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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95화 (95/146)

# 9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23화

이 커다란 녀석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원인을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클롭스는 계속해서 숲을 파괴할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이곳은 마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다.

잘못하다가는 사이클롭스가 마을로 들이닥치는 것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야!"

저 멀리에서 타르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로의 명에 따라 안내자 역할을 하던 그가 큰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의 본래 위치는 정반대편.

이곳에 소리를 듣고 찾아오더라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찾아올 수는 없었다.

'천운이 따른 것인가?'

장로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처음에는 꺼려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천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프 마을에 그것도 경계선 내부에 저렇게 커다란 몬스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변했다.'

타르가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어디라고 숲을 파괴하는 것이냐?"

이미 이지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몬스터에게 소리를 내지름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노출이 돼 자신이 몬스터로 하여금 타깃이 되는 것이다.

"이리 와라!"

타르가는 5m에 달하는 사이클롭스의 가랑이 사이를 재빠르게 지나갔다.

콰앙!

그를 손으로 내려쳐 잡으려는 사이클롭스의 주먹을 빠른 몸놀림으로 피하며 사이클롭스를 마을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끌어 움직이려 노력했다.

"카아아악!"

손끝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타르가의 움직임이 사이클롭스의 흥분을 더욱 끌어올렸다.

자꾸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타르가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크아아아앙!"

마침내 피어와 같은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타르가는 잠식돼 가는 신체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움직였다.

커다란 울음소리가 가져오는 일시적 공포.

분명 머릿속으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할지라도 몸에 근육이 그대로 굳어 버리는 현상.

"실프!"

타르가는 재빨리 정령의 도움을 요청했다.

아주 약간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도록 적정거리를 띄우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사이클롭스의 손에 진창이 돼 버릴 뻔했다.

강한 공기층이 타르가를 밀어냈고,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사이클롭스의 손이 스쳐 지나갔다.

콰가가가강!

강한 파열음이 대지를 강타했다.

"다들, 화살을 준비해!"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한 엘프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퓻.

단 한 발의 신호음을 시작으로 일제히 화살 비가 사이클롭스를 향해 날아갔다.

급하게 당겨 미쳐 조준을 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화살들은 정확하게 사이클롭스를 향해 날아갔다.

파파파파팟.

사이클롭스는 자신의 약점인 눈을 가린 채로 모든 화살을 그대로 맞부딪혔다.

약간의 상처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에 타격만 입지 않는다면, 자꾸 앞에서 알짱거리는 녀석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르가!"

잠깐의 시간을 벌어 준 엘프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듯, 타르가는 다시 온전한 움직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타르가는 본래 근접 전투가 특기였다.

허리춤에 걸려 있는 두 자루의 검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동안 모아 뒀던 힘을.......'

엘프들은 자신의 힘을 얼마씩 모아 축적을 해 둔다.

타르가는 지금까지 봉인된 힘을 풀어 전투를 벌이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굳이 봉인을 풀지 않아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피어.

사이클롭스의 단발마의 외침이었지만, 일시적으로 행동이 둔해지는 타격을 입었다.

금세 회복을 했을지라도, 또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타르가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의 봉인을 해제할 뿐이었다.

'마을을 지킨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마을을 지켜 내는 것뿐이었다.

항상 임무에 충실한 이유도 마을을 지켜 내기 위함이라는 커다란 사명이 그를 온건하게 만들어 냈다.

"엘프들은 마을로 돌아가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

타르가는 사이클롭스에게 눈을 마주친 채로 다른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장님!"

커다란 사이클롭스를 앞에 두고 혈혈단신으로 상대를 한다는 것이 다른 엘프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타르가에 말에 아무도 반발하는 자는 없었다.

"봉인을 해제할 것이다. 장로님께 알리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한다!"

그의 명령에 최선을 다하듯, 넓은 공터의 주위에서 경계를 하던 엘프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 시작인가?"

타르가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강하게 당겨 끊어 버렸다.

투투툭.

목걸이가 끊어짐과 동시에 그의 기세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숨죽여 지내고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존재감을 폭발시키듯 드러내 상대방에게 강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어디 한 번 붙어 보자고."

타르가의 눈은 강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 * *

태욱은 타르가가 이동한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숲의 발걸음을 익히고 난 이후, 태욱은 적응하기 바빴다.

타르가가 발을 디딘 위치를 정확하게 따라하고 움직였다.

마치, 앞에 내비게이션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가장 앞장서서 움직이려고 하니, 따라다닐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보폭에 이유가 있던 것인가?'

일정한 보폭으로 이동하다, 갑자기 짧게 걷거나 길게 걷는 행동을 했던 타르가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태욱은 그대로 그 모습을 카피했다.

자신이 가장 앞에서 움직이니 절로 타르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풍경을 피하기 위함이군?'

그저 빠르게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것으로 단숨에 눈앞에 커다란 나무가 다가옴을 느꼈다.

다급하게 움직인다고 숲에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행동과 계산된 발걸음이 이동을 빠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쫓아갈걸.'

태욱은 처음부터 쫓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보폭의 정도만 따라 할 수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물론 만약 타르가를 쫓아갔더라도 그의 뒤를 쫓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태욱뿐이었을 것이다.

