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4화
'스승님.'
금강철인은 스승과 사제의 연을 맺고 진법을 연구해 나갔다.
마지막 스승의 말이 그의 가슴에 사무치게 남았다.
"너만의 진법을 완성시켜라. 그것이 진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다."
기억이 떠오른 금강철인은 지금 자신이 갇힌 진법을 유심하게 바라봤다.
'뭔가 부자연스럽게 연결된 부위가 있을 것이다.'
진법이라는 것이 주변의 동화를 기본으로 생성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시선의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은 곳은 확실하게 존재했다.
주변을 아우르는 경계를 유심히 살피던 아까와는 달리 이제는 식물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뇌리에 스치는 살기의 기운.
재빠르게 신체를 이동했다.
휘리릭.
분명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감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 낸 것이다.
'이것이 나와의 다른 진법인가?'
공격을 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진법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외부의 강제적인 힘의 충돌은 진법의 한계선을 일렁이게 만들 수 있었다.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물결을 금강철인은 놓치지 않았다.
'저곳이다.'
강제로 진법을 부수기 위해 금강철인은 방금 전 일렁인 잔디밭으로 이동했다.
* * *
로콘은 스스로 태풍의 핵으로 들어온 금강철인이 가소로웠다.
어차피 뼈 무더기를 내뱉을 녀석인데, 저렇게 힘을 쓰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별거 없는데?"
이곳저곳을 움직이려고 하는 모습이 진법에 정확하게 걸려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그를 처치한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진법이기에 그의 머리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셋.'
'둘.'
'하나.'
속으로 카운트다운에 맞춰 물리력을 뿜어냈다.
퓨퓨퓨퓻.
마나 화살이 정확하게 금강철인을 향해 날아갔다.
'이제 넌 죽은 목숨이다.'
영영 환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진법 속에 갇혀 자신이 왜 죽는지 이유조차 모를 것이란 생각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의 신체에 화살이 닿으려고 하는 순간 재빠른 몸놀림으로 그는 화살을 피해 냈다.
"뭐? 뭐야?"
당황한 나머지 입 밖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기감이 예민하다고 할지라도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만약 느낀다고 할지라도 이미 늦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아주 우연의 산물로 피해 낸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로콘은 다시 한 번 마나 화살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신중하게 겨냥한 그녀는 화살을 차례대로 날렸다.
퓻.
퓨퓻.
화살은 다시 한 번 금강철인을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우웅.
바람을 가르고 거칠게 날아가는 화살이 금방이라도 목표물을 관통할 듯이 폭발적인 힘을 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 녀석 뭔가 알고 있다.'
진법 속에서는 물리력을 절대 느낄 수 없었다.
진법에 갇히게 되면 바람, 냄새, 느낌이 이곳과 완전하게 단결된다.
그러니, 아무리 감각이 예민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공격을 차단할 수는 없었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
금강철인의 움직임은 한 치 앞을 생생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 있으면 금방 마나 화살에 관통당할 거야.
머리를 향해 날아온다.
다리를 들어라.
정확하게 노려진 부위만을 피해 내며 움직이는 금강철인의 모습에 로콘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야? 네 녀석 정체가 뭐냐고?"
하지만, 진법 속에 빠져 있는 금강철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행동이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진법을 파훼하고 밖으로 뛰쳐나올 듯 보였다.
"네 맘대로 안 될걸? 어차피 물리력 행사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말려 죽이면 그만."
자신의 진법은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로콘이었다.
다만 츄르가의 전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자신 말고 또 다른 녀석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저 녀석 어디 한 번 겨뤄 보자고."
결국 로콘은 금강철인 하나에게 자신의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 * *
태욱은 다가오는 츄르가의 대검을 힘겹게 막아 내고 있었다.
쾅.
쾅.
연속되는 맹타에도 불구하고 츄르가의 공격 속도는 전혀 늦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버서커 모드 상당히 강력하군.'
버서커 모드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의 능력으로는 츄르가의 대검을 막아 낼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연속 공격은 근육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행동이었다.
근육을 쥐어짜며 커다란 무게를 통제 아래 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저 서서 츄르가가 뻗어내는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정확하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었기에 취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방어에 몰두하면서 그의 약점을 꾸준히 찾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츄르가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아, 아니. 이건?'
뭔가 형용할 수 없이 꽉 막혀 있던 벽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츄르가의 신체가 움찔 거리며 반사신경을 조금씩 느리게 만드는 것이 태욱의 눈에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버티면.'
태욱은 오롯이 수비를 향해 공세를 뒤바꿨다.
그대로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금방이라도 츄르가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연속해서 들어오는 츄르가의 공격은 아직은 거침이 없었다.
'생각보다 지속 시간이 길다.'
실라카의 검은 한계 이상의 충격을 단번에 받지 않는 이상 오토 리페어 기능으로 꾸준한 사용이 가능했다.
