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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69화 (69/146)

# 6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21화

"휴우."

찬성은 깊은 숨을 내뱉었다.

만약 2번 이상 더 몬스터와 충돌을 했다면?

남아 있는 총알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헌터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헌터 부대에 편성이 됐고, 나름의 군 생활을 통해 경험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대원들의 화력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탓에 찬성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는 건가?'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며 연속되는 행동을 하는 그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은 찬성은 자신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찬성은 몬스터들과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진짜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에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헌터 능력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군인으로서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항상 훈련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공부를 했다.

지금의 찬성을 만든 성실함이었다.

하지만, 성실함이라는 함정 아래 그는 헌터적 능력을 전혀 기르지 못했다.

아니 헌터의 능력을 신경 쓰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훈련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노력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동료들 간의 유대감.

화기에 대한 숙련도.

모의 전투를 통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때마다 군인으로서의 부족함을 찾았다.

잘못된 것은 아니었으나, 한계를 명확하게 느낀 찬성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했다.

'헌터로서의 능력을 기르자.'

신체적인 능력은 헌터의 모습을 갖췄지만. 헌터로서의 자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쉽게 사용하지 못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서 생각할 때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자리에서 멈춰 서 있을 생각은 없었다.

똑똑똑.

찬성이 지금 서 있는 곳은 바로 대대장실 문 앞.

헌터로서 자질도 뛰어나고 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들어와."

문 안쪽에서 낮은 중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충성, 하사 김찬성입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대대장님, 여쭤 볼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대대장은 찬성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 했다.

군인으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질문이 있다고 찾아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번 출동에서 몬스터를 만났습니다."

대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보고받아서 잘 알고 있다."

"몬스터를 직접 맞닥뜨렸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무슨 소린가? 별다른 피해도 없었고, 몬스터도 무사히 처리했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것인가?"

대대장의 눈초리가 깊어졌다.

'드디어 헌터로서 자각을 하는 것인가?'

찬성의 말을 듣고 대대장은 속으로 내심 기뻐했다.

그가 군대라는 꽉 막힌 공간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습니다."

"돌발 상황?"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몬스터가 뛰어들었고, 개인 화기를 통해 가까스로 막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잘 대처한 것 아닌가?"

"물론 결과적으로는 잘 대처한 것이 됐지만, 정작 헌터 소질이 있다고 이곳으로 착출돼 온 제가 헌터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흐음, 그렇군."

대대장은 어렵다는 듯이 턱을 매만졌다.

"헌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준비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직접 여쭈러 왔습니다."

찬성의 모습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헌터로서의 모습이라. 쉽지 않을 텐데."

"이미 각오는 했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대대장은 미소를 흘렸다.

"그렇다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데."

"어떤 준비라도 끝마치고 오겠습니다."

찬성과 대대장은 몇초 간 눈을 계속해서 마주쳤다.

"흐음, 후우."

깊게 들이마신 숨이 끝까지 내뱉어지자, 대대장은 제자리에서 무엇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쓰윽 쓰윽.

하얀 종이에 검은 글자가 꽤나 길게 이어졌다.

"이걸 들고 인사과에 찾아가 보도록."

"네, 알겠습니다."

찬성은 종이의 내용은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대대장실 밖으로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대대장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버텨 내기만 한다면 한 명 몫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찬성은 자신이 한 짓이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후회를 할 것이라고 예상조차 하지 못한 채 인사과로 바삐 제 발걸음을 옮겼다.

* * *

헌터로서 제 몫을 다하겠다고 나선 훈련은 고행 길의 연속이었다.

'X, X발. 내가 이걸 왜 하겠다고.'

작심 3일이라고 했던가?

아니, 작심 하루를 채 마치지 못했다.

하루의 훈련이 시작되면 다신 하기 싫다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튀어 올라온다.

그것도 잠시,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다시 한 번 다짐한다.

'헌터의 능력이 필요해.'

매일 아침과 저녁의 생각이 달랐지만, 찬성은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된 일상을 보냈다.

헌터의 훈련은 지금까지 군인으로서 한 훈련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 체력 훈련을 하고, 전술이 부족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노력했다.

명확한 해결책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에 쉼 없이 노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전혀 달랐다.

사방이 하얗게 칠해진 공간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심한다.

몸속에 내재돼 있는 힘이 어떤 방향으로 발휘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헌터적 소질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힘이 몸 안에 내재돼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어쩌면, 평생 시간을 보내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헌터의 자질이 발견되면 성장을 끝마치기 전에 특성을 발화하는 것이다.

