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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63화 (63/281)

63. 동에 번쩍 서에 번쩍 III

가짜 대리기사가 박서윤의 통화를 눈치채고 잭나이프를 꺼내며 작은 소리로 위협했다.

“너 뭐하는 거야? 입 다물고 그거 조용히 내놔. 아니면 확 그냥!”

박서윤은 겁을 먹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납치범이 스마트폰을 탁 가로채 그녀가 어디로 전화했는지 확인했다. 112를 예상했는데 일반 휴대폰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난 또 신고한 줄 알았네.”

앞차에서 내린 남자 세 명이 채연서의 차로 다가왔다. 그중 한 명이 채연서가 있는 쪽 문을 잡아당겼다.

채연서가 급히 잠금 버튼을 연달아 누르고 안쪽에서 문을 꽉 당겼다.

“안돼! 저리 가!”

“반항해봐야 소용없다. 조용히 따라오면 죽이지는 않….”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나 그쪽으로 달려왔다. 선우현이 모는 오토바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려오는 오토바이로 향했다.

“저 새끼 뭐….”

선우현이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오른팔을 옆으로 뻗었다.

채연서의 차 문을 열려던 놈이 선우현의 오른팔에 걸렸다.

“케에엑!”

그놈은 마치 차에 치인 것처럼 앞으로 튕겨 나가 앞차 뒷유리에 처박혔다. 뒷유리가 박살 나고, 그 충격으로 앞차 트렁크가 활짝 열렸다.

선우현이 오토바이를 옆으로 비틀며 브레이크를 당겼다. 타이어가 도로를 짧게 미끄러졌다.

선우현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으며 적의 위치를 확인했다.

“넷이네.”

차에 처박힌 놈까지 세면 네 놈이 있었다.

김수선이 말했다.

- 장물아비가 채연서에게 보냈다고 말한 놈들의 수와 일치합니다. 여기 다 모여있습니다.

앞에 있던 두 놈이 황급히 잭나이프를 꺼냈다.

“이 새끼 뭐야!”

그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선우현이 한 놈을 밀어 찼다. 다리가 쭉 펴지며 발이 적의 배에 푹 꽂혔다.

“케엑!”

걷어차인 놈은 허리가 접히며 뒤로 날아갔다. 앞차 트렁크는 활짝 열려 있었다. 그놈은 트렁크 안에 처박혔다.

다른 한 놈이 그 틈에 선우현을 향해 잭나이프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선우현이 적의 다리를 툭 차서 옆으로 자빠뜨렸다. 달려들던 적의 다리가 젖혀지고 몸은 옆으로 휙 넘어갔다. 넘어가는 놈의 허리를 다시 걷어찼다.

“꾸엑!”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찬 발차기에 맞은 놈이 뒤로 날아가다가 구겨진 트렁크 덮개에 충돌했다. 트렁크 안에 처박힌 놈과 달리 그놈은 위로 한 번 튕겨 차 지붕 위로 굴러갔다.

“케켁.”

세 놈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게다가 셋 다 타고 온 차에 처박혔다. 한 놈은 뒷유리에, 한 놈은 트렁크에, 한 놈은 지붕에 얹어져 있었다.

선우현이 뒤로 돌아섰다.

“이제 한 놈 남았네?”

운전석에 있던 가짜 대리기사는 공포에 질렸다.

그는 황급히 차 문을 잠근 후에 잭나이프를 들며 소리를 질렀다.

“오지 마! 오면 이 여자들을 죽….”

선우현이 손에 들고 있던 오토바이 헬멧으로 운전석 유리를 후려쳤다.

차 유리가 깨지면서 안쪽으로 밀려들어 갔다. 내부에 필름이 들어있는 이중접합유리라 산산이 부서지진 않았다. 대신에 유리 잔해가 필름과 함께 손을 쳐 칼을 조수석 쪽으로 날려버렸다.

선우현이 뻥 뚫린 창문으로 팔을 넣어 그놈의 멱살을 콱 잡았다.

“켁!”

선우현이 적을 운전석 창문을 통해 밖으로 끌어낸 후에 바닥에 던졌다.

적은 공포에 질려 허우적댔다.

“으아아아. 사, 살려….”

채연서는 차 안에서 눈을 껌뻑였다. 운전석에서 끌려나간 놈이 밖에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선우현 씨가 왔네요?”

박서윤이 설명했다.

“제가 도와달라고 불렀어요.”

“아는 사이에요?”

“네. 알아요.”

채연서는 박서윤이 선우현을 아는 것 자체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우현 씨는 JHC 테크 사장님이랑 잘 아는 사이니까, 길성 비서실에서 알 수도 있지.’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근데 방금 불렀잖아요.”

