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47화 (47/281)

47. 확실한 평화 II

선우현이 3층짜리 조폭 아지트의 1층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도철이가 누구냐?”

1층은 내벽이 없고 외벽과 기둥, 화장실 정도만 있는 탁 트인 구조였다. 그곳에서 도철이파 조직원 다섯이 술을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한쪽에서 담배를 물고 혼자 앉아 있던 놈이 일어났다.

“어떤 새끼가 감히 큰형님 이름을 함부로….”

선우현이 입구에서 그놈이 있는 곳으로 한걸음 크게 걸었다. 간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선우현이 발을 내질렀다.

“케엑!”

발에 차인 놈이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소파에 있던 세 놈이 벌떡 일어났다.

“저 새끼 뭐야!”

“습격이다!”

“바, 방금 순간이동….”

선우현이 옆에 있던 책상을 번쩍 들어 소파를 향해 던졌다. 소파에서 일어나 칼을 꺼내던 세 놈이 책상에 얻어맞아 볼링핀처럼 날아갔다.

“으아악!”

이제 술을 가지러 냉장고로 갔던 놈 하나만 남았다. 그놈은 넷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진 것을 보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외쳤다.

“어, 어디서 온 놈이냐!”

“알면 뭐 바뀌냐?”

“씨, 씨발.”

뒷걸음치던 놈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선우현이 옆에 있는 접이식 철제 의자를 들고 평평하게 접었다.

조직원은 선우현이 의자를 휘두르려는 줄 알고 칼을 앞으로 겨누었다.

“오, 오지 마!”

선우현이 철제 의자를 수평으로 던졌다. 의자가 마치 원반처럼 날아갔다.

조직원이 다급히 칼을 휘둘렀지만, 그 작은 칼로 철제 의자를 막을 수는 없다. 쇠로 만든 의자가 조직원의 팔을 쳐내고 몸통에 틀어박혔다.

“케엑!”

선우현이 고꾸라지는 조직원은 무시하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다른 출구는 없어 보이네.”

김수선이 위성 궤도에서 말했다.

- 건물 외부로 탈출하는 놈이 있는지 제가 잘 보고 있습니다.

선우현은 방금 고꾸라진 놈에게 다가가 의자를 들었다.

조금 전에 책상에 얻어맞은 세 놈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끄으으….”

“벼락을 맞은 것 같….”

선우현이 그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세 놈을 향해 철제 의자를 내리쳤다.

“케엑!”

***

선우현은 도철이파를 치기 전에 최종훈에게 영상을 여러 개 보내주었다. 최종훈은 그중에서 몇 개를 선별해 경찰에 익명으로 제보했다.

그가 보낸 영상에는 선우현이 봉고차에서 내린 덩치들을 때려잡는 건 빠져 있었다. 그 영상에는 선우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종훈은 일부러 호텔 삼인방의 마약파티 영상만 경찰에 제보했다. 제보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최종훈이 말했다.

“외압이 들어와도 덮지 못하게, 이거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영상 전부 다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했다.”

“우리 회사 기술력이면 역추적은 안 당할 겁니다.”

“당연하지. 여기는 JHC 테크잖아.”

JHC 테크는 연구 개발과 기술 라이센스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그런 곳이 연구 자료를 해커나 산업스파이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려면 IT 보안 전문가와 단단한 방화벽이 있어야 한다.

최종훈은 회사의 IT 보안 전문가 한 명을 조용히 섭외했다. 그 전문가 덕분에 역추적 걱정 없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김찬혁이 걱정했다.

“사장님. 우리 쪽에서는 누가 신고했는지 새어나가지 않겠지만, 다른 쪽은 어떻게 하지요?”

“선우현 씨한테 맞은 놈들?”

“예. 특히 그 세 놈이 선우현 씨를 결혼식 파티에서 봤다면서요. 그놈들이 체포된 후에 그것까지 실토하면 경찰은 선우현 씨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떠들면 그놈들은 마약에 청부폭력죄까지 더해져서 처벌이 세지는데 과연 그럴까? 교도소 가기 싫으면 입 닥치고 있을걸?”

“진짜 그럴까요?”

“당연하지.”

김찬혁은 여전히 걱정이 들었다.

“이런 건 모여서 같이 의논해야 좋은데, 선우현 씨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정리할 게 있어서 바쁘다고 하더라.”

***

선우현이 도철이파 아지트의 2층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선우현을 향해 손도끼가 날아왔다.

“죽어!”

선우현이 옆으로 몸을 슬쩍 움직였다. 도끼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문제가 생겼다. 반대쪽에도 조직원이 한 놈 있었다. 선우현의 뒤를 치려고 일본도를 높이 들던 놈이 방금 날아온 도끼에 맞았다.

“으아악!”

