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11화
"근데, 이상한데요?"
"뭐가?"
"보통 이렇게 사람이 보이면 찾아와 공격을 하거나, 때때로는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데, 마치 자신에게 오라고 유도를 하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가?"
아무런 생각 없이 녀석들을 바라본 태욱과 영리는 보는 관점이 달랐던 것이다.
항상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던 영리기에 그런 미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영리야 네 말이 맞다면 이곳 주위에 녀석들이 지키는 것이......."
태욱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하나 의심 가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썩은 나뭇가지가?"
천천히 다가서자 그 웅장한 모습이 정확하게 드러났다.
"이걸 나뭇가지라고 부르는 게 잘못이겠다. 그냥 나무네 나무."
도심지에 와서 이상점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나무를 뿌리째 뽑아 둥지를 만들었기에 도심지에 나무가 없었던 것이다.
건물들은 정상적으로 있고 도로도 크게 파손된 점이 없었었다.
시체들만이 존재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꼈던 점이 아마 나무들도 포함이 됐을 것이다.
"여기에 뭔가 있......."
태욱이 폴짝 하고 뛰어오르려는 순간 한 마리의 그리핀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끼야야얏!"
커다란 소리는 아니었다.
약간은 자신의 울음소리를 조절이라도 하는 듯 둥지 주변에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며 녀석의 공격을 피해 낸 태욱은 씨익 하고 웃었다.
"역시, 이곳에 뭔가가 있어."
"뭔가요?"
"글쎄, 직접 보면 되게 예쁠 거야."
태욱은 뭔가 정체라도 아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일단 저기 보이는 녀석들을 다 아래로 내려야 되는데."
'뭔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내려앉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위험에 빠지는 것은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야 할 방법이었다.
모든 사람이 위험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했다.
"바로 요 앞에까지만 내려와 있어도."
그때 영리의 말이 태욱의 뇌리에 스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태욱은 손을 들어 영리의 머리를 흩뜨렸다.
"아주 좋은 생각이었어."
"네,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욱을 바라봤지만, 그는 미소를 지은 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잠깐이면 녀석들이 내려올 거야."
태욱의 믿음직스러운 말에 영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지면까지는 너무 거리가 멀어서 쓸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면 지금 그의 능력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녀석들을 사정거리 내로 내려오게 만든다는 목적으로.'
-스킬 환영문.
몽글몽글 피어난 아지랑이는 둥지 위를 따라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핀 녀석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둥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둥지에 집중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 다가와 보시지.'
녀석들의 최종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이곳으로 내려올 것을 알고만 있다면 환영문을 펼쳐 내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이렇게 되면 미로 같은 데서 아주 좋은 방법으로 사용되겠군.'
태욱은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리 비행을 하는 녀석들이라고 할지라도 체력이 무한정 있지는 않았다.
더구나 커다란 몸을 가지고 있는 그리핀 녀석들이기 때문에 쉽게 지칠 것이었다.
"저기 한 마리 내려온다."
태욱은 방향을 조금만 비틀어 건물 옆으로 둥지가 이동돼 보이는 환상을 만들어 냈다.
한 마리의 그리핀이 이상 현상을 보고 옆으로 떨어지자, 동시 다발적으로 다른 그리핀들이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영리와 동시에 전력(電力) 스킬을 준비 중이었다.
영리는 태욱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타이밍에 맞춰서 단박에 스킬을 뿜어냈다.
"지직아!"
"쇼크 라이트닝!"
영리는 자신과 계약한 전력 계통의 정령의 이름을 불렀고 태욱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시전했다.
저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약간이라도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잠깐, 아주 잠깐이면 돼, 짧은 시간 최대한 강한 출력으로!"
"네! 지직아 부탁해!"
태욱의 말에 영리는 자신과 계약을 한 정령에게 지시했다.
푸른 구체로 그녀의 주변에서 뛰놀던 정령 한 마리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파지지직!
손끝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갔다.
푸른빛으로 시작됐던 영리의 스킬은 이내 백색으로 뒤바뀌었다.
전류의 한계치가 일정 선을 넘어가면서 흰색으로 바뀐 것이었다.
'강한 전류.'
태욱은 생각보다 강한 전류를 쏟아 내는 영리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어느새 성장을 했지?'
참으로 빠른 속도의 성장이었다.
태욱은 영리가 지금 수준의 전류를 뿜어낼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아직 헌터 레벨도 낮았고, 교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태욱보다 더 큰 교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본모습인가?'
태욱은 어느 일정한 계기를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영리는 무난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어떤 특별한 사건도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성장하지 못하는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일련의 사건이라면 오늘 올라오면서 있었던 환영문밖에 없는데.'
태욱은 영리가 환영문을 통해 뭔가 지금과는 다른 사정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지금이 중요해.'
