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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30화 (30/281)

30. 추가 효과 II

JHC 테크 사장 최종훈은 당황했다.

“예? 지금부터 기술을 연구해서 언제 라이센스 판매까지….”

“금방 됩니다.”

김수선도 장담했다.

- 탐사대 현장 지원용 기술 중에 적합한 걸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뭐가 적합한지 알려면 직접 만들어봐야 하지만요.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천재가 연구하면 생각보다 빨리 대단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 설사 대단하지 않은 게 나와도 상관은 없어.’

최종훈이 큰소리쳤다.

“우리 JHC 테크가 하는 일이 바로 기술 개발 및 라이센스 판매입니다. 특허 출원은 물론이고, 라이센스를 살 회사를 찾아내서 거래하는 것도 잘합니다.”

당연히 이미 다른 곳에서 개발된 기술의 라이센스를 팔 수는 없다.

“그 기술이 새로운 것이기만 하면 라이센스는 제가 잘 팔겠습니다.”

신기술이라 해도 상업적 가치가 없으면 팔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종훈은 대책을 가지고 있다.

‘가치가 없는 기술이면 라이센스를 내가 사지 뭐.’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레드 포션도 비상용으로 하나 사고 싶다.

김수선이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 역시 현지 협력자로는 최종훈이 최선입니다. 확정하시죠?

“그러려고 했어.”

선우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야아. 말이 잘 통하시네요.”

최종훈도 웃었다.

“하하하.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분위기가 좋아졌다. 최종훈이 물었다.

“그럼 그 새로운 기술은 여기서 연구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좋은 장비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연구실이 따로 있으시군요. 하긴. 이 옥상 옥탑방에서 연구하는 건 무리죠.”

“맞습니다. 그러니까 JHC 테크의 연구실도 좀 빌려주시죠.”

“네?”

“여기서 연구하는 건 무리라면서요?”

“연구실이 따로 있으신….”

“없는데요.”

“연구 장비는….”

“없죠.”

“아….”

최종훈은 잠깐 당황했다.

‘그럼 기적의 레드 포션과 최고의 식물 영양제는 어디서 연구해서 만든 거지? 옥탑방에서 했을 리는 없는데?’

궁금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선우현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최종훈이 방법을 찾아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일단 회사를 하나 만드는 겁니다. 경기도 외진 곳에 창고로 쓰는 작은 건물이 있습니다. 회사 주소만 거기로 등록하면 됩니다.”

“그렇게 한 후에는요?”

“그 회사와 우리 회사가 연구 협력 협약을 맺는 겁니다. 그러면 연구소 장비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 협약은 아무나 그냥 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최종훈이 큰소리쳤다.

“제가 사장입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제가 다 해결하겠습니다.”

김수선이 만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저는 전부터 현지 협력자는 최종훈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즉에 이렇게 할걸.”

- 그러게 말입니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다.

선우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야아. 이야기가 잘돼서 참 좋네요. 뭐라도 좀 챙겨드리고 싶은데….”

최종훈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레드 포션을 사고 싶다.

최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다리를 낫게 한 그 약은….”

“레드 포션이요.”

“예. 레드 포션.”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 다리가 정상이 된 후에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음…. 뭐가 의심스러우셨나?”

“아, 아닙니다! 다리가 갑자기 멀쩡해지니까 너무 놀라서!”

“의사도 놀랐을 텐데요?”

최종훈이 서둘러 설명했다.

“제가 또 그런 쪽으로 철저합니다. 평소에 다니던 병원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 가서 CT와 MRI를 찍었습니다. 제 다리에서 뭐가 바뀌었는지 그 의사는 모릅니다.”

“현명하시네. 그래서요?”

“아주 오래전에 다쳤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일 년 전 사고로 생긴 흔적은 사라져 있더군요.”

김수선이 말했다.

- 너무 오래된 부상은 해결이 안 되나 봅니다. 우리도 몰랐는데 좋은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선우현이 씩 웃으며 최종훈에게 말했다.

“레드 포션이 수십 년 전에 다친 것까지 해결해주는 기적의 약은 아니니까요.”

“아닙니다. 지금도 이미 기적입니다!”

김수선이 조언했다.

- 데이터가 더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하시죠.

선우현이 물었다.

