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4화 (4/281)

4. 간이 충전장치

선우현은 식당에서 밥을 많이 먹고 나서 이동했다.

“수선아. 상황은?”

위성 궤도에 있는 탐사대 지원위성에서 김수선이 지상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 주변은 깨끗합니다. 추적이나 미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식사는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선우현이 씩 웃었다.

“최고였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필요한 물질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 선장님에게 그런 신체 자가 정밀 분석 능력은 없습니다만? 그런 게 있으면 사람이 아니죠?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 선장님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거점으로 이동하십시오.

“가는 중이야.”

- 이번엔 다른 데로 새지 마시고요.

“통신기용 임시 에너지 공급장치를 만들려면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곳부터 가야지.”

- 가는 길에 들르십시오.

이미 산속 식당에서 충분히 멀어졌다. 이 정도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선우현은 대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

김수선이 무전으로 필요한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개조에 필요한 공구와 부품은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에 가서 직접 보고 구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는 목적지 근처 휴대폰 가게에서 샀다.

선우현이 가게에서 나오며 비닐 봉투에 든 부품들을 보았다.

“수선아. 이걸로 팔찌형 통신 중계기의 충전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 물론입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개조 시뮬레이션은 완벽합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불안하다.”

선우현이 목적지로 이동했다. 그곳에 4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맨날 위에서만 보던 이곳을 지상에서 보니까 느낌이 새롭다.”

- 저는 지금도 하늘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옥탑방만 있어서 휑한 느낌이었다.

선우현이 옥상 한복판에서 바깥쪽을 보았다.

“전망이 참 좋다.”

- 언덕 꼭대기에 있는 건물의 옥상이니까요.

선우현이 옥상의 옥탑방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에는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되어 있었다.

“번호가 뭐였지?”

이 옥탑방은 현관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집주인이 평소에 어느 번호를 누르는지 엿볼 수 있었다.

- 674912입니다.

선우현이 번호를 눌렀다. 잠금장치가 짧은 음악 소리를 내며 해제됐다.

선우현이 문을 열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실내는 처음 보는데….”

깔끔했다.

“청소는 잘하고 살았네.”

김수선이 경고했다.

- 통신기의 에너지 잔량이 거의 없습니다. 에너지가 바닥나면 통신도 끊깁니다. 그 전에 간이 에너지 공급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데?”

- 한 시간 남았습니다.

“그 정도면 간단한 거 만들기엔 충분하지. 내가 선체 수리 경력만 오천 년이야.”

- 제 공급장치 개조 시뮬레이션도 완벽합니다.

“방법만 설명해. 깔끔하게 만들어보자.”

- 우선 전원선을 찾아 옥상으로 연장하십시오. 실내에 계시면 여기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우현이 구석에서 5m 길이의 멀티탭을 찾아내 옥탑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 전기인두의 코드를 콘센트에 꽂으십시오.

선우현이 새로 산 전기인두의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하다못해 휴대용 레이저 용접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프로그래밍 되는 놈으로.”

- 현재 선장님의 예산으로 그곳에서 즉시 구할 수 있는 용접 장비 중에서는 전기인두가 최선입니다. 불평 그만하고 작업 시작하십시오.

“하잖아.”

- 드라이버를 사용해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분해하십시오.

지금 상황에서는 팔찌형 통신기의 에너지 보충장치를 정식으로 만들 수 없다. 필요한 부품과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장비는 위성에 있다. 지상에 내려올 때 가져오지 않았다.

탐사대 지원위성이 지구의 위성 궤도에서 버틴 시간은 오천 년이다. 보유한 자원은 이미 바닥 난 지 오래다.

그 긴 시간 동안 위성의 어딘가가 고장 나면 선체의 덜 중요한 부분을 뜯어 다른 중요한 부분을 수리하며 버텨왔다.

휴대용 통신기용 충전 장비 같은 건 이미 옛날에 분해해서 선체 수리에 사용했다.

장비를 새로 만들어 내려오지도 않았다. 지상에서 물자를 구할 방법이 있다면, 위성에 있는 물자는 아껴야 한다.

