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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48화 (48/281)

48. 이레이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관할 경찰서 형사과장이 눈을 껌뻑였다.

“겨우 한 명이 습격했다고?”

“예.”

“아니, 그게 말이 돼? 도철이파가 대형 조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직원이 열 명 넘게 있잖아. 어떻게 혼자서 다 쓸어버려?”

“일단 정황을 보면 그렇습니다. 자세한 건 더 조사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장님.”

형사가 주변을 둘러본 후에 작게 말했다.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조폭 새끼들이라고 해도 당한 놈 숫자가 너무 많아. 지금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어?”

“3팀장 송정식 경감 말입니다.”

“송 경감이 왜? 어? 설마?”

형사과장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 새끼…. 설마 아니지?”

“도철이파 두목과 같이 있던, 112에 목소리가 녹음된 사람 말입니다. 송정식 경감입니다.”

형사과장이 양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긁으며 뒤로 넘겼다.

“환장하겠네. 이거 언론에 그대로 나가면 우리까지 엿 먹는다.”

“그렇다고 덮을 방법도 없습니다. 도철이파 놈들이 너무 심하게 박살이 나서….”

형사과장이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후우. 도철이파 애들은 전부 다 여기 있었던 거야?”

“아닙니다. 대여섯 놈이 안 보입니다.”

“그래? 그놈들 전부 수배해. 어디에 숨어 있든 반드시 찾아내. 누구 짓인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

깊은 밤에 경찰서장과 간부들이 모였다. 형사 1팀장이 도면을 펼쳐놓고 보고했다.

“도철이파의 아지트는 3층짜리입니다. 한 층당 넓이는 약 30평입니다.”

경찰서장이 말했다.

“넓은 건 아니군.”

“예. 1층 출입구는 하나뿐입니다. 조직원 수는 두목인 곽도철을 포함해 열여섯 명입니다. 사건 당일에 이 아지트에는 조직원 열 명, 외부인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 외부인이 송 경감이라고?”

“예.”

“젠장. 계속해.”

“침입자는 이 건물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도철이파의 조직원들을 제압했습니다.”

“그냥 제압이 아니라 박살을 냈다며?”

“예. 3층에서 도철이까지 제압한 후에는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한 번 더 박살을 냈습니다.”

“죽이지는 않았고?”

“조직원 전체가 살아는 있습니다만, 모두 중상입니다.”

“송정식 그 새끼는? 그 새끼도 같은 꼴이야?”

“아닙니다. 송 경감도 좀 맞고 기절하긴 했는데, 부러진 곳은 없습니다. 타박상이 전부입니다.”

서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다른 놈들은 다 박살이 났는데 그 새끼만 멀쩡해?”

“그래도 경찰이라고, 좀 봐준 것 같습니다.”

서장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젠장. 그런 새끼라도 경찰이라고 봐준다니까 존나게 고맙긴 하다. 내가 쪽팔려서 진짜. 어떻게 경찰이 조폭 새끼들한테 뇌물 받으러 갔다가 같이 박살이 나냐?”

형사과장이 물었다.

“송정식 경감은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우리가 놔둬도 결국 체포될 거야. 차라리 우리 손으로 잡아넣어.”

“알겠습니다.”

“3팀은 당분간 누가 임시로 관리해. 팀장이 그 꼬라지인데 팀원에게 팀 지휘를 맡길 수는 없고…. 다른 팀 누가 좋겠어?”

송정식은 3팀 팀장이다.

“1팀은 이번 사건 담당입니다.”

“그럼 2팀장이 당분간 3팀까지 관리해. 그리고 3팀은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배제해.”

회의실에 있던 2팀장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서장이 물었다.

“그래서 누가 도철이파를 갈아버린 거야?”

“현장을 조사 중입니다만, 아직 단서가 나온 게 없습니다.”

서장이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그 세 놈은? 도철이파를 동원해서 청부 폭행을 했다는 그놈들 말이야. 그래서 조직원 여섯 놈은 밖에 있었다며.”

“중견기업 오너의 자식들인데 조사를 거부하고 변호사 뒤에 숨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면 끌고 와야지.”

“영장은 이미 신청했습니다. 영장이 나오는 즉시 체포하겠습니다.”

