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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72화 (72/146)

# 7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24화

"내가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금강철인은 거절의 의사를 밝혔고 마지막으로 영리 또한 태욱에게 거절을 표했다.

"그냥 결정하시듯 혼자 쓰시면 될 것 같은데요?"

약간은 날이 선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 삐친 게 있나?'

태욱은 이들의 행동에 약간은 미심적음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동료들을 설득했다.

"누군가 한 명이 작성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그게 왜 나인 거야?"

"왜라니?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 오자고 한 사람이 누구였지?"

태욱에게 모두가 추궁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물론 알겠다고 한 사람은 나지만, 모두 써야 되는 거였잖아."

볼멘소리로 이야기하는 태욱이었지만, 다들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밖을 향했다.

"그러니까 최종 동의를 한 기사님이 쓰셔야죠."

마지막 믿고 있던 영리까지 저런 말을 던지며 밖으로 나갔다.

혀를 내밀며 한쪽 눈 밑을 아래로 내린 영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말괄량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태욱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고서 작성을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컴퓨터도 없이 자필로 써야 되는 거죠?"

"아무래도 허허벌판에 지휘소를 설치해서 컴퓨터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찬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는 태욱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왜 나만 써야 되는 거야."

태욱의 독백을 들은 찬성은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났다.

* * *

지휘부 내부.

가운에 놓여 있는 지도에는 검은 깃발과 흰 깃발 그리고 빨간 깃발이 이곳저곳에 꽂혀 있었다.

여러 색의 깃발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검은색은 몬스터.

흰색은 아직 생존자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곳.

마지막으로 붉은색은 희생을 감수해야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오늘은 붉은 깃발을 새로 세우지 않기를 바라지만, 매일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항상 구하는 곳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쪽은 도움을 주기 힘들었다.

당연한 처사였다.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한 만큼 모든 곳을 지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고 한쪽으로 자원을 보내면 다른 곳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발생하는 피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 이곳에 도착을 했을 때는 붉은 깃발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

지도를 보면 온통 붉은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지원과 더불어 헌터들의 움직임이 생겨날수록 붉은 깃발을 하나씩 뽑아낼 수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붉은색을 띤다고 할 수 없지만, 여전히 많은 깃발이 지도에 세워져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져야 할 이곳에 오늘은 약간은 환기된 분위기가 흘렀다.

"저, 저기 이건 뭐예요?"

칙칙한 남자들만 득실득실했던 이곳에 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리였다.

팀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어디 가서도 귀여움을 이곳저곳 뿜어내고 있었다.

"이, 이건 무전기입니다."

"무전기요? 조그맣게 생긴 거만 무전긴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것도 있어요?"

"네, 넵! 익숙하게 알고 계신 무전기가 있는 것 말고도 이렇게 생긴 것도 있습니다."

동그란 토끼 눈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영리의 모습에 빠졌는지, 누르면 튀어나오는 기계처럼 대답을 이어 나갔다.

'자동응답기 수준이네.'

태욱이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감상평이었다.

영리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해 나가는 군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 이곳에?'

그가 협조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이곳으로 직접 초대를 한 사람인 찬성에게 용무가 있을 뿐이었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

태욱은 이곳에 자신을 초대한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중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먼 훗날 작전사령관이라는 커다란 직함을 가진 김찬성이라는 사람.

처음 과거로 돌아온 것을 알아챘을 때, 기억 속에 남겨진 사람들을 정리했다.

그중에는 김찬성이라는 사람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임팩트가 큰 것도 아니었고, 그를 직접 만나 본 적도 없었다.

몬스터와 직접 맞닥뜨려 전투를 벌이는 그의 입장에서는 작전사령관이라는 직함을 지닌 그를 만날 기회 자체가 없었다.

군인으로 활동을 하는 찬성과 자유롭게 헌터 활동을 했던 태욱.

두 사람의 접점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회귀를 하고 나서도 중요 인물로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이번 기회로 알게 됐다.

'어떻게 이런 능력을 지닐 수 있지?'

-식스센스(Sixth sense).

인간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 아닌 제3의 감각.

기감으로 발달되는 이 감각으로 몬스터의 위치, 파워, 활동량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찬성은 헌터적 능력이 제로에 가깝게 수렴한다.

이 사실은 명확했다.

틀림없이 그의 육체적 능력으로는 군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서 그가 작전사령관이라는 커다란 직함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이 감각 때문이었다.

