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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21화 (121/146)

# 121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25화

"죄송합니다. 승리를 가져다 드려야 되는데."

"아니다. 드디어 내가 찾고 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던 데몬은 전혀 마음을 쓰지 않았다.

항상 자신의 곁에서 수족이 돼 준 녀석이었다.

고작 이번 한 번의 실수 가지고 그를 나무랄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그가 좋은 정보를 가지고 왔으니 칭찬을 해 줘도 모자랄 판이었다.

"찾고 있던...... 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까?"

"아마도 그들의 일행이겠지, 너를 그렇게 곤욕스럽게 만들었으니."

사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츄르가였다.

그는 일대일 전투에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 것이 불명예스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자신이 섬기고 있는 데몬 님의 힘을 받았는데 고작 이 정도밖에 전투를 치르지 못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만약 데몬이 이곳에서 명예를 지키지 못했으니 목숨으로 그 죗값을 치르라고 했다면 할복이라도 불사할 츄르가였다.

"이제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구나."

"아닙니다. 저희가 직접 잡아들이겠습니다."

"너희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데몬의 물음에 수하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

"......."

"......."

"......."

오직 데몬만이 흔적을 발견하고 뒤를 쫒은 것이다.

그러니 전체적인 행동 패턴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데몬이었다.

"너희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마왕님께 가져다 드릴 선물에 상처가 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겠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아니다, 너희의 마음은 내 잘 알고 있으니 다 같이 전선으로 나서자. 우리 마왕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들에게 보여 줘야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희가 그 힘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마왕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고 올라왔다.

데몬은 자신의 수하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너희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자신이 강력해질수록 수하들 역시 강력해졌다.

그들에게 데몬은 빛이고 희망이었다.

* * *

"빨리 준비를 하란 말이야!"

쾅.

거칠게 전화를 끊은 정보국 팀장은 마음속에 다급함이 몰려들었다.

'이제 슬슬 기회가 올 것 같은데.'

그가 준비하는 것은 납치를 위한 준비였다.

한국에 드워프가 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시간이 더 걸리고 있었다.

본래 납치는 누구보다 은밀하게 진행해야 됐다.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로 한정돼야 했고 입이 무거운 사람을 차출해야 됐다.

헌터가 지키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을 납치하려면 적어도 헌터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그들을 꼭 데리고 와야 돼.'

팀장은 이번 기회를 너무나 잡고 싶었다.

만약 그의 계획이 성공을 한다면 고작 팀장이라는 직함을 떼어 버릴 수 있었다.

높은 직급으로 올라서려는 그의 욕망이 눈에 가득 찼다.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의 쾌감보다는 완수했을 때의 수익이 자신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렇게는 안 돼, 내가 직접?'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팀장이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면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생긴다.

멀리서 모든 것을 관찰하고 돌발 상황에 따른 준비를 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재빠르게 구성되지 않는 납치팀이 그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 것이다.

'천천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분명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서류를 꼼꼼하게 훑어봤다.

차락.

종이를 한 장 넘겼다.

팀장의 시선은 글씨를 따라 옮겨 가다 사진에 머물렀다.

'너무 눈에 띈다.'

차락.

다음 장을 확인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 녀석은 좋군.'

차락.

글씨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글자가 있었다.

-호전적인 성격.

'돌발 상황이 일어날 요지가 많아.'

팀장은 바로 종이를 넘겼다.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하고 간추린 서류가 오른쪽에 놓여 있었다.

단 6장.

팀장의 눈에 들어온 6명의 서류.

그들이 납치팀으로 선정이 된 것이다.

"이들이면 충분하겠어."

자신의 입맛대로 고른 팀원들, 그들은 분명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 * *

미국 정보국은 한국의 중요 사항을 입수했다.

중국 주석과 한국의 대통령이 만난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중국 웨이브를 막아 내기 위해 한국의 헌터들이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인가?"

미국은 잔뜩 움츠린 채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중국의 몰락이 점쳐 지는 가운데 한국의 헌터들이 구호의 손길을 뻗었다.

'아마도 어마어마한 추징금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중국이라는 나라가 매번 행하던 행동이기에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것은 한국의 움직임이었다.

'쉽게 중국의 손을 들어 줄 이유가 없을 텐데.'

만약 한국에 뒷공작을 펼치듯 중국이 그 목표를 미국으로 삼았다면 미국은 절대 손을 뻗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 돌아선 적은 영원한 적수이다.

물론 가끔 웃으며 악수를 하자고 접근할 수는 있었지만, 언제든 경계 태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한국과 중국이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예상은 가능했다.

'전면적 수출에 관한 협약서겠지, 물론 중국에 불리하게 말이다.'

한국이라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경제가 바닥을 향해 하락하는데, 과징금은 기본이고 정책적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들에게 독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드워프 때문이었다.

