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55화 (55/281)

55. 보물 상자 II

두목이 권총을 좌우로 휘저으며 외쳤다.

“다들 꿇어! 서 있는 놈은 다 죽여버리겠어!”

김수선이 말했다.

- 선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선우현이 투덜댔다.

“저런 놈도 총이 있는데 나만 총이 없어.”

- 선장님은 레이저 포탑이 있잖습니까?

“그건 거점 방어용이라 옥탑방 옥상에 설치했잖아. 권총이 없다고.”

- 불평은 그만하시고 거기 상황부터 해결하시죠?

“할 거야. 하려고 했어.”

선우현이 옆으로 걸어가며 두목에게 말했다.

“야. 그거 리볼버네? 여섯 발 들어가지? 좋겠다?”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씨발! 여섯 발이면 여섯 놈은 죽일 수 있다!”

“맞혀야 죽지. 너 권총 쏠 줄은 알아? 나는 아는데. 명사수인데.”

두목이 권총의 총구를 옆으로 걷는 선우현 쪽으로 돌렸다.

“이 새끼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 너부터 뒈지고 싶냐!”

선우현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까지 가서 걸음을 멈추고 두목을 향해 돌아섰다.

김수선이 경고했다.

- 선장님? 총에 맞으면 몸에 구멍이 납니다만?

“레드 포션 있잖아. 권총 한 발 맞은 상처 정도는 바로 회복할 수 있어.”

처음 가지고 있던 레드 포션은 구하니에게 썼다. 그 후에 김수선이 보내준 포션은 현지 협력자 최종훈에게 사용했다.

- 목격자가 그렇게 많은 곳에서 레드 포션을 쓰시게요?

“빗맞은 척, 총알이 스친 척, 별로 안 다친 척하면서 몰래 써야지.”

- 몸에 총알구멍이 나면 엄청나게 아플 텐데요?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빗나갈 거야.”

- 어쩐지 오늘은 재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레드 포션을 어제 보냈는데 오늘 바로 쓰시겠군요.

김수선은 최근에 새 레드 포션의 재처리 복원을 마치고 선우현에게 보내주었다.

- 재처리는 물론이고 소형 강하 캡슐을 만드는 것도 다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물론 그걸 알면서 그러시는 거겠죠.

“총구 방향 정도는 보고 있어. 안 맞아.”

- 레드 포션 하나 더 재처리 시작할까요? 금방 또 필요해질 것 같은데요?

“아직도 안 했냐? 얼른 해.”

선우현은 레드 포션이 있어서 권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머리만 맞지 않으면 권총탄 한 발쯤은 레드 포션으로 회복할 수 있다.

선우현이 두목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야. 쏴봐. 총알이 내 몸에 스치면 넌 뒈진다.”

구하니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안돼요!”

채연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상남자.”

홍은성은 소리를 질렀다.

“형님! 저놈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피하세요!”

김수선이 말했다.

- 피하라는 놈이나, 그냥 걸어가는….

“왜 말하다 말아? 나는 ‘놈’은 아니지?”

김수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목은 선우현이 겁 없이 걸어오는 걸 보고 겁이 덜컥 났다.

‘저 새끼는 총이 무섭지도 않나!’

그는 선우현이 부하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는 걸 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총이 있어도 내가 당할 거야.’

오래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씨바알!”

겁이 난 두목이 제대로 조준하지도 않고 발작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은 원래 명중률이 형편없다. 숙련자가 아니라면 초탄부터 명중하는 건 어렵다.

총탄은 선우현의 옆으로 1m는 빗나갔다. 스치지도 못했다.

게다가 권총에는 반동이 있다. 발사하는 순간의 반동 때문에 총구가 위로 휙 들렸다.

그 순간 선우현이 오른손을 휙 흔들었다. 조금 전에 빼앗아 손에 숨기고 있던 잭나이프가 두목을 향해 날아갔다.

위로 들렸던 총구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것보다 잭나이프가 날아가는 게 훨씬 빨랐다. 작은 칼날이 두목의 오른팔에 꽂혔다.

“끄악!”

선우현이 잭나이프를 던지자마자 앞으로 돌진했다.

두목이 왼손으로 권총을 옮겨 잡으려 했다. 그런 그의 눈에 어느새 바짝 다가온 선우현이 보였다.

선우현이 달려가다 점프해 공중에서 두목의 얼굴을 발로 콱 밟았다.

“케엑!”

두목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옮겨 쥐려던 권총은 땅에 툭 떨어졌다.

선우현은 가볍게 착지했다.

다섯 놈이 왔는데 이미 넷이 당했다. 이제 한 놈 남았다.

남은 놈은 피디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선우현이 그놈을 쓱 보았다. 그놈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오, 오지 마!”

“피디님 놔줘라.”

“내가 왜! 다들 항복해! 아니면 이놈 죽일 거야!”

피디는 겁에 질렸다.

“사, 살려줘….”

