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8화
1차 목적지.
보통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될 때에는 다이렉트로 목적지에 도착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뒤에 미행이 붙었을 수도 있고 정보에 대한 노출이 생겨나 위험을 재생성해 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설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2차 3차 여러 곳을 이동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고 자신에게 미행이 붙었을 경우 그대로 임무를 포기한다.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없고 은밀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행동을 기본 패턴으로 삼으며 행동하는 것이 철칙이었다.
'일단 서울역으로 향한다.'
중간 접견자가 기다리고 있는 서울역에서 자신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것이다.
접점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으로부터 이뤄진다.
넓은 공간에서의 접선은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이었다.
이것에 대한 장점은 바로 미행을 하는 자를 추출하기 너무 좋다는 것이다.
일부러 스스로를 노출시켜 미행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것은 CIA 기본 철칙이었다.
툭.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와르르르.
손에 쥐고 있던 노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접견자인가?'
단순하게 자신과 어깨를 부딪혔을지도 모를 상황에 하이든은 수첩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상대방은 사과를 하고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교묘하게 수첩 아래에 깔려 있는 흰 종이.
하이든은 자연스럽게 정보가 전달됐다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도착하기 전.
그는 요원끼리 사용하는 단어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미안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정보를 전달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 말이 정말 요원들끼리 소통하는 단어일지는 모르겠지만, 놓치는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 하이든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본다.'
한국인의 특성상, 빠르게 이동하며 부딪히는 사소한 충돌에는 사과를 하지 않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었다.
'정보라면 이곳을 향해 이동해야 된다.'
그의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노트 아래 있던 작은 종이에는 서울남부경찰서라는 표기가 돼 있었다.
2번째 접견지.
그곳을 향해 이동을 하는 하이든이었다.
* * *
철저히 비밀리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어디든 정보는 빠져나갔다.
"우리나라에 드워프라는 종족이 있다는데?"
"뭐 드워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드워프라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사냥을 나서는 헌터들 혹은 고위급 인사가 아닌 이상, 그들에게 드워프란 연예인과 동급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디 가면 볼 수 있는데?"
"몰라. 가장 높은 층에 있는 VIP실 있잖아."
"어, 거기 지금 출입 금지 아니야?"
"그게 드워프들이 거기 있어서 그렇다는데?"
"진짜? 그래서 출입 금지시킨 거야?"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단순한 병동의 환자들이었다.
이런 작은 소문들이 서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그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쾅!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원장의 눈빛은 강한 빛을 쏘아 내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정보를 흘렸어? 내가 비밀에 붙이라고 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현재 파악 중에 있으며 환자들 중 하나가 입소문으로 퍼뜨렸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환자 하나? 그 환자는 누구한테 들었겠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적극적인 비서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병원장의 노기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발등의 불똥이 떨어진 병원장은 그 이상의 사태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재빨리 대책 회의 준비하고 만약 환자들에게 정보를 흘린 녀석이 있으면 당장 짤라 버려!"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병원장의 말에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자신들이 비밀로 해 놓은 드워프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데몬이 직접 움직이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수하들이 그의 손발이 돼 충분히 임무 수행을 하기 때문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움직이는군."
감회가 남달랐다.
분명 수하가 죽어 나간 것은 금방이라도 분노를 토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지만, 실제 신체를 움직이고 나니 그러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오직, 자신이 펼치게 될 피의 축제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데몬은 상당히 신중한 성격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신중하게 일어날 모든 돌발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철저하게 꾸리는 성격이었다.
"저희의 예상을 살짝 넘어서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힘은 전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데몬의 침묵이 흘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 수하들에게는 큰 압박이 됐다.
결국 참을 수 없던 한 수하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내뱉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고 정확하게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지?"
데몬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떤 상황에서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것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단 보고를 듣지 않아도 저기 멀리 있는 버러지 같은 녀석들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단번에 3명을 쓸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한 명씩 천천히 쓰러뜨렸다.
혼자서 모두를 상대하며 일격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한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단번에 3명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다.
'꿀벌이 말벌을 잡았다는 것인가?'
꿀벌 혼자서는 도저히 말벌을 상대할 수 없다.
그저 먹잇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꿀벌들이 잔뜩 모이면 말벌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말벌은 열에 약했다.
꿀벌들은 자신들의 체온으로 말벌에 몸을 비벼 체온 상승을 만들어 낸다.
일정한 온도로 체온이 올라가 버리면 말벌은 사망하게 된다.