“그 세 놈이 누구를 습격하려고 한 건지 알아내. 도철이파가 털린 날 외부에 나간 여섯 놈도 박살이 났잖아. 두 사건이 관계가 없을 리 없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장이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사건은 좀 조용히 수사해.”

“서장님. 기사를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건 성격이 좀 ….”

현직 경찰 간부가 조폭과 같이 있다가 현장에서 잡혔다.

“우리 쪽에서 나서서 떠들고 다니지는 말라고. 기사가 나가는 건 못 막겠지만, 대서특필되지는 말아야지. 쪽팔리잖아.”

***

결혼식 파티 삼인방이 한밤중에 한 곳에 모였다.

“야. 형사가 나 찾아왔었다. 우리가 한 일을 알고 있나 봐.”

“나도 형사가 왔는데 일단 돌려보냈다.”

그들은 도철이파 조직원 여섯 명을 불러 선우현을 습격했다가 박살 났다.

“이 새끼가 남 일처럼 말하네? 형사가 온 건 네가 찍은 영상 때문이잖아! 그 영상들은 왜 스마트폰에 저장해뒀는데!”

한 놈이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에 마약파티 영상 여러 개가 저장되어 있었다. 그 영상 중 몇 개를 최종훈이 익명으로 경찰에 넘겼다.

셋 다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선우현은 그날 세 놈을 적당히 밟고 그곳을 떠났다.

동영상을 찍은 놈이 깁스한 팔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봐! 우린 피해자야! 피해자! 왜 우리가 조사를 받아!”

“맞아. 그 새끼 다음에 보면 확실히 조져버릴 거야. 그 조직 애들을 더 많이 불러서 박살 낼 거라고!”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 당장은 우리가 구속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지! 파티 영상이 경찰에 넘어갔다고! 누가 어떻게든 해봐!”

한 놈이 비웃었다.

“하여간 간이 손톱만 한 새끼들 하고는. 괜찮아. 이 새끼들아. 우리는 감옥에 안가.”

“방법이 있어?”

“내가 변호사 불렀어.”

“그게 다냐? 변호사는 우리도 불렀어.”

그놈이 큰소리쳤다.

“내가 부른 변호사는 형사 사건 전문인데 진짜 유능해. 그 변호사가 손을 쓰면 우리가 교도소 갈 일은 없어. 최대로 맞아도 집행유예가 끝이야. 나만 믿어.”

***

형사 전문 변호사가 세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그는 세 사람을 보자마자 선언했다.

“난 이 사건 못 맡습니다.”

변호사를 부른 놈이 당황해서 물었다.

“왜요? 나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닙니다. 수임료라면 아버지가 충분히 줄 겁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은 아버님과의 인연 때문에 얼굴 보고 거절하러 온 겁니다. 다른 변호사를 찾아봐요.”

“아니, 왜 이러는데! 전에는 다 처리해주더니!”

변호사가 세 사람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후우. 내가 경찰 쪽 인맥을 통해서 알아본 게 있는데, 도철이파라는 조폭과 이번 일이 관계가 있습니까?”

한 놈이 움찔했다.

“왜, 왜 그걸 묻는데요?”

“봉고차를 타고 누군가를 습격한 여섯 놈이 그 조직원이라던데.”

“나는 모르는 일인데요?”

“그놈들이 경찰에 붙잡혀서 다 털어놨습니다.”

세 놈 사이에 분란이 생겼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놈들이 붙잡혀?”

“씨발. 나도 몰라!”

변호사를 부른 놈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아니, 그놈들이 뭐라고 했든 변호사님은 당연히 우리가 모르는 거로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아느냐고 물어요? 기분 나쁘게!”

변호사가 말했다.

“도철이파가 전멸했습니다.”

“어? 뭐? 예?”

“오늘 도철이파 아지트가 통째로 쓸려나갔습니다. 죽은 놈은 없는데, 모든 조직원이 하도 많이 다쳐서 나중에 사람 구실이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그럴 리가….”

변호사가 심각한 얼굴로 질문했다.

“오늘 도대체 누굴 건드린 겁니까? 악마라도 만났습니까?”

세 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들은 선우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다시 나랑 엮이면 그땐 진짜로 묻어버린다.

셋 다 공포에 질렸다. 그 말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으, 으아….”