익숙함에 속아 특별함을 몸속에서 꺼내 올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일반인과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 건강하다 정도?

두 눈을 감고 아무리 주변에서 특별한 기운을 느끼려 해도 전혀 발전이 없었다.

"에휴, 이걸 얼마나 해야 되는 거야?"

그의 한숨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바로 그때, 뭔가 찌릿하고 뇌리를 울리는 것이 있었다.

'뭐지? 이 기분은?'

진중한 자세로 다시 한 번 그 기세를 느껴 보려고 했다.

두근, 두근.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헌터들만이 느낀다는 것인가?'

정확하게는 찬성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헌터 부대 내부에 있는 훈련장에서 쉼 없이 노력을 해 왔다.

그렇기에 더욱 늦게 발현이 된 것이다.

찬성의 능력은 바로 몬스터의 위치와 힘을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레이더형 헌터.

많은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이더형 헌터와 같이 토벌을 나선다면 생존률은 상당히 상승한다.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느껴지는 힘과 크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주변에 몬스터가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는 헌터 부대.

이곳에서 폐관 수련과 같이 훈련장에 틀어박혀 특별한 기운을 느끼려고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사실을 모른 찬성은 기뻐 날뛰기 시작했다.

"드, 드디어 내가 느끼기 시작했다고!"

그의 외침과 동시에 비상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치익. 5분 대기조 출동. 5분 대기조 출동.

훈련 상황이라고 한다면 앞에 훈련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다시 한 번 들어도 그런 소리는 전혀 없었다.

-우우웅. 치익. 5분 대기조 출동. 5분 대기조 출동.

"설마?"

긴급하게 출동 인원을 부르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얼마 전 찬성이 외부로 몬스터 처치에 출동을 나갔을 때와 같은 방송이었다.

-현재 부대 인근 북쪽에 몬스터가 출몰. 5분 대기조는 신속하게 출동하기 바람.

찬성은 재빨리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5분 대기조에 편성은 돼 있지 않았지만, 후발대로 얼마든지 출동을 할 수 있기에 만발의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느낀 것을 잊으면 안 돼.'

얼마 만에 찾아온 감각인데! 쉽게 잊어버릴 수 없었다.

감각을 유지하며 후발대로 편성돼 현장으로 이동할수록 더욱 예민해져 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평소라면 그저 긴장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감각이 새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출동 지대로 가면 갈수록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와 심장을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다.

'일단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함부로 뛰어들지 않고, 훈련한 대로만 움직이면 돼.'

찬성이 헌터의 감각을 느꼈다고 해서 완전한 헌터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본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피해를 줄이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저 멀리 몬스터 무리가 눈에 들어오자 자신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날카로운 칼날이 강하게 심장을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부대원 제자리에!"

"뭐하고 있는 거야! 자리 지키라고!"

이곳저곳에서 지휘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간단한 몬스터 출동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포이즌 비(Poison Bee).

만약 지상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면 위험 순위가 상당히 내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계 명령이 내려졌다.

추격이 힘들고, 단숨에 화망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제압하기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군 사격 준비!"

"사격 준비!"

복명복창이 절로 흘러나왔다.

가슴이 저릿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찬성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포이즌 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전군 사격!"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탕.

일순간에 화력을 집중해 공중에서 총알로 만든 그물을 만들었다.

타격을 받으면서 추락을 하는 포이즌 비가 있었지만, 교묘하게 비행하며 단번에 화망을 피해 가는 포이즌 비가 더 많았다.

"전기 그물 준비!"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커다란 바주카 모양으로 돼 있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쉽게 사용을 하지 않는 화기였다.

대체적으로 1회용으로밖에 사용이 불가능한 무기였지만, 두 눈을 뜨고 몬스터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결심이 든 지휘관이었다.

'그래, 이렇게 해야지.'

찬성도 지휘관의 판단에 동의했다.

결국 시민들의 안전이 소비되는 국방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될 테지만 몬스터를 놓쳤을 때 받아야 되는 엄청난 탄압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격 준비!"

"사격 준비!"

커다란 바주카를 어깨에 지고 일사분란하게 표적을 노렸다.

"일제히 사격!"

펑!

퍼퍼퍼퍼펑!

첫발의 신호탄을 시작으로 10발 이상의 전기 그물이 하늘을 수놓았다.

치지지직.

지직.

하늘에 펼쳐진 그물에서 강력한 전기를 내뿜으며 포이즌 비의 감전을 유도했다.

단순 총알로 만들어진 화망보다 확실한 전기 그물이었기 때문에 몬스터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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