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16화
'모든 사람이 최소의 행복은 느낄 수 있어야 살기 좋은 세상이다.'
이념은 너무나 좋았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기 너무나 좋은 것이다.
"우리는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는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힘써야 되는 것입니다.
국가는 최소한의 안전선입니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는 그 복지를 만들어 내야 됩니다."
그녀의 신념이 담긴 대국민 담화였지만, 환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으로 그녀의 말을 동조하지 않는 의사만 표현할 뿐이었다.
반대를 하는 의사를 표현한다면 많은 국민에게 눈총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고 동조를 하면 자신에게 원조를 하는 고소득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정책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빠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음."
"허험."
모두가 헛기침을 하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각 정파의 사람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눴다.
"아니, 너무한 것 아니오? 지금 우리나라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소? 헌터들 덕분이 아니오."
"맞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만약 헌터들이 떠난다고 하면? 다른 나라로 이민이라도 가겠다고 빠져나가면 어떻게 해결하려고."
강한 국력은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헌터들을 제약하려는 법안이나 규율들이 어떤 후폭풍을 만들어 낼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빨리, 끌어내리거나 최대한 시간을 끌어 봐야죠. 또다시 몬스터 웨이브가 들이닥친다면 저런 말은 쏙 하고 사라질 겁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자, 고소득자인 헌터들의 제약이 필요하다고 소리쳤다.
이는 몬스터 웨이브가 터졌을 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막상 주변에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게 되니 자꾸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좋은 의견이 어디 없습니까?"
"저, 혹시 이건 어떻습니까?"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니, 대표가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 좋은 의견을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 겁니까? 아주 좋습니다. 그럼 한 번 추진해 보시죠."
귓속말의 내용은 오직 대표 말고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럼 추진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사악하게 웃는 정치인은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비의 날갯짓에 반대쪽 지구에서는 엄청난 토네이도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 * *
"준비는 잘하고 있지?"
"물론입니다."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선 그가 나지막하게 독백을 내뱉었다.
"김 의원은 뭐가 그렇게 급한지."
남자의 입에서 나온 김 의원 그의 정체는 김기한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국회의원으로 4선까지 한 유명한 국회의원이 이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던 것이었다.
몬스터를 풀어놓는 것.
헌터 협회에서는 몬스터를 통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커다란 힘을 가진 그들이었기에 정치인과 연관이 돼 있는 것은 기본이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회장은 반대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정의로 똘똘 뭉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념적인 부정을 저지르는 인물은 아니었다.
"좋게 좋은 것이라고 이번 대통령이 헌터들에 대한 제제를 강력하게 가하는 거 알고 있지 않습니까?"
헌터 회장은 고심이 많았다.
당연하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지만, 양심이라는 것이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계속되는 회유와 설득에 결국 헌터회장의 마음이 돌아섰다.
"그럼 위험이 되지 않는 한계선에서 하도록......."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 어떻게?"
"단번에 위험이 느껴질 정도로 풀어야죠. 조금씩 조금씩 풀어내다가. 확~! 그리고 헌터들이 정리를 해 주면 여론은 쉽게 변할 겁니다."
결국 김기한의 설득에 넘어간 헌터 조합 회장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반 시민의 위험은 최대한 줄이고 헌터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
사람들에게서 헌터의 인식이 잘사는 고소득자가 아닌 24시간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그려야 되는 것이다.
* * *
"꺄아아악, 몬스터야!"
명동 한복판에 나타난 몬스터.
위험 등급 5등급으로 간신히 몬스터의 위치에 들어선 녀석이었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몬스터의 등급이 1등급이든 5등급이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몬스터냐? 아니냐? 둘 중 하나가 중요한 것이었다.
몬스터의 출현 목소리에 깜짝 놀란 다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그때였다.
적당하게 사람들이 몬스터를 인식하게 됐을 때, 헌터가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몬스터가 나타나다니!"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몬스터, 용서할 수 없다!"
마치 대사를 읊듯 말을 내뱉은 헌터의 목소리는 길거리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단 일격에 코볼트를 처리했다.
"여러분 괜찮습니다. 다행히 제가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잘생긴 헌터가 말을 내뱉자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정해진 엑스트라.
그리고 배우.
시민들의 눈은 카메라가 돼 이곳저곳 넓게 퍼뜨리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씩 해 나가면 돼.'
헌터 조합의 계획은 하나씩 이뤄지고 있었다.
명동.
홍대.
강남.
대구.
부산.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 몬스터가 출몰했고 그것을 처리하는 헌터가 다행히도(?) 그곳에 있었다.
차츰 몬스터의 출현이 잦아지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기사를 쏟아 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웨이브 시작되나?
