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2화 (12/281)

12. 가방

선우현이 쇠파이프를 창처럼 써서 적을 찔렀다. 찌르기에 당한 놈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컥컥 소리도 겨우 나왔다.

그래도 목을 맞지는 않아서 반격할 힘이 남아 있었다.

적이 옆으로 돌아갔던 몸을 도로 세우며 선우현이 있던 정면을 향해 칼을 크게 휘둘렀다. 칼날이 아래에서 위로 공간을 날카롭게 갈랐다.

하지만 칼날에 닿는 게 없었다. 정면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헉?”

선우현이 적의 오른쪽 옆에서 물었다.

“뭐 하냐?”

“으악!”

적이 다급히 칼을 오른쪽 옆으로 휘둘렀다.

선우현이 쇠파이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팔을 때리는 순간 파이프가 슬쩍 휘었다가 펴질 정도로 강한 내려치기였다.

“으아악!”

적의 팔이 부러졌다. 칼은 손에서 빠져나갔다. 팔을 맞을 때 타격이 너무 커서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고 몸도 기울어졌다.

선우현이 몸을 숙이는 적을 발로 걷어찼다.

“케에엑!”

적은 몸이 앞으로 접힌 채로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다른 놈들이 있는 곳에 철퍼덕 떨어졌다.

이제 세 놈이 한 자리에 쌓였다. 이미 셋 다 기절했다.

선우현이 두목을 돌아보았다.

“이제 한 놈 남았…. 어라?”

두목이 외투 안쪽에서 권총을 꺼냈다.

“이 새끼. 이건 안 쓰려고 했는데.”

선우현이 인상을 살짝 썼다.

“이놈도 총이 있네?”

저번에 산속 식당에서 만난 떼강도는 두목인 조성철이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청부업자 두목도 권총을 가지고 있다.

- 총기 종류는요?

“사제 권총이야. 총알만 어디서 구해서 여기서 만들었나 보다. 아니면 총알도 사제로 만들었든지.”

이 창고에는 용접기와 절단용 그라인더 등이 있었다. 그 장비들을 쓰면 조잡한 사제 권총 정도는 만들 수 있다.

- 피스톨입니까? 리볼버입니까?

“일단 권총이긴 한데 엽총처럼 총열이 두 개 있다. 구경이 작으니까 산탄이 아니라 권총탄을 쓰겠지. 탄약은 딱 두 발 들어가겠네.”

- 별거 아니군요. 두 발 정도는 어떻게 잘 피해 보십시오.

“걱정은 안 해 주냐?”

- 겨우 두 발이라면서요?

“그치. 그런데 그걸 내가 아니라 인질들에게 겨누고 있네?”

- 네?

김수선이 한소리 했다.

- 아니, 일이 그렇게 될 때까지 구경만 하셨습니까?

“청부대금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한 놈씩 천천히 잡고 있었지.”

두목이 사제 권총을 인질들에게 겨눈 채로 소리를 질렀다.

“무기 버려!”

“무기? 아. 이 쇠파이프?”

선우현은 적이 쓰던 쇠파이프를 빼앗아서 무기로 쓰고 있었다.

두목이 악을 썼다.

“버리라고! 이 새끼야! 안 그럼 이놈들 다 쏴 죽여버린다!”

“난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을 텐데?”

“거짓말 마! 이 새끼들 구하러 온 거 다 알아!”

“아. 그래.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묶여 있는 남녀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살려주세요.”

“일단 밖으로 후퇴하신 후에 신고를….”

신고라는 말에 두목이 발작적으로 사제 권총을 흔들었다.

“닥쳐!”

“꺄아악!”

겁먹은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선우현이 쇠파이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야. 알았어. 버리면 되지?”

“당장 버리라고!”

그가 쇠파이프를 위로 휙 던졌다.

두목은 처음에는 움찔했다. 그런데 파이프가 날아간 방향은 두목의 정면이 아니라 왼쪽 위 방향이다.

두목은 그쪽은 쳐다보진 않았다. 파이프가 그의 머리 위가 아니라 옆쪽 위로 날아갔다. 그는 그 파이프가 머리 위로 떨어질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금은 선우현을 상대하는 게 더 급했다.

두목이 얼른 권총으로 선우현을 겨누었다.

“이 새끼! 내가 파이프가 날아가는 걸 돌아보는 사이에 덤비려고 일부러 옆으로 던진 거냐? 그런 얕은 수작은 나한테는 안 통해!”

