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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00화 (100/146)

# 10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4화

"이 녀석들! 무슨 좀비 떼도 아니고."

"좀비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회전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옆으로 다가온 지원이 그녀의 말꼬리를 잡았다.

"지금 그런 말할 시간 있으면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게 어때?"

회전은 멈췄지만, 은비의 도끼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말을 하면서도 벌써 3마리 이상 구울들의 머리를 부숴 나가고 있었다.

"나도 쉬지 않고 있거든?"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은 약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구울들의 약점은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말꼬리를 잡으며 대화를 했지만, 한시라도 쉬는 타이밍 없이 계속해서 언데드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인간들의 활약 덕분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엘프들이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전투를 하면서 언데드와 엘프 두 종족 간의 차이는 극명해지기 시작했다.

소위 말해 전투의 지속력을 따질 수 있는 군수품이었다.

상위의 엘프들은 물리적인 화살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낮은 등급의 엘프들은 마나 화살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없을 뿐더러, 그 횟수 또한 제한돼 있다.

그렇다 보니, 절로 화살을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번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화살을 쏘아 내니, 자연스럽게 화살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엘프들은 일시적인 전투력 감쇄가 뒤따라오는 것이다.

마법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에 어린 엘프들의 한계는 화살이 떨어지는 순간 명확하게 드러났다.

화살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엘프들을 후방에 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방은 지원이 없으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자연적으로 후방의 지원이 줄어드니, 전방에서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뒤로 물러서게 되는 이치였다.

전장을 지켜보던 장로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전투력 저하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허."

생각보다 빨리 떨어진 물자였다.

마나만 있다면?

회복력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한 전투를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 장로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해 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돼.'

장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언데드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전면에 공포가 있어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저들을 피하려면 마을을 내주거나, 언데드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을 처치해야 된다.

"썬더 스톰."

다시 한 번 장로의 입에서 대규모 마법이 발현됐다.

일시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처음 사용했던 마법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마력이 투입됐다.

썬더 스톰의 크기는 처음 사용했던 것의 3배 이상이었다.

전선의 하늘을 다 덮을 수 있도록 커다란 마법을 실현시킨 뒤, 전선을 뒤로 물렸다.

"모두 후방으로 대피해 재정비한다."

두 가지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하나는 지친 엘프들을 달래고 물자를 준비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세세한 컨트롤을 포기하기 위함이었다.

범위가 커다랗게 만드는 것은 마력을 쥐어 짜내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세세하게 모든 전력을 컨트롤해 낼 수 있는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썬더 스톰을 발현해 왔던 것이다.

이제 전장에는 언데드들밖에 없으니 쏘아 내려오는 전력을 일일이 컨트롤할 필요가 없어 힘으로 눌러 버리려는 것이었다.

전장을 재빠르게 이탈한 엘프들은 다시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로 복귀했다.

* * *

"어떻게 됐는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장로가 호위대에게 이야기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지휘관을 찾는 것.

분명 이렇게 많은 언데드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지휘관이 필요했다.

적재적소에 소멸된 언데드들을 보충하기 위해 숫자를 움직이고 재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 찾지 못했는가?"

"몇몇의 엘프가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 예상되는 언데드가 없습니다."

적어도 리치나 다크 나이트와 같이 부대를 운용할 수 있는 똑똑한 녀석이 언데드들을 관리할 것이라 판단한 장로는 발놀림이 빠른 엘프들을 시켜 주위를 수색했다.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서도 장로는 지휘관으로 예상되는 언데드를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다른 엘프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누구 하나 발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장로는 생명의 나무가 알린 신호가 떠올랐다.

'분명 커다란 변고가 있을 예정인데, 그것이 우리 마을의 소멸을 뜻하는 것인 건가?'

고심을 해도 나오는 결과는 똑같았다.

오랜 시간 동안 지속 가능한 전투를 생각하면 절로 나오는 결론이었다.

"아직 우리에게 남겨진 카드는 없는 것인가?"

그때였다.

장로의 눈에 들어온 한 무리.

바로 이곳을 지나가겠다고 선언했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전투가 벌어지자 스스럼없이 태풍의 눈 안으로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언데드의 편이 아닌 엘프의 편에 서서 전투를 치렀다.

당연하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 되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여유가 없었다.

'그들에게 인사라도 건네야겠어.'

장로는 인간들을 찾았다.

"인간들을 데려오게.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돼."

의심할 시기는 지났다.

물심양면으로 엘프 종족을 돕는 그들에게 의심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을 알고 행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네, 인간들을 찾아 이곳으로 들이겠습니다."