“그쵸. 방금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벌써 와요?”

박서윤이 생각하기에도 선우현이 너무 빨리 오긴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웅…. 원래 갑자기 나타나는 분이세요. 전에도 그랬어요.”

저번에 박서윤이 납치됐을 때도 선우현이 갑자기 나타나서 구해주었다.

채연서가 선우현을 보며 말했다.

“아니, 무슨 순간이동도 아니고….”

선우현이 납치범들을 다 때려눕힌 후에 뒷좌석으로 다가와 물었다.

“괜찮습니까?”

채연서가 얼른 문을 열며 대답했다.

“네? 네! 괜찮아요.”

박서윤이 인사했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는 서윤 씨도 있을 줄은 몰랐는데.”

“네?”

장물아비한테 정보를 캐냈을 때는 채연서만 구하면 되는 줄 알았다.

“저놈들은 채연서 씨를 노린 겁니다. 서윤 씨까지 말려들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전화했을 때는 제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하셨는데….”

“채연서 씨를 찾다가 둘이 같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선우현이 운전석 유리를 보며 말했다.

“저놈 잡다가 차 유리를 부쉈네요. 수리비 많이 나오겠네.”

채연서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뇨! 폐차로 만들었어도 괜찮아요! 지금 구해주셨는데 그게 문제인가요!”

“그럼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는 거로.”

“당연하죠. 저기, 그런데요.”

채연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저놈들이 왜 저를 노려요? 저 그 정도로 큰 원한을 쌓은 기억은 없는데요.”

“김승빈은 연서 씨한테 원한이 많다던데.”

“예? 아니, 그 새…. 그놈이 왜요? 칼을 들고 달려오는 마약조직원한테 날 밀친 건 그놈인데!”

“원래 일을 망치면 남 탓부터 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

김승빈은 선우현에게 붙여놓은 놈이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그 새끼는 알바하러 안 가나? 아니면 알바 자리를 못 구했나?”

그는 선우현 쪽보다는 채연서를 납치하러 간 놈의 연락을 더 기다렸다. 이쪽 일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 잡으러 간 새끼는 왜 보고를 안 해?”

답답해진 김승빈이 전화를 걸었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김승빈이 화를 냈다.

“왜 보고를 안 해서 내가 걸게 하는데? 돈 받기 싫어? 어떻게 됐어? 잡았어?”

선우현이 말했다.

- 야. 김승빈.

김승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즉시 전화를 끊었다.

“이 새끼 뭐야?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그는 채연서에게 보낸 놈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이름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전화통화만 하고, 돈을 보내주고, 일을 맡기기만 했다.

그런데 상대가 그의 이름을 말했다.

김승빈이 다급히 장물아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김승빈이 화를 벌컥 냈다.

“차 사장! 설마 내 이름을 그놈들한테 알려준 거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하는 놈들로 구하라고 했잖아!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데!”

선우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전화를 그렇게 끊으면 뭐 달라지냐?

김승빈은 당황했다.

그는 발신 번호를 급히 확인했다.

조금 전에 건 번호와 지금 번호는 분명히 달랐다. 하나는 채연서에게 보낸 놈에게 건 전화였고, 다른 하나는 장물아비에게 건 전화였다.

김승빈이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너 누구야? 왜 양쪽에서 다 네 목소리가 들리는데!”

선우현이 말했다.

- 너 선 많이 넘었다. 이제 대가를 치러야지?

***

선우현이 가짜 대리기사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장물아비의 휴대폰도 가지고 있어서 김승빈이 전화하면 번갈아가며 받을 수 있었다.

선우현은 차에 처박혀 있던 셋을 빼내 이미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놈의 옆에 일렬로 늘어놓았다.

“서윤 씨와 연서 씨는 차에서 대기해요. 피해자가 이놈들 옆에 서 있으면 그림이 이상해지니까.”

이 상황에서 두 사람만 남겨두고 현장을 떠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두 사람을 먼저 보내면 피해자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납치하려던 놈들을 차에 싣고 가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목격자가 두 명이나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차 앞에 서서 경찰을 기다렸다.

차 안에서 채연서가 박서윤에게 물었다.

“선우현 씨가 무술고수인 거 알아요?”

“물론 알죠.”

“아는구나. 저도 알아요. 섬 촬영 현장에서 진짜 대단했거든요.”

“역시 그 일도 선우현 씨가 해결한 거였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저놈들이 너무 심하게 다친 거 아닐까요?”

박서윤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뇨. 살살 팼어요.”

“에이. 아니에요. 섬에서 잡은 마약조직원들보다 많이 다친 것 같은데요.”

“선우현 씨가 제대로 패면 저 정도가 아니에요.”

채연서가 박서윤을 돌아보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데 그래요?”

