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82화 (82/281)

82. 도시형 스마트 농장

선우현이 언덕 위 옥탑방 건물을 인수했다.

이제 실내 스마트 농장을 만들어야 한다.

“업체에 맡겨서 만들면 안 되겠지?”

- 선체의 식물 재배실 구조를 본떠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외부인에게 맡기시려고요?

“안 되는구나.”

- 외부에 맡길 예산은 있으신지?

“내가 다 하려고 했어.”

- 저는 여기서 응원만 할게요.

“수선아. 목소리가 즐거워 보인다.”

- 오해세요.

“아냐. 오해 아니야. 너 지금 목소리 톤이 달라.”

선우현이 건물 4층 내부 개조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공간부터 만들어야 한다.

4층은 원래 대형 사무실로 쓰라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기둥과 화장실 외에는 가벽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철거는 맡겨도 되지 않나?”

- 그 좋은 힘 아껴서 뭐하시게요?

선우현은 그 가벽을 다 뜯어내 폐기물 차량에 실어 보냈다.

이곳을 선체에 있던 식물 재배실과 비슷한 구조로 만들려면 외부 태양광도 이용해야 한다.

선우현이 태양광을 4층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집광판을 옥상에서 만들었다.

- 선장님. 집광판은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요.

“대충 맞는 것 같은데?

- 제가 지금 영상과 도면 다 펼쳐놓고 비교하고 있습니다.

“네가 말로만 설명하니까 헷갈려. 아예 도면으로 그려서 강하 캡슐에 담아 보내줘. 직접 보면서 해야겠다.”

- 소형 강하 캡슐을 만들 자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나요? 하늘에서 떨어지긴 하죠. 위성 궤도를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를 수집해서 자원으로 재생해 만드니까요. 그런 자원이 생기면 선체 수리에 써야 하지만요.

“식물 급속성장촉진제 더 보내야 하잖아. 그거 보낼 때 끼워서 같이 보내.”

- 아!

“우리 수선이가 바보가 됐어요.”

- 저 바보 아닙니다.

“응. 그래.”

지원위성의 식물 재배 시설은 이미 다 뜯어서 자재로 사용했다. 실물은 참고할 방법이 없다. 디지털 데이터로 남아 있는 자료를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건 도면으로 그리긴 어렵겠지?”

- 변수가 많아서요.

“강하 캡슐 올 때까지 하루쯤 더 놀려고 했더니.”

내부에 설치할 시설을 선우현이 직접 다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기존에 판매되는 스마트 팜 장비를 사다가 개조해서 쓰자.”

-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양산품은 광원의 형태부터 차이가 납니다.

“대충 비슷하게 짜 맞춰야지. 효율이 좀 떨어지겠지만, 대충 잘 자라겠지.”

집광판은 구조가 독특해서 새로 만들어야 했지만, 업체에서 파는 장비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그런데 4층 내부는 지원위성에서 직접 볼 수가 없다.

- 제가 4층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야 선장님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다 방법이 있어. 전에 최 사장님이 전망탑 붕괴 영상 보여줄 때 말이야. TV랑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했잖아. 그런 식으로 보여줄게.”

- 선장님. 이상합니다.

“왜?”

- 똑똑해지셨습니다.

“나 원래 똑똑해.”

- 그건 아닌 듯합니다.

선우현은 옥상 평상에 TV를 뉘어놓았다. 그런 후에 4층에서 그 TV와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했다.

삼각대는 4층 구석에 세워놓았다. 거기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카메라를 켠 후에 물었다.

“어때?”

김수선이 지원위성 관측 카메라의 탐색 범위를 옥상 TV 크기로 좁혔다.

- 4층 상황이 아주 잘 보입니다.

“봤냐? 내가 이렇게 똑똑하다.”

- 이제 선장님이 작업하시는 내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군요.

“어?”

- 똑똑하십니다.

“야. 그건 아니지.”

선우현은 힘이 좋아서 배송된 스마트 팜 장비를 혼자서 옮기고 조립했다.

철제 샤시를 조립할 때 쓰는 나사는 동서남기공에서 만든 걸 사용했다.

용접이 필요할 때는 소형 전기 용접기를 썼다.

“거기서 쓰던 레이저 용접기가 진짜 아쉽다.”

- 그건 못 보내드린다고요. 선체 수리 오천 년 경력으로 어떻게든 해보십시오.

선우현이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 말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비슷하지?”

실내에는 양산형 식물 재배기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 선체 재배실과 느낌만 비슷하고 모양은 참 제멋대로네요.

