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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91화 (91/281)

91. 특별 상품

태양 백화점 이사 유소율이 토마토를 먹으며 종알거렸다.

“이거 토마토 맞나? 왜 이렇게 상큼하고 달콤하고 맛있지?”

썰어서 줬으면 맛있어지는 가루라도 뿌렸나 하겠는데, 그녀는 지금 토마토 하나를 손에 쥐고 먹고 있다.

한 입씩 먹을 때마다 남은 양은 줄어들었다.

“자꾸 줄어드니까 화나.”

그녀가 꼭지에 붙어 있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먹은 후에 숨을 몰아쉬었다.

“와아. 이거 진짜 맛있어요.”

태양 백화점 사장인 그녀의 할머니가 말했다.

“몸에도 좋아.”

“토마토는 원래 몸에 좋다니까요?”

“성분 분석표를 받아봤다. 몸에 좋은 성분이 보통 토마토의 몇 배나 들어있어.”

“와. 그러니까 이거 하나에 토마토 몇 개를 압축한 거구나.”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더 없어요?”

“어렵게 구했다니까.”

“더 먹고 싶은데.”

유소율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이거 우리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팔면 대박 나겠어요!”

그녀는 다른 백화점들과 경쟁하느라 일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태양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좋은 상품도 찾아다녔다.

그러다 이 토마토의 맛을 알게 됐다.

“이거 분명히 통해요! 우리가 독점하면 다른 백화점을 식품 쪽에서는 확실히 누를 거예요! 할머니. 이거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너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었나? 그거 구하기 정말 어렵다니까?”

“그래도 구할 수는 있잖아요.”

“식품매장에서 팔기엔 비싸.”

유소율이 장담했다.

“한 개에 만 원이라도 손님이 줄을 서서 살 거예요.”

“한 개에 백만 원이야.”

유소율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 에이. 농담도….”

“농담 아니다.”

“에이. 그 돈을 내고 토마토를 사는 사람이 있어요?”

“사려는 사람이라면 줄을 섰어.”

유소율은 그녀의 할머니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왜요? 이 토마토 진짜 맛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과일 중에 제일 맛있어요.”

그걸 인정해도 가격이 맞지 않았다.

“한 개에 백만 원? 돈 많은 사람 중에는 그 돈 내고 살 사람이 있기는 있겠죠. 하지만 줄을 서서 산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요?”

“몸에 좋다고 했잖아.”

“토마토는 원래 몸에 좋아요.”

“몸에 굉장히 좋아. 슬슬 너도 체감할 수 있을 텐데?”

“뭐를요?”

그녀의 할머니가 씩 웃었다.

“너 조금 전까지 파김치가 돼서 늘어져 있더니, 지금은 나한테 따지고 드는 거 봐라. 아주 기운이 넘치지?”

“네? 아. 그거야….”

유소율은 당황했다.

“어? 진짜 안 피곤한데요? 오늘 되게 피곤했었는데.”

그녀의 할머니가 생색을 냈다.

“내가 먹으려던 거, 네가 하도 피곤해하니까 준 거야.”

“역시 손녀 사랑은 할머니가 최고!”

“그거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아부해봤자 나오는 거 없다.”

“또 구하시면 되잖아요.”

“쉽지가 않아. 물량은 조금인데 가격은 고정가라 웃돈도 안 통해. 그런데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어쩌겠어? 운에 맡겨야지.”

“할머니 인맥 좋잖아요. 인맥을 좀 써보죠?”

“인맥을 동원하니까 가끔이라도 살 수 있는 거야. 인맥이 없으면 활토는 구경도 못 한다.”

***

윤소율은 그날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활력이 넘쳐서 돌아다니며 일했다.

“이렇게 컨디션 좋은 거 오랜만이다. 이러다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침대에 눕고 나서 5분 안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느낌이 달랐다.

평소에는 잠이 모자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잠을 깊게 잔 덕분에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이 굉장히 개운했다.

“일하자!”

그녀는 백화점으로 출근해 활토에 대한 정보부터 점검했다.

“하나를 먹으면 이 좋은 컨디션이 하루를 가는데, 쪼개 먹으면 효과도 떨어지고 시간도 짧다고 했지.”

반 개를 먹는다고 해서 하나 먹었을 때의 절반의 효과를 보는 게 아니다. 효과는 절반에 못 미치고 활력 유지시간도 줄어들었다.

“하나 다 먹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활력 효과가 두 개로 나눠서 두 번 먹었을 때의 활력 총량보다 커. 당연히 하나를 먹는 게 이익이야.”