“그런 게 있어요.”

“와. 진짜 듣고 싶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경찰 두 명은 현장을 보고 당황했다.

“어?”

한 명은 자기도 모르게 권총집에 손을 댔다.

“김 경사님. 저기 차가….”

그 차는 뒷유리가 부서지고 지붕은 찌그러지고 트렁크도 우그러들었다. 그 뒤에 서 있는 차도 운전석 유리가 깨져 있었다.

“바닥에 있는 사람들 상태가…. 구급차부터 불러.”

“예!”

“많이 불러.”

경찰이 온 걸 본 채연서와 박서윤이 차에서 내렸다.

박서윤이 말했다.

“제가 신고했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김 경사가 선우현을 보며 말했다.

“혹시 저기 저 사람이 이 사람들을….”

“신고할 때 말씀드렸는데요. 저희가 저놈들한테 납치당할 뻔했는데, 저분이 구해주셨어요. 제가 아는 분이에요.”

“네? 단순히 구해준 게 아니라 사람을 아주….”

선우현이 말했다.

“안 죽었습니다.”

김 경사는 당황했다.

“아니, 선생님. 이게 지금 죽지만 않았으면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저 사람들은 딱 봐도 많이 다쳤는데, 선생님은 하나도 안…. 어? 왜 하나도 안 다쳤습니까?”

“다쳐야 합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김 경사가 괜히 순경을 돌아보며 짜증을 냈다.

“야! 구급차 어떻게 됐어?”

“부르고 있습니다!”

김 경사가 선우현을 다시 보며 말했다.

“일단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박서윤이 얼른 명함을 내밀었다.

“길성 직원 박서윤입니다.”

김 경사가 명함을 확인했다.

“아. 길성 비서실에 계신 분이군요.”

“저분은 저희 길성의 중요 사업 파트너세요.”

박서윤의 의도를 깨달은 채연서도 얼른 명함을 주었다.

“채연서예요. 명품 전문 디자이너인데, 저분의 상품을 제가 디자인하고 있어요.”

김 경사가 선우현을 보며 말했다.

“신분은 확실한 분인가 보군요.”

채연서가 옆에서 대답했다.

“그럼요. 엄청 확실하죠.”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는 받으셔야겠는데요? 어휴. 저 사람들 너무 다쳤네.”

“저놈들이 저를 납치하려고 했어요. 막 칼로 위협했다니까요? 제가 다 봤는데 정당방위예요. 저놈들은 저래도 싸요.”

박서윤도 한마디 했다.

“어떻게 저분만 경찰서로 보내요? 그건 안 돼요.”

김 경사가 말했다.

“당연히 세 분 다 같이 가셔야지요.”

“아….”

***

박서윤은 경찰서로 가면서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오늘 일을 보고했다. 선우현이 개입한 일이라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서실장은 선우현의 활력 토마토가 박길성 회장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그래서 그 사실을 박길성에게 바로 보고했다.

집에서 쉬고 있던 박길성은 분노했다.

“감히!”

그가 거칠어지는 숨을 참으며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궁리했다.

‘회사를 완전히 재장악할 때까지는 서윤이가 내 딸이라는 걸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방만한 생각이었나?’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진 전처는 박서윤이 박길성의 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의 두 아들은 전처의 아들이기도 하다.

박길성은 박서윤이 친딸이라는 걸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회사를 다시 장악하는 걸 보면 그 여자도 경거망동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만약 박서윤이 그의 딸이라서 납치될 뻔한 거라면 계획을 바꿔야 한다.

정보가 부족했다.

박서윤이 그의 딸이라는 건 비서실장에게도 말할 수 없다.

박길성이 숨을 고른 후에 말했다.

“내가 다시 전화를 걸지.”

그는 전화를 끊은 후에 곧바로 박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회장님.

“몸은? 어디 다치진 않았고?”

- 안 다쳤습니다. 회장님.

“그래. 다행이구나. 그런데 말이야. 누가 납치하려고 했는지 혹시 알아냈나?”

박서윤이 보고했다.

- 회장님. 저를 노린 게 아닙니다.

“응? 비서실장 말로는 네가, 박서윤 대리가 납치될 뻔했다던데?”

- 채연서 디자이너를 납치하려던 놈들입니다. 저는 같이 있다가 휘말렸습니다.

“휴우. 그렇구나.”

박길성이 가볍게 숨을 내쉰 후에 물었다.

“그럼 어떻게 납치를 피한 거냐?”

- 선우현 씨가 때맞춰 구하러 왔습니다.

“아! 선우현이면 실력은 확실…. 응? 선우현은 납치 음모를 어떻게 알고?”

- 오늘 선우현 씨를 노린 놈도 있었습니다.

“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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