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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31화 (31/281)

31. 활력 증강 효과

최종훈은 특별한 토마토를 더 얻어오지 못한 걸 후회했다. 선우현이 더 줄 것처럼 말했는데도 레드 포션에 욕심부리다가 얻을 기회를 놓쳤다.

“맛만 좋은 줄 알았어. 건강에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고.”

최종훈은 지난 일 년간 다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냥 왔을까? 몇 개 더 얻어…. 아니지.”

그는 중요한 걸 깨달았다. 토마토는 레드 포션이 아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정도로 많이 열렸잖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또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려면….”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각났다.

‘선우현 씨의 회사 설립과 연구 협약 문제.’

그건 급한 일은 아니다. 천천히 진행해도 상관없었다. 선우현도 독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최종훈은 회사에 터진 일을 마저 해결해야 해서 앞으로 며칠은 직접 움직일 수 없다.

그의 눈에 비서 김찬혁이 보였다.

“찬혁아. 너 유능하지?”

“에이. 사장님도 새삼스럽게 무슨. 저 엄청 유능하죠.”

“너 내일 하루 연차 써라.”

김찬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네? 사장님은 이렇게 바쁘신데 제가 휴가를 써도 될까요? 되죠! 사장님 지시니까요! 사장님! 충성!”

“휴가 내고 내가 따로 시키는 일 좀 해.”

“네? 아, 예. 근데 방금 충성은 취소….”

“내일 일만 잘 처리하면 내가 따로 보너스 줄게. 흰 편지봉투에 지폐를 두툼하게 채워서.”

김찬혁이 다시 환한 얼굴로 물었다.

“뭐든 말씀만 하시죠. 제가 싹 다 처리하겠습니다.”

“어제 우리 갔던 옥탑방 알지? 거기서 말이야.”

최종훈은 어제 오전에 선우현과 이야기한 회사 설립과 연구 협력 협약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런 후에 지시했다.

“넌 내일 그것만 해결해주면 돼.”

김찬혁은 당황했다.

“네?”

“내일 회사 하나 만들라고.”

김찬혁은 보너스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알면서 입을 다물 수는 없다.

“사장님. 말씀하신 대로면 그 회사는 이제 만들어야 하는 거네요?”

“그렇지. 내일 네가 만들어야지.”

“사무실이나 연구실도 없어서 시골에 있는 창고 구석을 빌려 써야 하고요?”

“맞아. 다 설명했잖아.”

“그런 곳과 우리 회사가 연구 협력 협약을 맺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사장님 지시로요?”

“응.”

김찬혁은 걱정했다.

“당연히 말이 나올 텐데요?”

“내가 사장인데?”

최종훈은 회사 지분의 60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그의 지시가 곧 법이다.

김찬혁은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를 걱정했다.

“여기는 주식회사이고 사장님 지분이 100퍼센트는 아니잖습니까? 외부에서 걸고넘어질 수 있습니다.”

“괜찮아. 대단한 사람과 연구 협력을 하는 거니까 회사에도 이익이 될 거야.”

김찬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선우현 씨의 연구 실적이 화려한가 보네요? 그러면 이야기가 다르죠.”

“어…. 근데 연구 실적을 공개할 수는 없어.”

“예?”

최종훈은 선우현이 생명공학의 천재라고 믿었다. 기적의 약인 레드 포션은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하지만 레드 포션은 남에게 공개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선우현 씨한테 신세를 크게 졌어.”

김찬혁이 제안했다.

“그럼 그 신세는 돈으로 갚으시죠. 돈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

최종훈은 선우현 덕분에 사고 후유증을 치료하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한 번 일어난 사고는 또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최종훈은 일 년 간격으로 큰 사고를 두 번이나 겪었다.

‘내가 또 심하게 다치는 날이 오면, 그래서 예전처럼 아프게 되면.’

이젠 가장 확실한 해결법을 안다.

‘레드 포션만 있으면 회복돼. 하지만 그건 많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하나 더 만들기도 힘들어.’

최종훈은 중견기업인 JHC 테크의 사장이다. 당연히 부자다.

‘만약 레드 포션의 치료 효과가 공개되면.’

세상에는 그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 여럿 있다.

‘그때는 나보다 훨씬 큰 부자들과 경쟁해야 해.’

그런 약이 있다면 원하는 사람이 많을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부자도 원하고 제약회사도 원하겠지.’

재벌 회장을 돈으로 경쟁해서 이길 수는 없다.

‘선우현 씨가 스스로 공개를 결정한다면 모를까, 내가 레드 포션을 공개하는 건 바보짓이야.’

