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17화
Chapter 5
한국 사회의 불협화음은 금세 주변의 강대국으로 뻗어 나갔다.
국가의 불안에 가장 큰 효과를 내비칠 수 있는 곳.
바로 중국과 미국이었다.
타국에 요원을 심어 놓는 것을 서로 간의 스파이 금지 조약으로 막아 놨지만,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중요한 요충지에 들어가 정보를 뽑아내는 것은 할 수 없었으나, 여행객으로 위장해 밖으로 보여 주는 뉴스와 기사는 읽어 낼 수 있었다.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불만이 있을 만한 포인트를 찾아 보고를 하는 것이다.
산업스파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객이 볼 수 있는 정보를 취합하는 정도는 스파이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사를 분석한 결과, 정치인들의 행보가 분명하게 눈에 띄었기에 중국은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위 랭크의 헌터.
너무나 매력적인 기회를 놓쳐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한 명만 데리고 와도 그들은 즉시 전력감이었다.
한국의 헌터의 수준은 굉장히 높았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중국과 미국은 바로 착수에 들어갔다.
"헌터들에게 모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집? 차? 땅? 세금? 뭐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들어 주도록 하고 반드시 우리나라로 데려와야 돼."
세계적으로 상위 헌터의 숫자가 나라의 힘을 좌우한다.
현재 랭커에 가장 많이 소속돼 있는 것은 한국.
다음으로 미국과 중국순으로 이뤄져 있었다.
100위에 소속돼 있는 한국인이 30명, 미국이 20명, 중국이 15명이고 나머지는 각국으로 흩어져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합치면 숫자상으로 한국을 넘어설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뤄질 수 없었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로가 뭉쳤지만, 자신의 손해가 확인되는 순간 미국이나 중국은 재빠르게 발을 빼기 때문이었다.
두 국가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이상 한국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가장 위에 올라가지 못한다면?
가장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상대방을 끌어내린다면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법이었다.
"현재 접근 중인 헌터들은?"
"최상위권 헌터들은 감시가 심해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위권의 헌터들은 모두 접촉했습니다."
"반응은 어떠한가?"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국가가 자꾸 헌터를 제약하려 한다며,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최대한 조용하게 진행해. 밖으로 말이 새어 나와 봤자 득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잘 알겠습니다."
중국은 이와 같이 하위권의 헌터들을 노렸다.
상위권 헌터들은 한국 정부의 눈에 걸릴 위험이 클 뿐더러, 숫자가 많아진다면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전혀 달랐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통합해 특정 인물 몇몇에게 접근을 한 것이다.
입맛에 맞는 어종을 찾아 많은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아닌, 정확한 포인트와 미끼, 시간 모든 것을 한 명에게 맞춰 움직이는 것이었다.
충분히 흔들릴 만한 헌터를 찾고 그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한다.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미국의 섭외 전략이었다.
중국과 비교되지만, 누구라도 구미가 당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종합적인 상황으로 보아 김민찬이라는 헌터가 가장 유력합니다."
"김민찬?"
"랭킹 30위에 있는 상당히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헌터입니다."
"공략 포인트는?"
"금전, 여자. 두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딱 집어 나오는 카테고리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팀장이었다.
돈과 여자.
그렇다는 것은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돈과 여자라? 가족은 없어?"
특별히 한국에 있는 헌터들에게 나눠지는 카테고리.
가족.
유대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가족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였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거나, 가족 때문에 이민을 생각하기도 하는 그들의 행동이 처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그것만큼 변심을 가지지 않는 좋은 카테고리가 따로 없었다.
"일단 접근을 해 보겠습니다."
"여성 요원으로 해서 천천히 접근해, 혹시 눈치라도 채면 바로 발 빼는 거 똑똑히 교육시키고."
"네, 알겠습니다."
팀장의 말에 간결하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나도 하겠다.'
팀원은 팀장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겉으로 표현을 할 수는 없었다.
* * *
청와대 만찬실.
문 밖에는 벌써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국민 담화에서 헌터들을 직접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하기로 결정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이나 쏠렸기 때문이었다.
"저기, 저기 들어온다."
이곳에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바로 한성 그룹 소속의 헌터들이었다.
다른 대기업들은 많은 헌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한성은 달랐다.
대외적으로 알린 헌터들의 숫자는 고작 5명.