어깨에 도끼가 꽂힌 놈이 뒤로 나자빠졌다.

선우현이 말했다.

“이놈들 손발 안 맞는 거 봐라. 자기네 편이 던진 도끼에 맞네.”

- 프랜들리 파이어군요.

도끼를 던진 놈이 당황해서 주춤거리다가 다른 도끼를 뽑았다. 투척용 도끼는 두 개였다.

도끼에 맞은 놈의 일본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선우현이 그 칼을 발로 툭 건드렸다. 칼날이 휘었다가 튕기며 칼이 위로 툭 떠올랐다. 선우현이 칼을 잡자마자 적을 향해 창처럼 던졌다.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날아간 칼날이 적의 어깨를 꿰뚫고 벽에 콱 박혔다.

“으아악!”

선우현이 벽에 박힌 놈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적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사, 사람 살려!”

“사람이긴 하려나.”

“사람입니다! 사람…. 케에엑!”

***

3층에는 도철이파 두목 곽도철과 양복을 입은 남자 하나, 그리고 조직원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3층의 제일 큰 방에 모여 있었다.

곽도철이 말했다.

“씨발. 2층은 어떻게 된 거야? 이긴 거야?”

문 근처에 있던 조직원이 대답했다.

“조용해지긴 했는데, 아직 모르겠습니다.”

양복이 물었다.

“곽 사장. 애들 더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씨발. 애들 여섯은 외근 나갔는데 연락이 안 돼. 1층에 있던 다섯 놈은 이미 당했어. 2층에 둘을 매복시켰는데 결과를 몰라.”

곽도철이 문 근처에 있는 조직원 두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은 건 이게 다라고. 씨발.”

“아니, 그, 다른 애들 있잖아. 학교 다니는 애들 좀 키우고 있다며.”

“고삐리 몇 놈 부른다고 해결이 될까? 어디서 대규모로 쳐들어온 것 같은데?”

문 앞에 있던 조직원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 그 고삐리들은 불러봤자 겁나서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할 겁니다. 그냥, 짭새한테 신고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양복이 화들짝 놀랐다.

“안돼! 내가 여기 있는 건 경찰이 몰라야 해!”

두목이 화를 냈다.

“씨발! 알아! 짭새가 여길 수색하면 나도 엿….”

갑자기 나무로 만든 문짝을 도끼날이 콱 뚫고 들어왔다.

“으헉!”

도끼날이 나무 문짝에 콱콱 꽂혔다. 두목이 화들짝 놀라 스마트폰을 켜고 112를 눌렀다.

“빵에 가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문의 잠금장치 주변이 도끼에 맞아 박살 났다. 조직원 두 명은 일본도를 들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문이 활짝 열렸다. 선우현이 손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선우현이 안으로 걸어들어오며 물었다.

“도철이가 누구냐?”

곽도철은 그의 이름을 듣고 놀라서 스마트폰을 놓쳤다. 스마트폰이 탁자 아래로 떨어졌다.

선우현이 곽도철을 보며 물었다.

“너냐?”

그 옆에는 양복이 서 있었다.

“아니면 너냐?”

곽도철이 갑자기 양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곽도철이다!”

“아니네. 너네.”

곽도철이 소리를 질렀다.

“씨, 씨발! 뭐해 이 새끼들아! 쳐! 시간을 벌라고!”

좌우에서 조직원 두 놈이 일본도를 휘두르며 선우현에게 달려들었다.

선우현이 먼저 달려든 놈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손도끼와 일본도의 칼날이 충돌했다.

도끼가 칼날보다 훨씬 두꺼웠다. 칼날이 뎅겅 잘려나갔다.

“으헉!”

선우현이 그놈을 걷어찼다. 적은 부러진 일본도를 놓치며 벽으로 날아가 충돌했다.

“케엑!”

부러진 일본도가 땅에 떨어졌다가 위로 툭 튀어 올랐다. 선우현이 그 칼을 잡아 단검처럼 휙 던졌다.

중간이 부러진 칼이 고속으로 날아가 방금 벽에 충돌한 놈의 어깨를 꿰뚫고 벽에 깊게 박혔다. 칼에 맞은 놈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반대편에서 공격하려던 놈은 겁을 집어먹고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선우현이 칼잡이를 잡는 사이에 곽도철이 서랍에서 권총을 꺼냈다.

곽도철이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야! 나한테 총이 있다는 건 몰랐을 거다!”

선우현이 곽도철을 보았다. 곽도철의 권총은 6연발 리볼버였다.

선우현이 말했다.

“왜 개나 소나 총이 있을까?”

- 돌격소총입니까?

“6연발 리볼버.”

- 개나 소나 총이 있긴 한데, 다들 고만고만하네요.

