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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89화 (89/146)

# 8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17화

만약 사막 한가운데 숲이 있는 것이라면 저곳은 몬스터들이 상주하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으며 음용할 수 있는 물을 구하기 쉬웠다.

더구나, 사막에 특이점인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것을 어느 정도 막아 주기 때문에 몬스터들에게는 상주하기 좋은 곳이었다.

"은비, 같이 가!"

태욱이 재빨리 은비를 불러 세웠지만, 이미 그녀는 저 멀리 뛰어나갔기 때문에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우리도 빨리 이동하자."

숲이 반가워서가 아닌 동료인 은비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태욱은 지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멀리 보이는 숲으로 이동하는 것이 드워프를 찾아가는 신호와 가까워지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단순한 시선 맞춤으로 의미가 통했는지,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숲으로 이동을 할 예정인데, 빠르게 움직인다고 변할 것은 없었다.

만약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숲의 테두리를 타고 돌면서 통과를 했겠지만, 방향이 틀리지 않으니 돌파를 해야 된다.

이미 총알은 쏘아져 나갔고 목표물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태욱의 일행이 은비를 뒤쫓아 숲의 앞에 도착했을 때는 엄청난 위압감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 섰다.

"먼저 들어갈 듯이 뛰어가더니."

지원의 날카로운 음성이 튀어나왔다.

"뭔가 으쓱한 기운이 들어서 저절로 멈춰 설 수밖에 없어."

야생적인 감각으로는 은비가 가장 좋았다.

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더 이상 지원은 은비에게 시비를 걸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의심되는 몬스터의 종류는?"

"너무 많아. 하나하나 일일이 말해 줄 수 없어."

이미 태욱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즐비했다.

그중 어떤 몬스터라고 딱 집어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숲은 생존에 굉장히 좋은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적당한 습기, 그리고 높은 나무.

땅은 질척하지 않으면서 움막을 건설하기에도 용의해 보였다.

"일단 숲에 사는 모든 몬스터가 나올 것을 대비해야 할 것 같은데."

"가장 크게는 곤충형과 늪지에 사는 녀석들인가?"

지원은 태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나무가 있고 그 아래 그늘과 물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늪지였다.

높은 온도로 순식간에 증발된 물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지 못하게 위쪽은 커다란 나뭇잎으로 막혀 있었다.

통풍이 잘되지 못해서 다습한 기운이 절로 머물러 있으니, 바닥은 축축하게 변해 버린 것이었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몬스터는 너무나 많았다.

특히 멘티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사마귀 몬스터는 이런 환경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멘티스, 그리고 리자드맨 정도인가?"

"대표적으로는 그렇게 되긴 하겠지만, 뭐가 나올지 몰라. 언제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

동료들은 서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조금씩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우리를 왜 이곳으로 데려왔는가?"

드워프 족장인 스틸이 자기를 이곳으로 데려온 검은 그림자에게 물었다.

"감히, 내게 질문을 하는 것인가?"

붉게 쏘아져 나오는 안광은 스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려갔다.

"크윽, 왜 우리가 이곳에 무기력하게 잡혀 왔는지를 알아야겠다."

피어성 공격이 스틸에게 먹혀들었는지 침음성을 내뱉었지만, 스틸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어쩌면 드워프 마을의 있는 모든 드워프가 이곳에 몰려온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곳으로 끌려오는 동안 드워프들의 생명을 앗아 가지는 않았다.

중간 도주를 위해 움직이거나 저항을 할 경우에도 생명만큼은 빼앗아 가지 않는 녀석들의 행동에 스틸이 판단을 한 것이었다.

"아주 손재주가 있다고 당당하게 나서는 모양인데, 그러다가 어떻게 될 줄 아는가?"

검은 그림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스틸의 옆에 있던 드워프 한 마리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펑!

강한 반발력으로 인해 절로 몸이 휘청거렸다.

"안 돼!"

"텅스텐!"

머리가 터져 나간 드워프의 이름이 텅스텐이었나 보다.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 속에 드워프들은 눈치를 살폈다.

적어도 생명을 빼앗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는데, 그 확신도 지금의 행동으로 보장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너희를 왜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역으로 드워프들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시킨 스틸이 입을 열었다.

"우리의 손기술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어느새 스틸의 목소리는 공손해졌고 최대한 존칭을 사용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잘 알고 있는 것 같군."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데려왔는지 정확하게 유추해 내는 드워프를 보고서는 검은 그림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에 너희가 원하는 모든 재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해 가장 완벽하고 강력한 무구를 만들어라."

"무구라면?"

"우리 마왕군이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구를 말이다."

그렇다,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벨제부브였다.