잠시 고민하던 그가 결론을 내렸다.

“알았어. 돈으로 해결하지. 필요한 비용은 내가 다 낼 테니까 진행해.”

“예?”

“그 회사 설립과 우리 회사와 연구 협약을 맺는 데 필요한 비용은 내가 내 돈으로 낸다고. 내가 투자하는 셈 치지 뭐.”

“아니, 왜 그렇게까지….”

“내가 신세를 진짜 크게 졌다고 했잖아. 진행해.”

김찬혁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회사 설립은 내일 처리하겠습니다. 연구 협약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절차 밟아서 처리해야 탈이 안 나는데, 서류 넣자마자 다 되는 게 아니라서요.”

“그래. 그게 어디냐. 일단 회사 사업자 등록증부터 만들어서 가져와.”

김찬혁이 물었다.

“사장님. 근데 보너스는 주시는 거 맞죠?”

“흰 편지봉투에 오만 원짜리 지폐를 꽉 채워서 주려고 했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방금 그 지폐가 만 원짜리로 바뀌었다.”

“네? 사장님. 갑자기….”

“난 하루면 네가 다 처리할 줄 알았지. 적어서 싫으면 말고.”

“감사하단 뜻이었습니다.”

***

선우현의 옥탑방이 있는 건물에는 대학생 신나리가 관리인 알바를 하며 살고 있다.

신나리가 옥상에 올라오며 치킨 박스를 보여주었다.

“건물 사장님이 수고한다고 두 마리 세트 치킨 쿠폰을 보내줘서 시켰는데요. 혼자 다 못 먹으니까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이미 라면을 먹고 있….”

선우현이 라면 냄비를 얼른 옆으로 치웠다.

“여기 앉아. 아직 한 입밖에 안 먹었어.”

그녀가 가져온 치킨의 포장을 풀었다. 선우현은 양념치킨부터 하나 집어 먹었다.

“음. 역시 치킨은 양념이지.”

“간장도 맛있어요.”

“맛있지. 근데 이건 왜 간장이 없고 후라이드냐?”

“그래서 안 드실?”

“후라이드도 맛있다고.”

신나리는 치킨을 나눠 먹으며 옥상을 둘러보았다.

“와. 토마토 많이 열린 것 좀 봐.”

선우현은 옥상에 쌈 채소도 재배했다. 그런데 그런 채소는 원래 빨리 자란다. 급속성장촉진제까지 쓰면 훨씬 더 빨리 자란다. 그래서 채소는 많은 재배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우현은 상당수의 화분에 토마토를 키웠다. 토마토 나무마다 열매가 잔뜩 달려 있었다.

“전생에 토마토 농부였어요? 어떻게 화분에 키우는데 저렇게 주렁주렁 열려요? 장난 아니다.”

선우현이 깨끗해진 뼈를 내려놓으며 신나리를 쳐다보았다.

“너 말이야. 어쩐 일로 치킨을 주나 했더니.”

- 토마토를 노린 겁니다.

신나리가 방긋 웃었다.

“전에 먹어본 토마토가 너무 맛있어서요. 히히.”

“한두 개쯤은 그냥 얻을 수 있을 텐데?”

“제가 치킨을 가져왔답니다.”

“더 많이 원하는구나?”

“제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요?”

“자주 따먹으러 오겠단 소리네?”

“히히.”

어차피 토마토는 너무 많이 심어서 선우현 혼자 다 먹을 수는 없다.

“알았으니까 너 혼자만 따먹어. 주변 사람한테까지 나눠주면 나 먹을 것도 없어진다. 그러면 내가 저걸 재배할 의미가 없지.”

“넹!”

그녀가 얼른 잘 익은 토마토를 하나 따왔다.

선우현이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런데 너, 저번에 가져간 토마토 먹고 어디 이상한 건 없었지?”

신나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거 뭐요?”

“음…. 배탈이 난다든지?”

“아뇨. 전혀요.”

“기운이 없다든지?”

“제가요. 원래 밥만 잘 먹으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최종훈은 그 토마토를 먹은 날은 이십 대 초반처럼 활력이 넘쳤다.

그런데 신나리는 실제 나이가 이십 대 초반이다. 게다가 원래 활력이 넘치고 건강한 체질이다.

“아! 맞다!”

“이상한 게 있었어?”

“맛이 진짜 좋던데요?”

“그치. 그럴 줄 알았어. 더 먹어.”

“오빠 것도 따올까요?”

“아니. 난 치킨을 더 먹으려고.”

