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12화 (112/281)

112. 킬러 상품

유소율이 근처에 있는 팀원에게 물었다.

“다들 오늘 무슨 날이에요? 월급날도 아니고 금요일도 아닌데 전부 얼굴에 윤기가 도는데?”

팀원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유 이사님. 이게 다 이사님 때문이잖아요.”

“내가요?”

“어제 그 크림 뭐예요?”

“으응?”

직원들이 의견을 쏟아냈다.

“진짜 대박이에요.”

“명품은 역시 다른가 봐요.”

“아니야. 내가 명품 담당이라 가끔 테스트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좋아지는 건 없었어.”

유소율이 물었다.

“저기, 그럼 지금 다들 얼굴이 탱글거리는 게, 어제 그 크림 때문이라는 거예요?”

“네. 우리 모두 공통점이 그것밖에 없거든요.”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

“남자 직원들도 피부 좋아진 거 보세요.”

유소율이 남자 직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짜 좀 다른 거 같은데….”

그녀는 문득 오늘 아침에 화장이 평소보다 잘 받았다는 게 생각났다.

‘어제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피부가 괜찮아서, 늦잠 자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녀가 팀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다들 아침에 화장이 잘 먹었어요?”

“그럼요. 엄청 잘 먹었어요.”

오히려 유소율이 어제 과음을 해서 피부가 덜 좋아진 편이었다. 일찍 집에 가서 푹 잔 사람들은 상태가 더 좋았다.

“R 크림의 효과가… 장난이 아니구나.”

그녀가 상황을 깨닫고 이사실로 갔다. 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선우현에게 연락해서 R 크림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다.

직원이 유소율을 불렀다.

“이사님. 지금 방에….”

그녀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문을 확 열었다.

그런데 방안에는 이미 와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 할머니?”

그녀의 어머니인 부사장이 말했다.

“너는 모범을 보여야 할 애가 어떻게 지각을 하니? 이러면 낙하산이라고 욕을 먹는 거 모르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피곤하니까. 그런데 왜 두 분이 여기 계세요?”

부사장이 말했다.

“나 뭐 좀 바뀐 거 없니?”

어제 부사장도 그 크림을 발랐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듬뿍 찍어 발랐다.

“엄마 피부가….”

부사장이 방긋 웃었다.

“좋아졌지? 아침에 거울을 보니까 잔주름 줄어든 게 표가 나더라.”

그녀의 할머니도 말했다.

“나는 잔주름만 줄어든 게 아니야. 그 크림을 바른 부분은 깊은 주름도 좀 펴졌더라.”

“그치. 엄마. 이거 주름 펴는 데 효과 좋지?”

“소율이 봐라. 별로 표도 안 나네. 역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더 효과가 좋은 건가 봐.”

“링클 프리 제품 중에 이런 건 처음 봐.”

“누군지 참 대단한 화장품을 만들었어.”

유소율도 그렇게 생각했다.

상품기획 팀원들의 피부도 좋아지긴 했는데, 나이가 더 많은 부사장과 사장의 피부는 주름이 줄어든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네. 확실히 엄마랑 할머니한테는 효과가 더 좋아.”

부사장이 물었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거래? 설마 크림에 약 탄 건 아니지?”

“약은 아니야.”

“그래도 뭔가 특별한 성분이 들어갔겠지? 달팽이 진액으로는 이렇게 안 될 테니까.”

“그거 활력 토마토 만든 사람이 만든 거야. 활토를 키울 때 쓰는 고급 영양물질이 들어갔다고 했어.”

부사장이 손뼉을 쳤다.

“어머. 활토로 팩을 하면 그렇게 좋다더니, 아예 화장품으로 만들었구나?”

사장은 활토를 가끔 먹기 때문에 그 활력 효과를 안다.

“그래서 이렇게 좋구나.”

부사장이 유소율에게 말했다.

“이거 우리 백화점 상품으로 넣고, 몇 개 가져와. 엄마랑 내가 쓰게.”

“통로에 작은 가판대 놓고 팔라면서?”

부사장이 피식 웃었다.

“어떻게 그러니? 1층에 넣어.”

1층에는 명품관과 화장품 매장이 모여있다.

“자리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넣어. 장식용 조형물을 빼서라도 넣어. 방 뺀다는 곳 있으면 당장 빼주고 넣어. 아. 맞다.”

부사장이 손뼉을 쳤다.

“1층에 방 빼달라는 곳 하나 있잖아. 우리가 지점이 없다는 거 가지고 서운하게 굴더니 결국 빼겠다더라.”

명품 브랜드 하나가 매장을 철수하겠다는 신호를 자주 주고 있다. 붙잡으려면 조건을 더 좋게 바꿔주어야 한다.

부사장은 요즘 그 매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

부사장이 활짝 웃었다.

“걔네 빼고 이거 넣으면 딱 좋겠네! 당장 철수하라고 통보해야겠다.”

