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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34화 (134/146)

# 134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3화

'출국일이 없다.'

드디어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벌떡.

제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찾았다! 찾았어!"

바로 옆에서 미치도록 압박하고 있는 상사의 체면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단순하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절로 그는 크게 외치며 돌아다닌 것이었다.

"그래, 그게 누군가?"

"지금 바로 화면으로 전송해 드렸습니다."

"리버스? 그가 누구야?"

"현 미국 CIA 소속 요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대외적인 코드네임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임무 수행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투입된 흔적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해 대수롭게 넘겼습니다."

"확실해? 미국 CIA."

"그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정보를 찾고 있어. 일단은 보고를 하러 다녀오지."

국정원장은 수하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을 가지러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큰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휴우."

"후아."

"큰일날 뻔했어."

만약 이런 타이밍에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면 국정원장의 잔소리를 쉼 없이 들어야 했다.

그것은 예견된 사실이었기 때문에 다들 눈에 불을 키고 혹시나 남겨진 흔적이 없는지 찾고 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흔적을 찾았고 한 번의 위기는 뒤로 넘겼다.

하지만, 국정원장이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이곳에 들어와 어떤 깽판을 칠지 모르니, 최대한 모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수집해 놓는 것이 좋았다.

이곳에 있는 정보요원들에게 한숨은 잠깐의 휴식 시간이며 그것 이외에는 일절 휴식을 갖지 않았다.

Chapter 4

"여보세요."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은 태욱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아니 어두워졌다는 것보다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정보가 들어오면 추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드워프들을 데려간 녀석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배후에는 나라가 있다는 것까지 들었다.

"미국, 이 자식들."

태욱은 미국에 대한 남아 있던 좋은 감정들이 모두 사라졌다.

넓은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각종 문화.

헌터들이 언제든 빛을 발할 수 있는 커다란 자본.

헌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왕과의 전투에서 유리한 기점을 잡을 수 있기에 최초 미국의 항의성 여행을 떠났을 때도 커다란 분란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이 도를 지나쳤다.

분명 미국 CIA의 정보력이라면 자신과 드워프들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인과관계가 있는 사실을 아는 채로 이들을 납치해 갈 요량이었다면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해 보자."

태욱은 국가의 도움을 받기를 원치 않았다.

국제적인 법규에 따라 움직이고 미국을 압박하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태욱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완전한 파멸.

현재, 대한민국이 헌터 웨이브의 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이 무너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미국에서 충분히 분탕질을 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국으로 떠난다."

동료들에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처음 졸도를 하며 쓰러졌던 지원은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드워프들을 찾으면 태욱이 직접 연락을 주기로 했으니 그를 믿은 것이었다.

두 드워프를 찾아올 때까지 태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하게 드워프를 데려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영리와 은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부서지지 않는 무기를 찾는다며 국내를 떠돌고 있었고, 영리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소환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굳이 미국에서 얻을 것도 없는데 데려가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태욱 혼자서 미국으로 향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 * *

하이든이 미처 미국으로 도착하기 전에 태욱이 먼저 미국에 도착했다.

그의 대외적인 목적은 관광.

미국에 일전에 관광의 목적으로 왔었으니, 이번에도 같은 목적임을 밝히며 비행기에 몸을 실어 미국 땅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태욱이 여권을 내밀며 입국 심사를 진행하자, 카운터에 앉아 있는 직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죄송합니다. 이 여권은 저쪽에서 확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특급 위험인물.

필시 보고 바람.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정보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보안 요원에게 그를 넘기고 신고를 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런가요? 어떻게 하면 되죠?"

"잠시만 기다리시면 보안 요원이 안내를 할 것입니다."

직원은 책상 밑에 있는 보안 벨을 눌렀다.

딸칵.

그녀가 누름과 동시에 보안실의 문이 열리고 10명이 넘는 사람이 뛰쳐나왔다.

최대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3번의 알림음.

그것은 마치 테러의 위협을 느꼈을 때 하는 일종의 신호와 같았다.

1번은 위험인물.

2번은 테러.

3번은 생명의 위협.

서로가 같은 신호를 외우고 그거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 철칙이었다.

