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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96화 (96/146)

# 9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24화

"크아아아아아앙!"

당연하게 피부가 막아 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이클롭스는 갑작스런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게 봉인된 힘이란 건가?"

타르가는 단 한 번의 일격에 스스로 놀랐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아직 자신은 최선의 힘을 다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많은 엘프들 중에 다크 엘프들은 극소수였다.

그들도 본래는 엘프였고, 스스로의 힘을 통제하지 못해 다크 엘프로 변색돼 버린 것이다.

이따금씩 힘에 대한 희열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결국 봉인된 힘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인가?'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났을 때.

스스로의 힘을 감당하지 못할 때.

마을을 지켜 내기 위해 강한 힘이 필요할 때.

타르가는 자신이 목걸이를 차고 있던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슬그머니 자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을 타르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연속적인 파열음이 들렸다.

"투투투투투투투."

쉴 새 없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붉은 선이 줄을 그었다.

'뭐지?'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정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인간들인가?"

자신이 숲을 통과시켜 주기로 안내했던 인간들.

그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자리를 지키라고 말을 해 뒀지만, 인간들의 행동은 생각을 벗어나지 않았다.

'분명 도움이 되기 위함이었겠지.'

의외로 인간들은 위험에 있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뭉치면 어떤 위협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합친 힘보다 더 큰 힘을 만나면 단념을 한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연속해서 이어지던 빛줄기는 금세 멎었다.

공격을 의도적으로 멈춘 것인지, 힘을 다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이 녀석을 처치한다."

단숨에 튀어 오른 타르가는 사이클롭스의 목 뒤에 다가섰다.

촤악!

간편한 손놀림과 함께, 위압적인 모습을 보이던 사이클롭스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엄청난 위압감을 드러내며 기세등등하던 사이클롭스의 최후는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했다.

현장을 정리하고 난 타르가는 근처에 다가왔던 태욱 일행에게 다가섰다.

"제자리에서 기다려 달라고......."

"큰소리가 나서 저희가 도울 게 있으면 도우려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타르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욱은 이곳에 온 이유를 가감 없이 내뱉었다.

숨겨야 될 이유와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군요."

미묘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순간 저 멀리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콰카카카카캉.

처음 사이클롭스가 나타났을 때 났던 굉음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뭐지?"

보통의 사이클롭스들은 무리 지어 행동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활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은 주변에 비해 개개인의 무력이 약하다고 판단할 때 뭉쳐 생활한다.

사이클롭스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같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데?'

의심을 품고 있는 태욱과는 달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 드는 사람은 바로 타르가였다.

바로 소리의 울림지가 마을 방향이었던 것이다.

"저, 저기......."

태욱이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타르가는 잔상을 남긴 채, 마을을 향해 튀어 나가고 있었다.

* * *

타르가의 선견지명으로 경비대들은 모두 마을로 이동해 있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모여 있는가?"

장로의 의문에 경비대 중 한 명이 대답했다.

"타르가 대장의 명을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타르가가?"

장로가 되물었다.

타르가가 이곳에 경비대원들을 모두 소집할 이유가 마땅하지 않았다.

"지금 경계선 내부에 사이클롭스가 나타났습니다. 타르가 대장이 혼자 녀석을 막아서고 저희는 마을의 안전을 도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흐음, 그래?"

경계병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먼 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가가가강.

"저곳인가?"

장로는 고개를 소리 난 방향으로 틀었다.

"아, 아닙니다."

하지만, 경계병의 입에서는 장로가 생각하는 대답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니라고?"

장로의 눈썹이 불끈 하고 움직였다.

'경계선이 한 번에 무너진 것인가?'

만약 경계선이 무너졌다면 이곳으로 모든 경계병들을 소집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마을의 위험을 감지하고 타르가가 경계병을 소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르가."

장로는 허공을 바라본 채로 타르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음성에는 분노나 허망감이 섞인 것은 아니었다.

