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02화 (102/281)

102. 결렬

활력 토마토는 명품 전문 디자이너 채연서가 만든 포장 패키지에 넣어서 공급된다. 구매자는 그걸 사기 위해서 돈을 쌓아놓고 기다린다.

그런데도 물량이 워낙 적어서 좀처럼 구할 수 없다.

가격도 기존 토마토와 차원이 다른 고가이다. 가격만 높은 게 아니다. 맛도 차원이 다르다.

특히 활력 효과는 다른 어떤 과일에서도 얻을 수 없다. 그 효과 때문에 건강에 굉장히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 하지만 판매량이 너무 적어 인맥이 없으면 구매자 명단에 들 수 없다.

유소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명품이야.’

선우현을 설득하려면 VIP 판매 행사의 장점을 알려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VIP 고객들에게 활력 토마토를 알림으로써, 지금보다 더 높은 브랜드 가치를….”

“어. 그건 관심이 좀 가네요.”

유소율의 얼굴이 확 펴졌다.

‘이쪽이 통하는구나!’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관련 브리핑 자료가 제 가방에 있어요.”

그 가방은 빼앗긴 차에 있다.

“저놈들한테서 제 차만 되찾으면 제가 자료를 보여드리면서 설명을….”

“말로 짧게 요약해봐요.”

유소율의 머릿속에 그 자료에 있던 여러 항목이 떠올랐다.

그녀는 선우현이 방금 반응을 보인 부분을 고려해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선택했다.

“활력 토마토의 기존 고객층은 최종훈 사장님의 인맥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최종훈은 사업가다. 그의 인맥으로 연결된 사람도 대부분 사업가다.

“우리 백화점 VIP는 사업가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잘나가는 분들이세요. 겹치는 분들도 있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VIP들도 많을 거예요.”

선우현이 물었다.

“국내만?”

태양 백화점은 국내 본점만 있고 외국 지점은 없다.

“우리 VIP 상당수는 외국을 수시로 오가며 활동하는 분이세요. 물론 원하시면, 외국 백화점과 제휴 행사를….”

“외국은 됐습니다. 국내에서 먹을 것도 부족한데.”

“그렇죠! 국내에서는 우리 태양 백화점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답니다!”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홍보용으로 뿌리기 딱 좋겠는데?”

- 4층에 스마트 농장을 만든 후로 생산량이 늘어났으니까, 이벤트 정도는 여유 있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선우현이 유소율에게 물었다.

“스무 개면 되겠습니까?”

유소율이 얼굴이 환해졌다.

“네! 고맙습니다!”

스무 개로는 부족하지만 행사는 할 수 있다.

‘다른 상품들을 이벤트에 같이 내놓고, 활력 토마토는 메인 이벤트로 진행하면 되겠지.’

그런데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식품이라서 판매용 스무 개만으로는 원활한 행사 진행이 되지 않는다.

“괜찮으시면 행사 진행용으로 몇 개 더…. 행사에 참여한 손님들에게 맛은 보여드려야죠.”

“그럽시다.”

“고마워요! 잘할게요!”

“수익 배분은?”

유소율이 백화점의 우대 분배율을 슬쩍 제시해보았다. 매장에 따라서는 더 나쁜 조건도 있다.

“칠 대 삼?”

“쓰읍.”

“그, 그럼 팔 대 이?”

박서윤이 옆에서 바람을 잡았다.

“선우현 씨. 우리 회장님께 말씀드리면 스무 개 정도는 즉시 결재하실 거예요. 단돈 1원도 안 깎고.”

유소율이 다급히 조건을 수정했다.

“당연히 십 대 빵이죠! 아니, 아예 110% 드릴까요?”

“활력 토마토의 가격은 항상 고정입니다. 추가금은 안 받습니다.”

“그럼 십 대 영!”

“그러면 백화점은 남는 게 없을 텐데?”

“남아요! 돈 말고 다른 게 남아요!”

유소율은 활력 토마토를 팔아서 다른 백화점의 VIP를 빼앗아오고 싶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이미 태양 백화점의 VIP를 여럿 빼앗아갔다.

