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19화
생존자 구출.
빠른 시간 내에 출동해 생존자를 구출해 내는 것이다.
현장의 상황을 마지막으로 지켜보고, 상황에 따른 후속 부대 지원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들의 전투 능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오직 생존과 탈출에 관한 전투 능력을 지닌 헌터들로 편성이 됐다.
"실제 상황이야?"
시시때때로 훈련과 같이 사이렌을 울리는 지휘부였기에 그들은 이 또한 훈련과 같은 상황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훈련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랍니다. 빨리 출동하셔야 됩니다."
느긋하게 움직이던 그들의 눈동자는 이채를 번뜩였다.
"X, X발! 왜 내가 대기조일 때!"
고참으로 보이는 헌터는 자신이 대기조일 때, 상황이 벌어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리 출동하셔야 됩니다."
"간다, 간다고!"
비상 구급 장비를 챙기고 뛰어나가는 신참 대원의 모습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별거 아니야, 가면 코볼트 몇 마리 처리하고 오면 되는 거야."
이제 막 자대로 배치를 받은 신병은 오늘 처음 대기조에 편성이 됐다.
제대로 비상 출동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그에게 모든 상황은 긴장을 놓칠 수가 없던 것이었다.
"네, 넵!"
"긴장하지 말라니까."
능숙하게 자신의 무기를 확인하는 선임 헌터.
그는 자신의 화살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헌터였다.
자신의 애병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이동하면서 주변에 다른 몬스터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후임 헌터를 보고서는 홱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여기 보지 말고, 네 담당 구역 확인하라고!"
갑자기 소리를 내지른 선임 헌터를 보고 깜짝 놀랐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다시 자신의 담당 구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 여기."
"말 더듬지 말고 확실하게......."
옆에서 말을 더듬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녀석의 뒤통수라도 후릴 생각으로 시선을 돌렸다.
몬스터의 출현이 눈앞에 벌어지니 뒷말을 잊지 못한 것이다.
재빨리 화살 한 발을 장전한 후 몬스터를 향해 날렸다.
휘리리릭.
"몬스터 출현 다들 전투 모드!"
"전투 모드!"
화살을 날린 선임 헌터는 깜짝 놀랐다.
'아니, 저 녀석이 여기에 왜 나와?'
기껏해야 최하급 몬스터나 하급 몬스터 녀석이 나타난 줄 알았는데, 지금 보이는 녀석은 최소 중급 이상이었다.
트롤.
강한 회복력을 바탕으로 전투를 벌여 나가는 녀석.
관통력이 강한 자신의 화살은 녀석에게는 커다란 피해를 주지 못했다.
차라리 화살촉을 폭발시키는 헌터나, 타격 부위를 얼려 버리는 다른 헌터들이 더 효과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었을 것이다.
'상성이 좋지 않아.'
매번 관통력이 좋은 자신이 날리는 활은 몬스터의 목숨을 쉽게 빼앗을 수 있다며 자랑하고 다녔던 날을 후회했다.
그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웬만한 관통력으로는 몬스터의 피부를 뚫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상대가 트롤이라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돼 버린 것이었다.
"재빠르게 생존자를 수색한다."
이미 몬스터가 이곳까지 내려왔다면 생존자가 남아 있을 확률은 거의 떨어졌다.
이들의 임무는 생존자를 확인하고 구출해 내는 것.
여의치 않으면 재빨리 퇴각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후방 지원 부대를 준비시켜야 돼.'
하지만, 그에게 여유가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어 보려고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 다들 흩어져!"
그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한 명이라도 생존자를 만들어 보고를 한다.
남겨진 최후의 임무라는 것을 모든 대원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었다.
* * *
중국 주석 회의실.
"뭐요? 그걸 왜 지금 보고를 하는 것이오?"
해가 중천에 뜬 지금 보고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중국 주석이었다.
급한 일이 터지면 언제라도 보고를 하라고 명령을 했지만, 자신을 배려한 탓인지, 아니면 보고가 조심스러웠는지 지금에서야 보고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떠한 상황인가?"
"최대한 배정할 수 있는 헌터들을 모두 투입하고 있습니다."
만리장성의 활약으로 안정적으로 한 곳을 막아 낼 수 있었던 중국이었다.
커다란 대륙의 가운데 위치한 중국은 만약 만리장성이 없었더라면 최초 몬스터 웨이브에 그대로 멸망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든든하게 만리장성이 한쪽을 막아 내고 나머지 3면으로 몬스터를 밀어내면서 생존 구역을 형성한 것이다.
"새로 들어온 이민 헌터들을 바로 투입하시오."
"그들은 아직 적응 단계에 있어서......."
쾅!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요? 인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적응이라는 말로 그들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오?"
"죄, 죄송합니다. 주석님!"
