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03화 (103/281)

103. 초대장

형사는 당황했다.

“아니, 그런 말을 누가 믿…. 후우. 네. 지금 시점에서 그걸 따져서 뭐하겠습니까?”

변호사들은 선우현이 납치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웠다고 주장했다. 태양 백화점의 유소율 이사와 JHC 테크는 선우현의 신원이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경찰서에서는 선우현을 오래 붙잡고 조사하지는 않았다.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다면서 일단 보내주었다.

선우현이 경찰서를 나왔다.

박서윤과 유소율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소율이 두부를 내밀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두부였다.

“뭡니까?”

“서윤 씨한테 들었는데 경찰서에 처음 가신 게 아니라면서요? 요 앞에서 샀어요.”

“그런 두부는 교도소에서 나올 때나 먹는 거고요.”

“여기도 유치장 있던데….”

“시끄럽습니다. 집에는 왜 안갑니까?”

“비서가 차를 가지고 올 거예요. 기다리고 있어요.”

“서윤 씨는?”

“저는 차가 없어서….”

선우현이 제안했다.

“그럼 서윤 씨는 내 오토바이로 같이 갑시다. 어차피 집 주소도 같은데.”

“네!”

유소율은 조금 부러웠다.

‘나만 따로 타고 가면 친하게 지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말렸다.

“오토바이는 위험하니까 제 차를 타고 가요. 아무리 목적지가 같…. 어?”

유소율은 화들짝 놀랐다.

“뭐, 뭐예요? 둘이 같이 살아요? 유부남이에요?”

“오해할 소리를 하시네?”

“집 주소가 같다면서요!”

“같은 건물에 삽니다. 층은 달라요.”

“아. 난 또 뭐라고. 휴우.”

***

최종훈은 변호사를 통해 사건 내막을 자세히 전해 듣고 황당해했다.

“진짜 미친놈들이네. 아니, 활력 토마토를 밭떼기하려고 그런 일을 벌여?”

비서 김찬혁이 말했다.

“활토에는 그럴 가치가 있긴 하죠.”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건 자살행위잖아.”

“남들은 선우현 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자살행위라는 것도 모르겠죠. 잘 아는 사람은 사장님뿐일 걸요?”

“아니야. 나도 다 아는 건 아니야.”

***

이튿날 박길성 회장이 비서실장을 불러 화를 내며 지시했다.

“청명하고 거래하는 거 다 끊어!”

“회장님. 우리 회사는 원래 청명과는 직접 거래하는 게 없습니다. 우리 회사 물건이 청명 백화점에 들어가긴 하는데, 그것도 직거래는 아닙니다.”

“그래? 그럼 상품권은?”

“우리 회사 선물용 상품권 구매처에 태양 백화점은 있어도 청명 백화점은 없습니다.”

박길성은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가 인상을 쓰다가 물었다.

“태양과 청명이 경쟁 관계지?”

“예. 둘 다 역사가 오래된 독립 백화점인 데다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니까요.”

“그럼 태양에 뭐라도 좀 넣어줘. 상품권 구입 수량을 그쪽으로 좀 더 가게 조정한다든지, 뭐든 방법이 있을 거 아냐? 그래야 청명 놈들이 배가 아프지.”

“알겠습니다.”

***

젊은 여자 두 명이 납치된 사건이 일어났다. 게다가 열 명 규모의 범죄조직이 일망타진됐다.

그런데 그 여자들을 구출한 사람은 경찰이 아니다. 범죄조직이 전멸할 동안 경찰이 한 건 없다.

기절한 범인들을 체포하긴 했는데 경찰이 자랑할 건 딱히 없었다. 게다가 피해자 쪽에서 사건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비공개를 원하는 건 청명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곽수천과 백태형이 깊게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은 그 사건을 비공개로 수사했다. 비밀 수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먼저 언론에 연락하지는 않았다.

곽수천은 경찰에 체포된 후에 입에 침을 튀기며 변명했다.

“소율이나 박서윤 씨를 납치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비서를 시켜서 그냥 뭐 좀 물어보라고 한 겁니다.”

형사가 물었다.

“정보를 주면 돈을 주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잖습니까? 적은 금액도 아니던데 왜 그랬습니까?”

“그런 적 없….”

“녹음 파일이 나왔습니다.”

“그건 그냥 사례금이었습니다. 사례금.”

“매수겠지요.”

