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22화
바닥으로 떨어진 포이즌 비는 일순간에 제압됐다.
가까이 접근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헌터 부대 소속 헌터도 있었다.
출중한 헌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인원들은 개인 화기의 유효사거리인 200m 밖에서 사격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 찬성 역시 끼어 있었다.
'역시 헌터 능력을 키워야 돼.'
지금과 같이 많은 인원이 출동을 한다면 몬스터 처리는 가능했다.
하지만, 5분 대기조와 같이 10명 내외의 인원이 이곳에 도착해 처리를 하려고 했다면?
아마 모두가 사망을 했을 것이다.
적절한 지휘관의 대처가 10명의 인원을 모두 살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찬성은 더욱 간절함에 목이 말랐다.
'빨리 저들과 나란히 설 수 있어야 돼.'
찬성의 다짐은 더욱 깊어졌다.
Chapter 6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찬성.
하지만 찬성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뭔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 같았지만, 실상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과거에 비해 생존 능력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왕이면, 전투에 효과적인 능력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속으로 한숨을 내쉰 찬성은 다시 막사를 향해 나아갔다.
조그만 결과라도 얻었으니, 일단은 보고를 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었다.
똑똑똑.
문 앞에서 노크를 하니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와."
"충성. 하사 김찬성입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어?"
찬성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크게 쉬었다.
"대대장님 조언대로 해서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뭔가 꺼림칙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대대장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군."
찬성은 대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닙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래? 근데 왜 눈에 힘이 풀려 있는지 도통 모르겠군. 수고했어. 나가 봐."
"충성."
대대장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제대로 자각을 하지 못한 것인가?"
한눈에 그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은은하게 풍겨져 나오는 찬성의 아우라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대장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조언을 한다고 해서 그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느끼고 깨우쳐야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찬성은 밖으로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일단 보고는 했다."
어깨가 축 쳐져 있는 것이 여간 기운이 없는 듯 보였다.
"이대로 쳐져 있을 수는 없지."
양손을 들어 두 볼을 세게 내리쳤다.
짜악.
복도를 크게 울릴 정도로 세게 때린 탓인지 두 볼이 붉어졌다.
"쓰읍. 힘 조절이 안 됐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찬성은 복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확실하게 느꼈던 감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갑자기 느껴졌단 가슴의 통증.
그리고 몬스터에게 다가갈수록 더욱 강렬했던 기운.
'나는 몬스터와 가까울수록 일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하지만, 표본이 너무 작았다.
지금까지 몬스터를 상대했지만, 오늘과 같은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욱신거리는 기분이 드는 정도지만,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큰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기분 좋은 떨림?
딱 그 정도였다.
'일단 같은 상황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내야 해.'
찬성은 스스로 자원해 몬스터가 출몰했을 때 출동하는 초동 조치 인원에 자원했다.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 몬스터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듯, 몬스터에 관련됐다면 몬스터와 같이 지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찬성은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확인해 나가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최소한 그가 군인이 돼서 지금보다 열심히 노력한 것은 없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미 다른 헌터들보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자, 자는 시간도 줄이고, 누구보다 몬스터 곁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했다.
어느 순간 자신에게 느껴지는 기운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종류, 숫자에 따라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나는 어떤 헌터가 되는 거지?'
찬성에게 있어서 헌터는 항상 몬스터를 사냥하는v데 가장 앞장서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몬스터 앞에서 압도적인 무위를 벌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찬성이 다짐을 하는 순간 사이렌이 울렸다.
-긴급 출동! 긴급 출동! 현재 막사 밖 5km 내에 몬스터 출현! 5분 대기조는 출동하라.
언제 출동 명령이 떨어져도 신속하게 초동 조치를 할 수 있게 구축돼 있는 대원들은 막사 앞으로 모였다.
차량 한 대와 함께, 준비된 전투 물자를 차량에 적재함과 동시에 모두 빠르게 차량에 올라탔다.
"그럼 출동한다, 모두 경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네!"
찬성의 명에 일사분란하게 병사들이 대답했다.
'느낌이 뭔가 안 좋은데.'
정확하게 어떤 몬스터가 출몰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고 장소에 도착을 할 때쯤이면, 어느 몬스터가 출현했는지 무전이 온다.
위험한 몬스터라면 거리를 두고 경계를 취하는 것으로 상황을 진정시키지만, 그렇지 않고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면 초동 조치 인원이 모든 것을 처리해야 했다.
[치익, 주둔지 밖 5km에 출현한 몬스터는 코볼트 5마리로 판명, 초동 조치 인원이 마무리하고 주둔지로 복귀하라.]