여러 개의 지점을 가진 백화점 그룹과 경쟁하려면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상품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 특별한 상품은 VIP가 가지고 싶어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활력 토마토는 그 조건을 충분히 충족했다. VIP 중에는 몸에 좋다는 점만 확실하다면 돈을 아끼지 않을 사람이 많았다.

‘스무 개면 이천만 원. 원래대로라면 그중에 우리 몫은 사백에서 육백. 그쯤은 안 받아도 돼.’

유소율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같은 조건으로 반복 이벤트도 가능해요!”

“일단 한 번만 하는 거로.”

‘일단? 그러니까 잘하면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는 거네?’

“네! 고맙습니다!”

유소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특별 이벤트는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돼.’

한 번 하고 끝나면 어렵게 데려온 VIP 고객이 다시 떠날 수 있다.

‘상시 이벤트는 못 하지만, 나중에 물량을 더 받아서 VIP 이벤트를 또 해야 해.’

게다가 그녀는 이 결정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JHC 테크는 토마토의 주인이 아니야. 우리처럼 판매만 맡은 거였어. 물량 공급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이 사람이 바로 토마토 마스터야.’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선우현을 보았다.

‘친하게 지내야겠다.’

곽수천은 잠깐 기절했다가 조금 전부터 정신을 차렸다. 그는 그들의 대화 뒷부분을 듣고 선우현이 활토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하도 맞아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중요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곽수천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우리 백화점에서도 VIP 이벤트를 할 수 있습니다.”

“해.”

“그럼 우리한테도 활력 토마토 스무 개를….”

“너한테는 안 판다고 했잖아. 다른 좋은 물건 알아서 구해서 해라. 태양 백화점 이벤트에 맞불 이벤트라도 해서 이겨보든가.”

“그런 상품이 어디 있어!”

“그거야 네가 알아서 찾아내야지.”

“그러지 말고, 우리 청명 백화점에도 공급을….”

선우현이 곽수천 쪽으로 돌아섰다.

“야.”

“어?”

“역시 덜 맞았지?”

“아, 아니다! 많이 맞았다!”

“그럼 닥쳐.”

“저기, 그럼 열 개라도….”

“너한테는 한 개도 안 팔아. 그리고 말이야.”

선우현이 경고했다.

“나한테 활력 토마토가 있다는 게 소문이 나면, 내가 무척 귀찮아지겠지? 나 귀찮은 거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귀한 정보를 내가 남한테 왜 알려줘? 나만 알고 있을 거다.”

“그래도 소문이 나면, 내가 너 찾아간다.”

“나는 비밀을 지킬 거다. 소문이 난다면 다른 놈이 낸 거다.”

“그래도 너 찾아간다고.”

“어? 어? 아니, 그러면 내가 너무 억울….”

“납치나 사주한 새끼가 억울은.”

“그것도 진짜 억울한데….”

선우현이 박서윤과 유소율을 보며 말했다.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요. 이놈들을 넘겨야 하니까. 그리고 난 정당방위인 거 다 봤을 겁니다.”

박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확실히 봤어요.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셨어요. 그리고 싸울 때 되게 위험하셨어요.”

유소율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네? 위험했다고요? 어디가….”

박서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너무 위험했어요. 그러니까 사정 봐줄 여유는 없었어요. 정당방위에요.”

“아!”

유소율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선우현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녀가 얼른 손을 들었다.

“신고는 제가 할게요! 우리 백화점 VIP 중에 수사기관과 연줄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편의를 봐 드릴 수 있어요.”

“그럼 유소율 씨가 신고하는 거로.”

곽수천이 슬그머니 제안했다.

“우리 백화점에도 연줄이 있으니까 내가 신고를….”

“납치 사주범 새끼가 신고를 한다고? 범인이 왜 신고를 해? 나한테 누명이라도 씌우게?”

“아, 아니다! 그리고 나도 저놈들에게 당했….”

“역시 덜 팼어.”

“히익!”

***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다.

젊은 여자 두 명이 납치됐다고 직접 신고했다. 경찰은 비상을 걸고 출동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그들이 본 모습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어?”

“가해자가 어느 쪽….”

유소율이 말했다.

“제가 신고했어요. 이놈들이 저랑 서윤 씨를 납치했어요.”

