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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33화 (133/146)

# 13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2화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감정의 기척을 지우는 일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계획인지 보이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 또한 수업 중 하나였다.

높은 점수로 통과한 그는 자신이 꽤나 유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임무 수행 장소에 도착을 하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작은 배를 타고 커다란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것이 여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요원들은 마치 뱃사람이라도 된 듯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놀람을 지속하고 있는 그는 마침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사실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다름 아닌 미국으로 돌아오는 커다란 배에서 드워프들의 관리 감독이었다.

다른 임무는 상주를 하고 있던 요원들이 모두 끝을 냈다. 처음 임무에 투입되는 그를 위해 모든 행동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럼 이것으로 인수인계를 끝내겠네. 미국으로 잘 돌아가게."

"네, 알겠습니다. 제로."

제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다시 육지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하이든이 마지막으로 본 그들의 모습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다른 요원들이 타고 있는 배편이 제자리에서 폭발해 버렸다.

펑!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작은 배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입을 맞추기 위해 베테랑 요원들이 소모돼 버린 것이다.

그들도 어쩌면 이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담담하게 준비한 그들의 모습은 최후를 앞두고 후회를 남기지 않게 마지막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것이다.

이제 이것을 아는 이는 하이든 그밖에 없었다.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은?'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임무를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정부의 계획에 오점이 된다면 깨끗하게 지워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하이든은 자신의 양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짝!

볼에 붉은 손자국과 얼얼해질 정도로 큰 통증이 찾아왔지만, 하이든은 표정 하나 변하는 것이 없었다.

담담한 눈빛.

드디어 제대로 된 요원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 * *

한국으로 도망치듯 돌아온 태욱 일행에게 또 다른 충격이 찾아왔다.

드워프의 실종.

금강철인의 사망에 대한 충격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또다시 큰 충격을 받게 되니, 지원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 어떻게."

지원에게 금강철인을 잃은 슬픔은 꽤나 컸다.

아직 그 고통을 견뎌 내기 전에 또 다른 충격이 찾아왔으니 단번에 졸도를 할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흔적은 발견했습니까?"

"저, 그게 아직."

병원장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선 고개를 숙였다.

병원 내부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이었다.

특별하게 태욱이 부탁을 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의 입에서는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다른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모든 카메라와 보안 요원들을 확인했지만, 먼지 하나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태욱은 병원장의 말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설마? 벌써 텔레포트 요원이?'

그의 머릿속에는 텔레포트 요원이 은밀하게 잠입해 그들을 단체로 이동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마나의 이동은 확인해 보셨습니까?"

"마나의 이동이요?"

병원장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갑자기 실종된 드워프를 이야기하다 마나의 이동이라니?

이해되지 않은 것이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마나의 기감이 뛰어난 태욱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드워프들은 아직 회복 시기였다.

누군가가 그들을 데려갔다면 상태를 모른 채로 그들을 납치해 갔을 리가 없었다.

"VIP 병동으로 가시죠."

병원장은 직접 안내를 도맡아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것 말고는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며칠 내에 이곳에 처음 방문했던 모든 인원을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그에게 윽박을 지른다고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태욱은 마나의 유동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실에 올라가야 했기에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즉시 확인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욱은 재빨리 병동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눈으로 드워프들이 머물던 침상과 병실 내부를 살폈다.

어디에서도 마나의 급격한 유동은 찾을 수가 없었다.

'마나의 유동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메스 텔레포트.

다수의 인원을 원하는 목적지로 단번에 이동을 시키는 고유 스킬이었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마법을 사용하면 그 흔적이 남는다.

유독 마나의 흔적이 적게 남아 있다든가 거의 진공에 가까운 수치로 나타나든가 둘 중에 하나였다.

태욱은 그 흔적을 전혀 찾아낼 수가 없었기에 사람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요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방향이었다.

헌터들의 발달로 추격이 쉬워진 반면 일반인들에 대한 조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밖으로 표출되는 그들의 정보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문적으로 훈련을 시키는 국가 단체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우리끼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태욱은 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건너편에서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 * *

"따르르르릉."

직통전화기가 거친 음색을 드러냈다.

"뭐지?"

당분간 이 전화로 연락이 올 만한 곳은 없었다.

직통전화를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화기에 저장돼 있는 번호를 보고서는 화들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수화기 건너편에서 한국이 회담을 하기 유리한 입장으로 만들어 주는 주인공의 목소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강태욱.

그가 직접 전화를 준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에 전화를 드렸나요?]

"아닙니다."

대통령은 인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데, 중국에서 어쩐 일로......."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직 보고를 받지 못한 대통령은 그가 중국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막아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그렇다는 말씀은?"

[현재 중국은 무너지고 있다고 이야기 드릴 수 있습니다.]

"허허."

난처하다는 듯이 허탈감을 표출하는 대통령이었다.

이대로 중국이 무너진다면 다음 타깃은 바로 한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뭘 준비해야 될까요?"

[그것도 그것이지만, 하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것입니까?"

태욱의 부탁.

지금까지 그가 일방적으로 부탁을 해 오지 않았다.

요청을 했을 때 그에 따른 조건을 제시해 오곤 했는데, 처음부터 그가 이렇게 부탁을 해 온 것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 내부에 드워프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건 저희 내부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 내부의 정보력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들이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네? 뭐라구요?"

대통령은 손짓을 하며 비서관을 불렀다.

은밀하게 관찰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사라졌다니?

정보국에 확인을 해 봐야 하는 사항이었다.

[저로서는 도저히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안전선이 무너졌으니 우리 국가도 대비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용건만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국가의 존폐.

상위급 헌터의 소중한 친우의 납치 사건.

나라가 발칵 뒤집혀도 모자랄 사건 두 개가 연속해서 터져 버린 것이었다.

"비서관 정보국에 협조 요청하고 헌터 소집 명령 준비하세요."

발 등에 불이 떨어진 비서관이었다.

단번에 처리해야 될 상황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법령에 맞춘 헌터 소집령의 연설문을 준비해야 됐고, 정보국과의 회의를 준비해야 됐다.

두 개의 시간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대통령님 준비가 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했다.

속마음은 너무나 급하다고 하더라도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곁에서 보조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주변 배경과 동화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이는 혹여나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도 사람이었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의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을 듣고 무시하지 않는다.

만약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

그때 부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차분하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었다.

* * *

정보국은 갑자기 들어온 전화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 직속 비서관이 직접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흔적은 발견했어?"

"그게, 아직."

"아직? 그럼 지금까지 놀고 있었다는 말이야?"

"워낙 방대한 자료여서 확인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자료를 누가 파악했는지 그 배후만 알아차리면 되잖아? 어? 그게 어려워? 누가 범인을 찾으래?"

정보국장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 세력을 색출해 내라는 것.

적어도 후보지에 올려야 될 국가들이나, 기관을 선정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어폐는 있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군지 알아야 그 배후를 캐내지.'

종합적인 정보 판단이 아니라 정확성을 요구하는 사항이었다.

혹여나 잘못된 선정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면 자신의 자리는 위태로운 것이었다.

그대로 직장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들려오는 음성을 억지로 무시한 채 눈으로는 계속해서 정보를 뒤적거렸다.

'분명 이 안에 흔적이 남아 있을 거야.'

계속해서 훑어 내려가는 도중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입국일...... 그리고.......'

눈이 번뜩하고 뜨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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