부사장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유소율이 다급히 말렸다.

“엄마! 잠깐만!”

“왜?”

“이 크림은 천 개 한정생산이라서 매대에 진열해놓고 팔 수는 없어. 매장을 내도 팔 게 없다고.”

부사장은 당황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이 크림을 딱 천 개만 만들고 다시는 안 만들 거래?”

“그건 아니야. 이번에 만든 게 천 개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언제 다시 만들지 몰라.”

“그럼 우리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아준다고 해.”

“개당 백만 원을 받겠대. 이미 비싸….”

“그러면 더 좋지!”

“응?”

부사장이 설명했다.

“1차는 딱 천 개만 만드는데 효과는 압도적이야. 그런데 가격이 백만 원? 더 비싸게 팔아도 살 사람 많아. 이거 사서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거고, 효과 때문에 사는 사람도 많을 거야. 디자인도 좋잖아?”

“그러려면 이 효과를 홍보해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하게? 대량생산이 안 돼서 체계적인 홍보를 하기 어려운데.”

“활력 토마토와 같은 브랜드라며. 지난번 VIP 고객들에게 접촉해서 같은 기술로 만들었다고 하고 팔아.”

“아. 맞다. 그날 참석한 사람들은 토마토 팩의 효과를 눈으로 봤으니까….”

“그 사람들이 써보면 효과를 모를 수가 없잖아? 그럼 입소문 나는 거 금방이야. 그 사람들이 주변에 대단한 한정판을 샀다고 자랑할 테니까.”

유소율도 시간만 있었어도 떠올릴 수 있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크림이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방금 깨달았다. 아침부터 흥분해서 기다린 그녀의 엄마와는 크림 판매 방법을 생각한 시간이 달랐다.

“진짜 그러면 되겠다. 엄마 천재.”

“나 우리 백화점 부사장이다. 너 태어나기 전부터 명품 판매를 하던 사람이야.”

둘이서 신나서 말하는데 할머니가 선언했다.

“소율아. 이 크림 꼭 우리가 팔아야 한다. 가능하면 독점으로. 활토와 이 크림은 강력한 무기가 될 거야. 우리 백화점에는 이런 무기가 필요해.”

태양 백화점은 본점 하나만 있는 독립 대형 백화점이다. 지점이 즐비한 재벌급 백화점과 비교하면 불리한 점이 많았다.

“저도 알아요. 활토와 R 크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청명 백화점에는 빼앗기지 마라. 우리는 못 잡았는데 거기서 이걸 먹으면 우리 백화점 영업에 치명적이니까.”

청명 백화점은 길 건너편에 있는 독립 대형 백화점이다. 은하와는 오랜 기간 경쟁해왔다.

“음…. 이거 만든 분이 청명에는 안 줄 거예요.”

“그걸 어떻게 확신해? 거기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잖아.”

“제가 저번에 납치 비슷한 거 당했을 때요.”

그녀의 할머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이야기는 왜 또….”

“그때 거기서 저를 구해준 사람이, 이 크림을 만든 분이에요.”

“어? 이 크림은 활토를 만든 사람이 만들었다더니….”

“그날 저를 구해준 그 사람이 활력 토마토를 만든 사람이기도 해요.”

“아니, 어떻게….”

“생명공학인가 바이오인가, 하여간 그쪽 분야의 천재라고 들었어요. 거기다 무술 고수예요.”

그녀의 할머니가 말했다.

“소율아. 그 사람 꼭 잡아.”

“아니, 할머니. 제가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요.”

“우리가 누구니? 장사 하는 사람이야. 뭐든 쌀 때 사는 게 남는 거야. 그 사람도 쌀 때 잡아. 비싸지면 경쟁 붙어서 기회가 안 와.”

“안 싸요.”

“응?”

유소율이 박서윤을 떠올렸다. 미모만 놓고 보면 박서윤이 더 예뻤다.

그녀는 할머니가 잡으라고 말한 게 남녀관계를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점 공급권을 얻으라는 말이라고 이해했다.

게다가 그녀는 선우현과 박서윤이 무슨 관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선우현 씨는 이미 되게 비싸요.”

***

유소율은 어제 선우현에게 크림을 받고 오늘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선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점심때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식사라도 같이….”

- 마침 시간이 있는 거 어떻게 아시고?

“어머. 다행이다.”

‘선우현 씨가 무척 반가워하는데? 갑자기 약속을 잡는데도 시간이 있다고 하고.’

유소율은 오전에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거 혹시 그린 라이트인가? 꼬마전구 한 개 정도는 되지 않나?’

그녀가 은근히 기대하며 물었다.

“그럼 일단 점심은 가볍게….”

- 무겁게.

“네?”

- 밥은 맛있는 거로 든든하게 먹어야죠.

유소율이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럼 프랑스 코스 요리….”

