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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23화 (123/146)

# 12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2화

태욱의 눈으로 확인을 했지만, 실상은 굉장히 멀리 있었다.

헌터의 시력은 상당히 좋다.

보통의 측정치로 이야기하면 5.0 이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기본이었고 각자의 특성에 따라 더욱 높은 시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태욱은 궁수 특성의 스킬을 소지하고 있었고, 얼마 전 엘프들에게서 터득한 패시브 스킬 덕분에 더욱 시력이 좋아졌다.

그런 그가 집중해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상당히 멀리서 오크와 태욱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었다.

'역시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인가?'

태욱이 생각에 빠져들자, 그 틈새를 정확하게 츄르가가 노리고 들어왔다.

"크아아아앙!"

환영문을 통해 시간을 벌어 그를 말려 죽이려는 심산이었지만, 저 위에 허공을 맴돌고 있는 하피 덕분에 계획이 실패했다.

까마득하게 멀리 있던 하피가 어느새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십시오."

꽤나 정중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그녀의 말에 담긴 의미는 상당히 잔인했다.

죽음을 맞이하라니, 저항조차 의미가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미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츄르가.

말하는 것과 행동이 상당히 지략 계통으로 보이는 하피.

두 몬스터의 합작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 * *

로콘은 츄르가가 벌이는 전투에 승리를 확신했다.

'상대방이 큰 타격을 입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깨어진다는 것은 공격력의 상당 부분이 하락한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여성체는 뒤로 물러나고 한 명의 비실비실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과연 츄르가를 맞상대할 수 있을지나 의문이군.'

하피 로콘은 공중에서 츄르가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직접 나서지 않는 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츄르가의 직접 부탁이었다.

"내 손으로 나의 업보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츄르가의 특성 덕분이었다.

버서커.

이지를 잃고 주변에 있는 모든 생물체에 대해 분노가 들끓는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격을 한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로콘은 자신이 곁에 있다면 츄르가에 의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츄르가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일이 생기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전투에 참여하겠지만, 일단은 츄르가의 부탁을 들어 줬다.

무엇보다 츄르가는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 온 전사였다.

데몬의 아래에서 오랜 시간 같이 성장을 해 왔기 때문에 특별한 형제애가 생겨난 것이다.

전투는 츄르가가 압도하는 형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서 버리기 위해 강공을 펼쳐 나갔다.

'그래, 좋아.'

원하는 바를 금방 이룰 듯이 움직이는 츄르가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효과적으로 상대방의 무기를 깨부수고 다음 도전자로 교체됐다.

외형을 보고 있자니, 츄르가와 대적을 할 만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런 몸으로 츄르가와 대적을 하려고 하다니, 있을 수가 없다.'

로콘은 이번에도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서 발현되는 마법을 보고 재빨리 츄르가의 곁으로 이동했다.

'환영문.'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정확한 이지를 상실한 츄르가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환영을 통해 내재돼 있는 힘을 낭비하게 만들고 그 최후에 숨통을 노리는 정신계 헌터들의 특징이었다.

'이런 것이라면 내가 또 전문이지.'

로콘은 전투형 몬스터가 아니었다.

뒤에서 계락을 세우거나, 머리를 써서 전장을 승리로 가져가는 지략형 몬스터였다.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재빠르게 츄르가의 주변으로 날아온 로콘은 환영문의 결계를 비틀어 버렸다.

콰직.

쨍그랑.

마치 유리가 깨지듯 환영이 조각조각 분쇄돼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부의 힘으로는 부수기 힘들었던 환영문이 외부의 간단한 충격으로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꽤나 머리를 쓰는 것 같은데?"

로콘은 아직 공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굳이 츄르가의 인식 범위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그들이 펼쳐 내는 방어막을 깨뜨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콘은 처음부터 자신을 향해 시선을 쏘아 보는 이에게 비웃음을 남기듯 썩소를 지었다.

'네 녀석이 해 봤자지.'

어차피 자신보다 수준이 아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영문이라는 간계를 사용하는 것이 수준이 낮다는 뜻이었다.

얼마든지 다른 진법을 펼칠 수 있었다.

그사이에서 환영문은 하급에 가까웠다.

물리적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진법도 아니었거니와 상대방을 제압하는 힘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을 공간에 잡아 두고 조금씩 말려 죽이는 것은 기초 중의 기초였다.

그 진법의 형태를 강하게 만들고 깨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상급의 능력이었다.

고작 수준 아래의 진법을 확인하는 순간 로콘의 마음속에 방심이라는 열매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 * *

태욱은 그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데몬이 하피를 수하로 부린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헌터들에게 당했나?'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그녀를 관측했다는 정보가 머릿속에 새겨지지 않았다.