“그거라도 비슷하면 됐지. 지상의 용접 장비가 손에 안 익어서 그래. 차이가 나는 부분은 식물 재배실 제어장치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어.”

그 제어장치는 현재 지원위성의 선체 유지에 사용되고 있다.

- 그걸 뜯어가셨는데 선체 안정화 장치가 터지기라도 하면, 선체가 대기권으로 추락하면서 저랑 같이 활활 불타버리겠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너도 거기서 좀 알아봐.”

양쪽 세계는 하드웨어의 기술 격차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선체에 있는 식물 재배장치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지상 장비에 그대로 쓸 수는 없다.

대신에 지원위성에는 탐사대의 현장 활동을 돕기 위한 기술이 다양하게 있다.

- 선장님. 선체에 보관된 자료 중에 탐사대 지상 활동용 임시 재배 시설 정보가 있습니다. 이건 지상의 부품으로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는데요?

“역시 김수선! 해답을 찾아낼 줄 알았어!”

- 이래도 제가 바보인가요?

“누가 너보고 바보래? 누구야? 아. 나구나.”

선우현이 물었다.

“그 시설을 만들면, 선체에 있던 식물 재배실하고 같은 수준으로 되냐?”

- 그럴 리가 있습니까?

“역시 아니구나.”

- 그래도 그 건물 4층 내부의 온도와 습도, 광량, 그리고 급속성장촉진제와 비료 공급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비료 공급장치는 당연히 전자동이지?”

- 당연히 선장님이 그때그때 투입량을 정해주셔야죠?

“에이. 자동공급장치가 있으면 진짜 좋은데.”

- 선체 제어장치는 노리지 마시라니까요.

“물어만 본 거야.”

김수선이 말했다.

- 옛날에 지상에 보냈다가 잃어버린 정찰모듈 M2를 찾아내시던지요.

“아. 엠투.”

- 예. M2가 있으면 촉진제나 비료 투입 정도의 단순 작업은 시킬 수 있습니다.

선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걸 어디서 찾으라고. 엠투는 이미 로스트 컨텍 상태인데.”

선우현이 위성통신 중계기로 쓰는 팔찌는 슬립 모드에 들어간 후에도 가끔 현재 위치 정보를 발신했다.

그래서 그 팔찌는 잃어버린 지 사백 년이나 지났는데도 선우현이 찾으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찰모듈 M2는 통신은 물론이고 위치 정보조차 끊긴 지 오래됐다.

“엠투는 이제 못 찾아.”

- 그러니까 농사는 직접 지으십시오.

선우현이 내부를 둘러보았다. 4층 내부에는 기둥만 있어서 공간이 꽤 넓어 보였다.

“역시 스마트 농장은 4층에만 만들어야겠어. 다른 층까지 확장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아져.”

***

선우현은 힘이 세서 철거는 순식간에 끝냈지만, 장비 개조와 설치는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꽤 걸렸다.

그는 옥상에서 소형 전기 용접기로 집광판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도면을 보면서 만들어서 김수선의 잔소리가 좀 덜했다.

박서윤이 토마토를 받으러 찾아왔다가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제안했다.

“더워 보이세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사올까요?”

“좋죠. 제일 큰 사이즈로요.”

박서윤이 카페로 가서 커피를 샀다.

“얼음 많이 넣어주세요.”

그녀가 커피를 가지고 돌아와 선우현에게 주며 물었다.

“일이 많으신가 봐요. 옥상에 뭐가 많네요.”

“기존 양산품을 적극적으로 쓰고는 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도 꽤 있어요.”

“뭔지는 모르지만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 그럼 내 조수….”

김수선이 끼어들었다.

- 선장님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주시게요? 쇠파이프를 손으로 휘는 걸 보면 놀랄 텐데요?

“조수는 무리니까 마음만 받을게요.”

***

실내 스마트 농장 설치 작업은 박서윤이 돌아가고 나서 하루가 더 걸렸다.

“봐라. 이거 내가 다 했다.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 필수 작업만 끝난 겁니다.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토마토를 키울 수만 있으면 된 거야.”

최종훈이 오후에 찾아왔다. 그는 4층 내부에 만든 실내 스마트 농장 시설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아. 이건 뭐, 그냥 보기에도 엄청나 보입니다.”

선우현이 은근슬쩍 자랑했다.

“에이. 별거 아닙니다. 그냥 식물을 키우는 시설일 뿐인데요.”

선우현은 업체에서 구입한 스마트 팜 장비를 개조해 실내 여기저기에 세워놓았다. 그런데 그 위치가 일정하지 않았다. 마치 대충 흩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양산형 스마트 팜 장비를 올려놓은 거치대의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는 대충 막 만든 것처럼 보였다.

