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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76화 (76/146)

# 7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4화

[저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만.......]

수화기 너머로 간간히 떨리는 목소리에 태욱은 당장 그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금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회사로 찾아갈게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태욱이 만나자는 소식에 찬성은 거절을 하지 않았다.

* * *

"저 사실은......."

찬성은 태욱을 만나자마자 기관총 총을 쏘듯 자신이 겪은 일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진급을 하고 국군지휘부로 이동을 했던 일. 그리고 그곳에서 시기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았던 일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무의욕적인 날들.

생명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꼭 해내겠다는 신념이 지금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성토해 냈다.

"사실, 신념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수이니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하고 찾아온 심정입니다."

"아휴, 그럼 진작에 연락을 주셨으면 좋았는데."

태욱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일찍 연락을 했으면 더욱 빨리 그의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러면?"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찬성이었다.

사실 한성 중공업에 찾아와 그의 직함이 이사라는 것을 들었을 때 희망을 가졌다.

분명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이고,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기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이윽고 그에게 연락이 왔고 직접 자신과 면담까지 이뤄졌다.

분명 좋은 자리 하나쯤은 자신에게 줄 것이라는 생각에 들었을 때, 태욱의 말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느껴진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풍기는 뉘앙스는 아쉽다는 말들뿐이었다.

'진작, 연락이라고 하면 지금은 자리가 없다는 건가?'

찬성의 생각은 마지막 군 생활 덕분인지 스스로에게 문제를 찾게 만들도록 변화된 것이었다.

태욱은 고개를 숙이고 고심에 빠져 있는 찬성의 두 손을 맞잡았다.

"마음고생이 심했겠네요. 내일부터 같이 일을 하는 건 어때요?"

태욱은 찬성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한 지휘를 통해 대한민국의 수호자가 됐던 그의 미래를 보고 왔다.

아마도, 태욱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수모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슈가 되고 사람들의 시기 어린 시선이 그를 망가뜨렸어. 더 좋은 지휘관이 돼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인데.'

태욱은 그의 상황이 진심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가,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태욱의 물음에 몸을 파르르 떨면서 연신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숙이면서 바닥으로 뚝뚝 하고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진짜, 고맙습니다."

"누구보다 당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감정 추스르세요."

찬성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을 시킨 태욱은 일단 그를 돌려보내고 계획을 다시 짰다.

그의 계획에 찬성이라는 인물이 없었다.

'부지휘관을 얻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좋은 지휘관은 물론이고 잘못 선택을 하거나, 놓치는 것이 있을 때 곁에서 조언을 해 주는 부관이 철저하게 필요하다.

혼자서 판단하면 스스로가 함정에 빠져들 때를 알지 못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방법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동이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함이었다.

주변 경관을 천천히 보면서 하는 것도 이동이고,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을 하는 것도 이동이다.

A라는 곳에서 B라는 곳에 도착했다는 결과만 보자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선택에 따른 경험은 서로 다르다.

빨리 도착지에 도착한 사람은 도착지의 광경을 즐기며 무엇이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심할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이동한 사람은 도착지에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먼저 도착한 사람보다 정보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동 중간에 얻는 정보는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둘 중에 무엇이 더 좋은 선택이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이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많은 선택지일수록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군주는 목적지를 결정하지만, 그 길을 안내하는 것은 주변에 있는 신하와 부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해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역할이다.

태욱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고는 주위 사람을 도왔다.

그들이 자신이 생각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곁에서 도움을 줬다.

'이제는 그들에게 온전하게 맡겨야 되는 건가?'

일하기 바쁜 사장은 회사를 키워 나감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터전을 다지는 것은 좋지만, 결국 기둥을 세우고 벽면을 만드는 것은 직원들이 하는 것이지, 사장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지원이라는 동료에게 인공지능에 관한 모든 것을 맡기고 그녀가 개발해 오기를 기다리는 것.

영리에게 많은 소환수를 활용해 군단을 이루는 몬스터를 직접 상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금강철인에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지켜야 할 본거지를 지킬 수 있는 수호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만드는 것.

은비에게 전장에서 적들을 호령하며 적들의 이목을 상대적으로 본인에게 집중 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찬성으로 하여금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물을 배치해 최대의 화력을 뿜어낼 전술을 짜내게 만드는 것.

자신이 할 일을 조금 줄이고 각자의 특성에 맞춰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몇 배, 아니 몇 십 배가 넘도록 커다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마왕을 제자리에서 기다린다?