그래서 선우현와 김수선이 선택한 방법은,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개조해 팔찌형 통신기의 임시 에너지 공급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선우현은 김수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무선충전기를 개조했다. 충전용 유도코일은 제거하고 에너지 공급용 무선 모듈을 새로 만들어 붙였다. 전원부나 컨트롤러는 기존의 부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개조 작업은 10분 만에 끝났다. 공구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만 사용해 만들었는데도 임시 에너지 공급장치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선우현이 자랑했다.

“수선아. 봤냐? 이런 단순한 전기인두와 이런 구형 부품만으로 내가 에너지 공급장치를 만들었다.”

- 만드는 방법은 제가 설명했습니다만?

“어쨌든 만든 건 나잖아.”

- 충전부터 하십시오. 에너지 잔량 측정에 오류가 있으면 통신이 갑자기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선우현이 충전기의 전원을 켠 후에 팔찌형 무전기를 그 위에 얹었다.

“보채기는. 알았어. 그런데 이거 충전이 되는 거 맞지?”

- 탐사대 지원용 기술 자료를 참고해 시뮬레이션까지 마쳤으니 당연히…. 선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왜?”

- 통신기에 에너지 공급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네 개조 시뮬레이션은 완벽하다더니? 이렇게 만들면 된다더니?”

-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합니다.

“수선아?”

- 제품을 다시 분해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에 문제가 또 생겼다. 충전기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었다.

“불이 났는데?”

- 당장 전원 코드를 뽑으십시오!

선우현이 코드를 뽑았다. 작업대 대신 사용한 작은 밥상 위에서 충전기에 불이 붙었다가 조용히 꺼졌다. 밥상에 불에 탄 자국이 남았다.

플라스틱이 녹는 냄새가 났다.

“옥탑방 안에서 작업했으면 거점을 홀라당 태워 먹을 뻔했네.”

- 그러게 말입니다.

선우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게 왜 불이 났을까? 응?”

- 시뮬레이션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선체를 수리할 때 많이 경험하셨잖습니까?

“얼씨구?”

- 선장님이 지상에 내려가신 건 이번이 처음이잖습니까? 여기서 예상한 것과 실제 부품의 스펙에 차이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건 이 지구의 부품이 문제입니다.

“절씨구?”

- 탐사대 활동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문제는 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해결하는 거죠.

“그래서 해결 방법은?”

- 이 무선충전기로는 안 되나 봅니다. 다른 타입의 무선충전기를 새로 사십시오. 될 때까지 이것저것 해보는 겁니다.

“역시 김수선. 넌 항상…. 어? 잠깐. 통신기의 가동 가능 시간이 이제 50분쯤 남았지?”

- 뛰세요!

***

선우현은 동네 휴대폰 매장으로 뛰어가 무선충전기를 종류별로 네 개 샀다. 일일이 결재할 틈이 없어서 네 개를 잡고 돈은 탁자에 얹은 후에 뛰어나왔다.

- 더 많이 샀어야 했습니다.

“가게에 네 종류밖에 없더라.”

- 실수할 때를 대비했어야 합니다.

“내가 실수할 사람이냐?”

- 예.

“지갑에 현금이 더 없었어.”

선우현은 옥탑방에 돌아와 무선충전기를 개조했다. 옥상에서 무선충전기를 분해하면 김수선이 회로기판을 분석해 개조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개조품은 금방 완성됐다. 곧바로 충전을 시도했다.

-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불이 나진 않잖아. 차라리 먹통이 낫지.”

- 차라리 불이 나는 게 낫습니다. 실패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로 만든 개조품은 반응이 있었다. 팔찌형 통신기에서 붉은색 빛이 슬쩍 켜졌다.

“이야아. 된다.”

- 에너지 충전 상태가 고르지 않….

팔찌형 무전기의 빛이 흔들리더니 툭 꺼졌다.

“어? 수선아. 설마 이거 먹통 된 거 아니지?”

- 팔찌형 통신기의 안전장치가 에너지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에너지 공급장치의 성능에 문제가 있습니다.

“알아. 충전기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또 녹았으니까.”