전국적으로 몬스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몬스터 웨이브와 비슷한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몬스터들의 출몰하는데, 이것을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 현상이라는 전문가의 소견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헌터들을 제재하는 정책? 과연 필요한 것인가?
오늘도 갑자기 생성된 몬스터에 위협에 시민들은 위험을 피부로 느꼈다.
다행히도 주변에 헌터가 볼일이 있어 신속한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헌터가 없었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지도 몰랐다.
큰 도움이 됐던 헌터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국가는 계속해서 제약을 걸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안전을 원한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몬스터의 출현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어떤 이는 헌터들이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과연 헌터들을 제약하는 것이 좋은 것 일까?
-상위 랭크 헌터 이민 심각하게 고려. 이미 몇 개 국가의 제의도 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헌터 관련 법규에 많은 헌터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 기자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규제에 압박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수입의 30%를 세금으로 떼 가는 것은 물론이고 행동 하나하나에 제약이 생긴다.
몬스터를 처치하다 보면 건물의 피해가 있을 경우도 있지만, 이것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기는커녕 스스로가 모두 책임을 져야 된다는 것이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위 랭크에 포함돼 있는 헌터들은 타국으로부터 이민을 제의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이 국가를 지키면서 안전한 것인데 만약 다른 국가로 빠져나간다면 대한민국의 안전은 누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국가 정책이 잘못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카더라 통신.
그것이 시민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진짜? 상위 헌터들은 이민을 제안받는다는데?"
"맞아, 통역사도 붙여 주고 집도 차도 심지어 세금도 면제해 준다는데? 내가 헌터라도 넘어가겠다."
"그래, 우리나라는 헌터들을 자꾸 제제만 가하는 것 같은데, 모든 헌터가 떠나면 우리는 누가 지켜 주는 거지?"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이 헌터의 사정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아는 정보는 밖으로 노출돼 있는 기사와 방송.
그리고 관계자들이 흘려 낸 조금의 정보들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다 보니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었다.
여론은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고 그 여파가 점점 대통령실까지 전달되기 시작했다.
* * *
청와대회의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소?"
대통령은 근심에 차 있었다.
여론이 이렇게 손쉽게 뒤집히듯 변해 버릴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아무래도 몬스터들의 출몰이 잦아지니 사람들이 위험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출현 몬스터를 확인해 보면 그렇게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5급 몬스터로......."
"아니,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게 위험한 게 아니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오?"
1급이든 5급이든 몬스터가 일상생활지에 출현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이야기였다.
아직까지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언제라도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헌터 조합으로부터 협조를 구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것밖에 없소? 사람들은 우리가 헌터들을 제약하고 내쫒으려고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한 인식 변화를 만들어 낼 방법은 없습니까?"
"혹시 이건 어떻겠습니까?"
대통령의 압박에 조심스럽게 내뱉는 장관의 목소리.
"어떤 의견이든 좋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사실, 지금 국민들에게 저희는 안전을 막아서는 악당의 무리와 다름없습니다. 헌터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고 저희는 그런 헌터를 압박하는 그림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헌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행사라도 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청이요?"
대통령은 생각외의 발언에 놀라 되물었다.
"네, 그들에게 전혀 공격 의사가 없다. 우리는 더욱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시는 게 어떠실지."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헌터들이 저희와 같은 길을 가려고 할까요?"
"영향력이 좋고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헌터들을 초대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단 예상 명단 뽑아서 보고해 주시고,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순차적으로 이어진 회의에서는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가장 주된 목적인 국가가 헌터들을 핍박하는 이미지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대 목록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강태욱이었다.
한성이라는 그룹이 가지는 힘.
그리고 그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
헌터 조합에 소속돼 있지 않은 점.
복합적인 측면에서 그를 초대하는 것이 이번 초대 행사에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이었다.
순차적으로 랭킹에 따라 상위 100위에 드는 모든 헌터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참석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헌터 조합에서 막아서거나 압박을 넣겠지.'
상위의 헌터들의 대부분 모여 있었다.
조합 회장의 말을 따르는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존재했다.
헌터들은 자신의 팀에서 가장 강한 헌터가 소속돼 있으면 마치 그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누군 줄 알아? 랭킹 30위를 유지하는 칼날도끼 김민찬의 팀에 소속돼 있는 헌터라고!"
팀의 소속에 있는 잡일꾼이라도 저런 소리를 달고 산다.
만약 30위 헌터인 김민찬이 만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 팀에 소속돼 있는 인물 모두가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었다.
"헌터 등급 100위까지 모두 초대를 끝냈습니다."
"그래요? 답신은 어떻게 됐나요?"
"현재 10명가량의 답신이 왔지만, 나머지는 아직 무소식입니다."
"꽤나 미움을 받고 있는 것 같군요."
대통령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