"빨리 그들을 투입시키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몬스터 습격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돈에 눈이 멀어 중국으로 넘어온 이민 헌터들은 꼼짝없이 그대로 몬스터들을 막아서기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으로 오지 않는 건데."
"그러게, 편하기 위해서 중국을 택했는데, 조금만 더 고민을 해 볼걸."
하지만, 그들이 마음속에는 두려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귀찮음.
편하게 남은 여생을 지내기 위해 중국행을 택한 것이다.
자신들의 고향이었던 한국에서는 이러한 혜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규제.
제약.
헌터로서의 사회적 공언.
모든 것들을 헌터라는 이유만으로 희생해야 됐다.
더구나, 더욱 큰 압박을 가하는 국가적 정책 때문에 이들은 중국행을 택한 것이었다.
"맞아, 그런데, 한국에 있었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한국에는 아무런 웨이브가 오지 않았다는데?"
"정말?"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헌터들이었다.
그들에게 몬스터 웨이브는 단순하게 귀찮은 수준이었다.
1:1로 상대하지 못하는 강력한 몬스터가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손짓 한 번.
마법 영창 한 번.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하면 우수수 쓸어버릴 나약한 몬스터들이 밀려 들어오는 것이다.
마력을 회복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처치해 나간다면 언젠간 몬스터들을 다 쓸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웨이브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웨이브와는 차원이 달랐다.
주변의 마력 이동에 의한 몬스터들의 강제 소환.
그리고 터져 나오는 개체 수 덕분에 제2 구역, 제3 구역을 원하는 나약한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마왕군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의 군대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저기 녀석들이 오고 있다."
한계선으로 지정된 이곳.
더 이상 이 뒤를 몬스터들에게 내어 준다면 인민들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주석의 강력한 주장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었다.
"근데, 여길 꼭 지켜야 돼? 전투를 하다 보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이 있잖아."
"한국이든 중국이든 대가리들은 실제 전장 상황을 보지 못한다니까?"
"그러게 펜대만 굴리는 사람들이 뭘 알겠어."
"시작하자."
헌터들은 각 특성별로 분류됐다.
가장 먼저 몬스터 웨이브에 대처를 하는 이들은 바로 마법을 주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헌터들이었다.
"파이어 윌!"
"파이어 볼!"
"워터 볼!"
"아이스 볼!"
"체인 라이트닝!"
"어스 스피어!"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들의 공격.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이름을 알리지 못한 헌터였다.
상위권의 헌터들은 각자 개성에 맞춘 스킬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모두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가장 많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파이어 볼.
화염계 마법으로 목적 대상에 닿는 순간 폭발하는 화염 마법.
대규모 전투 시 효과를 발휘하지만,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폭발 속에 빨려 들어가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마법 지원 부대 공격 종료!"
몬스터들의 접근이 생각보다 거셌다.
마법으로 충분히 그들의 기세를 억누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휘관의 오산이었다.
재빠르게 마법 부대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근접 전투 부대를 앞에 내세웠다.
근접 전투 부대.
근거리에서 자신의 전투 역량을 뽐내는 부대.
장검, 단검, 도끼, 철퇴, 각색의 무기들이 서로 뒤엉키듯 뒤섞여 있었다.
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는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라고는 1도 없었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전투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생명을 걸고 싸우는 것.
그들에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이 됐다.
살육이라는 것이 마치 중독과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더욱 살벌한 전장에 몸을 던진다.
단순히, 욕구를 위한 것이었다.
생명을 건채 전투를 벌이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이 개XX들 어디 한 번 덤벼 봐!"
"머리통을 박살 내겠어!"
"가자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뛰쳐나간 근접 전투 부대는 몬스터들과 부딪히듯 맞닥뜨렸다.
콰직.
콰드드득.
"선빵필승!"
머리 위로 철퇴를 휘두르던 헌터가 정확하게 오크의 머리를 때렸다.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는 추의 위력은 어마 무시했다.
대가리를 터뜨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뒤에 밀려 들어오는 다른 몬스터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크하하하하. 별것 아니구만."
광기에 취해 버린 헌터의 최후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저 부수고 찢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뒤에서 접근하는 몬스터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등 뒤에는 아군이, 오직 눈앞에만 몬스터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고 서로 뒤섞이는 과정에서 사방이 몬스터에게 둘러싸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살육의 광기에 취한 헌터들은 후방을 살피지 못했고 그대로 몬스터들의 목표가 됐다.
찢고 터뜨리고 찌르고 어지럽게 펼쳐진 전장의 한가운데서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상대를 죽일 뿐이었다.
몬스터가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들이 강한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데몬은 이런 상황이 못마땅했다.
'인간들 따위가 우리에게 대응한다고?'
얼마 전 엘프 마을을 손쉽게 쓸어버렸다.
숫자가 작았을 뿐만 아니라, 데몬이 직접 나선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크음."
불편한 듯이 헛기침을 하는 데몬의 모습을 본 수하들은 재빨리 행동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