특성을 모르고 있으니, 태욱으로서는 답답한 마음이 강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녀의 스킬을 확인한다면 언제든 대응책이 생겨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부딪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좋았다.

"저 사람은 내가 직접 상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태욱이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금강철인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금강철인?"

"내 아무래도 저 녀석에게 호승심이 일렁이는 것 같소."

금강철인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진법을 사용해 보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법에 능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상대방을 원하는 자리에 끌어들일 수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효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접근을 하지 않고 상대를 하면 됩니다."

금강철인의 해결책은 하나였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 접근하지 않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이뤄지기 힘든 것이었다.

서로 전투를 통해 상대를 할 때, 그녀가 어디에 진법을 깔아 놨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전투를 벌이다 어느새 그녀의 덫에 빠져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금강철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상대를 하면 절대 그 함정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출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금강철인을 어떤 말로든 가로막을 수 없었다.

상대가 위험하다?

힘이 모자라다?

기습을 당할 위험?

태욱의 머릿속에 가지각색의 이유가 떠올랐지만, 그를 막아 낼 방법이 없었다.

위험한 것은 어느 때나 마찬가지였고, 힘이 모자란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습에 대비를 하는 것은, 가장 반사 신경이 발달한 그에게 우리 모두 죽었다고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막을 수 없다?'

특히나 담담하게 자신이 나서겠다고 말한 그의 말.

어떤 일이 있어도 딱히 자신의 의견 피력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 온 그였다.

그는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그에게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었다.

물론, 필요할 때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생활을 할 때 필요한 충분한 대화와 행동을 보인다.

다만, 사람들의 이목이 특히나 집중되는 시기에는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으로 넘겼다.

특히나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큰 이슈화가 되지 못한다.

어찌 됐던 몬스터는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니까.

그러니, 몬스터를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거나 몰아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헌터들에게 이슈는 집중된다.

태욱은 그가 왜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본래 얻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때, 말을 듣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뿐이군.'

회귀 전, 그가 죽기 직전 태욱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조금 더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충분히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어찌 됐든 스스로 나서겠다는 말을 한 이유가 있을 거야.'

태욱은 그를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동료들을 믿음으로 기다려 온 것처럼.

금강철인 역시 자신이 믿음으로 기다린다면 분명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서로의 생명을 건 전투는 2:2로 이뤄졌지만, 특색은 1:1이 두 분류로 나뉘는 것 같았다.

한쪽은 태욱과 츄르가의 힘 대결.

한쪽은 금강철인과 로콘의 진법 대결이었다.

날카로운 공방이 철저하게 보이는 곳은 태욱과 츄르가의 대결이었다.

서로 자신의 무기를 상대방의 무기에 부딪혀 가면서 강한 스파크를 터뜨렸다.

파파팍.

채챙.

쾅.

쾅.

가끔 목표에 정확하게 닿지 않아 바닥을 내리찍을 때는 강한 파열음이 일어날 정도로 그들이 전투는 살벌했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움찔거리며 쥐고 있는 손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로 태욱이 강력했나?'

가장 놀란 것은 은비였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는 그녀가 가까스로 태욱의 움직임을 눈으로 쫒고 있었다.

자신과 엇비슷하거나 한 발자국 더 나아갔을 정도라고 생각했던 태욱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제길 충분히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전투를 벌이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자신이 태욱을 쫓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본래 가장 앞서 나가는 것보다 뒤를 쫒아가는 것이 쉬운 법이기 때문이었다.

태욱에게 뒤처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달려 나갔는데, 그는 이미 저 멀리 나아갔다.

그림자 끝을 보며 달렸는데, 그 그림자가 환영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허탈감이 그녀에게 몰려 들어왔다.

'아무것도 아니구나.'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명이 귓속에서 반복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전투는 지원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놀랄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로콘과 금강철인이 움찔거리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유리한 구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전투를 하면서 두 사람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본 지원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뭘 하는 거지?'

전혀 의중을 알 수 없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게 되자, 스스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금강철인의 움직임.

하피 로콘의 움직임.

그것을 눈으로 모두 따라 잡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기 시작했다.

고작 다리를 하나 들었을 뿐인데, 상대방은 행동을 의식하듯 뒤로 물러났다.

날개가 2번 빠르게 펄럭였다.

그러자 재빨리 금강철인은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건가?'

마치 인형극 하듯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된 실을 당기고 풀고 하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원은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하나씩 머릿속에 넣어 두기 시작하니 점점 그 패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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