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81화 (81/281)

81. 건물주

선우현이 말했다.

“생산량을 좀 늘리는 거 가지고 엄청 좋아하시네요. 그래 봤자 토마토인데.”

최종훈이 흥분해서 말했다.

“활토가 어떻게 그냥 토마토입니까! 몸에도 좋고 하나 먹으면 온종일 활력이 생기고!”

최종훈이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외쳤다.

“제 동생이 몸이 약한데, 이 토마토만 먹으면 걔도 온종일 기운이 넘칩니다! 제가 하도 신기해서 토마토 성분 검사를 다시 했….”

선우현이 반갑게 말했다.

“아하! 검사를 또 하셨구나!”

- 우리 대신에 알아서 돈 써서 검사하네요. 역시 현지 협조자 하나는 잘 선정했습니다.

최종훈이 그의 반응을 착각하고 즉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선우현 씨를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몸이 약한 동생 때문에….”

변명도 했다.

“저만 한 게 아니라 신규 고객 중에도 여러 명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사했습니다.”

선우현이 결과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래서, 그 많은 검사를 했더니 토마토에서 뭐 이상한 거라도 나왔습니까?”

- 에이. 설마요.

“당연히 정말 몸에 좋은 토마토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몸에 좋은 유효 성분이 일반 토마토보다 몇 배 더 많아서, 검사를 직접 돌려본 고객들이 감탄했습니다. 하하하.”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수선아. 일반 토마토보다 몸에 좋은 게 많대.”

- 좋은 거 많이 드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다른 성분은 검출이 안 되는데도 지구연합에서는 없던 활력 효과가 생겼단 말이야. 역시 원료에 첨가되는 포션을 위성 궤도에서 오천 년이나 숙성시킨 게 추가 효과가 생긴 이유겠지?”

- 오래된 상처까지 치료되는 이유도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최종훈의 다리나 구하니의 목은 다친 지 일 년이나 지났는데도 레드 포션 한 방에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설마 다른 추가 효과는 없겠지?”

- 모르죠. 우리는 다른 용도로는 써본 적이 없으니까요.

최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시는지…. 혹시 제가 검사한 게 너무 실례….”

“아니, 아닙니다. 돈을 땡겨주시면 이 건물을 사서 실내 스마트 농장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하느라고요.”

“그건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회사에서 빠른 처리가 어려우면 제 사재를 털어서라도….”

“그냥 로열티를 미리 받는 거로 하죠. 이 건물 살 정도로만.”

최종훈이 제안했다.

“그러면 건물 구매에 관한 실무적인 일은 우리 김 비서에게 맡기는 건 어떠십니까? 연구하느라 바쁘실 텐데 도움을 좀 드리고 싶어서요. 하하하.”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김 비서가 그런 일을 참 잘합니다.”

***

최종훈이 떠난 후에 선우현이 옥상 한쪽에 보관 중인 비료를 보았다.

급속성장촉진제만으로는 식물이 자라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열매를 맺으려면 양분이 필요하다.

토마토를 급속성장시키려면 적정한 수준의 비료를 충분히 공급하면서 촉진제를 사용해야 한다.

“수선아. 저걸로 전 세계 농업을 장악하면 우주왕복선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 그 건물 한 층짜리 소규모 스마트 농장에 필요한 촉진제를 만들려 해도, 저는 또 에너지를 쥐어짜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 농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농담한 거야.”

- 농담 맞으시죠?

“세상에 날로 먹는 건 없구나.”

- 이미 충분히 날로 먹고 계십니다만?

선우현이 잘 익은 토마토를 보며 말했다.

“난 이 토마토를 먹어도 추가 효과가 없고 그냥 맛만 좋던데.”

- 평소에 활력이 넘치시는 게 첫 번째 이유겠죠.

“두 번째도 있나?”

- 생명유지장치에도 레드 포션이 소량 사용되잖습니까?

그 생명유지장치 덕분에 선우현은 오천 년을 위성 궤도에서 지냈는데도 여전히 젊은 신체를 유지했다.

- 선장님은 이미 포션의 효과를 충분히 받은 상태라서, 그런 미약한 성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겠네.”

***

건물은 이미 매물로 나와 있었다.

최종훈의 비서 김찬혁이 선우현 대신 건물주를 찾아가 매입 협상을 진행했다.

“사장님. 그거 이 가격에 살 사람은 그분밖에 없다니까요? 거기가 뭐 개발 호재가 있는 동네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통이 좋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거기가 전망은 참 좋습니다.”

“제 고객님께서 바로 그 전망 하나만 보고 사겠다고 하신 겁니다. 그런데 그 건물은 4층만 해도 통째로 비어 있고 다른 층도 빈방이 많잖습니까? 좋은 전망이 없었으면 이 가격조차 어림도 없었습니다.”

