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빨로 지존 헌터-78화 (78/146)

# 7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6화

"이렇게 빨리 연구가 끝날 줄 알았다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는 건데 아쉽네."

스틸은 지원에게 다가와 아쉽다는 말을 건넸다.

실제로 그녀가 마을로 찾아와서 꽤나 좋은 효과를 준 것은 확실했다.

서로에게 경쟁을 만들어 줬고, 그 덕분에 성장하는 드워프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원의 목적은 바로 인공지능을 개발해 내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하게 그녀가 이곳에서 할 일은 종료됐다.

앞으로 다시 그녀가 온 곳으로 돌아갈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스틸의 입에서 아쉬움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곳을 잊지 않아요."

새초롬한 표정을 지은 채, 팔장을 끼는 지원의 모습을 보고 의아한 스틸은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연구가 끝났으니 더 이상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드워프들에게 인간이란, 사리사욕을 위해 움직이는 종족이었다.

자신이 이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이상 굳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습성들을 여러 해(年) 동안 지켜봤다.

정(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인간이라고는 태초에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거래한 인간뿐이었다.

그렇기에 쉽게 인간의 정을 판단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이었다.

"당장은 돌아가 봐야 하지만, 다시 시간이 난다면 이곳을 찾아올 겁니다."

"여길 찾아와?"

"여기 제 옆에 있는 인공지능의 어머니가 저라고 한다면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아버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세하게 나사 하나까지 신경 써 주신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드워프들을 추켜세우고,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목소리를 높이는 지원의 모습에 하나둘 드워프들은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절대로, 절대로 저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찾아 올 겁니다."

지원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망울을 가지고 소리를 내질렀다.

* * *

지원이 돌아온 이후 한성 중공업은 더욱 바빠졌다.

그녀가 만들어 낸 인공지능이 계산하는 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효율이 늘어나는 건가?"

사람이 느끼기에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결국 전체적인 행동이 간결해진 것이다.

인공지능이 원하는 것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사람이 서 있는 곳에 발판을 하나 세워 놓는 것.

그것도 한쪽 발만 걸칠 수 있는 어정쩡한 크기의 발판이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어떤 의미로 작용되는지 몰랐던 작업자들은 괜한 명령에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투덜대곤 했다.

"이게 뭐야?"

"그러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월급이라도 올려 주면 생산량이 늘어날 텐데."

"글쎄, 그걸 윗사람들은 전혀 모른다는 거지,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전혀 모른단 말이야."

노동자들은 툴툴거리며 시킨 위치에 정확하게 발판을 가져다 놨다.

하지만 정확하게 한 달이 지나자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판 위에 발을 올려야 하니, 자연스럽게 한 발자국 빠르게 대처를 하게 된 것이다.

생산라인에서 돌아가는 기계를 멈추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고, 재빨리 대처를 하면서 불량품은 줄어들었다.

버려지는 양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올랐다.

물론 이것을 생산 현장에 있는 작업자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생산하는 것은 똑같고, 일하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수치상의 증가만 있을 뿐, 그들이 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이사님이 꽤나 능력이 출중한가 봐."

"그래, 이거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발판을 가리키면서 노동자들은 말을 이어 나갔다.

"처음에는 괜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 일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생산량이 높아졌다니까."

"그러게나 말이야."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상사였다.

귀찮게 하지 않고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월급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전혀 용납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많은 사람에게 알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태욱은 지원에게 인공지능 개발에 대해서 조언을 했을 뿐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원은 스스로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 어떤지 태욱에게 물어봤을 뿐이었다.

"이번 인공지능은 우리만의 비밀로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왜?"

"왜라니? 이게 알려진다고 해서 과연 좋을까?"

태욱은 지원의 물음에 고민에 빠졌다.

'인공지능이 좋은 것일까?'

인간의 편의를 생각하면 좋은 결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육체노동이 줄어들수록 인간의 삶이 윤택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대체해 들어가는 자리에서 일을 하며 평생을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몬스터들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더라도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 방도를 찾아내지."

지원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간의 불편함을 생각한 것이다.

기술 개발로 인해 정말 인간은 편안함을 느끼는가, 아닌가? 두 개의 고민에서 추구하는 것은 같은 목적일 것이다.

인간이 행복해지는 결론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결론은 같지만, 과정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토로를 하는 것이지, '인간의 행복'을 두고 불평불만을 쏟아 내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았다.

