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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65화 (65/146)

# 6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7화

그녀는 자신이 가진 공격을 한 번에 쏟아 내는 데 익숙했다.

상대가 막아 낼 수 있는 한계를 무시하고 강력한 공격을 쏟아붇는 것이 그녀의 주된 전투였다.

자신의 공격력을 조절하며 지속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욱의 말에 볼멘소리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 잘하고 있잖아."

물론 뒤에 곁들이는 칭찬을 아끼지 않은 탓인지, 은비의 전투 지속력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다.

"언니, 조심해요."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는 바로 영리가 한다.

자신이 부리고 있는 소환수들이 전투의 종합적인 균형감을 잡아 준다.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장 없어도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금방 고장이 나거나, 내구도를 순식간에 깎아 버리기 때문이었다.

균형을 조율하면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이들에게 정해진 임무였다.

태욱은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직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오지 않아서 신분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악의를 가지고 접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태욱이 먼저 헌터들을 발견했고, 그들을 예의주시했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금 원하는 것이 따로 있지는 않은가를 살폈다.

걱정 어린 생각에 일부로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확인을 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이동을 해 오고 있었다.

이윽고 적당한 거리로 다가왔을 때, 태욱은 그들이 누군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아마, 창공의 빛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태욱과 인연이 있던 인물은 아니었다.

한때,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현실을 밝게 만들어 줬던 인물이었다.

3명으로 구성돼 있는 이들의 등장에 태욱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저들과의 인연이라면 반기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태욱이 의문이 가는 것이 있었다.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로 영웅으로 칭송받던 이들의 최후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들이 있었다는 것도 지금 얼굴을 보고 기억날 정도로 까마득하게 지워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어."

"뭘 알아본다는 거야?"

태욱이 내뱉은 혼잣말이 동료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뭐를 알아봐야 되는데요?"

"그, 그게......."

난감해진 태욱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저기, 저기 조심."

차분하게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자, 저 멀리에서 조금씩 다가온 헌터들이 태욱 일행과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괜찮아요?"

"괜찮나요?"

동그란 눈.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미인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이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물었다.

두 명은 거의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닮았다.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은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구분을 할 수 있는 것은 각자가 풍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

서로 상반된 분위기가 두 사람을 가까스로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따라 하려고 마음먹고 행동한다면 구분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태욱이 먼저 선을 긋는 말을 내뱉었다.

얼씨구나 좋다 하고 도움을 반기는 이들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녀석들이 하는 행동이라고는 바로 물속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이야기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일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태욱의 단호한 모습에 다가온 헌터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아직까지 괜찮다는 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네요. 저희는 저기 언덕 너머에서 왔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언덕 너머에도 아직도 줄줄이 오크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태욱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들의 모습에는 현상 유지가 가능한 정도의 전투력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많은 오크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절로 난감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은 기본이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진두지휘하는 리더에게는 당연하지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아야 되는 적당 수준이 필요한 것이다.

태욱의 완벽한 연기에 속아 넘어갔는지, 헌터들이 재차 손을 뻗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오크들을 다 처리할 때까지, 전투를 벌여야 될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여쭤 보죠, 도와 드릴까요?"

창공의 빛의 질문에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면 새카맣게 변해 버린 지표면이 얼마나 많은 오크가 모여 있는지를 알려 주고 있었다.

"이제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끊임없이 오크를 처치하고 있던 창공의 빛과 태욱 일행은 오크들의 숫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곁에는 벌써 오크 사채로 지어진 탑이 1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오크 사채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전투가 힘겨워질 때면 자리를 이동했다.

새롭게 사채를 쌓고 후방을 막아 낼 수 있는 위치를 잡으면 한동안 전투를 벌이기를 반복했다.

하늘 높게 솟아난 10개의 탑이 얼마나 많은 오크를 처치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벌이는 동안 두 팀은 꽤나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낀 사람은 바로 영리였다.

친절하게 대하는 창공의 빛팀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항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던 헌터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태욱도 뭔가 본인을 위해 움직이면서 생겨난 부수익을 자신이 얻어먹는 기분이 들어서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창공의 빛팀은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것을 기본 모토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교대 시간입니다."