***

최종훈은 회사에 터진 사태를 수습하느라 식당에 갈 시간도 없이 바빴다. 그렇다고 매일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때울 순 없다.

게다가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햄버거가 아니라 스테이크 도시락이 배달됐다.

최종훈은 연구소 회의실에서 스테이크 도시락에 곁들여진 방울토마토를 보았다.

“음….”

그가 그 토마토를 먹어보았다. 맛은 평범했다.

“이게 아닌데….”

그는 선우현의 옥탑방 옥상에서 먹은 토마토가 생각났다.

“그 토마토는 정말 달고 맛있었는데.”

연구소장 이백현이 말했다.

“토마토가 맛있어 봤자 토마토죠.”

“한 번이라도 먹어보면 그런 소리 못해.”

최종훈이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오늘 연구원들과 회의하다 잠깐 시간을 내 식사를 하는 중이다.

그가 연구원들에게 물었다.

“과일을, 그러니까 굉장히 맛있는 토마토를 키우는 방법이 있습니까?”

그중 한 명이 대답했다.

“좋은 품종을 골라서 좋은 땅에서 키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씨앗은 천냥샵에서 샀다던데.”

“예?”

“화분에서 키우던데.”

연구원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화, 화분이요? 그러면 분재를 키우듯이 정성을 다해서 키우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굉장히 달고 맛있었으니까.”

맛만 좋은 게 아니라 피곤한 줄 모르고 일할 정도로 활력이 생겼다.

***

신나리가 토마토를 하나 더 먹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벌레 먹은 게 하나도 없어요? 토마토도 그렇지만 상추에도 구멍이 하나도 없던데요. 농약을 치나?”

선우현은 치킨을 먹으며 대답했다.

“옥상에서 농약을 뿌리다 그게 다른 집까지 날아가면 어떻게 되겠냐? 사람 잡을 일 있냐?”

“그럼 어떻게 한 거예요?”

“옥상에 벌레 차단 장치를 설치했어. 그게 벌레든 잘 잡아. 그것도 전자동으로.”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선체 근접 방어 레이저 포탑의 예비 부품인 제어장치를 선장님이 가져가서, 벌레나 잡는 레이저 포탑을 만드셨지요. 세상에 이런 낭비가 없습니다.

“대신에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토마토가 알아서 자라잖아. 개꿀이지.”

***

최종훈이 말했다.

“당연히 분재를 키우듯이 토마토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키웠겠지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맛있습니다.”

JHC 테크는 농업 관련 기업이 아니다. 연구원들도 농업 분야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 정보가 나왔다.

연구원이 말했다.

“스테비아 농법으로 키운 거 아닐까요?”

“그게 뭡니까?”

“단맛이 나는 감미료를 흙에 뿌려 열매에 흡수시키는 겁니다. 그 농법을 쓰면 꿀수박 같은 걸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아. 그런 방법도 있겠군요.”

수긍하는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그게 해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감미료를 썼다고 해서 활력이 생기지는 않을 텐데?’

다른 의문도 들었다.

“그 농법이 그렇게 좋으면, 왜 모든 과수원에서 쓰지 않는 겁니까?”

“단점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그래서 못 들어본 거군요.”

최종훈이 옥탑방에서 얻어먹은 선우현의 토마토 맛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래서 그 농법으로 키운 토마토는 어디서 팝니까? 얼마나 비슷한지 맛이나 한번 봅시다.”

***

선우현에게 필요한 회사 설립은 비서 김찬혁이 순식간에 처리했다. 경기도 외진 곳에 있는 창고 주소로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 일이라 처리할 서류는 많지 않았다.

며칠 뒤에 최종훈이 그 서류를 들고 선우현을 찾아갔다. 차는 김찬혁이 운전했다.

김찬혁이 물었다.

“서류는 제가 전달해도 되는데, 바쁜 시간에 굳이 직접 가실 필요가 있습니까?”

“직접 가야 토마토를 먹을 수 있잖아.”

“요 며칠 사이에 토마토를 종류별로 사서 드셨잖습니까? 수입 토마토에 스테비아 토마토까지 다 드셨으면서 왜 굳이….”

“파는 건 그 맛이 안 나. 그 효과도 안 생겨.”

활력 효과는 아직은 추측이다. 겨우 두 개 먹어본 것만으로는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더 먹어보고 확인해야 해. 만약 그 토마토가 정말로 몸에 활력이 생길 정도로 건강에 좋다면 그 가치는….”

최종훈이 입맛을 다셨다.

“산삼이 부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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