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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11화 (111/146)

# 111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15화

마왕의 곁에서 항상 자리를 지키는 신하.

그의 정체는 데몬이었다.

인간들에게 알려져 있는 악마와는 조금 달랐다.

간계(諫戒)를 주축으로 속이며 살아가는 소악마와는 달리, 그가 나타난 자체로 지옥이 되는 무서운 종족이었다.

"엘리자베스가 연구실을 차렸던 곳이 여기인가?"

아직도 밖으로 냉기가 새어 나가지 않은 커다란 홀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녀를 위기로 몰고 간 녀석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촤악!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붉은 채찍이 바닥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냉기는 열기로 뒤바뀌며 커다란 홀을 화염으로 가득 채웠다.

"이따위 냉기."

피부를 간질이는 냉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순식간에 자신이 원하는 공간으로 바꿔 냈다.

엄청난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녀석의 흔적이 어디 남아 있을 텐데."

널브러져 있는 엘프의 시체.

그리고 바스러진 드래곤 본.

어떻게 전투를 치렀는지 데몬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오호라, 이런 능력도 있었어?"

벽 주변으로 남겨진 흔적을 살피던 데몬은 씨익 하고 웃었다.

잔재주를 부리는 녀석들의 행동이 너무나 우스웠던 것이다.

물론 육체적 강함을 통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자신이었다면 너무나 쉽게 상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마법으로 전투를 벌이는 그녀는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상성이라고 불렀다.

몸 주위에 마나가 진공 상태로 불릴 정도로 없다면 마법이 절로 사라져 버린다.

마법은 마나를 매개체로 시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전류가 통하듯 옆에게 전달하고 변형하는 것이 기초 틀이었다.

중간에 절연체(絶緣體)가 존재하면 서로 전류를 전달시키지 못하듯 마나의 진공 상태가 돼 버리면 그곳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마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드래곤들도 이것을 쉽게 행하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마나를 사라지게 할 수는 있어도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 진공 상태가 다시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온몸에 두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정확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누군가가 너무나 간단하게 펼쳐 냈다.

"과연 마왕님이 관심이 가질 만하겠어."

이 정도로 감상평을 끝낸 데몬은 발자취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가자~"

흡사 조폭의 우두머리가 수하를 부리듯 데몬의 발언에 일사분란하게 수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데몬의 추격술은 상당히 능했다.

마치 그의 행동은 수백 번 이상 반복해 숙달된 모습이었다.

베리엘의 주변에서 그는 항상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아 움직였다.

가장 힘이 약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베리엘의 명령이라면 영혼이라도 갈아 넣어 가며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베리엘이 나눠 준 콩고물이었다.

가장 약한 수하에서 가장 강한 수하로 올라서기까지 데몬이 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은 마왕님 덕분이야.'

데몬의 충성도는 베리엘 그 자체였다.

자신을 희생해 마왕님을 지켜 낼 수 있다면 뭐든 한다는 주의였다.

충신이자, 후방을 믿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이쪽 방향으로 간 것 같군."

정확하게 태욱이 엘프 마을로 향한 발자취를 찾았다.

그들이 마을에 들어가는 흔적까지 발견해 내자, 데몬은 가볍게 손짓을 했다.

"자, 가자~"

데몬의 손짓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하들이었다.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오크, 리자드맨, 미노타우르스 등 수많은 종의 몬스터가 각자의 개성을 맞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데몬에게 발탁된 녀석들이었다.

처음부터 강한 녀석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녀석도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 모두를 데몬이 받아 줬다.

항상 발치에 치이면서 강해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녀석들이었다.

힘을 가지고 있다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란 집념이 강한 녀석들.

자신의 부하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가 떠오른 데몬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여든 녀석들은 데몬에게 충성을 다했고, 그만큼 그는 보답을 남겨 줬다.

마치 마왕 베리엘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거지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었다.

마왕님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녀석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마왕군을 만들어 마왕님이 원하는 바를 손쉽게 이뤄 줄 수 있는 최강의 군대를 만들었다.

오늘의 임무는 마왕님이 관심 가진 인간.

그를 찾아 마왕의 앞으로 끌고 가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저 멀리 엘프들이 자신들의 위협을 눈치채고 알림 종을 울렸다.

땡땡땡땡.

다급하게 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화살이 날아왔다.

퓻퓻퓻.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들이 온몸에 있는 급소 부위로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화살의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화살은 피부를 뚫지 못하고 부딪힌 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로의 마법이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걸음을 막아 낼 수 없었다.

그저 조금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었다.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는 마왕군의 정예 군단에 엘프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멸해 버렸다.