***

건물 인수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선우현은 토마토 판매 대금과 기술 로열티 일부를 미리 받은 것으로 건물 대금을 해결했다.

“진짜 탈탈 털었다.”

- 다시 열심히 버십시오.

건물 인수가 끝난 후에, 선우현이 김찬혁에게 토마토를 대접하며 말했다.

“찬혁 씨 능력 진짜 좋으시네요. 원래 호가에서 좀 깎으셨더라고요.”

“제가 우리 사장님을 모시면서 보고 배운 게 있어서요. 흐흐흐.”

“토마토 더 드실래요?”

“당연하죠! 저기, 그런데 이거 혹시…. 제 여자친구도 좋아하는데….”

“큰 거 해결하셨는데 한 열 개쯤 싸드릴까요?”

“열 개나요? 고맙습니다!”

옆에서 최종훈이 말했다.

“김 비서. 나도 줄 거지?”

“네에?”

“표정 보니까 안 주겠구나.”

“제 여자친구가 활토를 진짜 좋아하는데 워낙 귀해서 못 먹었거든요. 이거 열 개를 눈앞에서 딱 꺼내면, 크으!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너는 좋겠다. 여자친구도 있고, 토마토도 많고.”

“사장님은 여자친구만 없고 다 있으시잖습니까?”

“내가 그동안 회사를 키우느라 바빠서 여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어. 그런데 나랑 같이 다니는 넌 어떻게 사귈 시간이 생겼을까?”

“어…. 그게요. 사장님 다리가 다 나으셨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내 다리가 왜?”

“사장님이 일 년간 부상 후유증으로 일에서 손을 놓으셨을 때, 저는 시간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그러니까 나는 아파서 죽네 사네 하는데, 너는 연애하느라 좋아서 죽네 사네 했구나?”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활토는 안 됩니다. 여자친구랑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안 통하네. 쩝.”

건물주가 이 건물을 파는 건 공실이 많기 때문이다.

4층은 주거용이 아니라 사무실로 쓰던 공간이다. 그곳은 아예 비어 있었다. 다른 층도 사무실은 다 비어 있고 주거용 공간은 빈방이 많았다.

최종훈이 선우현을 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다 내보내실 거죠?”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요?”

“방법은 있습니다. 당장 옮기는 조건으로 이사비랑 부동산 중개료를 대주고, 그리고 또 몇 달 월세 정도를 사례비로 주면 쉽게 이 주변 다른 곳으로 옮길 겁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은 이 건물 사고 세금 내는데 돈 다 쓰셨는데요? 사례비로 쓸 돈이 어디 있습니까? 보증금이라도 돌려주려면 토마토 열심히 팔아야 하는데.

선우현이 최종훈에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4층만 쓰면 됩니다.”

최종훈이 욕심을 부렸다.

“그러지 마시고, 아예 1층에서 4층까지 다 활토를 쫙 재배하시면….”

“제가 개발한 식물 영양제는 그렇게 많이 만들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4층의 스마트 농장이 한계입니다.”

김수선도 말했다.

- 촉진제를 더 많이 만들고 싶으면 자원과 에너지를 보내주시던가요. 우주왕복선이 요즘 얼마더라….

최종훈이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요. 그럼 나중을 위해서, 부동산에 내놓은 매물이라도 싹 다 거둬들이시죠. 빈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요.”

“아. 그건 괜찮겠네요.”

토마토를 열 개나 받기로 한 김찬혁이 알아서 나섰다.

“제가 연락 쭉 돌리겠습니다.”

***

두 사람이 떠난 후에, 선우현이 옥상에 혼자 남아 난간을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수선아. 봐라. 이 건물이 이제 내 거다.”

- 탐사대 지원위성에 들어간 예산과 물자의 가치에 비하면 하찮은 건물입니다.

“부럽구나?”

- 네.

“어…. 이 건물은 이제 우리 거다.”

***

신나리는 다른 지방에 살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왔다.

그녀는 이 건물 원래 주인의 자녀의 친구다.

건물주는 서울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건물 관리 알바를 신나리에게 맡겼다.

그렇다고 그녀가 직접 건물을 고친 건 아니다. 청소도 가끔 건물 앞을 빗자루질하는 정도만 했다.

그녀가 맡은 일은 공공 우편물을 받아서 건물주에게 보내주거나, 보일러나 수도 등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로 사람을 불러 수리를 맡기는 정도였다. 복도나 계단 청소는 업체를 이용했다.

대신에 월세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건물이 팔렸다.

신나리가 옥상에 올라와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 여기서 쫓겨나면 이제 오빠가 키운 토마토도 못 얻어먹고, 월세도 내야 해요.”

“너 월세는 집에서 받는다며. 그걸로 내면 되잖아.”

“그동안 월세 낼 돈을 용돈으로 쓰면서 풍족하게 지냈는데, 이제 그것도 끝났어요.”

