 저항하려고 허벅지의 칼을 손으로 잡았다.

선우현이 말했다.

“너 그거 뽑으면 과다출혈로 죽어. 그래도 괜찮으면 뽑든가.”

엎어진 놈이 망설였다.

“이놈들은 독기가 없네. 농담인데 그걸 믿냐?”

선우현이 적의 턱을 툭 걷어찼다.

“켁!”

그가 보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동안은 편하게 일했나 보다? 작전 뛸 때마다 옆에서 몇 명씩 죽어 나가는 꼴은 당해본 적이 없나 봐?”

“너 특수부대 출신이냐? 어느 부대냐?”

“너는 질문하지 마라.”

그가 보스의 손을 보았다. 전투용 단검을 들고 있었다.

“너 왜 총이 없냐?”

지금까지 때려잡은 조직 중 일부는 두목이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총을 구할 수 없는 놈은 개조 권총이라도 꺼냈었다. 모형 권총을 꺼낸 놈도 있었다.

그놈들은 모두 선우현에게 걸려 박살 났다.

보스가 큰소리쳤다.

“너쯤은 이 칼로 충분하다!”

“총을 가지고 공항을 통과하기 어려워서 그랬나? 최근에 들어왔나 보다?”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어. 너 좀 약해 보여.”

보스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다급히 제안했다.

“제, 젠장. 협상하자!”

“누가 시켰는지 말하게?”

“그럼 보내줄 거냐?”

“아니.”

“그럼 내가 말할 이유가….”

“대신에 팔다리를 분지르지는 않겠지.”

“누가 시켰는지는 모른다. 대신에 뭘 알아내라는 건지는 들었다. R 크림 제작자의 정체를 알아내는 의뢰였다.”

“그건 내가 아는 정보잖아. 네가 연서 씨를 시켜서 나한테 R 크림 제작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으니까. 그건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어.”

“그, 그건….”

“이러라고 시킨 놈은 누구냐?”

“그건 나도 모른단 말이다!”

“협상 결렬이네.”

선우현이 앞으로 툭 튀어나갔다.

보스가 뒤로 휙 물러나며 단검을 휘둘러 앞을 방어했다.

선우현이 몸을 뒤로 슬쩍 젖혀 칼날을 피했다. 그런 후에 앞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며 다른 발을 내질렀다.

앞차기가 보스의 배에 깊게 파고들었다.

“꾸에엑!”

보스은 몸이 앞으로 접히며 뒤로 날아갔다.

양옆에 있던 두 놈은 보스가 당하는 틈에 공격했다. 그들의 생각은 같았다.

‘칼을 몸에 꽂으면 내가 이겨!’

‘한 방만 제대로 베면 승산이….’

선우현의 상체가 휙 낮아졌다. 몸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다리가 옆으로 원을 그렸다. 그의 회전 돌려차기가 오른쪽에서 덤벼들던 놈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꺾어버렸다.

“케에엑!”

적은 허리가 옆으로 접히며 날아갔다.

마지막 놈이 선우현을 칼로 찍었다. 하지만 칼날은 허공만 베었다.

선우현은 이미 적의 옆구리를 걷어찬 반동을 이용해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이동한 후였다.

선우현이 채연서에게 말했다.

“연서 씨. 이건 다 이놈들이 칼을 휘두르니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반격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네?”

“지금 저놈 칼을 못 피했으면 내가 죽었습니다.”

“그, 그래 보이지는 않….”

선우현이 마지막 적의 다리를 걷어차며 외쳤다.

“아이고 무서워라!”

적은 다리 한 방으로는 기절하지 않았다. 그는 옆으로 넘어지는 놈의 허리를 다시 걷어찼다.

“끄아악!”

“너무 무서워서 두 대나 찼네!”

이제 서 있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선우현이 채연서에게 다가갔다.

“나 진짜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거 봤지요?”

“네? 도대체 어디가 위험….”

“경찰이 물어보면 그렇게 말하라고요.”

채연서도 이제야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아! 네! 진짜 겨우 이기시는 거 제가 다 봤어요!”

선우현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 채연서를 묶은 끈을 잘랐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내가 있을 때는 안 죽습니다.”

선우현이 최민영에게 다가갔다.

최민영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눈꺼풀이 움직이는 눈동자 때문에 살짝 흔들렸다.

“꿈을 꾸나 보다.”

- 선장님. 위험 등급으로 설정해야 하는 상태입니까?

“그 정도로 위험해 보이진 않는데….”

선우현이 최민영의 손을 묶고 있는 끈을 잘랐다. 그런 후에 그녀의 몸을 흔들었다.

“최민영 씨. 그만 자고 일어….”

최민영이 갑자기 눈을 뜨며 선우현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휙 뻗었다.

선우현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손톱이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선우현이 그녀의 팔을 내리며 말했다.

“일어나요. 많이 잤으니까.”

최민영의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선우현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선우현 씨? 우리 집에는 왜…. 어머! 제 손목은 왜 잡고 계신 건지….”

그녀의 눈에 공업사 천장이 보였다.

“낯선 천장이다. 어? 여기는 어디….”

“본인이 누구인지는 알지요?”

“그럼요.”

“본인 이름은요?”

“최민영이요.”

“민영 씨 오빠 이름은?”

“우리 오빠는 최종훈인데요?”

선우현이 최민영의 손목을 놓으며 일어났다.

“푹 잤습니까?”

그녀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아뇨.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요.”