그들을 데려온다면 아티팩트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다.

"한성은?"

"한성 소속의 헌터들이 모두 중국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뭐 중국으로?"

팀장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타이밍이 좋았다.

계획의 준비는 완벽하게 진행 중이었다.

이제 적기를 기다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언제쯤 그들을 보내야 되는가?'

그의 고민을 깨끗하게 날려 주는 부하의 보고였다.

담장 너머에서 집주인이 집을 비우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이 나갔다면?

당장이라도 집에 들어가 금은보화를 들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마냥 빈집만은 아니라는 거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헌터들이 중국에 대한 지원을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500명.

분명 적은 인원이었지만 헌터들의 수준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 전력의 1/3 이상이 출정한 것이다.

주인이 없는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있듯이 한국에도 분명 치안을 담당하는 헌터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집을 지키는 녀석이 사냥개인지, 키우는 강아지인지는 가 봐야 아는 일이고.......'

"은밀하게 진행해. 한성에서 절대 모르도록."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을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차라리 한성을 조심하면 조심했다.

지금 한성의 물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눈치를 볼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선례를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 것이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앞으로의 한성과의 거래, 한국과의 거래를 모두 막아 버린다는 의미였다.

그러던 와중에도 미국은 한성을 더 우선시했다.

'그들의 기술력만 가져온다면 미국은 최강국이 될 것이다.'

한국은 한성이 없었다면 제1 강국으로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만들어 낸 인식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미국의 드워프 강탈 작전.

그 위험한 일이 지금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 * *

스킬을 확인한 태욱은 자연스럽게 막사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거야? 분위기로는 며칠은 있을 것 같더니만?"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은 은비의 말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생각보다 잘 풀려서 일찍 돌아오게 됐어."

"남은 전장으로 밀어 넣어 놓고 아주 살판이 났네, 살판이."

은비는 팔짱을 낀 채 태욱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아니, 난 녀석들이 나오지 않길래, 유인을 하려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거지."

마음속에 뜨끔하는 것이 있었는지 태욱은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니가 미끼의 마음을 알아?"

"응?"

"니가 미끼의 마음을 아냐고? 얼마나 두근거리고 무서운지 넌 모르지?"

서운한듯 터져 나오는 은비의 진심이었다.

겉으로는 강하지만 심적으로 너무나 여린 여자였다.

'아니, 그런 체구를 가지고 나한테 슬프다고 이야기해 봤자 전혀 설득이 안 돼요.'

마음속의 말과 행동은 전혀 반대였다.

"물론 내가 잘 알고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 힘들어 할 줄은 몰랐어, 그래도 우리에게 은비만 한 사람이 없잖아?"

태욱은 고개를 돌려 동료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등 뒤에 은비를 둔 채, 그의 한쪽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깜빡, 깜빡.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럼, 우리 은비 말고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지."

"그럼요, 언니가 얼마나 대단한데요."

곁에서 부추기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자 은비의 표정이 변했다.

"지, 진짜?"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은 돌아섰다.

"그럼 진짜지. 그렇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태욱의 재빠른 동의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지?"

"그럼 진짜지, 가짜겠어?"

등 뒤로 숨긴 손이 연신 위아래로 파닥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영리가 재빨리 뒷말을 붙였다.

"그, 그럼요, 언니만 한 사람이 없어요."

"그런가? 역시 나밖에 없나?"

은비는 부끄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진짜, 커다란 몸을 가지고 그렇게 소녀다움을 보여 주면 너무 힘들다.'

만약 이 말을 은비가 들었다면 태욱의 멱살을 드잡이했겠지만, 다행히도 그는 감정의 컨트롤이 가능했다.

"그럼, 우리 은비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좋았어! 그럼 내가 미끼 역할은 모조리 해 주지."

주변의 부추김에 은비는 홧김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으스대기 시작했다.

그 후회는 얼마 가지 않아 일어났다.

"멍청하게 그딴 말은 왜 한 거야?!"

전장 한가운데 그녀만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 * *

휘이이잉.

찬바람만이 전장을 감돌고 있었다.

은비가 미끼 역할에 들어가자 모두가 숨죽여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전장으로 발걸음 옮긴 그녀였다.

휘이이잉.

하지만, 아무도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뭐야? 몬스터가 하나도 안 오는데?"

이상함을 느낀 은비는 태욱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까지는 은비가 전장에 나타나자마자 몬스터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바람만이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태욱도 은비와 같이 이상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턴.

전장의 기운이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너무나도 고요해. 마치 마왕이 등장하기 직전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고 그 자리에 엎드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태욱의 감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곳 마왕군의 지휘관.

데몬이 직접 이곳에 강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멀리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데몬이 직접 나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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