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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77화 (77/146)

# 77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5화

드워프와 인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 버린 지원은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게, 말이 되는 건가요?"

"글쎄? 나한테 묻는다면 계속 같은 대답을 할 거야."

넋이 나간 지원은 털썩하고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책상 위에 놓인 지원의 노트를 본 스틸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건 뭐라고 쓴 거야?"

"그건 연구 결과서예요."

"연구 결과서?"

"네, 저번에 도와주신 인공지능이요."

"아, 그 철거인 말하는 거지?"

"네, 철거인이요."

처음 지원이 인공지능을 만들 때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철거인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모든 드워프의 흥미를 이끌었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알지 못한 지식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지원의 곁에서 원리를 파악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수정을 해 주곤 했다.

그 시간이 딱 2주일뿐이었다.

원리를 모두 파악한 드워프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아니, 지원이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뚝 하고 끊겼다.`

"꼭 인간 모양으로 만들어야 돼? 다른 모양으로 만들면 쉬울 텐데."

"여기 모양을 바꾸면 더 만들기 편해."

"이대로 만들려면 꽤 시간이 걸릴걸?"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기초지식을 모두 습득하자 장인 정신들이 발동했는지,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위해 자리를 떴다.

결국 지원의 곁에는 가끔 놀러 오는 스틸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러게, 약간만 바꾸면."

"안 돼요. 그럼 거부감이 생길 거예요."

"거부감? 다 똑같은 거 아니야?"

"사람은 말이죠. 생각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꼭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해야 한다구요."

지원은 툴툴거리며 꼭 필요한 이유를 둘러댔다.

드워프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었지만, 인간들의 세상이 그렇다고 하니 스틸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까탈스럽네, 이건 뭐 엘프들보다 더한 거 아니야?'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면서 이럴 때는 꼭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에휴, 드워프들 곁에 있으면 더 빨리 완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나지막하게 이야기한 지원의 목소리가 스틸의 집중을 자아냈다.

'뭐? 드워프들이라면 만들어?'

스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지원은 자신의 속내를 밖으로 내뱉었다.

"결국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장인 정신은 무슨. 진짜 장인 정신이면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

지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스틸의 이마에 선명한 십자가가 그려졌다.

'뭐? 뭐라고? 장인 정신?'

겉으로는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려고 해도 이미 구겨진 이마에서 보이는 작은 십자가 표시는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기만 하면 다 되는 건가?"

"물론이죠. 제 계산이 얼마나 완벽한데, 근데,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으니 새로운 형태를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지원은 자신이 상대방의 성격을 건드리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 푸념처럼 풀어놓는 것이 드워프의 마음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간 것이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하게. 벌써 저렇게 돼 버렸는데. 추가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에잇, 모르겠다. 그럼 오늘 하루만 쉬어 볼까?"

지금까지 드워프 마을에 남아서 단 하루도 쉬지 않았던 그녀는 이번 기회에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의 환기를 통해 재충전해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지원이 밖으로 나가자, 스틸의 표정은 상당히 구겨졌다.

"장인 정신이 없다고? 네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알려 주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그녀가 원하는 것에 딱 맞춘 물건을 다음 날 아침에 가져다 놓겠다고 마음먹은 스틸은 대장간으로 뛰어갔다.

"철거인 제작에 도움을 줬던 녀석들 다 나와!"

공방을 울리는 스틸의 목소리는 모두가 고개를 돌리게 할 정도로 커다랗게 울렸다.

"여기 철거인 만드는 데 일조한 새끼들 있어, 없어?"

"여, 여기 있습니다."

"제가 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스틸의 앞에 있는 많은 드워프가 단숨에 무시를 당했다.

이런 식으로는 그녀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드워프가 매달렸는데, 완성을 못 시켰다고? 장인 정신이 없어서 자신의 수치대로 만들지 못한 거라고?'

"철거인을 만들 때 대충 만든 녀석들 누구야?"

드워프들은 고개를 돌려 누군가 손을 드는지 확인했다.

스틸의 말에 반응하는 드워프는 아무도 없었다.

"인간 녀석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드워프는 장인들이 아니어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크기에 맞춰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약간은 변형된 말이었으나, 스틸에게는 지원의 말이 그렇게 들렸다.

대장장이를 무시하고 나아가 드워프를 무시했다.

마을 전체가 모욕을 당했으니,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

"뭐라구요?"

"조언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

"인간의 실력으로 만들 수 있도록 조언을 했더니 그런 말을 해?"

"감히 우리 드워프를 무시해?"

드워프들의 원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만들어 내일 아침에 가져다줘라. 그리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도록 하지. 이게 드워프의 능력이라고, 네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고."

사실, 드워프들이 철거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은 지원의 잘못된 계산 덕분이었다.