선우현이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었다. 그는 그 권총으로 마지막 남은 놈의 이마를 겨누며 말했다.

“네가 찌르는 것보다 총알이 빨라. 이마 한복판에 구멍이 나면 즉사하니까 못 찔러.”

“서, 설마 진짜로 쏘는 건….”

“내가 좀 전에 그랬잖아. 네가 뒈질 것 같다고. 이 거리에서는 빗나가지 않아. 칼 버려라. 아니면 너 진짜 뒈진다.”

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우현이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6연발 리볼버의 회전식 약실이 천천히 돌아가는 게 적의 눈에도 보였다.

“으, 으아….”

적이 갑자기 칼을 떨어뜨리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 항복합니다! 항복!”

선우현이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며 말했다.

“피디님. 살려준다고 했잖습니까?”

피디가 앞으로 후다닥 뛰었다. 뛰다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는 선우현의 뒤로 도망친 후에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나, 나 이제 산 거 맞지요?”

“보다시피.”

“그럼 저 나쁜 새끼를 빨리 쏴버려요!”

“피디님이 쏘고 뒷감당도 피디님이 하면 되겠네요.”

“어? 어? 아, 아니지. 내가 지금 너무 놀라서 그만….”

조연출과 스태프 몇 명이 피디 쪽으로 달려왔다. 조연출이 소리를 질렀다.

“피디님! 제가 구해드리려고 했습니다!”

“개수작 말고 저 새끼나 잡아!”

선우현이 권총 총구를 위쪽으로 들며 회전식 약실을 옆으로 젖혔다. 빈 탄피 하나와 탄약 다섯 발이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졌다.

“권총은 증거품이니까, 비닐봉지에라도 담으면 좋겠는데.”

피디가 물었다.

“어? 이미 선우현 씨가 손으로 잡았는데 그럼 선우현 씨 지문도….”

선우현이 손을 보여주었다. 그는 얇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내 지문은 안 남겼습니다.”

전투가 끝났다.

넷은 선우현에게 맞아 기절하고, 항복한 하나는 스태프들에게 얻어맞고 붙잡혔다.

경찰에 신고도 했다. 섬에 있는 파출소에서 경찰이 즉시 출동했다.

그런데 이 근처에는 경찰서가 없다. 경찰서 형사팀이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피디가 촬영팀 스태프에게 물었다.

“다 찍었지?”

“하나도 못 찍었죠.”

“어? 아니, 왜?”

“놈들은 산에서 왔는데, 우리 카메라는 전부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그 상황에서 누가 카메라를 돌립니까?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그럼 지금부터라도 찍어. 어떻게 그림을 잘 만들어보자.”

“경찰이랑 저놈들 위주로 찍으면 되겠지요?”

“우리 출연자들도 찍어야지. 내 인터뷰는 나중에 따로 딸게. 지금은 내가 꼴이 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기 저분도 찍을까요?”

“누구?”

스태프가 선우현을 슬쩍 가리켰다. 피디가 말했다.

“당연히.”

“찍어야죠?”

“물어보고 찍어야지.”

“피디님이 언제부터 그런 거 물어보고 찍었다고….”

“너도 선우현 씨 싸우는 거 봤잖아. 내가 오늘 험한 일을 겪어보니까 목숨 소중한 줄 알겠더라고. 허락부터 받고 찍어.”

선우현은 허락하지 않았다.

“얼굴이 그런 식으로 알려지면 일상생활에 불편한 일이 생길 테니까, 거절합니다.”

피디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얼굴은 아까 구하니 씨랑 출연자들을 구할 때 이미 찍혔는데….”

“아! 그때는 하니 씨를 대피시키는 게 급해서 그냥 들어갔다가 찍혔지요?”

“예. 어차피 찍혔으니까….”

“그거 편집해주시죠.”

“예?”

“까먹고 있었네요.”

“아. 괜히 말했….”

선우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피디님? 편집해주시죠?”

피디가 침을 꼴깍 삼켰다.

“당연히 편집해야죠.”

***

구하니가 선우현을 보았다.

‘오늘만 벌써 두 번이나 나를 구해줬어.’

게다가 그녀를 구한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구해주었다.

‘마치 수호천사 같아.’

선우현이 말했다.

“하니 씨한테 마가 낀 것 같아.”

-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선장님이 아니었으면 목숨이 서너 개가 있어도 부족했을 겁니다.

구하니가 곰곰히 생각했다.

“선우현 씨는 왜 오늘 여기서 알바를 한 거지?”

그럴듯한 답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날 지켜주려고 이 촬영 스태프 알바를 하는 건가?”

옆에서 막내 작가 안유정이 말했다.

“이 언니가 아직도 충격을 못 벗어났나? 왜 망상을 하지?”

“맞는 거 같아.”

“우현 오빠한테 이 알바를 제안한 건 나거든?”

“저런 능력자가 굳이 오늘 이 알바를 왜 하겠어?”

