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빨로 지존 헌터-144화 (144/146)

# 144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23화

태욱이 생각하는 그는 마왕이었다.

세계적인 위기가 찾아온다면 헌터들이 하나로 뭉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일단 몬스터들 먼저."

밖으로 나선 태욱이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이미 많은 몬스터들이 은비와 영리에 의해 정리가 돼 있었다.

"벌써 왔어요?"

"일찍 끝났네?"

미국의 대통령이 태욱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기로 이야기하자마자 헌터들의 분산은 한 곳으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하는 것이다.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헌터들을 한 곳으로 모으지 않고, 한국의 원정대가 차례대로 투입됐다.

현상 유지를 하고 있으면 한국의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몰아내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데몬이 죽은 이후 몬스터 웨이브의 힘은 나날이 약해지고 있었다.

금강철인의 희생과 더불어 데몬을 처리하고 나니, 그의 수하들은 힘을 조금씩 잃고 있었다.

처음부터 힘의 원천이 데몬이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몬스터들의 힘이 많이 약화됐다.'

과거 데몬을 처리하지 못해서 일어났던 많은 미래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마왕군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몬스터 웨이브를 버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몬스터에게 당당히 자신의 힘을 드러낼 수 있었고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력이 뒤처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본격적인 전투는 이제 시작된 것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미 태욱의 동료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더 큰 전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들은 태욱의 발언에 의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고 그들을 지구에서 제대로 몰아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몬스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녀석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외국의 헌터들은 그의 말에 동의를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가 끝이 난다면 더 이상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헌터는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나의 미래를 위해 몬스터들을 조금 남겨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몬스터를 남겨 두는 것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안정과 평안은 그들에게 있어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지금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인 것이었다.

태욱이 투입되고 2달이라는 시간이 채 흐르지 않았을 때, 전 세계적으로 아직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하지 못한 국가들은 50% 아래로 밑돌고 있었다.

그만큼 태욱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몬스터 웨이브를 끝장내고 있었던 것이다.

* * *

마왕 베리엘은 데몬과의 연결이 일순간 끊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흐음.'

아직까지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것은 자신의 수족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슬픔을 가까이 하기보다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앞섰다.

그에게 있어서 수하들은 자신의 성장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지, 어떤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마왕의 계획 속에는 데몬이 일찍 죽는다는 것은 계산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이 일정 부분 힘을 되찾을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할 심산이었지만, 그 계획이 틀어지니 약간 심기가 불편해졌을 뿐이었다.

"누구 없느냐?"

마왕의 목소리에 재빠르게 반응 하는 이가 있었다.

"네, 저 여기 있습니다."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

바로 엘리자베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아직까지 이곳에 있었구나."

"마왕님의 곁을 지키는 것이 제 임무이자 목표입니다."

"녀석 말 하나는 번지르르하게 하고 있구나."

마왕은 엘리자베스에게 키메라를 연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기에 엘프 마을을 전전했지만, 태욱과 타르가에게 잊을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그 이후, 그녀는 마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연구는 지속하고 있었지만, 양질의 실험체들이 공급되지 않으니 저절로 그 속도는 뒤로 뒤처져 있었다.

"데몬과의 연결이 끊겼다. 소식을 알아보거라."

"네? 저, 전 연구를 계속 진행해야 돼서......."

엘리자베스는 데몬을 찾으라는 명령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마왕의 눈은 못마땅한 듯이 좌우로 길게 찢어졌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베리엘은 엘리자베스를 지긋이 바라봤다.

어떤 힘이나 압력도 사용하지 않았다.

제자리에 앉아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마왕의 말에는 부탁이나 선택은 없었다.

그저 지금 내리는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병정을 원하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이 밖으로 나갔을 때 당할 수 있는 위협에 명령을 거절하려 했지만, 마왕이 그것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만 그녀의 잘못을 느끼게 한 것이었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마왕의 태도에 스스로가 움츠러든 것이었다.

마왕의 입장에서는 그녀는 그저 버리는 패에 불과 했다.

아쉽게도 데몬이 죽어 나갔지만, 엘리자베스를 밖으로 나돌게 하는 유일한 이유.

자신의 성장을 위함이었다.

* * *

"끼욱끼욱."

"크아아아앙."

"크룩크룩."

기괴하게 뭉쳐진 형태.

그들은 엘리자베스의 작품이었다.

"얘들아."