많이 먹는다고 몸에 나쁜 건 없지만, 활력 효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 개를 먹는다고 두 배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야.”

그녀의 할머니는 그래서 이 토마토는 한 사람이 한 개를 다 먹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녀가 비서를 불렀다.

“상품기획팀하고 구매팀, 식품코너의 과일 담당자 소집해. 회의 안건이 생겼어.”

“안건은 뭐로 할까요?”

“활력 토마토 매입 및 판매 건.”

“네?”

“자세한 건 회의 시간에 말할 테니까 일단 불러.”

***

선우현이 태양 백화점에 들렀다.

그는 오늘 백화점 식당가에 밥을 먹으러 왔다.

“여기 갈비 국밥이 그렇게 맛있다더라.”

- 혼자 드시니까 참 좋으시겠습니다.

“오늘은 혼밥이 아니야.”

그는 오늘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다.

선우현이 토마토 세 개를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왔다. 그걸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길성 기업 비서실 대리 박서윤이 튼튼한 하드케이스 가방을 열었다. 케이스 내부에는 활력 토마토 전용으로 만든 보관공간이 있었다.

그녀는 남들이 비닐봉지에서 토마토를 꺼내 가방에 옮겨 담았다.

선우현이 그걸 보며 물었다.

“택배나 퀵으로 받으면 편할 텐데요.”

“회장님께 꼭 필요한 건데 그럴 수는 없죠.”

일주일에 세 개의 활력 토마토는 박길성이 회사를 확실히 재장악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데 사용된다.

“그럼 다른 사람도 가끔 보내던가요. 매번 박서윤 씨가 오면 귀찮을 텐데.”

“우리 회사에 선우현 씨를 아는 사람은 딱 세 명이에요. 우리 회장님하고 비서실장님. 그리고 저. 제가 올 수밖에 없어요.”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점심은 먹었어요?”

“아니요.”

“그럼 밥은 먹고 가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녀의 시선이 벽에 있는 가격표를 훑었다. 그곳은 백화점 내부에 있는 국밥 전문 식당인데 가격이 좀 비쌌다.

선우현이 물었다.

“국밥 먹을 줄 알지요?”

“좋아해요.”

“칼질만 할 것처럼 생겼는데 아니구나. 점심은 내가 살 테니까 먹고 가요. 뭐 먹을래요?”

“아니에요.”

“먹어도 되는데.”

“그게 아니라, 회사에서 카드 받아왔어요.”

“법인카드?”

“회장님 개인카드요. 선우현 씨 만날 때 식사용으로 쓰라고 주셨는데, 비싼 거 먹으라고 하셨어요.”

그녀가 벽에 걸린 가격표를 확인한 후에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특선 한우 갈비 국밥 특으로….”

국밥 중에서는 그게 제일 비쌌다.

“나도 그거 먹을 건데. 남이 살 땐 특대로.”

“어머. 미리 이야기하면 특대도 되네요? 그럼 저도 특대로 할게요.”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특대면 양이 많을 텐데, 남기면 한마디 하시죠.

“남기면 내가 먹지 뭐.”

- 선장님?

“농담이야. 내가 사는 것도 아닌데 좀 많이 시키면 어때.”

박서윤은 갈비 국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남기기는커녕 국물까지 모두 마셨다.

선우현이 말했다.

“진짜 잘 먹네요.”

“맛있는 거 좋아해요.”

“나랑 똑같네요. 평소에도 이 국밥 자주 먹었어요?”

“아뇨. 여긴 너무 비싸서 못 먹어요.”

“어? 길성 월급이 그렇게 적어요?”

“그건 아닌데요.”

그녀는 돈은 아껴 쓰고 저축을 많이 한다. 현재 그녀의 목표는 지금 사는 원룸을 벗어나 투룸으로 가는 것이다.

“조만간 이사 가야 해서요.”

“아. 그러시구나.”

밥을 다 먹고 나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 앞에서 그녀가 활력 토마토가 담긴 하드케이스 서류 가방을 든 채로 말했다.

“회장님이 고마워하실 거예요.”

“뭘요. 돈 받고 파는 건데.”

“그게 다가 아닌 거 알아요.”

백화점 이사 유소율이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녀가 박서윤을 보며 생각했다.

‘연예인인가? 그런데 왜 명품 가방이 아니라 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있지?’

유소율은 그런 생각을 잠깐 하며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목적지는 회의실이었다.