엄청난 피해를 머금고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꿀벌들의 방법이었다.
데몬은 인간들이 한 곳에 똘똘 뭉쳐 자신의 수하 3명을 처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꿀벌들이 많이 모이더라도 최상위 포식자인 곰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집을 부수고 저장해 놓은 꿀을 약탈해 나가더라도 곰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데몬은 꿀벌 앞의 곰일 뿐이었다.
막아 내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최상위 포식자인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려고 노력을 해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왕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인간들 무리에 조금씩 다가섰다.
"네놈들이냐?"
단발마 같은 그의 음성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자신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린 녀석이 하나 있었다.
"데몬?"
멀리서 자신의 이명을 부르는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한눈에도 녀석은 자신이 아는 인물이었다.
마왕의 명령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 저 멀리 있었다.
"꼭꼭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튀어나오다니, 꽤나 대담한 녀석인걸?"
데몬은 마치 그를 비꼬듯이 이야기했다.
다른 인간들 품에 숨어 있었다면 그의 목숨 줄은 조금 더 연장이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차피 잡힐 녀석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니 수고로움 측면에서 데몬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네 녀석을 갈아 먹어도 시원찮지만, 우리 마왕님의 명에 따라 널 산 채로 데려가겠다."
통보와도 같은 진언이었다.
그가 데려가겠다고 선언한 이상,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산 채로 데려간다고 한 것이지, 신체가 온전하게 마왕님의 앞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팔과 다리가 모두 바스러져서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도착을 할 것이라는 데몬의 확신이 있었다.
* * *
데몬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자, 태욱은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드디어 그가 나선 것인가?'
분명 언젠가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데몬을 상대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막상 눈앞에 닥친 커다란 산이 태욱에게 커다란 위압감이 돼 찾아왔다.
'정체돼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도 시간이 부족하다.'
막상 데몬을 떠올리면서 태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왕과 동급으로 가장 강력한 상대.
어찌 보면 인간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자는 마왕이 아니라 데몬이었다.
마왕을 직접 끌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헌터의 희생이 뒷받침됐는지 태욱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것, 그것이 태욱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 몰랐다.
부르르르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설마? 트라우마?'
데몬을 보는 것만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려 온다.
지금의 신체는 데몬을 상대해 본 적이 없었지만, 태욱의 정신만은 확실하게 그의 파괴력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신이 신체를 정확하게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지속될 줄 알았던 떨림은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명경지수.
그것은 두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깨끗한 정신에서 튀어나오는 힘.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상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
태욱에게는 실라카의 검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 공격을 받으면 여지없이 검의 능력이 태욱의 몸에서 발현되는 것이었다.
Chapter 3
씨익.
데몬은 자신을 보고 몸을 떠는 인간의 모습에 절로 비소가 지어졌다.
"감히 네 녀석 따위가 날 이렇게 움직이게 만들었구나."
철저하게 무시가 동반된 데몬의 발언이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거지."
태욱도 그의 기세에 질세라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데몬은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버러지가 아무리 노력을 해 봤자 버러지인 것이지, 태생은 바꿀 수가 없다."
데몬이 손을 들어 앞으로 펼쳐 보였다.
콰과광.
시동어, 자연 마력의 이동조차 없었다.
오롯이 그의 힘으로 발현된 파괴력이 뻗어져 나온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악!"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일반 헌터들이 순식간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살려 줘!"
"크아아악!"
단 일격.
헌터들이 뭉쳐져 있던 그룹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이것이 너희와 나의 힘의 차이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데몬의 모습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상대조차 불가능한 것인가?'
헌터들의 모습은 마치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다.
조금만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 그대로 꺼져 버리는 아주 나약한 존재.
"최상급 헌터들이 아닌 다른 헌터들은 뒤로 물려 주시고 탈출을 준비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뒤로 물러나는 법이 없던 태욱의 발언에 장쯔진은 놀란 토끼눈이 돼 되물었다.
"탈출 준비를 해야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 녀석만 처리하면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데몬을 처리한다면 일단 몬스터 웨이브를 끝냈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능력은 데몬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대중국의 위대한 헌터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정도는 바칠 수 있는 헌터들입니다."
태욱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 저도 이곳에서 탈출하라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면한 결과 저의 능력을 훨씬 상회한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중국의 헌터들은 국가를 위한 희생이 준비돼 있습니다."
장쯔진은 알고 있었다.
이곳이 중국의 최후의 전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