엘프 마을은 정예 마왕군을 상대로 패배했다.

전투를 보고 있자면 패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소멸.

마치 지도상에서 그 부위가 없었던 것처럼 삭제돼 버렸다.

"그럼 어디로 움직였나?"

이곳에서 인간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의 흔적은 또 다른 곳을 향해 움직였고 마왕군은 그 발자취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 * *

"뭐? 한국에서 드워프가 생존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약자.

그들은 국가의 주도하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드워프를 드디어 찾은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다른 곳은?"

"아마 중국의 국가안전부와 한국의 국정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중국 국가안전부(Ministry of State Security) MSS.

한국 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

"우리가 대처해야 되는 방안은?"

이미 한국에서 눈치를 챘다면 드워프를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드워프는 그만큼 효용성이 높은 전략요소였다.

"국가적인 요소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뭔데?"

"그가 코드넘버 제로에 있는 강과 함께 있습니다."

"강이라면 미국에 들어와서 난리를 친 그 녀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네, 맞습니다."

이미 태욱은 미국으로 들어와서 한바탕 난리를 쳤었다.

미국의 헌터 조합을 박살 내듯 뒤집어엎고 나간 녀석이었다.

난동을 부리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밖으로 표출된 흔적이나 증거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따로 그에게 경고를 남겼다.

그때 그가 한 말은 정확하게 국가에게로 전달됐다.

"행동을 조심하셔야 됩니다. 앞으로 그에 대한 제제가 가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디 해 볼대로 해 보세요."

정보원의 말에 가시가 돋친 듯 말한 그의 음성이 정보원으로부터 전달되자 태욱에게 1급 경보를 내렸다.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이 예측되는 헌터에게 내려진 등급.

그 등급을 받았기에 태욱이 미국에 가하는 모든 행동이 정보화돼 작성되고 있었다.

태욱이 연결돼 있다는 소식에 관리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길, 그가 왜 연결돼 있어?"

"저희도 지금 조사 중에 있습니다."

쩔쩔매며 대답하는 요원이었다.

'아니, 내가 그걸 알면 여기 있었겠어?'

속으로는 몇 번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겉으로 내색은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팀장의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한성에 포함돼 있는 건 아닌가?"

"아직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럼 알아낸 게 뭐야."

"드워프가 있다는 것만......."

마치 질문이 폭격처럼 쏟아졌지만, 정확한 정보는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었다.

관리자의 신경이 무척이나 날카로워졌다.

분명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드워프를 반드시 데려가야 된다.

하지만, 1급 위험인물로 분류된 태욱이 어떠한 행동을 할지 예상이 불가능했다.

'심하면 나라와 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성의 물자를 사용하는 국가가 태반이었다.

그만큼 몬스터 스톤의 위력이 강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강화석을 볼모로 삼고 다른 나라들을 흔든다면 국가적인 타격은 분명할 것이다.

"일단 판단은 대통령님이 하실 것이다."

관리자는 수화기를 들어 1번을 꾹 눌렀다.

-띠. 띠. 띠.

전화기 넘어로 수화음이 몇 번 들리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칵, 대통령 비서실입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비서실과 다이랙트로 연결된 전화.

그 전화기를 통해 관리자는 지금 종합된 정보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 * *

대한민국 청와대.

커다란 몬스터 웨이브 이후 대통령은 다시 선정됐다.

과거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대통령은 이미 퇴임을 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자리를 잡았다.

친헌터적인 정책을 펼치던 일전의 대통령과 달리, 이번 대통령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헌터들도 모두 대한민국 소속입니다. 일전에 몬스터 웨이브에서 당연하게 차출돼야 할 헌터들이 각종 이유를 핑계 삼아 출전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감수성의 교환을 중요시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혜택을 중요시 생각했다.

헌터로서 가져가는 일정 부분의 혜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람이라면 모두가 편안한 삶을 보장받아야 된다는 정책을 가지고 대선에 나섰다.

그녀는 막대한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지만, 대통령이 걸어가는 길이 이렇게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소득의 상위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헌터였다.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가장 하위에 있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반대가 심할 줄이야.'

많은 수들의 정치인들이 고소득자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물론 민생의 어지러움을 알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지만, 모든 이해관계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위에 올라서기를 희망하는 정치인들이 물어뜯기 좋은 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상처 내고 끌어내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 그들에게 너무 좋은 먹잇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잘한 일에는 쏠리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잘못한 일은?

어떻게든 말이 많아진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일단 상처를 내서 이슈를 만들고, 상대방을 깎아 내림으로써 자신이 반대로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택한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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