***

유소율은 회의실에서 상품기획팀과 구매팀, 식품판매 부서의 담당자를 만났다.

그녀가 물었다.

“활력 토마토라는 거, 들어본 사람 있어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설명했다.

“명품 토마토예요. 몸에 얼마나 좋은지 먹으면 하루 정도는 힘이 날 정도예요. 그래도 몰라요?”

상품기획팀 직원이 손을 들었다.

“유 이사님. 토마토 하나 먹었다고 그런 효과가 생긴다면, 과일에 각성제 성분을 주사한 거 아닐까요?”

다른 직원이 말했다.

“그럼 우리 백화점에서는 취급하면 안 되겠군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유소율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니요. 재계에 돈 좀 있는 분들이 드시는 거예요. 그중에 몇 분이 자기네 회사 연구실이나 전문업체에 맡겨서 성분 검사를 했어요.”

그 이야기는 백화점 사장인 할머니에게 들었다.

“수상한 성분은 검출된 게 전혀 없어요. 농약도 안 나와요. 그건 그냥, 진짜 몸에 좋은 명품 토마토예요.”

그녀가 사람들을 모은 목적을 말했다.

“그 토마토를 누가 재배하는지 찾아내서, 우리 백화점에서 팔아야 해요.”

구매팀 담당자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업체에 연락해서 생산자를 알아내겠습니다.”

“업체 어디요?”

“그야 청과물 납품 업체를….”

“그런 곳에서 파는 거라면 회의까지 소집하겠어요? 그걸 구할 수 있는 창구는 하나뿐이에요. JHC 테크.”

상품기획팀 직원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네? JHC 테크는 기술 개발 회사인데 왜 토마토를….”

“나도 몰라요. 어디서 누가 재배하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JHC 테크에서 파는데, 그 회사에 물어봐도 안 가르쳐준대요.”

“어…. 그 토마토가 많이 특별한가요?”

“하나의 가격이 얼마일 것 같아요?”

“오천 원?”

“활력 토마토 한 개에 백만 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유소율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비싸죠? 그런데도 인맥이 없으면 구경도 못 해요.”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일, 그것도 국내에서 흔히 재배되는 토마토의 생산자를 찾아서 납품받는 건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보통 토마토 이야기가 아니다.

“유 이사님. 그럼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

“누가 재배하는지 알아내서 우리 백화점에서 팔아야죠. 토마토 하나를 백만 원씩 주고 사는 사람들이 이미 있어요. 그 사람들을 우리 고객으로 만들면.”

그녀가 눈을 반짝 빛냈다.

“백화점들의 VIP 경쟁에서 우리가 유리해져요. 그리고 청명 백화점은 확실히 밟을 수 있어요.”

***

담당자들은 회의를 마치고 나서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어떤 직원은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토마토가 몸에 좋아서 활력을 준다는 소리만 나오네.”

“명품 토마토를 재배한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그냥 좋은 토마토를 그렇게 말한 거더군요.”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면 유 이사님이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지시했겠어?”

과일을 납품하는 업체에 전화를 돌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이 상대와 통화하다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활력 토마토를 아시는구나!”

근처에 있던 다른 팀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찾았어?”

“이야아. 쉽네!”

그 직원이 업체와 통화를 좀 더 한 후에 전화를 끊었다.

팀장이 물었다.

“어디서 재배한대?”

“모르겠다는데요?”

“응? 안다면서?”

“아. 그거요? 그건 이미 활력 토마토를 물어본 회사가 여럿 있어서, 이름을 안다고….”

“야. 전화 더 돌려봐. 더 찾아!”

식물 전문가에게 전화한 직원도 있었다.

“예. 교수님. 아. 저 말고도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열 명이 넘어요? 예. 저희는 이제 소식을 접해서요. 저희가 좀 늦었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 팀원은 통화를 끊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런 토마토가 실제로 존재하면, 어디서 재배하는지 자기한테도 좀 알려달라는데요?”

팀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누가 파는지 알아야 납품을 받지. 큰일 났네.”

***

청명 백화점과 태양 백화점은 본점만 있는 단독 대형 백화점이다.

두 백화점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위치에서 수십 년째 경쟁 중이다.

태양 백화점은 사장의 손녀인 유소율이 이사로 있고, 청명 백화점에는 사장의 손자인 곽수천이 이사로 있다.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곽수천이 창문 앞에 삐딱하게 서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태양 백화점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활력 토마토라는 걸 유소율이 찾고 있다? 그걸로 VIP들을 끌어모을 생각이다? 그 정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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