채연서가 옆에서 말했다.

“저놈들이 우리 술에 무슨 약을 탔대요.”

“경찰에 가면 혈액검사 받아봐요. 수면제면 괜찮지만 다른 약일 수도 있으니까.”

“네? 네!”

선우현이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사장님.”

최종훈이 상황부터 설명했다.

- 이 카페에는 근처 지구대 경찰이 먼저 오셨습니다. 형사들도 곧 도착할 겁니다. 제가 전화 쫙 돌렸고, 변호사도 오고 있습니다.

“여기도 정리됐습니다.”

- 네? 거기….

최종훈이 급하게 물었다.

- 우리 민영이요? 괜찮습니까? 어디 다친 곳은요!

“안 다쳤습니다. 긁힌 곳도 없습니다.”

- 제가 당장 가겠습니다!

“형사와 같이 오세요. 여기서 다섯 놈을 더 잡았으니까. 변호사도 이쪽으로 오라고 하고요.”

최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기…. 혹시 몇 놈이나 죽….

“안 죽였다니까요.”

- 잘 참으셨습니다!

선우현이 전화를 끊고 나서 말했다.

“내가 막 죽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라니까 믿지를 않네.”

채연서가 물었다.

“저 철문을 열어도 될까요?”

“지금 열면 지나가는 사람이 여기 상황 보고 놀랍니다. 경찰이 올 때까지 놔둬요.”

잠시 후에 경찰이 그곳에 도착했다. 경찰이 밖에서 물었다.

“경찰입니다! 안에 계십니까?”

최종훈도 말했다.

“저 최종훈입니다! 이분들 경찰 맞습니다!”

“이제 열어줘요.”

채연서가 철문을 열었다. 안쪽으로 불빛이 들어왔다.

형사들이 안으로 진입하려다가 멈칫했다.

다섯 명이 구겨져 있었다. 바닥에는 단검이 굴러다녔다. 그중 하나는 다리에 단검이 꽂혀 있었다.

“이, 이건….”

선우현은 공업사 안쪽에 서 있었다. 그가 형사들에게 말했다.

“그놈들 안 죽었습니다.”

최종훈은 이미 선우현이 여자 두 명을 구하기 위해 적의 소굴로 찾아갔다는 말을 형사들에게 했다.

형사들은 원래는 선우현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런데 현장에 와 보니 걱정해야 할 쪽은 선우현이 아니다.

“저기, 선생님이 이렇게 만든 겁니까?”

선우현이 대답했다.

“저놈들이 칼을 들고 덤벼서, 어쩔 수 없이 싸운 겁니다.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예?”

형사가 다시 공업사 내부를 모았다. 무서워서 저지른 짓이라고 보기엔 결과가 너무 일방적이었다. 게다가 맞은 놈들은 모두 심하게 다쳤다.

형사팀장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일단 서로 가셔야겠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러니….”

“수갑이요?”

팀장은 수갑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다. 선우현이 도주하려 하면 제압하기 어려워 보여서였다.

팀장이 최종훈을 돌아보았다.

최종훈이 말했다.

“그분의 신분은 제가 보장합니다. 저 JHC 테크 사장입니다.”

이미 윗선의 전화도 몇 통이나 받았다. 범인들은 철저히 수사하되 피해자에게는 괜한 짓을 하지 말라는 전화였다.

형사팀장이 선우현에게 말했다.

“피의자도 아닌데 수갑이라니요. 그러면 저희가 욕먹습니다. 그냥 저희 차로 경찰서까지 같이 가시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려주셔야 하니까요.”

***

선우현은 경찰서로 이동했다.

채연서와 최민영은 확실한 피해자다. 두 사람은 병원부터 가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선우현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선우현은 의자에 앉았다.

형사팀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면 주변에 듣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곤란할까 봐 일부러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형사가 물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좋죠.”

선우현이 커피를 마시는 사이에 막내 형사가 신원조회 서류를 가져왔다.

“형님. 이거.”

“어. 땡큐.”

“저기, 그런데요….”

“왜?”

“아닙니다. 보시면 알아요.”

막내 형사가 나간 후에 형사가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쟤가 왜 저래? 뭐 이상한 거라도…. 어?”

형사가 당황한 얼굴로 서류를 보고 선우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 후에 다시 서류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시네요?”

선우현이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주변 사람이 자꾸 위험한 일에 휘말리더라고요. 이거 달달하니 좋네요. 나도 이 브랜드로 한 박스 사다 놔야지.”

“선생님께서는 방송국 촬영팀이 해안에서 습격당했을 때도 활약하셨고, 그 후에도….”

“주변 사람들이 위험한데 혼자 도망칠 수는 없잖습니까?”

“도망이 아니라 다 박살을 내셨다고 나오는데요.”

“살살 한 겁니다. 살살.”

“그래서 오늘도 그 두 분을 직접 구출하셨나 봅니다. 아니, 그래도 신고부터 하시지….”

“납치사건이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구해야 했으니까요.”

형사가 한숨을 쉬었다.

“이전 사례를 보니까, 이번에도 자신이 있으니까 쳐들어가셨겠죠. 실제로 무사히 구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늘 일은 법적으로는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놈들이 칼을 들고 공격하는데,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질도 구해야 했고요.”

“아니, 그건 아는데…. 후우.”

형사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최대한 선생님께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조서는 쓰겠습니다만, 결과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선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습니다. 우리 변호사님이 이런 일에 경험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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