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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64화 (64/146)

# 64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6화

"이러면 안 되는데."

타탕.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간판을 발로 냅다 후려쳤다.

간판에는 '신촌 오거리.'

한때는 핫 플레이스였던 커다란 교차로였다.

많은 대학생은 기본이고 쇼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도 있었고,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쓸쓸한 바람이 바닥을 타고 흐를 뿐, 아무런 온기조차 느끼기 힘들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건대 입구, 즉 한강을 아래 둔 강북 지역의 제일 오른쪽부터 천천히 이동했다.

신촌이라는 곳으로 올 때까지 많은 몬스터를 처치했고, 사람들도 만났지만, 이제 더 이상 생존 인원은 없는 듯했다.

"그래도 홍대에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희망을 잃고 포기할 거였다면, 며칠째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데도 꾸준하게 서쪽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혹시나 모르는 생존자를 위해, 그들이 살아서 신호를 만약 보내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된다고 주체는 생각했다.

"홍대, 일단 다음 목표만 생각하자. 그다음은 거기 가서 판단하는 걸로."

리더 격의 남자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단번에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러 왔다.

"으윽."

사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몬스터들이 사람을 습격한 것이다.

"오빠, 저 저기 봐 봐."

후각이 마비될 것 같은 가운데도 눈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몬스터가 어떤 물체를 덮치려고 하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다.

"사람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남자의 말에 맞춰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했다.

"몬스터는 처치해야 된다."

"몬스터는 처리해야 제 맛."

쌍둥이와 같은 두 명이 서로 입을 맞춰 말을 내뱉는 것 같았다.

* * *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오크들을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왜 이렇게들 힘이 빠진 거야?"

"힘이 빠지긴 누가 빠져, 잠깐 앉아서 쉬는 거지."

단번에 쉬지 않고 수백 마리의 오크의 목을 썰어 버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깨끗하게 씻어 낸 목을 쳐 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회피도 하고 때때로는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해 오는 녀석들이었다.

아무리 무기를 던져 버리고 맨손으로 달려든다고 할지라도 쉬이 상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안 보채도 일어날 거였어."

금강철인이 닦달하는 은비를 상대로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근데 잠깐 쉬어도 되지 않아요?"

영리는 은비가 급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주변에는 몬스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사람의 흔적은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한시가 급한 것처럼 보이는 은비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기에 바로바로 물어본 것이다.

"그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거지."

은비의 말에는 쓸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잠깐이라도 쉬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언니, 우리는 한계가 있어요."

영리는 그런 은비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따뜻하게 껴안았다.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게 있었다.

아무리 강하게 채찍질한다고 하더라도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열 손이 하는 것을 다 따라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노력한다면 적어도 두 손이 하는......, 아니 세 손이 하는 정도까지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쓸쓸함이 담겨 있는 그녀의 독백에 영리는 더욱 마음을 담아 그녀를 세게 안았다.

"언니, 그렇게 혼자 부담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요."

은비가 이렇게 안달 난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 * *

홍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세 명의 헌터는 자신들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저게 가능한 거야?"

"진짜, 믿을 수가 없어."

그들의 눈에 비춰지고 있는 광경은 다름 아닌 오크들의 대이동이었다.

수많은 오크들이 한 방향을 향해 모두 뛰어가고 있었고, 그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흥분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오크들끼리 전쟁이라도 하는 건가?"

오크들은 꽤나 영악한 몬스터였다.

불필요한 힘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정 짓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이러한 행동은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녀석들이 뭘 위해 움직이는 걸까?"

오크들의 의중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헌터들은 은밀하게 그들의 움직임을 뒤쫓았다.

"이렇게 쫓아가다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있을 거야."

일단은 판단을 뒤로 미뤘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오크들은 인간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헌터들은 사람을 구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뛰어들었을 것이다.

은밀한 추적을 해 본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됐다.

"저 사람들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흐릿한 형상이 인간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었다.

"사람이야?"

"진짜 사람이야?"

쌍둥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이었다.

"사람인 것 같기는 한데."

너무나 먼 거리인 탓에 실루엣만으로 사람인지, 인간형 몬스터인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크들의 방향이 오직 한 곳으로 이뤄졌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저기, 높게 쌓여 있는 커다란 무덤은 뭐지?"

"어떤 거 이야기하는 거야?"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는 쌍둥이 동생의 손끝에 이어진 것은 커다란 봉분이었다.

"무기 같은데?"