딸칵.
"221."
찬성은 무전기를 누른 채로 숫자를 불렀다.
서로 간의 짜여진 무전기 신호로 명령을 알아듣고 수행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주어진 정보만 활용한다면 무척이나 간단한 임무였다.
하지만, 찬성의 가슴속에서 보내는 신호는 몬스터 출현지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뭔가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출발할 때부터 선명하게 그려진 감정은 저 멀리 코볼트를 발견해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뭐지? 뭐가 이렇게 섬뜩한 기분이 드는 거지?'
사주경계를 느슨하게 하지 않고, 일단 제자리에 멈춰 주위를 꼼꼼하게 살폈다.
그러자, 찬성의 앞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차.'
코볼트는 상당히 영특한 몬스터였다.
그렇다고 다른 몬스터를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보통은 다른 몬스터의 보조를 맡곤 한다.
이 말을 곱씹어 생각하면, 코볼트가 인간을 이용해 함정을 파 놓은 것이다.
"산개하라!"
재빠르게 뿔뿔이 흩어지도록 명령을 내린 찬성은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연신 눈알을 굴렸다.
'이게 그 이상한 느낌이었나?'
지금까지 간단한 몬스터 출동에서 느꼈던 떨림과는 다른 섬뜩한 기운.
찬성은 스스로의 능력을 조금씩 일깨우고 있었다.
딸칵.
"300, 지원 바람. 헉헉...... 초동...... 헉헉...... 조치 부대...... 오우거...... 와, 헉헉....... 충돌 지원 바람."
[치익, 재송 바람.]
바삐 뛰는 와중에 무전기를 통해 본진과 송신을 했지만, 띄엄띄엄 이야기하는 찬성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다시 전송을 바라는 것인지, 다시 전송을 외치는 무전기였다.
"현재, 초동 조치 부대...... 헉헉. 접견지 내...... 헉헉. 오우거 출몰 지원 바람!"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찬성을 소리를 내질렀다.
[치익, 치익 재송 바람.]
다시 한 번 무전기에서 재송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찬성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야 이 새끼들아! 오우거 출몰이라고!"
분노를 표출하는 찬성은 숨을 고르지 않고 단번에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전파가 안 좋거나, 중간의 찬성의 호흡이 끊기는 것이 듣는 데 방해가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찬성에게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앞에는 몬스터가 있고, 자신과 출동한 대원 10명의 목숨이 자신에게 달려 있는데 모든 상황을 파악하면서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욕설이 뒤섞인 말의 의미를 파악했는지, 무전기에서는 찬성이 원하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치익. 지원 대대 구축 후 지원하겠다. 현 위치를 고수하라.]
현 위치를 고수하라는 개 같은 메시지 말고 그 앞에 전달된 메시지.
지원 대대 구축.
후발대 지원.
원하는 바는 들었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우거는 여전히 있었고, 지금 산개돼 있는 대원들을 모아 처치하기에는 가진 화력이 부족했다.
일단은 뒤에서 쫒아오는 오우거를 떨어뜨리고 난 뒤 1차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급작스런 적의 폭격이나, 원하지 않게 떨어진 동료들이 한 곳에 모여 다시 전투준비를 하거나, 명령을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하지?'
명확한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적어도 더 많은 오우거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오우거 한 마리에 코볼드 5마리인가?'
찬성은 주변 지형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1년에 4번 이상 주변의 지형을 살피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훈련은 정해진 시나리오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지, 돌발 상황에 확실하게 대처하기는 힘들었다.
'남은 건 하나뿐이지.'
찬성은 어깨에 메어 있는 무전기를 눌렀다.
"5대기 사격 준비."
자신이 오우거를 꽁무니에 매달고 열심히 도망을 치고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초동 조치 인원들은 정해진 곳으로 모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만약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뜀박질로만 오우거를 따돌릴 수는 없는 것이고 일단은 몬스터를 떼어 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치익, 사격 준비 완료.]
무전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찬성은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헉헉."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연신 비명을 내질러 대는 것 같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뒤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오우거를 보자 멈춰 있던 다리도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이윽고 저 멀리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만 넘으면."
봉긋하게 솟아 있는 낮은 언덕을 넘어가는 순간 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X발, 대가리에 갈겨 버려!"
찬성은 스스로가 미끼가 돼 오우거를 끌어들였고, 단번에 오우거에게 사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으로 오우거를 사살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가는 것이지만, 찬성은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일단 추격을 멈추고 재정비.'
뒤를 쫓는 오우거가 깜짝 놀라, 한 템포 쉬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