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1화 (11/281)

11. 가즈아!

선우현이 말했다.

“그 트럭이 구하니 씨를 공격한 그 차란 말이지.”

오늘 한적한 도로에서 트럭이 구하니의 차를 일부러 들이받았다. 사건 직후부터 위성궤도에서 김수선이 그 트럭을 추적했다.

- 아마 맞을 겁니다.

“응? 아마라니?”

- 그 트럭이 맞는데 이상하게 번호판이 다릅니다.

“역시 김수선. 일 처리가 대충이야.”

-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디 선장님만 하겠습니까? 두 달 전에도 대충 수리하다가 선체에 빵꾸 내셨으면서.

“차량 확인이나 하자.”

선우현이 건물 옆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공터에 차가 세 대 주차되어 있었다.

“외제차도 한 대 있네? 이놈들 돈 좀 있겠어.”

- 구하니를 습격하는 데 사용된 건 왼쪽 트럭입니다.

선우현이 그 트럭으로 걸어가 번호판을 확인했다.

아까는 흙이 묻어 있던 번호판이 지금은 깨끗했다.

“번호판만 굳이 닦았을 리는 없잖아.”

- 아까 흙 사이로 일부가 노출되었던 차 번호와도 다릅니다.

그가 손으로 차량 번호판을 만져보았다. 번호판이 조금 움직였다.

“아아. 이런 거구나.”

그가 번호판을 위로 밀어 올렸다. 그 뒤에서 다른 번호판이 나왔다.

“차에 번호판을 바꿔치기하는 장치를 달았어.”

그가 다른 차들도 확인했다. 다른 두 대에도 가짜 번호판 교체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놈들 이거, 전문적으로 차량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네. 오늘 구하니 씨를 습격한 것처럼 말이야.”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난 오늘은 공연 보면서 놀려고 했거든? 굳이 일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 오늘만이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일할 생각은 없으셨습니다만? 아주 그냥 놀려고 지상에 내려가셨습니다?

선우현이 말을 돌렸다.

“이놈들을 처리해야겠다.”

김수선이 질문했다.

- 구하니의 복수인가요?

“복수라니? 구하니는 안 죽었는데 복수를 왜 해? 본인 대신 복수해줄 만큼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그녀는 레드 포션 덕분에 목소리까지 되찾았다.

- 그럼 왜 이놈들을 추적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겁니까?

“오토바이 사느라고 돈 다 썼으니까.”

- 예?

“이놈들이 청부업자라면, 구하니를 공격한 대가로 돈을 받았겠지. 그런 돈을 설마 계좌이체로 받았겠냐?”

- 그러니까, 구하니의 복수가 아니라 청부대금을 털러 오셨습니까?

선우현이 손바닥을 비볐다.

“어. 이놈들이 그 돈을 나쁜 데 쓰지 못하게 내가 챙겨야지.”

김수선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 듣고 보니 솔깃합니다. 액수가 클까요?

“인기 가수를 상대로 청부하려면 꽤 줬겠지?”

- 그 현장에 접근하는 놈이 있는지 주변을 제가 잘 감시하겠습니다. 저만 믿고 얼른 들어가십시오.

위성궤도에서는 지붕이 덮인 실내 공간을 볼 수 없다. 선우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김수선의 지원을 받는 건 어렵다.

대신에 김수선은 그 건물 주변을 감시했다.

- 그곳으로 접근하는 차량이나 인물은 없습니다. 뭐 하십니까? 얼른 안 들어가시고.

“기다려봐.”

선우현이 주차된 차들을 확인했다. 문이 잠긴 차는 없었다.

그런데 그중 수입차 안에 스마트키가 놓여 있었다.

선우현이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버튼을 눌렀다. 시동이 부드럽게 걸렸다.

김수선이 물었다.

- 선장님. 그 차는 왜 타는 겁니까?

선우현이 창고형 건물을 가리켰다.

“들어가라며.”

- 예?

선우현이 차의 가속 페달을 콱 밟았다. RPM이 치솟으며 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가즈아!”

김수선이 다급히 말렸다.

- 선장님은 지금 레드 포션이 없잖아요!

레드 포션은 부상 치료에 기적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 그런데 선우현이 가지고 있던 레드 포션은 아까 도로변에서 구하니를 살리는 데 썼다.