명을 받은 호위대는 인간을 찾아 회의실 밖으로 나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희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태욱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회의실 내부를 울렸다.

* * *

"대규모 전투는 인간들이 많이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례허식으로 둘러싸인 인간들의 대화와는 조금 달랐다.

정확한 목적과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어떻게 하면 언데드를 효과적으로 막아 낼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지속 가능한 전투를 벌이려면 엘프들에게 회복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회복 시간이라......."

장로는 태욱의 정확한 요점을 찍는 말에 생각에 잠겼다.

"어린 엘프분들은 자신들이 소지하는 화살을 모두 소비하면 전투력이 일시적으로 하향 곡선을 이룹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른 엘프가 태욱의 발언에 툭 하고 튀어나왔다.

"알고 계시다면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요점만?"

"엘프들이 충분한 전투력을 가질 수 있는, 물자를 보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엘프들을 나눠서 전장을 유지한다면 지금의 전선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

지금은 충분히 넓은 전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이고 있으니 원의 반경이 최소한 40km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 셈이었다.

단순 수치만 해도 251.2km의 선을 지켜 내고 있었다.

"저는 이 전선의 길이를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을 구성하는 곳은 고작 10km.

안전을 위해서라면 마을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전선을 구축해야 된다.

20km의 직경을 구성하고 그 둘레를 전장으로 삼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31.4km.

251.2km에 모든 엘프가 투입됐으면 31.4km의 거리에는 얼마의 엘프가 필요할까?

약 1/8의 엘프만으로 막아 낼 수 있다는 수치가 나왔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반경을 줄이면 8팀으로 엘프들을 나눠 전투를 치를 수 있습니다.

3시간씩 전투를 벌여도 하루를 충분히 버텨 낼 수 있다.

"전투를 벌이는 1개 팀은 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각자의 물품을 보충하는 데 힘을 다하는 것이 현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봅니다."

태욱의 말에 엘프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이상으로만 말할 수 있는 숫자가 표기 되어 있었다.

눈으로 쫒아가면서 그 숫자가 어떤 것을 표현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엘프들의 입장에서는 고작 숫자가 모든 것을 표현한다고 하니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전체를 통틀어 일반적인 숫자로 표기되고 그것이 기계움직이듯 정확하게 톱니바퀴맞아 들어가듯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엘프의 전투력이 똑같은 것도 아니었고, 장로와 같이 대규모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엘프도 한정적이었다.

"팀을 8개 만들어 사이클을 돌린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장로는 태욱의 말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단순 수치상 8개 팀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4개 팀은 가능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층 여유로워진 숫자에 다시 절반을 줄였다.

엘프들은 전장을 유지하는 데 지금 모든 힘을 쏘아붙이는 것이다.

그럼 작은 크기로 바꿔 2배의 화력을 보일 수 있다면?

현상 유지는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태욱의 말에 마땅히 틀린 점을 찾을 수 없었던 장로였다.

일단 해 보지 않으면 결과를 얻어 낼 수 없었다.

부딪히고 잘못된 점을 수정해야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듯이 일단은 해 봐야 아는 것이었다.

* * *

"전군 대기!"

태욱은 적정 가이드라인까지 조금씩 후퇴를 하면서 최후의 전선을 잡았다.

최소 인원이 아닌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최대 인원으로 전선을 유지한다.

두 사이클로 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 전투를 했던 때의 절반에 달하는 엘프들만 보였다.

나머지 엘프들은 뒤에서 물자를 준비하거나, 회복에 전념하기로 했다.

'조금 더.......'

처음부터 무턱대고 한 번에 후퇴를 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전선을 뒤로 미루며 정확하게 정해진 마지막 라운더리 안에 들어온 순간 태욱이 전투 개시를 외쳤다.

"일제 발사!"

인간의 구령에 맞춰 화살을 날리는 엘프들의 모습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

"궁병 부대를 운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구나."

개인적인 감탄을 내뱉는 태욱이었다.

궁병 부대가 아무리 숙련도가 높더라도 엘프가 쏘아 내는 화살과는 차원이 달랐다.

활시위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뽑아내자면 약 40도로 화살을 쏴아 최대 사거리까지 날아간다.

하지만, 엘프는 그렇지 않았다.

약 20도의 각도로 화살을 날린 것이다.

낮고 빠르게 비상하는 화살들은 어마 무시한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고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중하는 기염을 토해 냈다.

커다란 지역에 피해를 주는 궁병을 운용하는 것과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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