타르가의 성장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최소로 해야 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부족해 그 이상의 일을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장로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최대한 마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대비하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간혹 수호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이 이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지 몰랐다.

엘프들의 마을은 수호의 나무를 기준으로 구축돼 있다.

나무를 둘러싸며 수호의 나무에서 나오는 포근한 기운을 축적해 그 힘을 발휘하곤 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나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면 조금씩 그 힘이 강력해진다.

엘프들이 나이를 먹으면 그렇지 않은 엘프들의 비해 강력해지는 이유 또한 이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엘프들에게 이와 같은 이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태생부터가 전투 감각이 높은 엘프들이 존재했다.

바로 근처에 예를 들자고 하면, 지금 장로직을 수행하고 있는 엘프.

젊은 엘프들 중에서는 경계 대장을 역임하고 있는 타르가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동시간을 지낸 다른 엘프들보다 강력한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로가 타르가에게 경계를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젊은 엘프들이 순차적으로 경계를 들어서는데, 약한 엘프들만이 지켜 낼 수는 없었다.

강한 힘을 지닌 엘프 한 명이 기둥이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타르가는 장로가 선택한 기둥이었고, 그 기둥은 자신의 힘 이상의 것을 막아 내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이다.

'적어도 몇 십 년, 아니 최소 백 년 이상의 힘이 단번에 날아갈 진데.'

엘프 장로는 타르가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봉인된 힘을 풀었을 가능성에 귀추를 맞추고 있었다.

그렇지 않는 이상, 다른 엘프들을 마을로 돌려보내고 일대일로 지금 가진 힘보다 강한 몬스터를 상대할 이유는 없으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동귀어진으로 다른 몬스터와 죽어 나간다면, 엘프 마을은 안전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을 타르가가 아니라는 것은 장로는 잘 알고 있었다.

장로는 마을 근처에 소리가 난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자신이 마을을 지켜 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질 것이 없었다.

"네 이놈!"

장로는 저 멀리 보이는 공터에 큰소리를 내던졌다.

마지막으로 봤던 숲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뿌리째 뽑혀나간 거목들이 바닥에 즐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숲을 망치는 게냐?"

몬스터가 알아들을 리 만무했지만, 터져 나오는 노기를 참을 수 없었던 장로는 목소리를 내며 분노를 터뜨렸다.

장로의 눈에는 익숙한 몬스터였다.

사이클롭스와 비슷하면서 다른 몬스터.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그에 따른 피부도 상당히 질긴 것이 특징이었다.

작은 몬스터들을 먹잇감을 삼는 숲의 제왕.

오우거.

녀석이 엘프들의 숲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우거 따위가 감히 숲을 파괴하는 것이냐?"

"크르르르릉."

마침내, 장로의 목소리가 오우거에게 닿았는지,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낮게 그로울링을 내뱉었다.

장로는 오우거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어리둥절한 상태와 분노의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이곳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장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지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종족이 아니다 보니, 그들이 어떤 상황을 통해 이곳에 왔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안 되는 것은 오히려 엘프로 하여금 생각을 읽어 내기 더 좋은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오직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몬스터.

식욕, 수면욕, 분노 표출.

수많은 감각들 중에서 도드라지는 감각들은 모두 장로가 읽어 낼 수 있었다.

장로가 바라본 오우거는 이곳을 순순히 벗어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곳이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주변을 살피고 음식의 향기가 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자신의 보금자리보다 더 좋은 위치적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릉."

오우거는 갑자기 나타난 엘프 장로에 큰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눈앞에 야들야들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달려들기 전에 뇌 속에서 뭔가 위험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두 개의 본능이 서로 맞부딪혀 어느 한쪽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식욕은 분명 저 앞에 있는 음식을 당장이라도 입안으로 집어넣으라고 하고 있고, 생명을 관장하는 감각은 위험한 상태라고 찔러 넣고 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본능은 금방 한쪽으로 쏠려 버렸다.

