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8화
지금까지, 아무리 많은 군인을 보내 봐도 적절한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기는커녕, 근처에서 전멸을 하지 않도록 다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전부였다.
"홍대 쪽에는 이미 생존자를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홍대를 점령하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지금의 말을 던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생존자가 없다고 어떻게 단정을 지을 수 있나요?"
"일단 신촌을 확인한 결과, 생존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점을 주축으로 해서 평가를 내렸습니다. 적어도 2배 이상의 몬스터가 모여 있는 홍대야말로 생존자를 확인할 수 있는 가망성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그 이야기를 듣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다시 한 번 대통령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은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현재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으나, 절대적일 수 없습니다."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인원이 부족하면 더 투입을 하면 되고, 헌터들의 힘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네, 마, 맞는 말씀이십니다."
장관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통령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럼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홍대 구호소 설치 가능합니까?"
대통령은 자신이 명령을 내리는 주체인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명령에 의한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등 떠밀려 대답을 하는 장관이겠지만, 스스로가 직접 이야기한 것이니, 어떻게는 방법을 도색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지원이든 국가적인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하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최대한 빠르게 구호소가 설치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관으로부터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자, 대통령은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그래요, 잘 부탁하겠습니다. 당신의 손에 국민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자주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 대통령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자리를 이탈했다.
* * *
"후아, 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겠네."
하늘을 보고 깊은 숨을 내쉬는 금강철인.
그는 지금까지 쉼 없이 움직였다.
전투의 전면에서는 많은 오크가 들이닥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는 오크의 사체를 정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쓰고 있었다.
"일단, 휴식을 취하지 그래?"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해야 되는 일인데."
주변에서 말리더라도 그의 행동을 억지로 제약할 수는 없었다.
지속적인 관리 탓에, 동료들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금강철인은 그 지옥 같은 상황을 해결이 되자마자 깊은 숨을 내뱉은 것이다.
"그러게. 쉴 때 쉬고 같이 움직였으면 더 빨랐잖아."
툴툴거리며 말을 내뱉는 은비였다.
처음에는 은비와 금강철인이 가장 멀게 느껴지곤 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애증의 관계.
괜히 옆에 있으면 장난치고 싶고 시비를 걸고 싶지만, 누구보다 상대를 신경 쓰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었다.
영리의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애증의 관계가 시작됐고, 이제는 가운데 영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펼쳐져 나왔다.
"이미 지나간 걸 지금 말하면 어쩌자는 건데? 이미 끝났잖아."
"그건 그렇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쌍둥이 자매가 은비에게 물었다.
"근데, 두 사람은 애인 사이인가요?"
"그런데,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죠?"
동시 다발적으로 튀어나온 질문의 요지는 하나였다.
연인 사이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니!"
"절대!"
마치 타이밍이라도 맞춘 듯이 입을 맞춘 금강철인과 은비였다.
쌍둥이 자매는 옆에서 두 사람을 지켜본 것으로만 판단했다.
서로가 배려를 하면서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연인 사이를 추측하게 만든 것이다.
생각보다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친한 듯, 서로 친하지 않은 어정쩡한 관계가 돼 있는 상황에서 태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제대로 된 통성명도 하지 못했는데, 전 태욱입니다."
전투를 하면서 교대를 자주 하긴 했다.
그러니, 얼굴이 익숙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렇다고 관계 시작에 앞서 모든 것을 건너뛸 수는 없는 것이었다.
"반갑습니다. 서로 교대를 했지만, 이렇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처음이네요. 서주원입니다."
창공의 빛의 리더가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사적인 대화는 하지 않고 오직 전투에 관한 대화를 하던 서주원이었지만, 먼저 자신을 공개하고 다가오는 상대에게 굳이 툴툴거리며 대화를 하는 상대를 거부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긍정적인 리액션을, 부정적인 이들은 그만한 리액션이 필요한 것이었다.
굳이 스스로를 공개하지 않는 서주원의 모습에 태욱은 하나씩 자신을 오픈해 나갔다.
"저는 여기 4명의 리더 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성 중공업 이사라는 부끄러운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성 중공업이요?"