천장 뒤쪽에서도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그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머리 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무릎 꿇….”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그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어?”

선우현이 던진 쇠파이프가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다가 창고 위쪽 금속 기둥을 때리고 튕겨 나갔다. 그렇게 날아간 파이프가 다시 천장을 때리고 튕겼다가 마지막으로 기둥을 때리고 두목을 향해 날아갔다.

두목은 그런데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보면 선우현이 덮칠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무슨 짓을 한….”

두목의 오른쪽 뒤에서 날아온 쇠파이프가 그의 등을 때렸다.

“억!”

등을 맞은 순간 두목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 상태에서 쐈는데 조준이 정확할 리가 없다. 총탄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선우현이 말했다.

“와. 그게 맞네.”

- 맞히려고 던진 거 아닙니까?

“진짜 맞을 줄은 몰랐지.”

두목은 등을 맞은 충격으로 잠깐 비틀거렸다. 시선도 잠깐 옆으로 돌아갔다. 그가 다시 앞을 보며 욕을 뱉었다.

“이 새…. 헉!”

두목은 깜짝 놀랐다. 선우현이 이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두목이 권총을 황급히 들었다.

늦었다. 선우현이 두목의 팔을 콱 잡았다.

“진짜로 총을 만들었네. 총알은 어디서 구했냐? 그것도 만들었냐?”

“놔, 놔라!”

“그래.”

선우현이 두목의 팔을 뚝 부러뜨렸다.

“으아악!”

두목의 손에서 권총이 빠져나갔다.

선우현이 두목의 팔을 놓고 권총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았다. 그런 후에 사제 권총에서 총알을 빼보았다.

“와. 이 총알은 공장에서 정식으로 만든 거네? 어디서 났냐?”

두목이 고통을 참으며 눈알을 굴렸다.

권총은 이미 빼앗겼다. 힘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팔까지 부러졌다.

“그, 그게….”

선우현이 두목을 뒤로 툭 밀었다.

두목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손으로 바닥을 짚다가 비명을 질렀다. 부러진 팔로 땅을 짚었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다.

“끄아아악!”

“아니다. 그게 뭐 중요하겠냐.”

그는 다른 게 궁금했다.

“야. 돈 어디 있냐?”

“도, 돈이라니….”

“다리도 부러지고 싶냐?”

두목의 눈이 옆으로 슬쩍 움직였다. 그쪽에 튼튼하게 만들어진 사각형 서류 가방이 하나 있었다. 가방에는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

“아. 저기 있구나.”

선우현이 가방으로 걸어갔다.

두목의 눈에 선우현의 등이 들어왔다. 무방비상태처럼 보였다. 두목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저 새끼! 방심했구나!’

두목이 왼손으로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그는 가방을 주우러 걸어가는 선우현을 뒤쫓아갔다.

이곳에 납치되어 붙잡혀 있던 사람은 세 명이다. 그중 한 명은 기절했지만 두 명은 멀쩡히 눈을 뜨고 있다.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조심해요!”

두목이 칼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를 질렀다.

“늦었….”

선우현이 뒤로 휙 돌아서며 손바닥으로 두목의 턱을 후려쳤다. 두목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켁!”

이미 눈은 뒤집혔다. 두목의 몸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선우현이 여자를 보며 물었다.

“뭘 조심하라고?”

“네? 아, 아니. 그게….”

선우현이 여자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런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여자가 얼른 외쳤다.

“저 오민하예요! 오민하!”

“모르겠는데.”

“은하소녀 멤버인데….”

탐사대 지원위성에서 김수선이 말했다.

- 은하소녀는 걸그룹 이름입니다.

“어…. 음악방송에서 봤나?”

그녀가 얼른 대답했다.

“네! 저희 작년에 음악방송 나갔어요!”

“아하. 그런데 왜 여기 있습니까?”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하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납치됐어요.”

“돈이 목적인가?”

“아뇨. 교통사고가 났길래 저희가 차를 세우고 도와드리려고 내렸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저희를 납치하더라고요.”

같이 묶여 있는 남자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로드입니다! 로드 매니저요! 민하는 인기가 없고 우리 회사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돈이 목적이 아닐 겁니다!”

“역시 이놈들은 뭘 하든 교통사고부터 일으키네. 그런데 그러면….”

선우현이 기절한 채로 묶여 있는 남자를 보았다.

“저기 저 사람을 납치하려다가, 두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하니까 같이 납치한 거군.”