선우현이 설명했다.

“위치나 형태가 제각각인 건 채광장치 때문입니다. 나중에 추가 장비를 더 달 겁니다. 그리고 모양은 저래도 용접을 단단히 해놔서 안 무너집니다.”

최종훈이 얼른 말했다.

“아유. 며칠 만에 이걸 다 만드셔서 감탄하는 중이었습니다.”

최종훈은 기술 전문 회사 사장이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 스마트 팜 장비들을 보며 감탄했다.

“이거, 자세히 보니까 혼란 속에 균형이 있네요.”

김수선이 말했다.

- 어떻게든 칭찬하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던지나 봅니다.

최종훈이 물었다.

“물이 많이 안 보이는 걸 보면 완전 수경재배는 아니네요?”

“반반입니다. 식물의 뿌리를 흙 대신에 잡아주는 구조물은 업체에서 파는 걸 썼습니다.”

실내에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는 파는 곳이 많았다. 일반적인 흙 대신에 쓰는 스마트 팜 전용 흙도 있었다.

가정에서 채소 정도를 재배하는 장치도 여러 기업에서 상품화해서 판다.

선우현은 4층 내부 시설을 전문 스마트 팜 장비와 가정용 장비를 조합해 만들었다.

최종훈이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선우현 씨가 스마트 팜을 만든다고 해서 저도 좀 찾아봤는데요. 기존에 나온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특히 조명이 참 좋습니다.”

기존 제품은 LED 광원을 햇빛 대신 사용한다. 여기에는 LED 광원과 자연광을 동시에 사용했다.

선우현이 창문 쪽을 가리켰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야 전기 에너지가 절약되죠. 그리고 이 시설에서 제대로 키우려면 자연광도 좀 필요하거든요.”

모든 창문 앞에는 태양광 집광 장치가 붙어 있었다. 4층 창가로 오는 햇빛을 실내로 끌어들여서 식물 쪽으로 뿌려주는 구조였다. 그 집광 장치가 창문을 가려서, 외부에서는 내부를 엿볼 수 없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에너지는 아껴야죠. 덤으로 보안 효과도 생기고요.

탐사대 지원위성이 유지되려면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체 동력원만으로 오천 년을 버티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지원위성에서는 집광 장치 등을 이용해 수집한 태양광을 보조 에너지로 사용했다.

선우현은 그 집광 장치를 4층에 설치했다. 지상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만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효율은 떨어지지만, 기본 원리는 지원위성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최종훈이 안쪽을 가리켰다.

“여기 이 장치들은 뭡니까?”

“식물의 뿌리에 적당한 양분과 영양제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낭비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양분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죠.”

뿌리 근처에 양분을 공급하는 장치는 시중에서 돈만 주면 구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어느 식물에 얼마만큼의 양분을 공급해야 하는지였다.

그중에서도 급속성장촉진제의 공급량을 잘 조절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런데 적정 공급량은 지상에서 결정할 수 없다. 그건 지원위성에서 김수선이 알려주는 정보를 받아서 입력해야 한다.

최종훈이 물었다.

“양분을 얼마나 공급해야 할지를 자동으로 어떻게 압니까?”

“카메라로 보고 판단합니다.”

최종훈은 당황했다.

“네?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 장비가 카메라로 사람이 눈으로 보듯이 식물을 보고, 식물의 현재 상태를 판단해서 비료를 공급한다는 겁니까?”

“어…. 비슷하죠.”

“아니, 그건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잘?”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또 약을 파시네요. 영상을 분석해서 데이터를 생성하는 건 여기서 하는데요.

지원위성에 있는 식물 재배실 제어장치를 지상으로 떼어올 수는 없다. 그 장치를 지상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만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렇지만 4층 스마트 농장에는 제어장치가 꼭 필요했다.

선우현은 해결법을 기어이 찾아냈다.

그가 설명했다.

“여기서 식물을 촬영한 영상을 서버로 보내면, 서버에서 식물의 상태를 분석해 비료와 빛의 적정 공급량을 결정합니다. 이 장치에는 그렇게 결정된 값을 받아서 비료를 공급하는 기능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술의 핵심은 그 분석 서버군요.”

“그렇죠.”

지원위성 식물 재배실의 관리 및 제어장치는 현재 안정화 장치의 보조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 안정화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보조 제어장치로 지상에서 보내준 영상을 분석하고 조명 관리나 촉진제 공급량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

그런 방법을 쓰면 제어장치가 지상에 없어도 4층의 모든 장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지원위성으로 영상을 직접 전송할 수는 없다.

선우현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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