***

호텔 삼인방은 이튿날 아침에 체포됐다. 형사가 그중 하나를 취조실에 앉혀 놓고 조사했다. 다른 두 명도 다른 장소에서 조사받았다.

형사가 말했다.

“이봐요. 당신이 어제 누군가를 습격하려고 도철이파 조직원들을 동원했다는 거, 이미 다 드러났어요.”

“아닙니다.”

“아니긴. 병원에 있는 놈들한테서 다 들었는데. 그래서 어제 누구를 습격한 겁니까?”

도철이파 조직원들은 선우현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들은 돈만 받으면 대상이 누구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

“저는 모릅니다.”

“어젯밤에 도철이파가 쓸려나갔습니다. 이게 우연일 리가 있습니까?”

도철이파 조직원을 직접 섭외한 놈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마약 사건도 조사받아야 할 텐데, 이렇게 나오시겠다?”

형사가 마약 사건 증거 영상을 보여주었다. 삼인방이 여자를 불러놓고 마약을 투약하며 파티를 하는 영상이었다.

“이건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니, 그건 그러니까, 그냥 파티를….”

형사가 살살 달랬다.

“폭행 사주는 도철이파 조직원들이 오히려 깨졌으니까 대충 처벌받고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협조해서 마약 쪽도 정상참작을 받아야지요?”

조사를 받는 놈이 머리를 굴렸다.

‘난 마약으로 걸린 건 처음이니까, 돈만 많이 쓰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어.’

그는 선우현이 봉고차에서 내린 도철이파 조직원 여섯을 어떻게 박살 내는지 똑똑히 봤다.

게다가 조직 전체가 어젯밤에 전멸했다는 말도 들었다.

‘일이 안 풀려서 실형을 받는다 해도, 죽는 것보다는 교도소가 낫잖아.’

그는 이제 선우현의 모습만 떠올려도 무서워서 손이 떨렸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저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다른 두 명도 같은 반응이었다. 셋 다 공포에 질려서 입을 여는 놈이 없었다.

***

박길성은 회사에 출근한 후에 선언했다.

“오늘은 계열사를 전부 다 뒤집어야겠어.”

비서실장이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박 대리도 데려가지.”

회장이 계열사를 점검하러 다닐 때는 비서실 직원이 몇 명씩 붙곤 한다.

“알겠습니다.”

“활력 토마토 가져오라고 해. 그걸 먹어야 다 뒤집어엎을 힘이 나니까.”

잠시 후에 박서윤이 활력 토마토를 가져왔다. 그녀는 토마토 하나를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 위에 플레이팅까지 했다.

박길성이 말했다.

“역시 박서윤 대리는 예술 감각이 있어. 타고난 거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토마토를 먹으며 박서윤에게 물었다.

“어제는 신부보다 더 빛났겠구나.”

“아닙니다.”

“맛있는 건 많이 먹었고?”

“예. 실컷 먹었습니다.”

“잘했다. 잘했어. 옷은? 마음에 들어?”

박서윤이 대답했다.

“어제 산 옷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라서 세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상태 그대로 반납하겠습니다.”

“응? 반납하다니?”

“업무용으로 샀으니까 당연히….”

박길성이 슬쩍 웃었다.

“그거 박서윤 대리에게 딱 맞는 옷과 구두니까, 그냥 가져.”

“하지만 그렇게 비싼 옷이나 구두는 가져본 적이 없어서….”

박길성은 그 말을 듣고 잠시 황망한 표정을 짓다가 작게 탄식했다.

“내가 죄가 많아.”

“예?”

“아니다. 그 옷, 반납해봤자 쓸 곳도 없어. 회사 장비 중에 불용처분 받은 건 직원이 가져가기도 하잖아. 그 옷을 누군가 가져가야 한다면 이미 입어본 사람이 가져야지.”

“알겠습니다.”

박길성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제 뭐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

“결혼식 파티에서 선우현 씨를 봤습니다.”

“어? 그래? JHC 테크 최 사장 말고 다른 최 사장도 아는 사이였나 보군. 그래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

“하객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박길성은 당황했다.

“어? 뭘 하고 있었다고?”

“파티 뷔페코너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토마토 하나에 백만 원씩 받는 사람이 어째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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