흐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서주원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그만큼 태욱의 말에 크게 놀랐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시는 거죠?"
태욱의 물음에 자신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서주원은 재빨리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회사 이름을 듣고 너무 깜짝 놀라서 미처 예의를 갖추지 못했군요. 저는 여기 있는 쌍둥이들이랑 같이 활동을 하고 있는 헌터입니다. 어디 소속돼 있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한성이라는 이름을 듣고 놀라셨나요?"
"아, 그게 말씀드리자면......."
서주원의 설명은 장황하게 이어졌다.
헌터들에게 많은 배신을 당한 이후, 처음에는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쌍둥이를 만나고 지금은 헌터들과 최대한 접촉을 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한성이라는 곳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위해 움직였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건 누구나......."
태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려는 찰나, 그의 말을 끊고 주원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쉽게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직 정부의 행동도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자신의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이 있지 않습니다."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주원의 모습에 태욱은 깜짝 놀랐다.
'저런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어수룩한 미소를 지으며 순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였지만, 확신을 하고 있는 자신의 신념을 깨뜨리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본성이 저런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
태욱은 그가 본래 이러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억지로 강한 티를 내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좋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한성이 그런 선택을 해 줘서 저희도 이렇게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맞아. 맞아."
"그렇지. 우리가 나온 이유지."
쌍둥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덧붙였다.
창공의 빛팀과 태욱 일행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저 멀리 지평선 밖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Chapter 5
"준비 완료됐습니다."
왼쪽 가슴에 V 자 형태의 선이 2개가 그어져 있는 한 남성이 차렷 자세를 하고 보고를 했다.
대한민국 육군 중사인 김찬성이었다.
"그래? 그럼 출발하지."
밝은 표정이 아닌 지휘관이 찬성에게 이동 명령을 내렸다.
"치익, 치익, 전군 이동한다."
곁에서 봐도 등 떠밀려 나왔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최대한 이동 시간을 늦췄다.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몬스터에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부대원은 5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한 이동이었다.
찬성은 이번 토벌에 착출돼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지원한 탓에 가장 선봉에 나섰다.
그가 가지고 있는 애국심이 그를 앞장세운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일도 없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찬성의 꿈이었다.
그의 꿈이 부서지는 일은 청소년기, 가장 많은 신념의 변화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그의 집이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두 눈으로 직접 무너지는 집을 확인한 찬성이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부모님이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됐다.
물론 그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을 구해 낼 힘도, 몬스터를 처치할 수 힘도 없었다.
오직, 그 자리에서 앉아 눈물을 훔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어린 소년이었던 찬성은 토벌을 위해 배치된 군인의 가정으로 입양됐다.
법적으로 성인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를 매칭시킨 것이었다.
처음 그가 양자로 들어간 집에 발을 들였을 때, 아무도 그를 비판하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그냥, 찬성에게 필요한 것은 제 몸 뉘어서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찬성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지, 가정에서는 방을 따로 내어 주고, 찬성이 직접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아무런 압박도 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기다렸다.
찬성이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주.
처음 문을 굳게 닫고 들어갔을 때 곁에서 한 행동이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똑똑똑."
3번의 노크 소리와 함께, 문 앞에 놓여져 있는 식사.
매일매일 반복됐다.
음식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어도 하루에 세 끼 정해진 시간에 3번의 노크 소리와 함께 음식은 놓여져 있었다.
처음 음식이 사라지기까지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 음식을 놔두던 자리에 그대로 있던 음식물들이, 깨끗하게 비워져서 다시 밖으로 나와 있어도 아무도 큰 환호성을 내뱉지 않았다.
그냥, 당연이 있어야 할 일이고 자연스럽기에 새삼스럽게 어떤 반응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2주라는 시간 동안 차분하게 마음을 갈무리한 이후 밖으로 나온 찬성은 밝은 아이가 됐다.
다시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아이가 됐다.
"아, 오늘도 엄마 잔소리 때문에 죽겠어."
"왜 그러는데?"
찬성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친구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 내뱉는 말이었다.
"오늘도 엄마가 공부 안 한다고 난리잖아, 공부 좀 안 하면 어때?"
그렇다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신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야기를 한 것이었지만, 찬성에게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