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1화
Chapter 1
태욱은 동료들을 데리고 회의실 내부로 들어섰다.
"어떻게 할 거야?"
그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우리 의견이 중요한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싫다고 하면 안 하실 건가요?"
각자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리더라고 하는 자는 돕고 싶은데 동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반대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그건......."
태욱은 동료들의 반응에 곤란해졌다.
'아니, 이건.'
그가 대대장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의도를 동료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들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선택이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그들의 동의가 없이 말을 쉽게 내뱉었다.
그것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와 보고서 작성이라는 형벌 아닌 형벌이 이뤄졌다.
'100장이라도 혼자서 쓸 수 있지만.......'
혹시나 자신이 이들을 잘못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욱은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다 할 생각이었다.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봤을 때는 약간 이상한 모습이 그려졌다.
항상 선택은 본인이 하고 그것을 따라오는 동료들.
전술 전략은 머릿속에 있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적절한 말을 사용하는 것, 장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태욱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주변에 있는 것은 고작 장기 말 따위가 아니었다.
하나하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각자의 인격체인 것이다.
"저기, 있잖아."
태욱은 이번 기회에 이들의 개성과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예상치 못했지만, 언제 한 번은 이야기를 했어야 할 문제였다.
"뭐?"
"뭔데?"
"뭔데요?"
태욱의 음성에 6개의 눈동자가 한 곳으로 모였다.
웃음.
궁금.
미소.
행복.
어느 시선에서도 분노나 공포, 두려움 등은 없었다.
동료들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 중에 공통된 것이 있었다.
3명이 각기 다른 성격과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달랐다.
그들에게 공통된 것은 바로 믿음이라는 시선이었다.
태욱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잘못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미래에 좋은 성장 배경이 될 것이라는 확신.
어느새 동료들의 커다란 버팀목이 돼 주는 정신적 지주가 된 것이다.
그들과 하나하나 시선을 맞춘 태욱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하."
굳이 이들의 의사를 묻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마음속에 내재된 분노가 있다면 분명 그들이 직접 이야기할 것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아, 또 나 혼자 결정해서 보고서 쓰라고 할까 봐 이렇게 여러분을 모시게 됐습니다."
태욱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은비의 질문에 대답했다.
"고작, 그런 거 때문이라고?"
"설마 우리가 또 그렇게 하겠어요?"
잔뜩 무거워진 분위기가 일순간에 가벼워지며 어깨를 짓누르던 짐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태욱이었다.
"그럼 다 같이 동의하는 거지?"
회의실 문을 잡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 상태로 질문을 던진 태욱은 이내 미소를 짓고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뒷모습을 보며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금강철인.
큰 목소리를 내면서 대답하는 은비.
그리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영리.
3명 모두가 태욱의 등을 떠받치고 있었다.
* * *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는 도와 드리겠습니다."
일선에서 직접 돕겠다는 태욱의 말을 들은 대대장은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태욱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넨 대대장은 이제 새로운 작전을 계획해야 되는지, 재빠르게 다른 참모들과 함께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태욱은 생각했다.
'헌터 부대 대대장이면 무슨 능력을 가졌을까?'
눈으로 보거나 확인을 하면 어떤 스킬이든 복사를 할 수 있다.
패시브 스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항시 사용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욱의 눈에 들어온 대대장의 상태 창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양충희]
???
보통이라면 직업이든 능력이든 스킬이든 어떤 것이라도 눈에 띄어야 정상이었지만,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태욱은 자신의 능력이 잘못됐나 싶어 다른 사람을 살폈다.
[최정윤]
레벨 : 3
직업 : 헌터 부대 병사.
힘 3, 민첩 3, 체력 7, 마력 0
일반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병사는 확실하게 능력이 눈에 보였다.
연신 사람들을 확인해도 그들의 가진 스킬이나 스텟이 눈에 보였다.