선우현이 세 번째 무선충전기를 분해해 개조했다.

- 남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주의하십시오.

“너 내 실력 못 믿냐?”

- 예.

“프로그래머블 레이저 용접기가 없어서 그래. 그거라도 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 유인 강하 캡슐에 공간이 없었습니다만, 공간이 있었다 해도 안 됩니다. 그건 선체 유지보수에 써야 합니다.

“세 개나 있잖아. 소형 아이템용 강하 캡슐도 있고.”

- 세 개밖에 안 남은 겁니다. 그중 하나는 망가졌습니다.

“그래도 두 개 남는데.”

- 그 두 개 중 하나를 가져가셨는데 마지막 하나가 고장 나면, 선체에 금이 가도 구경만 해야 하겠군요. 그럼 저는 우주 미아가 되겠지요. 아니면 선체와 함께 대기권에 떨어지다가 타버리던가요.

“알아. 그래서 안 가져왔잖아. 이 정도는 인두만 가지고 할 수 있다고.”

선우현이 전기인두와 실납, 니퍼와 롱노우즈 플레이어, 핀셋, 가느다란 전선 등을 이용해 충전기를 개조했다. 부품은 실패작에서 건진 것들을 재활용했다.

선우현이 순식간에 작업을 마치며 말했다.

“봐라. 벌써 끝났잖아.”

- 대충 하지 마시고요.

선우현이 개조한 충전기 위에 팔지를 올려놓았다.

그가 충전기의 전원을 켰다. 팔찌형 통신기에 붉은빛이 다시 들어왔다.

“이게 되네?”

김수선의 목소리도 밝아졌다.

- 팔찌형 통신기에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개조에 성공했습니다.

선우현이 하늘을 향해 왼손을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봤냐? 이게 내 실력이다.”

- 처음 망가뜨린 것까지 포함하면 네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하신 겁니다만?

“겨우 네 번 만에 성공한 거지.”

- 이곳에서 그런 식으로 수리했으면 벌써 옛날에 선체가 두 동강이 났을 겁니다.

“괜찮아. 여긴 위성 궤도가 아니라 지구잖아.”

선우현은 망가진 충전기의 부품들을 작은 상자에 모았다.

“이건 나중에 다른 데 재활용해야겠다.”

- 자재는 통 하나에 담지 말고 잘 분류해 보관하십시오.

탐사대 지원위성에서는 손톱 크기의 쇳조각 하나조차 허투루 관리하지 않았다. 모든 자원을 아끼고 아껴서 위성 내부 장비와 외부 선체 수리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우현이 녹아버린 충전기 플라스틱 케이스를 옥상 바닥에 툭 던지며 말했다.

“봤냐? 내가 이렇게 플렉스한 사람이다. 이런 것쯤은 막 버리고 그러는 사람이라고.”

- 그런 자재조차 없어서 유기물 재처리 합성장치 수리가 늦어졌을 때를 생각하십시오.

초기에 가져온 식량은 이미 옛날에 사라졌다.

그 후에는 유기물 재처리 합성장치를 사용해 식량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만든 식량은 에너지와 필수 영양소 공급에 최적화된 칼로리바였다.

그런데 그 장치도 너무 낡아서 고장이 자주 났다. 게다가 가끔은 자재가 부족해서 수리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었다.

“아. 그럴 때마다 쫄쫄 굶었지. 진짜 굶어 죽을 뻔했던 적도 있고.”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다른 장비들을 분해해 수리에 사용해야 했다. 유기물 재처리 합성장치나 생명유지장치 등을 수리하고 외벽의 손상을 보수할 때마다 선체의 다른 장비가 계속 소모되었다.

선우현이 바닥에 버렸던 플라스틱을 주워 상자에 담았다.

“가지고 있다 보면 쓸모가 있겠지. 충전은 잘 돼?”

- 에너지 충전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흐흐. 이거 내가 만들었다.”

- 하지만 충전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완전충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걸로도 당장 쓸 만큼은 되잖아?”

-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금 상태로는 통신 중계 기능을 유지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그게 어디야. 당분간은 이걸 쓰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