새 레드 포션은 아직 탐사대 지원위성에서 재처리 작업 중이다.

선우현이 차의 방향을 건물의 철문을 향해 틀면서 말했다.

“아차! 맞다!”

- 돌았냐!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차가 대형 철문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의 앞부분이 왕창 찌그러졌다.

차만 찌그러진 게 아니다. 얇은 철판으로 만든 문은 중간이 크게 찌그러지며 벽에서 분리돼 안쪽으로 날아갔다.

차 소리를 듣고 확인하러 나오려던 놈이 날아오는 철문에 정통으로 맞았다.

“케에엑!”

선우현이 운전한 차는 문을 부수고 창고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멈췄다.

안에 있던 다른 놈들은 갑자기 문을 뚫고 들어온 차를 보고 기겁했다.

“뭐야!”

“습격이다!”

선우현이 차에서 내렸다. 차는 앞유리에 금이 쩍 가 있었다. 에어백도 터졌다.

선우현은 다치지 않았다. 문이 쉽게 떨어져 나간 덕분에 충돌 충격이 크지 않았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상태라 얼굴이 에어백에 닿지도 않았다.

선우현이 헬멧의 선바이저를 올리며 말했다.

“이 차 에어백 좋은 거 쓰네. 충격이 약해.”

김수선이 한마디 했다.

- 선장님 도르신?

“안 다쳤으면 됐지.”

선우현이 앞을 보았다. 철문에 맞아 날아간 놈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선우현이 말을 조금 바꾸었다.

“나만 안 다쳤으면 됐지.”

창고 안에 있던 사람 넷이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 저 새끼 뭐야!”

“습격 맞아?”

“혼자 온 거야?”

두목이 부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무기부터 챙겨 이 새끼들아!”

선우현이 창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기 딱 봐도 사람 잘 죽이게 생긴 놈들이 다섯이 있다.”

- 쓸어버리십시오.

그중 하나는 이미 철문으로 때려잡았다.

“금고가 어디 있나….”

그런데 창고 안에는 사람이 더 있었다.

“어? 저놈들하고 한패가 아닌 사람이 세 명이 더 있는데?”

- 한패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셋 다 묶여 있거든. 두 명은 조금 맞은 정도인데, 한 명은 상태가 나빠. 저러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남녀 두 명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그들은 멍은 좀 들었지만 비교적 멀쩡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팔이 묶인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남자는 부상이 심했다.

- 레드 포션은 지금은 가지고 계신 게 없습니다만?

“있어도 안 쓸 거야. 모르는 사람에게 그걸 왜 쓰냐?”

- 구하니에게는 왜 썼는데요?

“지원위성에 있을 때 구하니 노래를 많이 들었잖아. 노래 들은 값이지.”

- 그건 그렇습니다.

선우현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이 상황은 그러니까, 조직 간의 암투 뭐 그런 건가?”

그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로 컸다.

묶여 있던 남녀는 선우현이 누구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러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우리는 그런 거 아닙니다!”

같이 묶여 있는 여자도 외쳤다.

“우린 납치됐어요! 살려주세요!”

선우현이 작게 말했다.

“납치됐대. 조직 간의 분쟁이 아니라네?”

- 저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계획에 없었는데.”

- 그러게 말입니다.

선우현이 칼이나 쇠파이프를 잡은 네 명을 보면서 말했다.

“운이 좋은 놈들이야.”

- 그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면 애당초 납치를 안 당했겠죠.

“응?”

- 네? 누가 운이 좋다는 이야기였습니까?

“나를 향해 칼과 쇠파이프를 겨눈 놈들 이야기지.”

- 목격자가 있으니 살려는 주시죠.

“거봐. 운이 좋은 놈들이지.”

-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선우현이 혀를 찼다.

“쯧.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냥 돈만 털어가자.”

납치범 두목이 바깥쪽을 힐끗거리며 선우현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혼자 온 거 맞지?”

“왜 다들 그것부터 물을까?”

“맞구나?”

두목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혼자서 여길 쳐들어와? 미친놈이네. 용케 여길 찾아냈다만.”

두목이 묶여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네가 찾는 사람들은 우리 손에 있다.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그, 그럼 여기는 왜….”

“너희들 청부업자지? 청부받으면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사람도 막 죽이고, 납치도…. 어? 잠깐.”