'내 능력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대대장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분명 미래에 대한 어떤 기억도 없다.'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것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송곳의 끝은 어떻게 되든 튀어나오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미래에 대한 기억도, 현재의 정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만약 자신과 같이 되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태욱의 머릿속은 헝클어졌다.
잘 짜여진 계획에 이런 돌발 상황은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당겨진다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방향키를 다시 잡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최종 목적지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망망대해에서 조타수가 방향을 잘못 인지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후폭풍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진짜, 내가 잘 해내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고 있을 때쯤, 저 멀리서 대대장이 다가왔다.
"이제 출발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디 안 좋으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아닙니다. 갑자기 걱정거리가 생겨나서 그렇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이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대장은 손에 쥐고 있는 지휘봉으로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좌우 전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산등성을 넘을 때 필수로 노출이 되는 구간이었다.
그렇기에 비상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도 쉬웠다.
다만, 이곳에 배치된 사람들은 다른 곳에 지원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상대방이 노출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도 노출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변 부대에서 도움 요청이 들어왔을 때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적용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저희가 지원을 하기 힘들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물론입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저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정부의 헌터 부대는 강력합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대대장의 말에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작전의 주축이 되는 것보다, 돌발 상황을 최대한 줄여,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지.'
중요 지대에 임무를 맡기지 않은 것은 대대장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이들의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절대적 수치로 나눠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연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층 넓어진 안전지대 구축을 위한 도약.
재빠르게 도시가 안정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 태욱이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미심쩍은 대대장의 능력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찬성은 태욱에게로 다가왔다.
"이거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인데요."
자신 때문에 괜히 휘말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 찬성은 부대가 이동을 하기 전 태욱에게로 찾아왔다.
단순한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목격자 조사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헌터 부대와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정부에서 호출을 통해 헌터의 숫자를 늘리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많은 헌터가 정부가 아닌 길드나, 단체에 소속돼 용병 형식으로 고용된다.
그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적절한 협상이 가능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호출에도 응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일반적인 헌터들이 추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태욱과 동료들은 전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당연히 정부가 주는 지원금은 적게 측정될 것이고 배상도 늦어질 것이다.
괜히 자신 때문에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 찬성은 최대한 이들의 보급에 배려를 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힘을 쓰고 다녔던 것이다.
[김찬성]
레벨 : 20
직업 : 헌터 부대 작전부관.
힘 18, 민첩 19, 체력 20, 마력 0
스킬 : 식스센스(패시브)
태욱은 그의 상태를 살펴봤다.
자신이 몬스터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간파한 그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식스센스가 우릴 찾아낸 것인가?'
찬성의 스킬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몬스터를 탐지해 내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작전부관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려고 했지만, 제가 가진 힘이 없어서."
쑥스러워하며 이야기하는 그의 말과는 달리, 이미 많은 지원을 받았다.
보급으로 나오는 물품들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것.
그것도 가장 좋은 상태로 있는 물건들.
군대에 활동을 하다 보면, 보급품을 원하는 만큼 받기 힘들다.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을 받기도 했고, 거의 기능을 상실하기 직전의 상태의 물건도 많았다.
태욱과 동료들이 받은 물건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깨끗하고 번쩍번쩍 광이 날 정도로 빛이 나는 물건들이 그들의 막사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들로만 최우선으로 주시는데, 힘이 왜 없으십니까?"
"그래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찬성의 우물쭈물한 모습을 태욱이 끊어 냈다.
"아닙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욱은 제자리에 서서 그대로 굳은 찬성을 향해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저희도 대한민국에 소속돼 있는 헌터들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안전지대 구축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많은 시민을 구해 내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맡은 임무에 충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태욱의 음성에는 그를 믿는다는 신뢰가 담겨져 있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찬성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네고 막사 밖으로 향했다.
뒷모습을 향해 태욱은 조용하게 스킬을 읊었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너무나 매력적인 스킬을 눈앞에 두고 놓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