오우거가 공복이라는 점.

숲으로 갑자기 이동을 해 와 지금껏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힘만 쏟아부었다는 것.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오우거의 본능 중의 식욕이 압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크아아아아앙!"

결론을 내린 오우거는 단숨에 엘프 장로에게 뛰어들었다.

거리가 40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그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30m.

20m.

오우거는 자신이 한 번에 뛰어들 정도의 거리까지 줄어들자, 단숨에 튀어 올랐다.

"크아앙!"

양손은 엘프 족장을 향해 뻗어 나갔고, 입가에는 금방이라도 음식이 들어올 준비를 하는 듯,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블링크!"

-블링크(Blink).

시선이 닿는 한도 내에서 재빠르게 이동을 하는 마법.

마법사들이 근거리 전투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법으로 전투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사용한다.

엘프 장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바꿔 오우거의 등 뒤를 선점했다.

그저 사용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정확하게 등 뒤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전투 속에서 뿜어져 나온 효과였다.

장로는 타르가와 마찬가지로 경계 대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차분하게 올라왔다.

수없이 많은 전투 경험도 있었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적어도 오우거가 뛰어오기 시작할 때 녀석이 어떠한 행동을 할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정도였다.

목표물을 잃은 오우거가 주위를 살폈다.

"크르르릉."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먹잇감이 보이지 않자 후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킁킁."

오우거는 상당히 높은 후각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애완동물로 키우는 개의 100배 이상의 후각이 발달돼 있어, 금세 오우거는 장로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눈치를 챘다.

"크앙!"

울음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팔을 휘둘렀다.

"그레이트 쉴드(Great shield)!"

엘프 장로는 손에 쥐고 있는 스태프를 들어 마법 주문을 외쳤다.

하루 3회 가능한 마법 방패.

강한 물리력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엘프 장로들에게만 내려오는 아티팩트였다.

그의 손에 쥐어진 스태프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카카카카카캉."

오우거의 움직임을 파악해 펼쳐 낸 쉴드는 팔을 허공으로 튕겨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연하게 곤죽이 됐을 것을 예상하던 오우거는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팔이 튕겨져 나오자 당황했다.

"오옥?"

오우거의 의문은 곧 고통이 됐다.

푝푝푝.

엘프 장로의 호위대가 화살을 날린 것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최후의 목숨만은 걷어 간다는 그들.

엘프 경계병과는 차원이 다른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슈유유육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경계병들의 공격이 화살 공격이었다면, 호위대가 내는 소리는 마치, 탄알이 날아가 꽂히는 것과 비슷했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탕 하고 발사되는 소리가 없으니 영락없는 암살자의 공격과 다름없었다.

두꺼운 오우거의 가죽을 단번에 관통했다.

양 무릎과 팔꿈치 관절을 관통했기 때문에, 오우거는 반사적으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엘프 장로는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단번에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대지의 힘과 바람의 날카로움이 그대를 관통하리라, 스피어 페네트레이션(Spear Penetration)."

장로의 주문은 정령 주문.

정령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는 큰 마나를 소모하게 된다.

마나와 정령력은 서로 상충한다.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중간 부위를 찾아 단번에 융합을 하는 과정에서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아주 미세한 조절로 주문을 완성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 엘프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령 마법이었다.

오우거가 방심을 하고 단번에 달려든 점.

주변 호위대가 주요 관절 부위를 공격해 피해 낼 수 없도록 만든 상황.

그리고 과감한 결단이 내린 합작품이었다.

"네 생명은 숲을 이끌어 나가는 데 좋은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

오우거의 부산물들은 무기를 만들어 내기에는 좋은 부산물이 된다.

그렇기에 단번에 처리하는 것이 다른 가죽과 힘줄, 그리고 뼈를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우거 사체를 처리하고 난 이후, 우리는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장로의 선택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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