그녀의 부름에 몬스터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이곳은 그녀의 왕국이었다.

자신이 백성들을 만들고 절대로 배반하지 않을 녀석들이었다.

"오늘 이곳을 나의 왕국으로 만들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마왕의 명을 따라 밖으로 나섰지만, 데몬의 흔적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곳으로 자신이 가면 생명의 위협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간다고 하더라도 녀석들을 이길 수 없어.'

데몬보다 전투력이 약했던 엘리자베스.

당연하게 죽음으로 향해 걸어가는 길을 걸을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이다.

마왕의 앞에서 찾아보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그와 같은 말이었다.

당장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마왕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것이다.

마왕의 목적은 오직 하나.

인간들이 공포심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통한 성장이었다.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이유든 별다른 상관이 없었다.

버리는 패만큼 그녀가 얼마나 활약을 해 줄지는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사용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지낼 곳이야. 예쁘게 꾸며야겠지?"

엘리자베스는 적당한 곳을 찾고 있었다.

마왕으로부터 거리가 멀면서 음습한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곳.

섬이라고 불리는 곳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주변에는 깎아 내린 듯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공중으로 날아오지 않는 이상 이곳에 접근하기란 무척이나 힘겨웠다.

먹을 것이 필요 없고 에너지 활용도 필요가 없는 키메라들에게는 이곳에 나쁜 점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에게는 가장 좋은 본거지가 될 수 있었다.

'힘을 기를 때까지만이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다만, 안전한 힘이 보장될 때까지 이곳에서 힘을 기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수족이 돼 줄 키메라.

그리고 더욱 강한 개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연구실.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

3개의 조합이 완벽하게 이루게 되는 순간 엘리자베스는 밖으로 튀어 나갈 것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라이프 베슬을 쥐고 깊은 어둠 속으로 그녀는 사라졌다.

* * *

"뭐야? 이번엔 어디야?"

"몰라, 우리도 아직 들은 게 없는데?"

"오랜만에 휴식인 건가?"

지금까지 헌터들은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일정 시간의 휴식은 제대로 처방받고 있었다.

피로도가 계속해서 쌓이는 것은 전투력에 방해가 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일정한 서클로 휴식과 전투를 번갈아 가며 치르고 있었다.

최초 한국에서 출발한 헌터들은 아직까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이 시작이었다.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3개 이상의 몬스터 웨이브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최초 LA 주변을 정리하는 데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백악관에 도착을 하자마자 한국의 헌터들이 모조리 투입됐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전투력은 1:1로 헌터들이 상대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몬스터의 숫자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원의 도움으로 약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 별다른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원의 힘이라면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약한 녀석들은 모두 지원에게 맡기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몬스터들을 처치하러 다녔던 은비와 지원 태욱이었기에 그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진짜 지원 언니가 대단했던 것 같은데?"

"그러게, 이 정도일 줄이야."

직접 무기를 휘두르며 움직이는 은비는 지원의 대단함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 무기로 녀석들의 두개골을 박살 내 가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끝없이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전투에서 기세를 타기 시작하니, 헌터들의 사기도 부쩍 향상됐다.

"내 앞에서 어딜 창을 드러내느냐?"

"맛 좀 봐라!"

"녀석들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꾸만 전선을 뒤로 물리며 후퇴를 거듭했던 헌터들은 간만에 맛보는 승리감에 도취됐다.

흥분에 빠져 들어가는 다른 헌터들을 확인한 태욱은 영리를 불러들였다.

"영리야."

"네, 부르셨어요?"

"아무래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다른 헌터들의 서포터를 부탁해."

태욱이 직접 영리에게 부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눈으로 모든 이들을 직접 확인하고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한계를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한다.

당연하게 후퇴를 해야 될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약간의 방심이 바로 죽음으로 직결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태욱은 더욱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하하하하하. 녀석들 내 힘을 봤느냐?"

태욱이 예상한 상황이 그대로 벌어진 것이었다.

몬스터를 도륙하는 것에 심취한 미국의 헌터가 몬스터들 가운데로 파고 들어간 것이다.

당당하게 외치는 그의 뒤에서 트롤 한 마리가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후우우웅.

정확하게 미국 헌터를 향해 날아가는 몽둥이를 보고 태욱이 다급하게 외쳤다.

"실드!"

쿵.

와장창창.

실드가 깨지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헌터의 표정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깨달은 것이었다.

"이, 이게 뭐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