선우현이 두목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잠깐 생각한 후에 씩 웃으며 작게 말했다.

“수선아. 이놈들이 청부대금을 받은 게 더 있겠는데?”

- 개꿀이네요.

“좋은 일을 하니까 일이 이렇게 잘 풀린다.”

- 좋은 일이라니요?

“저 사람들 구해주는 거.”

- 그 사람들이 납치됐다는 걸 알고 거기 가신 건 아닌데요?

“뭐 어때. 결과만 좋으면 되지.”

- 맞습니다. 우리는 우주왕복선을 살 돈만 챙기면 됩니다.

두목은 선우현이 웃는 걸 보고 움찔했다.

“어? 왜 그렇게 웃….”

선우현이 실실 웃으며 앞으로 쓱 걸어갔다.

“좋은 일을 하려니까 좋아서 웃음이 나오네?”

두목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씨발. 일단 조져!”

부하 셋이 선우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에 둘은 잭나이프를, 선두에 선 놈은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선우현이 앞으로 걷다가 바닥을 박찼다. 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선두의 적이 선우현을 향해 쇠파이프를 크게 휘둘렀다.

소용없었다. 거리가 닿지 않았다. 파이프가 허공을 요란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적이 욕을 하며 고개를 위로 들었다.

“젠자….”

그의 눈에 갑자기 날아오는 발이 보였다. 피할 틈이 없었다.

선우현이 허공을 걷듯이 날아가 적의 면상에 발을 콱 꽂았다.

“케엑!”

맞은 놈은 코가 부러지면서 뒤로 날아갔다. 쇠파이프는 맞는 순간 손에서 빠져나왔다. 뒤로 날아간 놈이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선우현이 가볍게 착지했다. 쇠파이프가 뒤늦게 바닥에 떨어졌다. 쇠가 단단한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선우현이 바닥에서 튀는 파이프의 아래쪽을 발로 툭 건드렸다. 파이프가 위로 쓱 떠올랐다. 손을 옆으로 뻗어 파이프를 잡으며 말했다.

“일단 한 놈.”

- 죽었습니까?

“운 좋은 놈들이라니까.”

- 안 죽였군요.

“아마 안 죽었을 거야.”

- 네? 아마요? 선장님? 목격자가 있는데요?

다른 두 놈은 먼저 공격한 놈이 뒤로 날아갈 때 고개를 돌리며 그 모습을 보았다.

“헉! 사람이 어떻게 저기까지….”

“주, 죽었어!”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앞을 봐! 이 새끼들아!”

칼을 든 두 놈이 다급히 선우현 쪽을 돌아보았다. 선우현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오른쪽 놈이 소리를 지르며 칼을 크게 휘둘렀다.

“으아아!”

칼이 절반을 날아오기도 전에 선우현이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적의 팔이 뚝 부러져 반대로 꺾였다.

“아아악!”

선우현이 비명을 지르는 적을 걷어찼다. 맞은 놈이 뒤로 날아가, 먼저 날아가 쓰러져 있는 놈과 충돌했다.

“켁!”

오른쪽에 있는 놈은 공포에 질렸다.

동료 하나는 차가 문짝을 부술 때 날아갔다. 다른 둘은 선우현에게 덤볐다가 순식간에 박살 났다.

선우현이 그놈을 쓱 돌아보았다.

“넌 안 들어오냐?”

“오, 오지 마!”

그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허공에 대고 그었다. 선우현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미친 듯이 팔을 흔들었다.

“으아아!”

그렇게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르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면 한복판에 칼이 지나가지 않는 공간이 잠깐 생겼다.

빈틈이 생기자마자 그 공간으로 쇠파이프가 쑥 들어왔다.

‘헉!’

적이 다급히 칼을 비틀어 파이프를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창처럼 찔러오는 파이프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쇠파이프가 적의 목과 어깨 사이를 푹 찔렀다. 적은 날이 없는 파이프에 찔렸는데도 마치 창에 관통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컥!”

짧은 비명과 함께 적의 몸이 옆으로 휙 돌아갔다.

김수선이 따졌다.

- 선장님? 비명이 이상합니다. 안 죽인다면서요.

“목은 안 찔렀어.”

-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는 걸 보면, 목 근처를 찌른 것 같습니다만?

“어깨를 찌르려고 했는데 손이 미끄러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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