“선후관계를 따져봐야지. 우현 오빠가 오늘 여기서 알바를 하겠다고 결정한 게 먼저잖아. 언니는 지나가다 들른 거고. 어떻게 언니가 오늘 여기 올 줄 미리 알았겠냐고.”

구하니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안유정을 보며 말했다.

“유정아. 내가 지금 그런 말이 듣고 싶을 거 같아?”

“아니야?”

“아니야.”

구하니는 안유정의 입가에 뭔가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다.

“너 여기…. 응? 너 뭐 먹은 거야?”

“토마토. 저기 있길래.”

구하니가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그녀의 토마토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토마토, 맛있었니?”

“응. 진짜 끝내주게 맛있더라.”

“내 토마토….”

“톱스타 언니 덕분에 내가 그렇게 맛있는 걸 다 먹어보네? 어디서 샀어?”

“그거 파는 거 아니야.”

“응?”

“나도 아껴둔 건데….”

채연서가 선우현을 찾아와 인사했다.

“고마워요. 그 나쁜 놈한테 붙잡혔을 때 구해주셔서요.”

“내가 그 상황에서 못 본 척할 만큼 나쁜 놈은 아니라서.”

“근데 진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겁이 없어요? 악당이 총을 쏘는데도 저벅저벅. 진짜 상남자가 거기 있더라고요.”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 레드 포션을 믿고 저지른 거겠죠.

채연서가 배시시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번호 좀 알려주세요.”

“번호는 왜?”

“네? 아니, 그거야….”

홍은성도 다가와 머리를 꾸벅 숙였다.

“형님! 두 번이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형님인가?”

“네! 저 스물한 살입니다!”

“아까는 스물한 살이 말을 참 주옥같이 하던데.”

“죄송합니다!”

채연서가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홍은성이 끼어드는 바람에 번호를 딸 기회를 놓쳤다.

그녀가 홍은성을 슬쩍 째려보았다.

‘쟤는 도움이 안 된다.’

관할 경찰서의 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형사팀장이 먼저 도착한 형사에게 물었다.

“구급차는?”

“두목은 팔에 잭나이프를 맞고 코뼈가 부러졌습니다만, 구급차가 필요한 정도는 아닙니다. 지혈도 다 됐습니다.”

“잭나이프?”

“두목이 여기 스태프한테 권총을 쏘다가 날아오는 잭나이프에 맞았습니다. 코뼈는 그 스태프가 권총을 빼앗으려고 걷어찰 때 부러졌다고 합니다.”

“그게 돼?”

“됐다던데요?”

“이 사람들 다 방송국에서 온 거라며? 무술감독이 나선 건가?”

“파악 중입니다.”

“다른 놈들은?”

“한 대씩 맞고 기절했는데,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이번에는 살살 패셨습니다?

“목격자가 많잖아. 다른 때처럼 박살 내면, 그 일들도 다 내가 했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일부러 살살 팼어.”

- 어쩐 일로 거기까지 생각하셨습니까?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 귀찮아서였군요.

“어…. 아! 그게 아니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매사에 조심하는 사람이다.”

- 그런 분이 레드 포션을 쓸 생각으로 총구를 향해 걸어가십니까?

“총은 안 맞았잖아.”

- 그렇긴 하네요.

형사팀장이 물었다.

“피해자들은? 누가 제일 높아?”

“저쪽에 있습니다.”

형사팀장이 피디를 만나 물었다.

“인원은 이게 다입니까? 누구 빠진 사람은 없지요?”

피디가 조연출에게 물어보았다.

“빠진 사람 없지?”

“그게….”

“왜?”

“김승빈이 안 보입니다.”

“어? 그 새끼는 아까 차연서 씨를 저놈들한테 밀치고 도망치더니, 아예 멀리 튀었나 보다?”

“그런 거 같습니다.”

피디가 욕을 했다.

“내가 그 새끼 우리 방송국에 다시는 못 오게 할 테다.”

채연서도 김승빈을 찾았다.

“날 밀친 그놈은 왜 안 보이지? 확 고소라도 할까 보다.”

홍은성이 옆에서 말했다.

“고소해도 이기기 어려울 거예요. 집이 부자거든요.”

“나도 돈 많아요. 얼마나 부자인데요?”

“재성퍼시픽이라고 아세요?”

“아뇨. 몰라요.”

채연서가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언니. 재성퍼시픽에서 디자인 의뢰 들어온 거 있어?”

“어떻게 알았어? 대기 리스트 꼭대기에 있어. 그 회사에서 네 디자인 받으려고 오래 기다렸거든. 왜? 미팅 잡을까?”

“앞으로 거기랑은 미팅도 잡지 마. 리스트에서도 빼버려.”

- 무슨 일인데?

“그 집안에 김승빈이란 배우가 있는데, 그놈이 오늘 나를 죽일 뻔했어.”

- 뭐? 교통사고야? 다쳤어?

“사고 아니야. 사건이야. 안 다쳤어. 만나서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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