아직 하늘에 많은 그리핀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태욱은 그들을 추락시키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
* * *
"아니, 금방이라도 그리핀을 떨어뜨리겠다는 기세로 올라간 사람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어?"
하늘을 본 채로 말을 하는 은비의 말투에는 투정이 가득했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거면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을 걸 그랬어."
털썩.
결국 그녀는 바닥에 누워 버렸다.
"그러다 몬스터라도 나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오?"
금강철인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만약 자신이라면 절대 저렇게 누워 있지 않을 것이다.
"뭐가 걱정이야? 저 높은 곳에 있는 그리핀을 땅으로 떨어뜨려 준다는데."
"그러다가, 공격이라도 당하는......."
쿵!
금강철인의 말을 막는 커다란 울림이 들려왔다.
"저기인가?"
방금 드러누웠던 은비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툭툭.
스스럼없이 앉았던 터라, 바닥 먼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콜록콜록, 그건 좀 사람 없는데서 하면 안 돼?"
곁에 있던 지원이 은비에게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 빨리 떨어뜨려 줬으면 이런 행동도 하지 않았겠지. 그나저나, 이제부터 쉴 새 없이 움직여야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처음에 울린 쿵 소리를 시작으로 하늘에서 조금씩 검은 물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메테오가 떨어지듯 우후죽순 검은 그림자들이 바닥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퉁.
투투투퉁.
지상으로 추락한 한 마리에 그리핀을 시작점으로 우수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끼요옷!"
괴성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니 더욱 크게 다가왔다.
"죽어라!"
"죽어!"
은비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그리핀의 날개를 양단하기 시작했다.
일단 바닥에 내려왔지만, 정신을 차리면 다시 공중으로 치솟아 오를 것이다.
물론, 위에서 다시 태욱이 바닥으로 떨어뜨려 주겠지만 언제까지나 그것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일단은 날개부터."
많은 전투를 통한 반사적인 상황 판단이었다.
대구에서 매일 전투를 치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은비는 한 단체의 수장이었다.
물론 괴팍하고 과격하다는 평가도 다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지낸 사람 중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은비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잘 챙겨 주죠."
"그녀만한 사람이 없어요."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에요."
"상황 판단이 정확해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겉으로 툴툴거리며 말을 하는 모습이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에 평가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었다.
"일단 날개부터! 알았어!"
은비의 말을 들은 지원도 그리핀의 날개를 중점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쇼 타임!"
지원은 어느새 어깨 위에 새로운 철 덩어리를 올려놨다.
기관총의 총구가 어깨선을 따라 양쪽으로 튀어나왔다.
무게는 약 10kg.
일반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어깨에 지고 있으면 부담이 될 만한 무구였다.
오른쪽에서 더듬이처럼 튀어나온 투명한 유리가 지원의 우측 안구 앞으로 장착되듯 달라붙었다.
조준경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일정한 타깃을 잡아 놓으면 자동으로 추적을 하는 역할을 한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뒤쪽을 받혀 주는 등받이가 튀어나와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콰득.
휘리릭.
반동을 계산한 장치였다.
이제 그녀를 곁에서 본다면 마치 고정된 기관총을 연상시켰다.
"락 온(Look On)."
준비 완료 신호와 함께 그녀의 양어깨 위에 달린 기관총이 불길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다닥.
지원이 쏟아 낸 총알들은 그리핀의 날개에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뭐야?"
지금껏 지원이 사용했던 무기들 중에 가장 화력이 높아 은비는 깜짝 놀랐다.
"내가 활약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총알이 파고 들어간 날개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관통당한 곳이 꽤나 큰 통증을 자행하는지 그리핀들은 비명이 섞인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꺄아아앙!"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몸부림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번에 만들어 온 MTG-MK2야."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이야기하는 지원의 모습에는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 * *
항상 전투력이 부족한 그녀가 느끼는 한계는 명확했다.
물론 가장 근접전을 벌이는 은비가 가장 큰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녀에 행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지원의 고민은 단번에 해결이 됐다.
"굳이 하나로 해야 되나?"
곁에 있던 드워프의 조언이었다.
하나의 무기로 최대한의 화력을 뽑아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술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더 큰 파괴력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
두 개의 무기를 한 번에 사용하면 단박에 해결이 됐다.
약간의 생각 변화가 새로운 무기를 탄생시켰다.
"아, 정말? 그러면 되겠네요."
하나에만 집중을 하면 발상의 전환을 하기 힘들었다.
지원도 조금만 멀리서 보고 생각을 했다면 좋은 해결책을 고안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뭘, 이미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야."
드워프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모든 것은 지원의 능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덕으로 돌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장인 정신.
그리고 다각적인 시선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