아무런 위험을 보이지 않는 인물을 보고 보안 요원들은 고개가 갸우뚱한 상태에서 태욱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제 여권은 저쪽에서 확인을 해야 된다고 해서요."

태욱의 유창한 대답에 보안 요원은 거칠게 여권을 뺏어 들었다.

착!

마치 태욱의 손에 있는 것을 강제로 빼앗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이게 뭐하는 겁니까?"

태욱이 여권을 빼앗는 형태를 보고 쏘아붙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세등등한 보안 요원의 말투였다.

"반항하는 겁니까?"

마치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항? 지금 반항이라고 하는 건가요?"

태욱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자신은 먼저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잘못된 행동에 지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보안 요원은 고까운 표정을 한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동양인 주제에."

보안 요원의 말이 기찰제가 됐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이 보안 요원의 얼굴에 꽂힌 것이었다.

쾅!

얼굴을 주먹으로 맞은 것도 모자라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보안 요원의 신체는 공중으로 날아가 벽에 힘없이 부딪혔다.

"뭐라고? 내가 무슨 위험이라도 가했어?"

그때였다.

태욱이 더욱 난동을 피우기 위해 주변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는데,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미스터 강. 저와 함께 가시죠. 이쪽 일은 저희가 실례했습니다."

태욱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누군지 아시는 분 같군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이러실 것이 아니라......."

"내가 뭘 잘못하고 있습니까?"

태욱의 말투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아닙니다. 응대가 잘못된 것 같아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야기가 잘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도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검은 정장의 남성은 태욱의 뾰족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응대가 잘못됐으면 사죄가 우선이 아닌가요?"

정확하게 팩트를 찍어 묻는 질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먼저 드리는 것이 맞는 것인데, 제가 미처 먼저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정장의 남성은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잘못을 인지한 것을 이해한다는 표현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빨리 이곳에서 이동을 시켜야 해.'

태욱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안 CIA는 재빨리 요원을 파견시켰다.

그가 어떤 일을 할지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빠른 시간에 미국에 올 것도 전혀 예측된 프로그램에는 없었다.

그렇기에 대응이 늦어졌지만, 그것이 이렇게까지 위험하게 변화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저는 미국 관광을 하러 왔습니다. 이런 취급을 받아 가면서 입국 심사를 받아야 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일단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꾸벅.

정장 차림의 남자가 사과를 건네는 것으로 태욱은 만족을 하지 않았다.

'뭐 하나만 걸려 봐. 내가 다 박살 내 줄 테니까.'

태욱의 의미심장한 마음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보국도, 미국의 CIA도, 대통령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 *

장소를 어렵게 옮긴 요원은 바로 직속상관에게 무전으로 보고를 보냈다.

"현재, A급 위험인물 지정된 장소로 픽업 및 이동 중."

[그를 면밀히 살피고 특이 사항이 있을 시 즉각 보고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잠깐의 통화를 마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요원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태욱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내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휴우."

날숨이 꽤나 깊었다.

그만큼 큰 긴장을 하고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무슨 한숨을 그렇게 길게 내쉬십니까?"

태욱의 물음에 요원은 다시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아닙니다. 혹여나 저희가 응대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셔서 다른 곳으로 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환대를 해 주시는데, 다른 곳을 갈 이유는 없지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 태욱의 속내는 전혀 달랐다.

'너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지금 태욱은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드워프와 자신이 중요한 관계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데려갔다는 것은 뭔가 심상치 않았다.

더구나, 만약 드워프들이 제 발로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라면 자신도 말릴 수가 없었다.

'이게 미국이 강제로 납치했는지, 아니면 드워프들이 제 발로 넘어갔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분명 미국에 들어오자마자 보안 요원의 행동에 신경질적으로 대응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그들이 납치를 한 것이라면 그의 몇 배, 아니 몆 십만 배 이상의 복수를 해 줄 요양이었다.

일종의 맛보기 형식으로 내가 힘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은 밖으로 표출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신을 데리고 온 저 검은 양복의 남성.

그는 분명 미국 CIA 소속의 요원일 것이다.

만일 상급 요원이었다면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이유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상부의 요청에 따라 긴급하게 출동을 나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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