“그래서 뭐 다른 검사는 받으신 거 없고요?

“사실…. 정밀 혈액검사도 받았습니다. 물론 그건 또 다른 병원에서 가서 처리했습니다.”

“결과는요?”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과 다른 약 성분이 조금 검출되긴 했지만, 제 다리에 기적을 일으킬 정도로 특별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 레드 포션이 상처를 치료하며 소모된 후에 검사했으니까, 핵심 성분은 검출될 만큼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선우현은 분석 결과에 만족하며 설명했다.

“핵심 성분은 상처를 치료하면서 분해됐기 때문에 검사해도 나오는 게 없을 겁니다.”

“역시 다 알고 계셨군요.”

“제가 만들었으니까요. 하하하.”

최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약을 다시 만드는 건 어렵습니까?”

“만들고 있습니다.”

김수선이 끼어들었다.

- 제가 부족한 자원을 쥐어짜서 레드 포션을 재처리하고 있습니다.

최종훈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 만들고 계시구나! 계속 만들 수 있는 거군요!”

“레드 포션은 만들기 쉬운 게 아니라서 고생을 좀 하고 있죠.”

- 그 고생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최종훈이 미련을 가지고 물었다.

“혹시 제약회사에 제조를 맡기면….”

“이미 말했다시피 불가능합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없습니다.”

그건 확실하다. 김수선도 말했다.

- 레드 포션의 핵심 원료는 지구연합도 인공 합성은 실패했습니다. 현재 지구의 기술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전 세계 제약회사가 전부 달려들어도 못 만듭니다.”

최종훈은 사장이면서 공학자다.

그는 개인 연구가의 한계와 기업 연구소의 한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게 그의 상식이다.

그런데 레드 포션의 치료 능력은 상식이 아니라 기적에 가깝다.

그는 그 기적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래서 선우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가능한 이유를 알아서 추측했다.

“원료가 정말 희귀한가 보군요. 이를테면 아마존 정글에서 십 년에 한 번 발견되는 꽃이라든가, 백 년 묵은 산삼이라든가….”

“그게 차라리 구하기 쉽겠군요.”

-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존 정글은 비행기를 타면 갈 수나 있는데, 지구연합에는 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귀한 절 저한테…. 고맙습니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 말 많이 들었습니다.”

김수선이 물었다.

- 누구한테요? 저는 한 적이 없는데요?

“아주 옛날에.”

본론은 끝났지만 용건은 남았다. 최종훈이 어제 일을 설명했다.

“어제 공원 주차장에서 범인들을 잡은 사람을 경찰이 계속 찾더군요. 저는 당연히 선우현 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뭘 굳이 그렇게까지.”

“실제로 아는 게 없어서요.”

전화번호도 어젯밤에 선우현이 먼저 걸어줘서 겨우 알게 됐다.

“구하니 씨도 누가 그놈들을 잡아 사고를 막아준 건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하니 씨가요? 아. 어제 내 얼굴을 못 봐서 모르는구나.”

“네? 혹시 잘 아는 사이십니까?”

“그건 아니고요.”

“아. 그건 아니시구나.”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오다가다 잠깐 마주친 사이죠. 알바 일당도 받아야 하는 사이고요.

***

최종훈이 옥상을 나와 차로 돌아왔다. 옥상에서 딱 하나 얻은 토마토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져왔다.

비서 김찬혁이 차에서 기다리다가 물었다.

“사장님. 이야기가 괜찮으셨나 봅니다. 표정이 밝으시네요.”

“정말 좋은 회의였다.”

“네? 회의요?”

“그런 게 있어. 일단 회사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손에 들고 계신 건….”

“이거? 토마토인데, 내 거야. 안 줄 거야. 나 혼자 먹을 거야.”

“아, 예.”

최종훈은 선우현과 이야기한 연구 협약 문제를 직접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터져 그럴 틈이 없었다.

최종훈은 그날 온종일 바쁘게 일했다. 너무 바빠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자정이 넘은 후에 김찬혁이 물었다.

“사장님. 안 피곤하세요?”

“어. 하나도 안 피곤하다.”

“왜 안 피곤하시지? 열두 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일하고 계시잖아요.”

“응? 진짜 안 피곤한데?”

“그래도 퇴근하셔야 합니다. 건강 챙기셔야죠.”