일반적으로 헌터 소속팀까지 만들어 내는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헌터의 숫자는 소량으로 정해져 있고, 사람들을 위해 항상 희생하고 봉사를 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처음 몬스터 웨이브가 펼쳐졌을 때 가장 앞서 나선 그룹이 바로 한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지경이었다.
많은 시민에게 칭송을 받는 그가 직접 이곳에 자리를 한다는 소식에 일시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
"여기, 여기 좀 봐 주세요."
"이쪽도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은 소리 높여 자신의 카메라에 그들의 실루엣을 찍어 내기 위해 소리를 높였다.
"죄송합니다. 시간에 늦어서."
손을 들어 올리며 다급하게 들어서는 그에게 연신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카메라 스태프들 사이로 간신히 들어간 그는 포토 존에 자리 잡았다.
"사진은 잠깐만 찍고 들어가겠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요."
어색한 듯 이야기하는 태욱의 모습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렇게 많을 수가 있나? 그냥 저녁 먹는 자리 아니었어?'
태욱은 자신에게 온 연락에 대수롭지 않게 동의했다.
대통령과 저녁을 먹는다는데,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헌터들도 우후죽순 몰렸다.
태욱과 이야기하며 인연이라도 만들어 볼 심산이 있던 것었다.
세계적으로 탑 10위권 안에 들 것이라고 예측되는 그와의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든 참석하고자 하는 헌터들이 즐비했기에 생각보다 많은 헌터들이 이곳에 모여든 것이다.
"어 쌍둥이?"
태욱은 자신이 아는 얼굴이 보이자 반색하며 달려갔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오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태욱이었기에 쌍둥이 녀석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여기 초대받으셨어요?"
"여기 초대받은 거죠?"
"진짜 반갑다."
쌍둥이들의 질문에 절로 반갑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동료들은 이곳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원은 드워프를 돌보겠다며 거절했고 은비는 스포트라이트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소극적인 영리는 소환수와의 교감을 늘리겠다며 거절을 했고 금강철인은 사람 많은 곳을 꺼려하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모두가 이 식사 자리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태욱은 당황했다.
'안 가기로 할 걸 그랬나?'
속으로는 몇 번이고 후회했지만, 이미 가기로 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도착을 했는데, 마침 익숙한 사람이 눈에 들어와 다행이었다.
"어떻게 지냈어?"
"저희는 뭐 평소와 같이 지냈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냈어요."
쌍둥이는 같으면서도 다른 대답을 내놨다.
"너희는 여전하구나?"
"그래요?"
"그런가요?"
메아리처럼 울리는 두 사람과의 대화를 이어 나가는 도중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 말씀부터 전하려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장내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오늘 이렇게 힘들게 자리에 모신 이유는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
그녀의 말에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이는 헌터도, 전혀 모르고 찾아왔다는 헌터들도 있었다.
"저희는 여러분을 제제하기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나 제게 불편한 점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고 장내에 헌터들뿐이었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고자 대통령이 말을 했지만, 침묵이 지속됐다.
"저 그럼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가장 화제의 인물.
태욱이 거수를 하며 말을 하자 대통령은 기쁜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헌터들을 겁박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만 심어 줄 수 있다면.'
그녀는 태욱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질문이든 쉽게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마쳤기 때문이었다.
"저, 맥주는 언제 먹을 수 있나요?"
태욱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 그건 언제든 드셔도 상관없습니다."
딱딱했던 분위기가 단번에 풀어졌다.
'설마, 이걸 예상하고 질문을 한 것은 아니겠지?'
대통령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끄는 그의 발언에 깜짝 놀랐지만, 밖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태욱의 발언을 시작으로 조금씩 헌터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소한 대화.
안부를 묻는 내용.
음식이 맛있다.
어디서 준비를 한 것이냐?
이러한 대화부터 시작됐다.
물론 다짜고짜 심장을 후벼 파는 질문을 던지는 헌터들도 있었다.
"사실, 헌터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하는 식사 자리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헌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럼 이번에 헌터들의 대한 제제를 왜 하시는 거죠?"
"그건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헌터분들이 힘들어 하는 것보다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들을 위해 조금만 희생해 주시면."
"자꾸 희생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시는데, 저희도 먹고살아야 됩니다."
헌터가 대통령의 말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말을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