아니, 마왕 자신이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뛰쳐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 * *

태욱은 지금껏 자신이 익혀 낸 능력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강태욱]

레벨 : 70

직업 : 절대 신을 모방하는 자

힘 : 250(+475)

민첩 : 270(+637)

체력 : 302(+1018)

마력 : 470(+1789)

[스킬]

-기본 등급 : 582

-A등급 : 4

-S등급 : 1

-SS등급 : 3

-SSS등급 : 0

[특성]

용체린(龍體鱗).

만불독침(萬不毒侵).

식스센스(Sixth sense).

단순 수치로만 보면 태욱은 이미 상위 랭커와 동등한 레벨과 스텟을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패시브 스킬을 익혔고, 보이는 족족 모든 스킬을 자신의 스킬 창에 집어넣었다.

간소화되고, 특성과 등급에 따라 따로 구성돼 있는 스킬 창은 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진짜 이렇게 한다고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까?'

마왕과 전투를 벌일 때 강력했던 사람들을 모두 모은다고 해서 승리를 할 자신은 없었다.

적의 최종 전투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저항을 했던 것이 아니라, 마왕의 손짓 한 번에 헌터들이 쓸려 나갔다.

'아무리 강력한 헌터라고 할지라도 그의 손짓 한 번이면...... 삭제되듯 사라졌지.'

마왕이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면 그곳은 본래 없었다는 듯이 소멸했다.

마왕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만약, 모든 사람의 힘을 집중시켜도 승리할 수 없다면?"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이그젝션 시스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 182,739개의 차원이 모두 이그젝션 시스템에 통합돼 있으며,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변화됩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차원이 생성되고 파괴됩니다. 파괴된 차원의 조각들이 여러 다른 차원에 흩뿌려지게 됩니다. 당신은 이그젝션 시스템에 의해 선정됐습니다. 당신의 차원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지켜 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 시스템이 만약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켜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가능성과 희망이 없는 행성이라면 굳이 저 수많은 행성 가운데 지구라는 행성이 뽑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대로 멈춰 서지 않아."

과거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겪는 경험.

이 모든 것이 계산된 프로그램이었다면, 분명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빠르게 숙달되는 것이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Chapter 2

지원의 연구 일지.

467회.

베터리 가동 결과.

약간의 발열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확인.

오른쪽 어깻죽지.

로우암 상단 볼 조인트의 한계 내구성 불량.

측면의 충격 흡수 게이지가 줄어듦.

지원은 드워프 마을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연구 일지를 매일 새로 작성하고 있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것을 쉽게 넘기지 않은 것이었다.

"지원, 오늘은 뭘 그렇게 적고 있어?"

연구 일지 작성에 심취한 그녀의 뒤로 가서 스틸이 물었다.

"어? 이번 가동 시험 결과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작성하고 있었지."

드워프들이 달려들어 만든 인공지능 1호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사용 시간도 짧고, 원하는 행동반경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지원이 원하는 것은 사람과 같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엔지니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이론과 경험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드워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머릿속에 있지만, 그것을 기술력으로 실현시킬 수 없는 자신과 달리, 직접 만들고 부숴 가며 익혀 낸 드워프들은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신기술들을 눈앞에서 펼쳐 보였다.

"이게 가능해?"

인간의 장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종이를 같은 방향으로 최대한 접을 수 있는 횟수는 7회지만, 철은 그 숫자를 넘어설 수 있다.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했다.

종이는 더욱 압축되지 않고 철은 계속해서 압축을 할 수 있으니, 궤를 달리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건 맞는 이야기가 아니야, 틀린 이야기지. 철도 종이와 마찬가지로 최대 7회밖에 접히지 않아. 그 이상은 아무런 효과가 없어."

지원은 드워프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의 기준으로 접쇠는 많이 하면 할수록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였다.

"오래하면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장인의 입장에서는 7번 하나 8번 하나 똑같다는 이야기야."

"네?"

"일반적으로 드워프들은 손재주를 가지고 태어나지, 접쇠라는 건 순수한 철을 얻기 위한 기술이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 각자의 기술이라는 거지.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대장장이는 7번의 접쇠만으로 순수한 철을 얻어 낼 수 있어."

"그렇다는 건?"

"7번 이상 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소리지. 물론 인간들에게는 그런 기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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