지난 일 년간 아팠던 최종훈에게는 건강이라는 말이 잘 먹힌다.

“아. 그래. 오늘은 퇴근해야겠다. 나머지는 내일 처리해도 되겠어. 그리고 내 토마토. 내일 먹으려고 아껴둔 거니까 건드리지 마라.”

“비서실에서 보관용 케이스에 넣고 사장님 거라고 스티커까지 붙여놨습니다.”

최종훈은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했다가 이튿날 새벽에 출근했다.

어제 일도 다 수습하지 못했는데 아침부터 새로운 문제가 추가로 터졌다. 회사는 전쟁터가 됐다.

점심시간이 다 됐을 때 최종훈이 손으로 목을 눌렀다.

“어. 새벽부터 일해서 그런지 이제 좀 피곤하다.”

김찬혁이 제안했다.

“식사부터 하고 오셔서 잠깐 쉬시죠?”

“햄버거나 시켜. 바쁘다.”

그는 점심은 배달 햄버거로 때웠다.

어제 얻어온 토마토는 후식으로 먹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이 토마토는 진짜 맛있단 말이야.”

그는 오후에는 다시 기운이 넘쳐서 일했다.

그날 자정이 다 되어서야 급한 불이 꺼졌다. 며칠 더 바쁘게 일해야 마무리되지만 일단 상황은 안정됐다.

김찬혁이 퀭한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퇴근 안 하세요?”

“밤새도록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죽을 것 같은데요? 직원들도 다들 죽어갑니다.”

“응? 아니,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왜 체력이 그렇게 약해?”

“사장님이 이상하게 강하신 겁니다. 이틀 동안 그냥 일한 것도 아니고 미친 듯이 일했는데 체력이 어떻게 남나요? 그런 건 이십 대 초반에나 가능했던 겁니다.”

“나를 봐라. 난 지금 이십 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처럼 하나도 안 피곤….”

최종훈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왜 나만 하나도 안 피곤하지?”

그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제도 자기 전까지 하나도 안 피곤했어. 그런데도 잠은 푹 잤지. 오늘 오전에는 상황을 수습하느라 뛰어다녔더니 좀 피곤했는데, 오후부터는….”

오후부터는 피곤은커녕 활력이 넘쳤다.

“왜 오후부터….”

김찬혁이 농담을 했다.

“점심으로 드신 햄버거에 사장님 것만 백 년 묵은 산삼이라도 들어간 거 아닐까요?”

“산삼은 무슨. 토마토라면 먹었….”

최종훈은 멈칫했다.

그는 어제부터의 상황을 다시 따져보았다.

‘어제 오전에 선우현 씨를 만나 토마토를 하나 얻어먹었어. 그리고 어제 오후에 회사에 긴급상황이 터졌지만, 나는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단 말이야. 오늘도 오전에는 좀 피곤해졌는데, 토마토를 먹은 후에는….’

최종훈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토마토!”

“네?”

“그 토마토가 몸에 좋아!”

“토마토가 몸에 좋긴 하죠.”

“몸에 엄청나게 좋아! 토마토를 먹어서 하나도 안 피곤하고 활력이 생긴 거야!”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최종훈은 시계를 보았다. 이미 자정이 지났다. 선우현에게 연락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토마토 하나 먹었다고 온종일 활력이 넘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아뇨. 불가능하죠.”

최종훈도 일반 토마토에는 그런 효과가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가 먹은 건 선우현이 옥상에서 키운 것이다.

‘기적의 약도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치료제잖아.’

그의 다리에 남았던 후유증은 한국과 미국 최고의 병원에서 치료법은 고사하고 원인조차 찾지 못했다. 그런데 선우현은 레드 포션 한 방으로 치료했다.

그는 이미 기적을 몸으로 경험했다. 그러니까 활력이 생기는 특별한 토마토쯤은 얼마든지 믿을 수 있다.

‘그런 천재가 특수한 식물 영양제를 개발해 직접 키운 토마토야. 그러면 활력이 생길 수도 있겠지!’

그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뒤늦게 후회가 들었다.

“아…. 선우현 씨가 뭐라도 챙겨주고 싶다고 할 때 그 토마토를 좀 더 얻어올걸. 잘 익은 거 더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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