“길성에서 토마토를 파는 건 아니니까, 그건 기업 비밀이 아니잖습니까?”

곽수천은 구속되는 상황만은 겨우 면했다.

그렇다고 무죄로 끝난 건 아니다.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도 받고 재판도 받아야 한다.

***

곽수천의 아버지가 골프채를 휘둘렀다.

“야 이 새끼야! 피해?”

“아, 아버지! 그거 맞으면 죽어요!”

“너 구속만은 피하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사정하고 다녔는지 알아? 차라리 죽어!”

“자식을 위해서 약간의 희생은 하실 수 있….”

“오늘 너 호적에서 판다!”

“히익!”

“회사에서도 잘릴 줄 알아!”

“아, 안돼요!”

“돼!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너 자르셨어!”

비서 백태형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백태형은 구속될 수도 있었는데, 곽수천이 풀려날 때 묻어서 같이 나왔다.

백태형이 곽수천에게 물었다.

“저기, 이사님. 이사직에서 해임이 되셨어도 약속은 지키시는 거죠?”

곽수천이 멍든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물었다.

“무슨 약속?”

“변호사에, 보너스 1억에, 새 차, 제 자리 말입니다.”

“변호사는 백 비서가 나랑 묶여 있으니까 당연히 지원해줘야지. 백 비서가 징역형이라도 받으면 나도 불리하니까.”

“다행입니다. 그럼 보너스는….”

“나 이제 거지야. 카드 빼앗겼어. 계좌도 다 틀어막혔고.”

“예?”

곽수천이 제안했다.

“백 비서 집 말이야. 대출받으면 돈 좀 융통할 수 있지? 내가 나중에 이자 쳐서 갚을 테니까 일단은 그거 좀 쓰자.”

“곽 이사님. 아, 이제 이사님이 아니구나.”

“지금 나 들이받냐? 나 아직 호적에서는 안 파였다.”

“곽 이사님. 우리 집은 이미 대출이 꽉 차 있어서 추가 대출이 안 됩니다. 현관부터 거실까지만 제 거고 나머지는 다 은행 겁니다.”

“젠장.”

백화점 외부 창고 관리인이 두 사람에게 짜증을 냈다.

“어이! 거기 신입들! 차 들어오는 거 안 보여? 빨리 와서 짐을 옮겨야 할 거 아냐!”

“예. 예. 갑니다.”

“어디서 이런 헐렝이들이 온 거야?”

곽수천의 할아버지인 청명 백화점 사장 곽도성은 그를 이사에서 해임한 후에 백화점 외부 창고로 보냈다.

그 창고는 일이 많다. 그래서 거기 보내놓으면 곽수천이 사고나 치러 다닐 시간이 없어진다.

그 창고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관리인은 곽수천의 얼굴을 몰랐다.

사장 곽도성은 곽수천이 이 창고 알바를 그만두거나 잘리면 변호사의 법률지원을 포함한 일체의 도움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변호사는 곽수천에게 무죄는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그는 집행유예를 받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곽수천은 궁지에 몰렸다. 변호사의 도움을 못 받으면 교도소에 가야 한다.

그래서 곽수천은 열심히 일해야 했다. 창고 관리인에게 정체를 들키거나 일을 못 해서 알바에서 잘리면 교도소가 기다리고 있다.

백태형이 말했다.

“유소율 이사가 합의만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소율이는 화가 많이 나서 안 돼.”

“그럼 박서윤이라도….”

“박서윤? 변호사가 연락했더니 길성에서 직접 경고했다더라. 자기네 비서실 직원을 납치한 책임을 지라네?”

“길성은 사원 복지가 쩌네요. 부럽다.”

“그렇게 부러우면 우리 백화점 관두고 길성으로 가.”

청명 백화점에서는 백태형을 자르지 않고 곽수천의 옆에서 같이 알바를 하게 했다.

백태형을 쳐내지 않은 건 그가 곽수천의 비리를 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백태형을 자르고 교도소에 보냈다가, 그가 같이 죽자는 식으로 다 자백하면 백화점까지 손해를 본다.

그래서 사장 곽도성은 백태형이 스스로 그만두지도 못하게 경고를 한 후에 현장에서 굴렸다.

백태형이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제가 그만두면 깽판 치려는 거로 알고 조치하겠다고 경고하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가 그만둡니까?”

창고 관리인이 소리를 질렀다.

“잡담하지 말고 짐을 올리라고! 차 들어왔는데 뭐 하는 거야?”