마왕은 자신의 수하들이 사용할 무구를 만들어 내라며 드워프들을 납치해 온 것이다.

"무구를 원하면 언제든지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틸이 말끝에 하지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마왕의 눈썹이 달싹였다.

아니, 달싹였다는 표현보다는 꿈틀거렸다는 것이 더 맞았다.

"내 말에 토를 단다고?"

"저희의 생명을 보장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가소롭다는 듯이 마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의 끝은 상당히 무거워졌다.

"감히 나에게 거래를 하자는 것인가? 고작 손재주만 있는 녀석들이?"

노기가 강하게 담긴 마왕의 음성에 드워프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온몸이 떨리는 경험을 하면서도 드워프들 중 누구 하나 대꾸를 하지 못했다.

온전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녀석은 오직 촌장인 스틸뿐이었다.

"언제 목숨이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무구는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그래? 과연 그럴까?"

마왕은 스틸의 말을 듣자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없을 경우 생명을 빼앗는다면? 너희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면 그건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지. 난 너희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드워프 녀석들을 데려오면 그만이다."

마왕은 어린아이가 손에 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이 드워프들에게 이야기했다.

결국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약간의 흥미가 있으니 그대로 두는 거라고 돌려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 정도는 내가 감내해 주지. 내가 만족스러워 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 온 녀석만 다시 마을로 돌려보내 주겠다."

마왕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내비쳤지만,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위압감과 더불어 약간의 희망이 그들에게는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Chapter 5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강력하게 찌르는 냄새가 있었다.

시취(尸臭).

시신이 썩어서 풍기는 냄새가 강력하게 뿜어져 나왔다.

전쟁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곳 혹은, 부패되어 오랜 시간 동안 냄새가 꾸준히 나는 곳을 예시로 들 수 있었다.

'뭐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시신은 확인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요한 숲속.

주위를 둘러봐도 깨끗해 보이지만, 코끝을 찌르는 향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휴, 이 썩은 냄새."

은비가 절로 코를 막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깨끗해 보이는 숲속인데."

영리는 그녀의 말에 동조한다며 말을 내뱉었다.

"뭔가 이상해."

태욱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보통 이런 곳이라면.'

음습한 기운이 가득 찼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누가 봐도 이곳은 그저 울창한 숲일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태욱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언데드.

검은 마기를 끊임없이 풍기는 녀석들을 통괄해 이야기한다.

구울, 스켈레톤, 듀라한 등등 수많은 종류를 나열할 수 있다.

그들은 흔히 공동묘지에 생존을 한다고 이야기할 만큼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이 집약된 곳에 생존한다.

언데드들이 있으면 절로 토양은 황폐해지고 그 끝에는 검은 대지로 물들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숲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되며 단순히 시취만 가득 풍길 뿐이었다.

일순간에 태욱은 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직접 만져지고 느껴지는 촉각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착각에서 이뤄지는 환영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아마도 녀석들인 것 같군."

태욱은 정확하게 유추해 냈다.

이곳이 시취가 강하게 풍기면서 깨끗한 숲속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녀석들? 누구를 이야기하는 건데?"

은비가 태욱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엘프."

태욱의 입에서는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엘프.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은 상당히 아름다운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재빠른 몸놀림과 더불어 숲에서는 대항할 자들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이 그들의 본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은 많은 사람이 이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념은 하나였다.

숲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동족을 제외한 모든 것이니 그들을 죽이면 숲은 더욱 윤택해진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숲에 찾아오면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엘프들이 사는 곳에 이런 냄새가 난다고?"

"응, 엘프는 맞지, 다크 엘프."

보통의 엘프들은 자신들의 숲에 다가온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그들을 잘 묻어 두기 마련이다.

새로운 영양분이 돼서 숲의 발판이 돼 회계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다크 엘프는 전혀 달랐다.

일반적인 엘프보다는 조금 더 호전적인 녀석들로 나약한 녀석은 도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명체의 시신이건 울타리인 방벽으로 삼아 또 다른 녀석들이 다가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한다.

그들은 시체를 무거운 것으로 묶어 물 아래로 떨어뜨리곤 한다.

시체는 전혀 없지만, 시취가 강력하게 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 이곳이 경계선일 거야, 조금 더 들어가면 어디서 녀석들이 공격해 올지 예상할 수 없지."

태욱은 잠시 망설였다.

이곳이 다크 엘프의 터전이라면 쉽게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 숲의 경계를 타고 돌아 통과를 한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드워프들을 찾아 나선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고, 돌아간다면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조차 없었다.

'이곳을 강행 돌파해?'

태욱의 고심은 끝이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악의적인 마음만 품지 않는다면.'

어쩌면 다크 엘프들에게 이곳을 통과하게 허락만 받는다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지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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