“그런데 왜 이 사람들 상태가….”

“지금 그게 중요해요? 저기 세 놈이 우리를 여기로 납치했다니까요?”

“시체, 아니, 기절한 사람은 셋이 아니라 열 명인데요?”

“제가 아는 분이 우리를 구출하려고 와서 저 세 놈을 제압했어요. 그러니까 두목이 부하들을 다 끌고 쳐들어온 거예요.”

여자 두 명이 납치됐다는 건 안다.

그런데 서 있는 남자 세 명은 신고 내용에 없었다.

“아신다는 분은 그럼 저 세 사람 중에 누구입니까?”

“따로 서 계신 저쪽 분이요. 그리고 저쪽 두 놈은 납치를 사주한 놈들이에요.”

곽수천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우리도 속았습니다! 납치하라고 한 게 아닙니다!”

형사가 말했다.

“뭔가 사주했다는 건 인정하시는 거군요? 자세한 건 서에 가서 이야기하시고요.”

다른 형사가 소리를 질렀다.

“여기 권총이다!”

“헉!”

선우현이 말했다.

“그거 모형 권총입니다. 두목이 그걸로 나를 위협하더군요.”

“그래요? 아. 다행입니다. 진짜 총이었으면 큰일 났을 텐데.”

“그럼요. 진짜 총이면 당장 항복하려고 했습니다.”

박서윤이 그 말을 듣고 살짝 웃었다.

“훗.”

사람들이 박서윤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얼른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아니에요. 형사님들이 오시니까 마음이 놓여서 웃음이 나온 거예요. 진짜예요.”

현장에는 경찰만 온 게 아니다.

태양 백화점의 변호사와 청명 백화점의 변호사가 도착했다. 두 백화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빠르게 대응했다.

그들보다 조금 늦게 현지 협력자 최종훈이 보낸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선우현에게 간단하게 인사한 후에 다른 변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길성의 변호사도 오는 중이다.

박서윤은 이번 사건을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비서실장이 다시 박길성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려 길성의 변호사가 제일 늦었다.

***

그들은 그 지역 관할 경찰서로 이동했다.

박서윤과 유소율은 선우현이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싸웠다고 설명했다.

유소율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다 봤는데 진짜 정당방위였다니까요?”

박서윤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저도 봤어요. 살아남기 위해 정말 위험한데도 싸우셨죠.”

***

그 지역 형사가 선우현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그런 놈들을 박살을 낸 게 처음이 아니시네요?”

“몇 번째더라? 세 번째인가요?”

형사가 서류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번까지 치면 세 번이죠.”

김수선이 말했다.

- 경찰 기록에는 이전 일은 두 번만 기록되어 있나 봅니다.

“내가 깔끔하게 잘했잖아.”

형사가 물었다.

“얼마 전에도 박서윤 씨를 보호하려고 싸우셨죠?”

박서윤의 원룸 앞에서 그녀를 포위한 셋을 잡았다.

선우현이 대답했다.

“청부한 놈은 그때와 같은 놈입니다. 청명 백화점의 곽수천과 백태형이죠.”

“예. 저희도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범인들이 워낙 많이 다쳐서…. 어휴. 살살 좀 하시지.”

“형사님이 혼자서 열 명하고 싸워보시죠. 살살 할 수 있나.”

“그렇긴 하네요.”

“그럼 이제 가도 됩니까?”

형사가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죠. 묘한 게 하나 있습니다. 태양 백화점에서 온 변호사는 선생님이 유소율 씨의 경호원이라서 싸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왜 묘할까요?”

“JHC 테크와 길성에서 온 변호사는 선생님이 박서윤 씨의 경호원이라고 주장했거든요. 어느 쪽이 진짜입니까?”

김수선이 말했다.

- 변호사들 사이에 정보 공유가 안 됐나 봅니다.

선우현이 당당하게 말했다.

“투잡입니다.”

“예?”

“먹고 사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잡을 뛰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경호원을 동시에 두 탕을 뛰셨다고요?”

“실력이 되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경호 대상자들이 같이 납치돼서, 같이 구출한 거라고요?”

“세상 인연이라는 게 참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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