- 많이 나옵니까?

“코스 단품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한데….”

- 딱 좋군요.

시간을 정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그녀는 당황했다.

“점심부터 코스 요리를 먹자고 제안하려던 건 아닌데….”

일단 약속을 했으니 예약을 해야 한다.

“거기 빈자리가 있으려나…. 아니지. 없으면 있는 곳을 찾아내거나 새로 만들어내야지. 이게 얼마나 중요한 미팅인데.”

***

유소율이 레스토랑에서 선우현과 함께 식사했다.

선우현이 물었다.

“입맛이 없나 보군요. 잘 안 먹네요?”

“잘 먹고 있어요. 많이 먹는 중이에요.”

‘선우현 씨가 제 몇 배를 먹으니까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거죠.’

그 말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선우현이 말했다.

“이 집 맛집이네. 추가 주문도 되고.”

유소율이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나랑 만난 건가?’

지금 모습만 보면 유소율이 아니라 밥이 목적처럼 보였다.

그녀는 빨리 다른 주제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기, 어제 주신 크림이요. 저랑 주변 분들이 써봤는데요.”

“효과 좋죠?”

“네. 잔주름 정도는 지워질 정도로 좋아요.”

“매일 안 바르면 잔주름 도로 생깁니다.”

“알죠. 얼굴에 바르는 크림이지 보톡스 같은 의약품은 아니니까요.”

유소율은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했다.

“그래도 매일 주름이 안 생기게 관리하면, 장기적으로는 많이 도움이 되겠죠.”

“그건 그렇겠죠. 매일 바르면 피부에 좋겠죠. 나도 오래 시험해본 건 아니라서 추측만 하는 겁니다만.”

“제가 해보면 되죠!”

선우현이 빈 접시를 포크로 가리켰다.

“여기 이 고기 요리는 맛은 좋은데 너무 조금 주네요.”

“더 달라고 할게요. 그래서 그 크림 말인데요.”

“아. 우리 지금 R 크림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거죠. 백만 원을 받는 건 무리라고요?”

유소율이 얼른 손을 흔들었다.

“아뇨. 가격은 우리 백화점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저번에 VIP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먼저 팔아서 입소문을 내면 돼요.”

그녀가 오전에 내부에서 이야기한 방법을 설명했다.

선우현이 끄덕였다.

“그러면 되긴 하겠네요.”

유소율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저한테 천 개를 다 맡겨주시는 거죠?”

선우현이 피식 웃었다.

“에이. 전부 다 달라는 건 좀 아니지요.”

“아. 그럼 어디랑…. 설마 청명은 아니죠?”

“청명에 내가 만든 물건이 들어갈 리가요.”

“맞아요! 그건 아니죠. 그럼 다른 백화점 어디랑….”

“이미 선물로 몇 개 돌렸는데. 앞으로도 좀 돌려야 할 거 같고.”

“아! 그런 거라면 당연히 빼놔야죠! 그럼 구백오십 개는 저한테….”

“지금 아예 독점 판매를 하게 해달라는 거네요?”

유소율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독점은 어려울까요?”

“어렵죠. 최종훈 사장님도 있는데.”

“네? JHC 테크는 유통업체가 아닌데….”

“활력 토마토는 JHC가 유통업체라서 팔았나요?”

그녀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최 사장님은 활토를 인맥으로만 판다고 들었어.’

그녀가 말했다.

“다른 백화점이나 매장에 들어가는 것만 아니면 돼요. JHC는 저희 경쟁업체가 아니니까 괜찮아요.”

“음…. 그럼 조건은?”

“아예 매장을 열고 계속 판매한다면 저희도 수수료가 필요하지만요. 이건 몇백 개만 따로 팔 거니까….”

푼돈을 챙기려고 하면 이 기회를 잃는다. 다른 백화점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이 상품을 가져갈 위험도 있다.

어차피 R 크림 전용 매장을 따로 여는 건 아니다. 매장 임대료도, 인테리어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유소율이 결론을 내렸다.

“활토 때처럼 저희는 남는 거 없어도 돼요. 고객을 유치하면 다른 쪽에서 수익이 충분히 나거든요.”

“흐음. 그러면.”

유소율이 침을 꼴깍 삼켰다.

선우현이 제안했다.

“내가 백 개, 최종훈 사장님한테도 이백 개는 가야 하니까, 태양 백화점에는 칠백 개 정도?”

“앗! 고맙습니다!”

줬다 뺏으면 마음이 상하지만 예상보다 더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유소율도 그 원리는 알지만, 꼭 가지고 싶은 상품을 예상보다 더 받게 되자 저절로 신났다.

선우현이 말했다.

“그럼 좀 먹어요. 나만 먹는 것 같아서.”

유소율이 앞에 놓인 요리를 먹었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더니 입맛이 돌았다.

그녀가 방긋 웃었다.

“오늘따라 밥이 더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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