"그럼, 우리가 하는 것이 사람들의 행복을 빼앗아 간다는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우선 당신이 본 미래에서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정도 아닌가요?"

"그렇지,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가 내 결론이니까."

"......."

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내려다봤다.

태욱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곁으로 다가왔다.

"저기를 봐 봐."

창문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은 과연 인공지능이 나타났을 때, 저기서 저 활동을 하고 있을까?"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주머니, 봇다리 장사를 하면서 돌아다니시는 아저씨, 귀에 이어폰을 끼고 신호를 기다리는 학생."

"저들이 과연 밖에 나와 있을까, 라는 물음에는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지."

"그래, 혹여나 내가 만들어 낸 인공지능이 저들의 삶을 뒤바꿔 버린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결과야."

"아니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중간 과정이 생략돼 있을 수도 있어."

태욱은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어떤 걱정을 하는지 충분히 알아들었어, 일단은 네 말대로 해 보자. 결과적으로만 따져도 난 인공지능이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으니까."

태욱은 혼란에 빠져 있는 지원을 다독였다.

우선은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소개를 하고 그를 최대한 밖으로 노출시키지 않는 선에서 정리를 했다.

태욱은 필요 시에는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그의 방 바로 곁에 인공지능을 배치했다.

"자식 같은 녀석이야, 험하게 다루지 말고 잘 부탁해."

지원의 눈은 이미 자신의 아이였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는 인공지능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개울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것은 전혀 시키지 않아, 단순하게 계산하거나 측정하는 정도를 위해 그가 필요할 뿐이야."

태욱도 어느 정도 그녀의 걱정을 눈치챘는지, 필요하지 않은 설명까지 덧대어 이야기했다.

* * *

대한민국 청와대 내부.

"이제 정리가 돼 가는 수순을 밟아 가는군요."

"아주 좋은 계획이셨습니다."

"그러게요. 마치 미래를 내다보고 움직이시는 것 같습니다."

각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아첨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심드렁한 표정을 하곤 그들을 바라봤다.

'이들이 이런 수준이었나?'

입가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 얼굴을 잘 기억해 내기 위해 적어도 3초 이상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미소는 이해가 됐지만, 아직 밝게 웃을 정도는 아니었다.

몬스터들을 정리했다고 하지만, 아직 국가적으로 안정된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 길거리에서 자신의 집을 잃고 추위에 벌벌 떠는 사람이 남아 있었고, 가족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수장의 위치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를 내치거나, 일부러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움직인 사람들에게 칭찬을 해 주지 못할 망정 잘못됐다고 질책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써 주신 덕분에 빨리 일정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대통령님이 정확한 판단을 하셔서 저희가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다 대통령님 덕분입니다."

장관들은 대통령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대통령의 판단을 칭찬했다.

빠르게 선택을 하고 지원을 한 탓에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피해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한국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칭찬하더라도 부끄러움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를 보고 슬퍼하는 국민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조금 더 힘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진중한 말 한마디에 장관들은 고개를 숙이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내어놨다.

"그리고 이번 위기에서 한 기업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하는데."

"한성 중공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돼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놓는 한성을 모르는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네.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요."

"......"

"......."

"......."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찰나, 국방부장관이 입을 열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틀린 말이 아니라니 무슨 말입니까?"

"우후죽순 흩어져 있던 헌터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게 그들이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생필품 지원에 가장 먼저 앞장선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국방부장관에 뒤처지지 않도록 여성가족부 장관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렇다면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것 아닙니까?"

"한성이 움직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성의 선택은 조금 빨랐을 뿐, 정부와 비교를 하면 조족지혈과 다름없습니다. 처음으로 했을 뿐이지, 그들은 대단함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들이 한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말을 하는 장관들의 이야기에 대통령은 노기를 터뜨렸다.

"아니, 그 선택 자체가 대단한 것 아니오?"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장관은 대통령의 목소리에 뚱한 표정이 됐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한성은 가장 먼저 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잘한 것이 없었다.

실질적 물자 지원도 정부가 가장 많이 했고, 자금도 가장 많이 들어갔다.

국방력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한 곳으로 몰아 정리를 끝냈고, 신속하게 움직인 탓에 피해도 가장 많이 줄였다.

그런데, 고작 먼저 나선 한성이 가장 큰일을 했다니, 괜스레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예상치도 못했던 녀석이 가장 먼저 파이를 가져간다는 것이 마뜩찮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