다른 동료들은 미처 따라오지 못한 채로 꼬리가 잘려 나갈 것이 분명했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파열음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이제 거리가 얼마 멀지 않은 것 같은데?"

"모두 전투 준비!"

태욱은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했다.

엘프들의 마을 내부에서 이렇게 큰 파열음이 날 이유는 오직 하나.

전투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럼 가자!"

태욱은 동료들과 포지션을 잡고 굉음이 울린 곳으로 이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부터 커다란 외형을 가지고 있는 사이클롭스가 눈에 보였다.

"서, 설마?"

"사이클롭스?"

한 번의 전투를 한 적이 있는 지원과 은비는 깜짝 놀랐다.

숲속에 저렇게 큰 몬스터가 자리를 잡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약점은?"

전투를 이미 치러 본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사이클롭스의 약점을 상기시켰다.

"눈."

"눈이요!"

"저 눈깔만 뽑으면 아무런 힘을 못 쓰지."

금강철인, 영리, 은비가 차례대로 정확하게 사이클롭스의 약점을 외쳤다.

가장 크게 분노를 표출한 것은 당연히 은비였다.

과거에도 그녀는 전투를 벌이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멀리에서부터 날아오는 돌덩이들이 접근을 막았고, 결국 은비는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한 것이다.

나중에, 눈에 상처를 입은 사이클롭스를 그대로 두고 왔지만, 그때의 분노가 새로이 떠오른 것이었다.

"지원!"

"게틀링 건!"

지원은 자신의 화기를 들었다.

어깨부터 시작된 변형 금속은 온몸을 휘감고 제자리에 지지대까지 박아 넣었다.

"샷!"

그녀의 목소리와 동시에 총기는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

허공을 붉은 탄알이 수놓았고 그 목표물은 당연히도 사이클롭스의 눈이었다.

쉬지 않고 뿜어대는 총알이 사이클롭스의 시선을 빼앗기는 충분했다.

"우리가 왔습......."

태욱은 저 멀리 보이는 엘프를 향해 목소리를 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누구지?'

분명 외형은 자신이 알고 있는 타르가와 비슷했다.

안내를 하면서 그의 모습을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저기에 서서 자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엘프는 누구인가?

같은 엘프인 것 같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쌍검을 들고 혈혈단신으로 사이클롭스를 상대하는 엘프의 표정에는 기묘한 웃음도 담겨 있었다.

'전투를 즐기는 것인가?'

보통은 생명을 건 전투에서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

상대방보다 월등히 강력하거나, 죽음에 초월한 자.

지금 앞에 보이는 엘프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전자에 속하지.'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에 오히려 다급함이 묻어 나왔다.

터질 듯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들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 사격 중지!"

태욱은 그대로 모습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들의 행동이 저 엘프에게 방해가 되진 않겠지만, 그가 지은 미소가 왠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봉인을 해제한 이후 몸에 들끓어 오르는 강한 기운에 타르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이게 지금까지 봉인한 힘의 정체인가?'

단번에 폭발력을 뿜어내듯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강력한 힘이 온몸에 깃드는 것같이 느껴졌다.

"실프."

그가 불러낸 바람의 정령은 이미 하급 정령의 궤를 넘어섰다.

현실화할 수 있는 크기와 힘은 이미 넘어섰다.

다만, 타르가가 엘프를 지칭하기로 하급 정령이라 고정하고 있으니, 상대적 탈피를 하지 못한 것이다.

성장은 인간들에게는 언제든 받아들이지만, 엘프들은 사소한 변화가 만들어 내는 어마무시한 미래를 감당하지 못한다.

스스로 억제를 해 지금의 삶을 변하지 않도록 만들기도 한다.

실프는 하급 정령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힘이 막강해지더라도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

"실프, 네 힘이 궤를 달리했다는 것은 느껴서 알고 있다.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합을 맞춰 왔던 타르가는 실프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인간들은 정령을 자신의 몸에 두르지 않는다.

무구에 둘러 전투력을 올리거나, 정령 그대로의 마법을 사용하곤 한다.

물론, 정령과 일체화를 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모두가 실패로 돌아갔다.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구에 정령을 깃들게 만들지만, 엘프들은 달랐다.

그들의 행동 패턴은 정령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근본이 되는 힘이 같기 때문에 일체화가 가능한 것이었다.

"실프 부탁한다."

타르가는 양손에 검을 뽑아 들고 사이클롭스에게 달려들었다.

후우웅.

커다란 손아귀가 그를 잡을 듯이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빈틈.'

손을 펼쳐서 다가오는 사이클롭스의 공격은 타르가의 눈에는 슬로우 모션과 다름없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비치는 틈새로 파고들어 자연스럽게 손등에 올라탔다.

휘릭.

그러곤 마치, 평지를 뛰어가듯 팔을 타고 뛰어올랐다.

"하합."

단발마 같은 기합과 더불어 칼날 공격이 이뤄졌다.

촤아아아악!

아무리 화살을 쏘아 대도 박히기만 하던 강한 사이클롭스의 피부가 단숨에 찢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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