쾅.
콰쾅.
태욱은 츄르가의 행동을 제재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를 빼앗겼다.
'이렇게 된 이상.......'
츄르가의 힘을 막아 낼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지금 타격을 주고 있는 대검도 내구성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태욱은 검을 맞대는 행동을 지속해 왔다.
'으윽. 이러다 내 몸이 먼저 부서지겠어.'
대검의 한계가 먼저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몸이 그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천천히 시야도 붉은색에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진짜 내 힘으로 버텨 내야 하는 것인가?'
태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찰나, 드디어 츄르가의 검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콰캉.
빠직.
쾅!
분명 2번의 타격 사이에 무언가 바스러지는 감각이 촉각을 타고 들어왔다.
'드디어, 올 것이 찾아왔군.'
이토록 그가 방어에 힘을 몰두하고 있는 이유.
바로 츄르가의 무기가 부서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우웅.
하늘 높게 치켜세웠던 대검이 바닥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태욱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대검에 집중했다.
'분명 약해진 부위가 있을 거야.'
검 끝.
손잡이.
몸통.
샅샅이 훑어보는 태욱의 눈에 빛이 나는 실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세한 깨어짐에 의한 빛 반사가 다르게 일어난 것이다.
'저곳이다!'
태욱은 그곳을 향해 검을 쑤셔 넣었다.
쾅.
차자자장.
츄르가의 대검이 결국 내구성의 한계에 도달해 그대로 깨져 버린 것이었다.
대검이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묵직한 힘이 전달돼야 될 검 끝이 사라졌으니, 츄르가의 표정은 당황함이 가득 찼다.
"크룩?"
온전한 정신 상태가 돌아오지 않아 오크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버서커 모드인 그에게도 믿기지 않을 상황이었다.
"자 이제 내 차례인가?"
태욱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그는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쉴 새 없이 뻗어 오는 츄르가의 대검을 막아 내고 또 막아 냈다.
'실라카의 검'의 능력을 믿고 우직하게 버텨 낸 것이 결과를 낸 것이다.
지금까지 방어적 공세만 펼치고 있던 태욱과 공격적 공세만 펼치던 츄르가의 상황은 완전하게 뒤바뀌어 버렸다.
검의 손잡이를 바라보고 바닥에 떨어진 검의 몸통을 바라보는 츄르가는 검 손잡이를 멀리 던져 버렸다.
휘릭.
정확한 사고 판단이 되지 않는 츄르가는 맨손으로 태욱을 상대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태욱은 그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만약 나도 버서커 상태에서 검이 박살이 났다면?'
자신의 상황이었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란 생각에 몸서리친 것이다.
오토 리페어 기능과 명경지수의 특성이 그를 안전하게 만들었고 이번 전투의 승기를 잡아갈 수 있게 됐다.
"하합!"
검을 내뻗은 태욱의 행동에 츄르가가 돌진하듯 달려들었다.
피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마치 생채기 따위는 자신을 막아 낼 수 없다며 밀어붙이는 코뿔소와 같았다.
촤압.
핏방울이 검의 진행 방향을 따라 튕겨져 나갔다.
츄르가의 어깨에 있는 삼각근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게 진정한 버서커 스킬의 능력인 것인가?'
생각이 생겼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상처를 통해 고통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몸을 희생양으로 넘겨주며 상대를 공격해 들어오는 경우가 적었으니 태욱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다.
'일단은 거리를 벌린다.'
츄르가의 황소 같은 돌진을 마치 투우사가 소의 공격을 피하듯 빙그르르 돌면서 회피해 낸 태욱은 츄르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급소를 노린다.
머리.
심장.
단번에 상대의 신체가 멈춰질 만한 곳을 살폈다.
태욱은 두 곳의 급소중 머리를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심장을 강하게 찔러 들어가는 것도 충분하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으로 양팔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츄르가의 행동 패턴에 따라 심장을 노리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선택을 강요했다.
심장을 노리다 잘못하면 양팔로 본능적인 방호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공격해 들어온다면 태욱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하게 휘두른 검에서는 지금도 츄르가의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크룩."
"자, 와라!"
마치 투우사가 최후의 검을 뽑아 하늘로 높게 치켜들 듯이 태욱은 실라카의 검을 높게 들었다.
돌진하듯 달려드는 츄르가의 양손은 이미 X 자로 교차한 상태에서 뛰어 들었다.
분노에 사로잡혀 방어를 등한시한다고 할지라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눈치챘을 수도 있었다.
교차된 양팔이 교묘하게 얼굴과 심장을 가리고 있었다.
'역시 본능에 충실에 방어에 등한시한다고 해도.......'
목숨까지는 내어놓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욱은 가까이 다가서는 츄르가의 머리를 향해 실라카의 검을 강하게 찔러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