듬성듬성 삐져나와 있는 무기를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데, 무기가 저렇게 많아?"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뭘 해야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일단 저 사람들을 구하면 알게 되겠지?"

쌍둥이 형제와 한 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헌터팀이 차분하게 사람들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움직이려고 했다.

자잘한 부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단번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헌터들인가?"

그들의 움직임은 정돈돼 있었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손길에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전문적으로 몬스터를 처치하고 다니는 헌터들에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합류해도 괜찮을까?"

헌터라는 평가가 내려지니 접근하는 데 망설임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마 괜찮지 않을까?"

"헌터들이 이상한 행동은 하지 않을까?"

지금 3명의 헌터가 같이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헌터들에게 생긴 불신.

그것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과연 헌터들을 믿을 수 있을까?"

주변과의 관계가 만들어 낸 딜레마였다.

누구보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 앞장을 선 녀석들이었지만, 실상 헌터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혼동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글쎄, 아직 저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지금 판단하는 건 힘들 것 같은데."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 만약 저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면?"

동료들 간에 일정 시간 동안 침묵이 흘렀다.

"......."

"......."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접근한 헌터들도, 우락부락한 체구를 가진 헌터들도, 겉모습과는 다른 행동들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상황만 보고 생각하자."

"그래, 알았어."

냉철하게 지금의 상황을 판단했다.

지금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저들은 분명 도움이 필요했다.

헌터 한 명당 상대하는 오크의 평균적인 숫자가 5마리다.

저쪽에 보이는 실루엣으로만 확인하면 헌터들의 숫자가 5명.

한 곳만 열어 놓고 나머지 공간을 벽으로 틀어막아 놨으니, 단번에 상대를 하는 오크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었다.

"당장은 급하지 않아."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저들도 지치겠지."

그렇다.

당장은 몬스터를 상대로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단번에 달려들 수 있는 오크의 숫자가 적었고, 다른 방면의 공격을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큰 상관이 없었다.

다만, 체력이 문제였다.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지치게 마련이었다.

지금 그들을 감싸고 있는 모든 오크를 처리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림잡아 10초당 한 마리씩 쓰러뜨린다고 봤을 때, 지금 10만 마리가 넘는 오크를 모두 처리하려면 산술적인 시간만 100만 초가 걸린다.

100만 초.

1만 6,666분.

277시간.

11.5일.

약 11박 12일이 걸린다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저들이 과연 10일 이상 전투를 벌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도리도리.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름을 알린 헌터들이라면 이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강한 헌터들이라면 충분하지만, 저들이 과연 강한 헌터들일까?"

강력한 헌터였다면 딱 보자마자 알았을 것이다.

강하다는 것은 유명하다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

물론, 유명한 사람이 모두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강한 사람 대부분은 유명해졌다.

사람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다.

행여나, 스스로를 노출시키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몬스터 탈출과 같은 상황에서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를 알리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노출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종합적인 판단으로 저들은 강한 헌터들이 아니고, 계속해서 시간이 흐른다면 지칠 것이 분명했다.

"우리의 도움은?"

"필요하다."

"필요하지!"

결정을 내리자마자, 헌터들의 움직임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자신들을 이용해 다른 행동을 보일 조짐이 보인다면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었다.

적어도 저 속에서 제 몸 하나 건사할 자신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뛰어든 것이다.

* * *

"기사님, 저기 누가 접근하고 있어요."

"누구지?"

한참 전투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영리의 경계 레이더에 걸리는 무리가 하나 있었다.

주변은 온통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종이 다른 녀석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헌터들인가?"

멀리서 자신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파고든다는 것은 일정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들을 믿을 수 있나?'

아직 만나서 아무런 이야기도 나눠 보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태욱이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각을 넘어선 새로운 감각.

직감이라고 불리는 육감(六感).

6번째 감각이라고 불리는 촉이 그의 뇌리를 사정없이 건드렸다.

오크들에게 둘러싸인 이후, 소모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은 주변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모두 파악한 이후,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려고 하는 찰나, 저 멀리서 헌터들이 접근을 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현상 유지를 한다. 더 빠르게 몬스터를 처리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좋은 먹잇감처럼 보이지 않아도 된다."

가장 앞에서 오크들을 막아 내고 있는 금강철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빨리 쓰러뜨리나, 늦게 쓰러뜨리나 자신이 상대하는 오크의 숫자는 정해져 있었다.

"그런 오더는 어렵다고."

이러한 명령에 가장 어려움을 표하는 이는 바로 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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