정확하게 설계 도면대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내구성을 뛰어나게 올릴 수 없었다.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구상한 드워프들은 지원의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이었다.

"과연 내일 아침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고."

"다들 준비해!"

스틸에 말에 모두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누구는 풀무 앞으로, 어떤 누군가는 모루 앞으로 각자의 임무에 맞춰 이동했다.

"머릿속으로 다 기억하지? 1mm도 틀리지 않게 만든다."

"네!"

"그리고 감독은 내가 하지, 드워프 마을 최고 대장장이인 내가 말이야."

스틸의 독기 어린 눈빛에 닿은 드워프들은 한기라도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다음 날 아침, 연구를 하기 위해 빌린 넓은 창고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물건을 보고 지원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다 뭐예요?"

"뭐긴 뭐야, 네 설계도에 있는 부품들이지."

날이 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그녀에게 집중된 시선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고 지원은 살짝 뒷걸음질 쳤다.

"그, 근데 왜 이렇게 많은 분이 여기를 왔어요?"

"흥."

"쳇."

"뭐야?"

"......."

웅성대며 말을 하는 드워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드워프들은 그녀를 강하게 째려보고만 있을 뿐, 입조차 벌리지 않았다.

"일단, 이걸로 철거인을 만들어 보게."

지원은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프로토 제작]

[완벽한 도면]

[기계적 완성]

그녀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습득한 기술이었다.

마도 공학자로서 그녀가 완성도 높은 물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다 스킬 때문이었다.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

자신만 가진 특유의 기술을 이용해 하나씩 놓여 있는 부속을 합쳐 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드워프들은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이렇게 하려고 저 사이즈가 측정된 것인가?'

보통 기계적으로 완벽한 장치라면 정확한 사이즈보다 더 크게 제작을 한다.

철로 만들었으면 용접이라는 것을 해야 하고, 다른 원소로 만들었으면 그에 알맞은 접합 방법이 있다.

지원이 만든 설계 도면이 잘못됐다는 것은 바로 이 접합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접합을 하게 되면 약간의 오차가 생기게 되고 그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로 장인이었다.

높은 수준의 장인이면 그 오차를 예상해 제작을 하는 것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처사였다.

드워프들은 지원의 스킬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설계 도면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입을 떡하니 벌리고 그녀가 완성해 나가는 철거인을 보고서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이거 큰일 나겠는데?'

사실 그녀의 콧대를 납작하고 눌러 주기 위해 많은 드워프와 밤새 작업을 한 것이었다.

완벽한 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기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것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그녀의 콧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사실 드워프들이 놓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원이 생각해 내는 것은 단 하나의 인공지능이었다.

양산을 할 필요도 없었고, 세상에 인공지능은 하나만 만들어도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조언을 해도 인간들은 만들어 낼 수 없으니 결국 드워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지원에게도 그러한 습관이 저절로 튀어나온 것이다.

"와, 완벽해요. 제가 그려 놓은 수치대로 만들 수 있군요."

"크, 크음. 드워프들은 다들 장인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인간들은 전혀 하지 못할 기술이라고."

"그래요, 진짜 대단한데요? 저도 이렇게까지 완벽한 부품은 처음 만져 봐요."

지원은 마지막 부품을 꽂아 넣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첫 가동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인공지능 1호!"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했는지, 눈동자의 위치에서 초록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안광이 생겨나며 철로 만들어진 거인에 생명이 잉태되듯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휘적휘적.

팔을 사방으로 돌리고, 다리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는 것이 최대 한계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함인 듯 보였다.

"내, 내 말이 들리니?"

"네. 들립니다."

아주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드워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오오오!"

"우와아!"

"휘우휫!"

심지어 어떤 드워프는 휘파람까지 불어 가며 반응했다.

"안녕, 반가워. 내 이름은 지원이야. 여기에 있는 모두가 널 만들었어."

지원은 자신의 뒤에 있는 모든 드워프를 소개했다.

지원은 자신 혼자서 만들었다면 아직까지 완성에 가깝게 가지도 못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제 이름은?"

"네, 이름은 지능이야. 인공지능."

"지능....... 지능....... 지능....... 네 입력됐습니다."

아직 대화가 서툰 것은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씩 대화를 하면 능숙하게 단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칩에는 많은 단어가 저장돼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단어를 사용해야 될지, 저절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꾸준한 대화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차츰 늘려 나간다면 능숙한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여,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원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모으고 있는 드워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크음."

높은 지원의 콧대를 콱 하고 눌러 주기 위해 참여한 드워프들은 어쩔 줄 몰랐다.

'진짜 되는 거야?'

실제로 인공지능이 가동될 때는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환한 미소를 전달하기는커녕, 가까스로 굳어 있는 표정을 관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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