두 팀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일정 시간 동안 전투를 벌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짧은 시간 동안 재빠르게 교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입구를 지키는 일을 행해 왔던 것이다.

서로가 쉬는 동안 상대방의 모습을 관찰한다.

본래 경계심이 강했기 때문에 창공의 빛팀은 태욱 일행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저기, 저 사람이 주축인 것 같은데?"

"저, 사람이 주축이지?"

동시에 이야기하는 쌍둥이 자매였다.

"응, 나도 그런 것 같은데."

약 3번의 교대 시간 동안 꾸준하게 각자 맡은 사람을 살폈다.

단번에 모두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3번이라는 교대 시간이 많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 수 있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행동에 약간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하는 것은 비슷했다.

다만 창공의 빛팀은 커다란 목표를 지시할 것뿐, 세세한 행동반경까지 선택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태욱 일행은 그것과 정반대였다.

세세한 것까지 모두 태욱의 지시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으니,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뭔가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분명 각자 행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 마치 곁에 좋은 매니저를 두고 있는 것 같아."

동료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고 움직이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명령어를 받아들일 때, 순차적으로 어떤 것부터 해야 된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과연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자매는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도 눈은 계속해서 태욱을 쫓아가고 있었다.

약간의 이질감과 호기심이 만들어 낸 행동이었다.

"나도 저렇게 해 줄까?"

두 사람의 행동에 자극받았는지, 창공의 빛 리더가 쌍둥이 자매에게 물었다.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맞춰서 흔드는 자매였다.

긍정적인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단번에 거절하는 자매의 행동에 머쓱한 듯 창공의 빛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원하면 그렇게 한다는 거지, 하고 싶다는 건 아니야."

혹시나 오해를 할까 봐, 진작에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의견을 던졌다.

"하하하."

"호호호."

자매는 그의 행동이 재미가 있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인데, 진짜, 내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쉬는 시간 틈틈이 대화를 엿듣는 것은 창공의 빛팀만은 아니었다.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어."

"응, 맞아요. 어쩔 땐, 저희보다 더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쌍둥이들은 다 저런가?"

서로가 대화도 주고받지 않은 상태로 완벽하게 합을 이루는 전투 방법을 보고 깜짝 놀란 은비와 영리였다.

아무리 손속을 맞춘다고 해도 서로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기합이라든지, 일정 패턴이라든지, 익숙한 환경 속에서 나오는 것 말고 돌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태욱 일행은 그런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오롯이 태욱으로부터 이뤄진다.

모든 것은 태욱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누구 하나 망설이는 이는 없었다.

잠시의 망설임이 동료의 안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도 않고, 거부 반응도 없는 것이다.

커다란 범선을 운영하면서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는 전혀 따라 할 수 없겠어."

"내가 잘하는 걸 해야지, 멋있어 보이는 것을 하는 게 아닌 거지."

금강철인은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저들이 우리를 따라 한다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이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신체적 능력으로만 따지면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숙련도가 전혀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를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과 상황마다 기지로 만들어 가는 사람.

두 사람의 패턴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에 다른 옷을 입었을 때, 능숙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 * *

헌터들의 작은 움직임을 시작으로 정부도 조금씩 자신의 업무를 되찾기 시작했다.

"구로구 근처 제3 대피대 구축은 어떻게 됐습니까?"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금방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전역에 대피대 구축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안전지대 설정이 다시 이뤄졌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시작이 늦었을 뿐이었다.

재빠르게 완성돼 가는 정부의 지침이 더 많은 시민으로 하여금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안전지대가 빠르게 형성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구축되지 않은 곳이 어디입니까?"

"일단은 지방 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헌터들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서울 쪽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럼, 홍대 쪽이 모두 해결됐다는 건가요?"

"아....... 그게......."

자신 있게 말을 내뱉던 장관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는지, 입술을 굳게 닫았다.

사실 서울 전역에 동시 다발적으로 구호소가 설치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처리가 됐기 때문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던 동대문, 종로, 잠실, 강남, 신림과 같은 주요 요충지는 벌써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단 한 군데 놓치고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그곳은 홍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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