'그를 직접 보지 못했는데, 어쩐지. 높은 위치에 오른 이유는 따로 있었군.'

작전사령관.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효과를 얻게 만드는 것이 전술이고 작전이다.

그렇다면 그가 높은 위치에 오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몬스터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작은 피해를 입기는커녕, 항상 전투에서 승승장구를 하는데, 높은 위치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단순히 다른 인연을 만들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

어쩌면 또 다른 곳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악의 무리가 만들어지고 있을지 몰랐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태욱은 찬성으로부터 스킬을 복사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려고 했다.

"초월적......."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놨다.

바로 이곳의 지휘관인 대대장이었다.

"반갑습니다. 몬스터들 소굴에 살아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어깨를 움찔하며 놀랐지만, 태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의 말과는 달리, 속내는 무척이나 깜짝 놀랐다.

'뭐지? 언제 뒤쪽까지 다가온 거지?'

태욱은 스스로의 스킬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움직이곤 했다.

솔직히 자신의 스킬을 빼앗아 가는데, 누가 거부감이 없겠는가?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리듯 놀랐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게 일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떨리는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어색한 미소를 짓는 태욱을 향해 대대장은 다시 한 번 손을 뻗으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대대장 양충희입니다."

대대장의 손을 잡으며 자연스럽게 마주친 그의 눈동자는 왠지 태욱의 내부를 훑어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속내를 훤히 보고 있는 기분이군.'

분명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자신을 훑어보는 것은 아니었다.

따뜻한 느낌.

분명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좋든 싫든 모든 속마음을 보인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부끄러워 감추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에게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감정이었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

태욱은 맞잡은 두 손을 흔들면서 예민한 감정을 모두 털어 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 여러분을 모셔 온 이유가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가 대대장의 말에 집중을 했다.

"저희의 손이 부족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여러분을 이곳에 모이게 만들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직접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하는 대대장의 모습에 진중함이 담겨 있었다.

상명하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군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당연하게 아랫사람이 자신을 따르고 치켜세워 주는 것이 몸에 뱄을 것이다.

물론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사람이라면 대대장과 같은 모습을 보이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참 미련하다.

철저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몸에 밴 행동이 튀어나오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한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저희가 이번 출동을 통해 다른 한쪽의 방어선으로 몬스터 떼가 흘러 들어갔습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었다.

몬스터의 총량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 어느 한쪽에서 빠져나간 몬스터는 새로운 곳에 포함되기 마련이었다.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벌어질 현상이었다.

한쪽이 강하면 약한 쪽으로 몬스터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그럼, 저희 때문에 다른 곳이 피해를 입었습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몬스터의 수가 늘어났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에게 한 곳을 맡아 달라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일전과 같이 몬스터에게 포위되는 일이 없이 좌, 우, 후방에는 저희가 그대로 있습니다. 손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대대장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헌터라고 할지라도, 태욱과 함께 온 일행은 민간인이었다.

만약 이들이 거부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했다.

거절은 대비하고 있었다.

'만약 이들이 거절을 한다면?'

마음속으로 그려 놓은 커다란 파란 줄.

그리고 그 안에 그려져 있는 작은 빨간 줄.

그 경계면을 보고 있으면 헌터 한 명의 능력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저 혼자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태욱은 대대장인 양충희에게 말했다.

충희는 태욱의 말을 듣고 그의 동료들과 한 명씩 눈을 맞췄다.

은비.

영리.

금강철인.

한 명 한 명 충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쳤다.

충희의 눈에는 그만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적막만 흘렀다.

결국 나선 이는 태욱이었다.

"저 대장님."

"네, 말씀하세요."

"사실, 저라면 언제든지 도와 드리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태욱의 말에 대대장은 기쁜 듯이 달려와 그의 손을 맞잡으려고 했다.

"가. 감사......."

태욱은 뻗어 오는 손을 피하며 대대장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그건 저만 드릴 수 있는 대답입니다."

"네?"

충희는 어리둥절한 듯이 되물었다.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자기만 내릴 수 있는 답이라니?

리더의 명이면 팀은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항상 명령이면 복종하는 군대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충희의 생각이었다.

여러 의문이 들었을 때, 태욱의 입이 달싹였다.

"저라면 당연하게 도와 드린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동료들의 동의를 얻기 전에 제멋대로 선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시간을 내주시면 바로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태욱은 현명하게 이곳에서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럼, 옆 회의실을 내 드리겠습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대대장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방을 하나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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