오민하가 얼른 맞장구쳤다.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저희 진짜 억울해요!”

“경찰이 오거든 그렇게 말해요.”

오민하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네? 오빠 경찰 아니세요?”

“아닌데?”

“그럼 왜 여기에….”

선우현이 얼른 둘러댔다.

“아! 사실 제가 두 분을 구하러 온 겁니다.”

“역시 그렇죠? 고맙습니다!”

선우현은 두 사람을 묶은 끈을 잘랐다. 칼은 두목이 마지막에 쓰려던 잭나이프를 사용했다.

그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 난 갈 테니까 알아서 신고해요.”

“네? 경찰이 올 때까지 같이 계시는 거 아니에요?”

“여기 상황을 봐요. 내가 경찰을 만나도 될 거 같아요?”

오민하가 주변을 보았다.

납치범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몸이 구겨져 있었다.

“아…. 곤란해지시겠구나.”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요. 저놈들이 경찰보다 먼저 깨어나면 어떻게 해요?”

선우현이 두목에게서 빼앗은 사제 권총에 총알을 도로 넣은 후에 오민하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자. 여기 권총을 잘 가지고 있다가.”

“네, 네!”

“일어나서 덤비는 놈이 있으면 쏴버려요.”

“네?”

“거기 매니저는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요.”

“옛! 알겠습니다!”

선우현은 두목이 쳐다보던 서류 가방만 챙겨서 그곳을 떠났다. 그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며 말했다.

“좋은 일도 하고 돈도 짭짤하게 챙겼네.”

- 얼마나 들어 있을지 기대됩니다.

“당장 열어볼까?”

- 일단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셔야죠. 경찰이 곧 올 겁니다.

“그럼 집에 가서 열어보자. 기다림이 있어야 기쁨도 크겠지. 근데 이거 묵직해.”

- 으흐흐흐. 모처럼 일다운 일 좀 하셨습니다.

***

매니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오민하와 로드 매니저는 경찰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환영했다.

“여기에요!”

그런데 그녀는 아직도 사제 권총을 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총을 흔들면서 소리를 질렀다.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기겁하며 차 뒤로 몸을 피했다. 그들이 두 사람을 향해 권총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총 버려!”

“네?”

“저항하면 쏜다! 총 버려!”

로드 매니저가 급히 말했다.

“민하 씨! 지금 손에 총!”

“아!”

오민하는 그제야 아직도 권총을 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그 권총을 얼른 땅바닥에 던졌다.

그 사제 권총에는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없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격발장치가 움직여 총탄이 발사됐다.

그런데 하필 총탄이 날아가는 방향에 경찰차가 있었다.

총탄이 경찰차 옆을 스쳐 지나갔다.

깜짝 놀란 경찰 두 명도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총성이 두 번이나 울렸다.

오민하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그 경찰들의 권총은 첫발은 공포탄이 들어 있다. 그래서 총구가 오민하 쪽을 향했는데도 총탄은 날아가지 않았다.

경찰들도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긴 했지만, 오민하가 권총을 버리다 실수로 발사되는 걸 보긴 했다. 그래서 실탄을 발사하는 사태는 겨우 면했다.

경찰이 오민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진짜 쏠 뻔했잖아!”

“히익! 살려주세요!”

경찰들은 권총을 회수하고 두 사람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조금 늦게 도착한 다른 차량에서 경찰들이 뛰어내렸다.

“뭐야? 방금 총소리 뭐야!”

“총격전이냐!”

“그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먼저 쏴서 반격한 겁니다.”

“범인이구나!”

“그것도 아니고요. 그냥 오발 사고입니다.”

오민하가 수갑을 찬 채로 항의했다.

“우리가 신고했단 말이에요! 근데 왜 수갑까지 채우는데요?”

“그래도 권총을 들고 흔들다가 경찰한테 총알이 날아가게 했는데, 확인도 안 하고 풀어드릴 순 없잖습니까?”

“아…. 그러네요. 난 이래도 싸구나.”

현장에는 여자 경찰도 같이 출동했다. 그녀가 오민하의 몸에 무기가 없는지 확인했다. 다른 경찰들은 현장을 확인했다.

선우현이 때려잡은 청부업자 다섯은 몸이 구겨져 있었다. 청부업자들에게 납치돼 묶여 있었던 남자는 많이 다친 상태였다.

“구급차 불렀지?”

“여러 대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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