“아닙니다! 빨리 옮기겠습니다! 으쌰…. 컥! 허리가….”

“저거 그냥 확 잘라버릴까?”

“이 정도는 파스 붙이면 낫습니다!”

***

태양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에게 특별 행사 초대장을 보냈다.

초대된 고객 중에는 활력 토마토를 아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더 많았다.

그래서 유소율은 모든 고객을 유인하려고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그중에서 특별한 상품 몇 개는 초대장에 이름을 적었다.

그중에서도 ‘활력 토마토’라는 글자는 표가 나게 폰트를 바꿔서 적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상품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다.

활력 토마토가 뭔지 아는 사람은 초대장을 보고 즉시 반응했다.

“활토를 행사가 가능할 정도로 많이 구했어? 이야아. 태양 백화점 능력이 대단한데?”

활토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가끔 하는 백화점 행사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특별하다는 걸 알려야 행사 참여율이 올라간다.

그래서 유소율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나잇대의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문구를 초대장에 집어넣었다.

“아주 특별한 보양 식품? 설마 정력제를 백화점 행사에서 팔지는 않을 테고…. 상품으로 산삼이라도 나오나?”

태양 백화점은 그 보양 식품이 토마토라고 적지는 않았다.

유소율이 행사 담당 직원들에게 말했다.

“초대장에 특별한 보양 효과가 있는 토마토를 판다고 적으면, 활토가 뭔지 모르는 손님이 행사에 오고 싶겠어요?”

“하지만 유 이사님. 손님이 행사장에서 보양 식품이 토마토라는 걸 알면 항의할 수도….”

“항의?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직접 보면 팔아달라고 난리일 테니까.”

***

초대장은 길성 비서실에도 전달됐다. 내용을 확인한 비서실장이 박서윤과 함께 박길성에게 보고했다.

박길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백화점에서 활력 토마토가 나와? 그건 그렇게 대량으로 팔 수 있는 게 아닌데? 요즘은 백화점에서 짝퉁도 파나?”

박서윤이 설명했다.

“짝퉁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 납치됐을 때 유소율 이사가 선우현 씨에게 부탁해서 그 판매가 성사됐습니다.”

“아. 그때….”

그는 박서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그날 일을 직접 묻지는 않았었다. 대신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행사용 활토 공급 문제는 사건과 관계없는 이야기다. 그런 거래까지 변호사가 알 방법은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도 그 행사에 참석해야겠군.”

“회장님께서 직접 가실 필요는….”

“활력 토마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 설명하면 믿지 않을 텐데?”

“한 조각이라도 맛을 보여주면 믿을 겁니다.”

“태양에서도 그걸 알겠지. 그러니까 가서 맛도 좀 보고, 잘하면 활토도 하나 챙기고. 갈 가치가 있지.”

박길성은 활토를 일주일에 세 개씩 먹는다. 한 조각 더 먹겠다고 굳이 그 행사에 참석할 필요는 없다.

박길성이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초대장을 보니까 말이야. 동반 1인이 가능하군.”

비서실장이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야. 금요일 밤 행사인데 김 실장은 가정을 지켜야지.”

“하지만 활력 토마토와 관계된 일은….”

비서실에서는 딱 두 명만 그 일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럼 박서윤 대리를 데려가시죠.”

“그럴까? 그럼 이 행사에서는 박 대리가 나를 수행해. 토마토만 내놓을 리는 없을 테니까 맛있는 음식이 꽤 나올 거야.”

그게 박길성이 대리인을 보내지 않고 직접 참석하려는 이유였다. 명분이 있으면 박서윤과 함께 행사장에 갈 수 있다.

박서윤의 입술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살짝 맺혔다. 그녀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만 들어도 좋았다.

게다가 백화점 폐점 후에 열리는 행사에서 박길성을 보좌하면 연장근무 수당이 나온다. 그것도 꽤 쏠쏠했다.

박서윤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은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

유소율 이사가 말했다.

“연예인도 필요해요.”

행사 담당 부서 직원이 물었다.

“행사 진행을 위해서 말인가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유소율은 선우현에게 백화점 행사에 다양한 분야의 VIP를 초대해 홍보 효과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손님으로 초대할 거예요. 기왕이면 스타급으로.”

“그러면 구하니 씨는 어떨까요? 예전에 우리 백화점 광고를 찍은 적이 있으니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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