“장하다. 부모님은 네가 그러는 거 아직 모르시지?”

“알면 월세는 당장 삭감하셨겠죠. 아니면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하시거나.”

“너 공부는 하냐?”

신나리가 당당하게 말했다.

“저 쫌 하거든요?”

“봤어야 믿지.”

신나리가 물었다.

“오빠는요? 건물주가 옥탑방에서 나가란 말은 안 해요?”

신나리는 건물주가 선우현이라는 걸 모른다.

선우현은 JHC 테크의 연구소 시설을 쓰기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들었다. 그때도 필요한 서류 작업은 김찬혁이 처리했다.

이 건물은 선우현이 그때 만든 회사 이름으로 샀다.

“아니. 난 앞으로도 여기서 살 건데?”

“좋겠다.”

“왜? 넌 나가게?”

“저는 그동안 친구 아빠 건물에서 공짜로 지냈잖아요. 보증금도 없고 돈 낸 것도 없으니까 나가야죠.”

“잠깐. 너 보증금이 있었어?”

“있었는데 이제 없어요. 그걸로 작전주 샀다가 대표이사 횡령으로 회사가 상폐되는 바람에 휴지가 됐거든요.”

“너 주식도 했냐?”

“주식 동아리 선배한테 속았죠. 잘생겨서 믿었더니. 아오.”

“너 혹시 길바닥에 나앉냐?”

“큰일 났죠?”

“큰일이긴 한데, 네가 자초한 큰일이네.”

“일단은 친구네 집에서 잠깐 신세 지려고요. 그건 그러면 되는데, 오빠가 키운 토마토 못 먹게 돼서 너무 아쉬워요.”

“내 토마토는 왜?”

“진짜 맛있으니까요.”

신나리는 관리인 자격으로 옥상에 올라올 수 있다. 선우현이 가끔 그녀에게 토마토를 하나씩 주곤 했다.

선우현이 혹시나 해서 물었다.

“너 그거 먹어도 활력이 생기진 않는다고 했지? 다른 건 뭐 없었어?”

신나리가 손뼉을 쳤다.

“아!”

“뭔가 변화가 있구나?”

“주스로 만들어서 마시면 숙취 해소에 진짜 좋던데요?”

“아. 숙취 해소.”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수선아. 추가 효과를 하나 더 찾았다. 숙취 해소제로 쓸 수 있단다.”

- 백만 원짜리 숙취 해소제를 파시게요?

“몇 개 안 팔리겠네. 그건 관둬야겠다.”

신나리가 말했다.

“그래서 토마토에 숙취해소제 성분이 들어 있는 줄 알았어요.”

“연구소에 맡겨서 성분 검사를 여러 번 했는데 이상한 건 하나도 없어.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숙취 해소 효과가 있는 거야.”

“완전 웰빙 토마토네요?”

“그렇지.”

김수선이 제안했다.

- 선장님. 활력 토마토를 신나리에게 종종 먹여서 다른 추가 효과가 더 있는지 확인하시죠.

“그러면 사람을 상대로 실험하는 거 같잖아.”

- 식물 급속성장촉진제는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입니다. 그리고 레드 포션으로 인해 생긴 추가 효과가 몸에 나쁠 리 없습니다.

레드 포션은 사람의 몸에 원액을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니 촉진제에 미량이 함유된 걸 다시 토마토를 거쳐 먹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겠지?”

김수선이 신나리를 선택한 이유도 설명했다.

- 최종훈이나 김찬혁은 활력 효과를 강하게 받기 때문에 어중간한 추가 효과는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선장님은 먹어도 표가 안 나고요.

“그런데 나리는 활력 효과를 안 받지.”

- 테스트 요원으로 신나리가 제격입니다.

신나리가 푸념을 하고 토마토도 하나 얻어먹은 후에 옥상에서 내려갔다.

선우현이 김찬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주민들에게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걸 찬혁씨가 알려줬습니까?”

- 예. 제가 깔끔하게 연락 돌렸습니다.

“신나리라고, 이 건물 관리 알바를 하고 대신에 방을 하나 공짜로 쓰던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그냥 지금처럼 알바 하면서 지내라고 대신 연락 좀 해줘요. 걔는 내가 이 건물 주인이라는 걸 모르니까.”

-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혹시?”

김찬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선우현 씨가 그 아가씨에게 호감이….

“이제 막 대학교 들어간 애를요?”

탐사대 지원위성에서 김수선도 한마디 했다.

- 그러게 말입니다. 나이 차이가 오천 살이 넘는데.

김찬혁이 얼른 사과했다.

- 앗! 아닙니다!

선우현이 불평했다.

“활력 토마토 따로 빼두는 거 없이 다 팔아버릴까 보다.”

- 헉! 즉시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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