곽도철은 2층에 부하들을 매복시킬 때 그 권총을 금고에서 꺼내 서랍에 넣어두었다.

권총을 몰래 입수해 금고에 숨겨두는 것과 그걸 사람을 향해 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조폭 두목이 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곽도철은 권총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끼에 맞아 죽는 건 더 싫었다.

곽도철이 권총의 총구를 선우현 쪽으로 향하며 외쳤다.

“넌 이제 뒈졌어!”

곽도철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선우현이 손도끼를 던지는 게 더 빨랐다. 도끼가 고속으로 날아가 곽도철의 어깨에 콱 박혔다.

“으아악!”

곽도철의 몸이 뒤로 휙 밀렸다. 권총이 뒤늦게 발사됐지만 총알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 방향에 다른 조직원이 있었다.

총알이 일본도를 들고 있던 조직원의 다리를 꿰뚫었다. 조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아악!”

곽도철은 도끼에 맞고 뒤로 넘어지다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권총은 발사 충격으로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툭 떨어졌다.

옆에 있던 양복이 권총과 선우현을 번갈아 보았다.

선우현이 말했다.

“왜? 줍게?”

양복이 잠시 갈등하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나는 아니야. 난 이놈들하고 한패가 아니라고.”

“그런데 왜 여기 있냐? 붙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러니까….”

양복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경찰이다.”

“지랄하네.”

“진짜다! 난 도철이파를 관리하기 위해서 온 거야! 원래 이런 조직은 우리 경찰에서 큰 사고 안 치게 관리한단 말이다!”

“아하! 그러니까 네가 그거구나? 비리 형사.”

“아, 아니다! 진짜 관리만 하려고 온 거다!”

“난 네 양복 재킷 주머니에 뇌물로 받은 지폐가 꽂혀 있다고 보는데?”

양복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아니야! 그런 거 없다! 보여줄게!”

“뭐, 없으면 말고. 현금이 아니면 금괴로 받았겠지.”

“아니, 그걸….”

곽도철이 어깨에 도끼를 맞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날 수도 없었다. 그가 멀쩡한 왼팔을 뻗으며 말했다.

“송 형사. 살려줘.”

“나 부르지 마! 이 새끼야!”

“금을 그렇게 처먹었으면 살려달라고.”

송 형사가 당황한 얼굴로 선우현과 곽도철을 번갈아 보다가 변명했다.

“활동비 조금 받은 거야. 활동비.”

곽도철이 기력이 빠진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씨발. 활동비를 왜 금괴로 받아. 나 혼자 안 죽어. 뇌물 장부 있어. 그러니까 송 형사가 나 좀 살려줘.”

“나도 죽게 생겼어. 이 새끼야!”

선우현이 말했다.

“야. 내가 설마 형사를 죽이겠냐?”

송 형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 그렇지? 난 살 수 있지?”

“그러엄. 살려는 줘야지.”

***

경찰이 신고를 받고 도철이파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전쟁이라도 터졌나?”

“앰뷸런스부터 불러!”

형사과장은 연락을 받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조사하던 형사가 상황을 보고했다.

“멀쩡한 놈이 하나도 없습니다. 골절은 기본이고, 도끼에 맞은 놈, 칼에 맞은 놈, 총에 맞은 놈도 있습니다.”

형사과장이 물었다.

“총 이야기는 오다가 들었어. 누가 쏜 거야?”

“두목이 쏜 총에 부하가 맞았습니다.”

“다 기절한 상태라면서 두목이 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두목이 당하기 직전에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습격을 당하니까 살고 싶어서 신고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고 전화가 연결된 후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는데, 그게 책상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당시 대화가 112 센터에 녹음됐습니다.”

“모든 대화가 다 녹음됐나?”

“아닙니다. 두목과 옆에 있던 사람 두 명의 목소리만 제대로 녹음됐습니다. 그 둘만 스마트폰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된 건데?”

“두목이 권총을 쏘다가 도끼에 맞았습니다. 권총은 도끼에 맞을 때 딱 한 발만 발사됐으니까 그때 조직원이 맞은 게 확실합니다.”

형사과장이 욕을 했다.

“그 새끼. 총까지 가지고 있는 놈이 감히 신고를 해? 경찰이 조폭 시다바리인 줄 알아? 새끼가 뒤질라고.”

“안 그러면 죽을 거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교도소에 가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겠죠.”

“상황이 그 정도였냐?”

형사가 실내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직접 보시죠.”

그 사진들은 조직원들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에 찍은 것들이었다.

형사과장이 놀란 얼굴로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

“환장하겠네. 도대체 얼마나 대규모로 습격했는데 이렇게 전쟁터가 됐어?”

“한 명입니다.”

“어?”

“녹음된 두목의 말과 현장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단 한 명이 습격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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